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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J-Rock 의 세계를 디비주마 -2-


2001.1.16
딴따라딴지 산만한 감상주의자 카오루










지난 호에서 일본 음악의 전반적인 특징과 경향을 짚어 보면서, 일본 음악계에서는 하나의 유행이 어느 한 시기동안 일관되게 주류에 자리잡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가 만들어 지기도 하는데, 오늘날 일본 락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비주얼 락(Visual Rock)도 그중 하나다. 


오늘은 이넘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비주얼 락이라는 장르


보통 음악적 장르나 사조의 구분은 음악적 공통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일테면 하드코어/핌프 락 장르로 콘이나, 림프 비즈킷, 데프톤스 같은 밴드들을 묶을 수 있다면, 이건 이넘들이 어느정도 음악적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거다.


낮게 그루브를 타는 기타와 찢어질 듯 고음의 기타 사운드가 반복되고, 스크래칭이나 노이즈가 첨가되며, 보컬은 랩을 하던가 중얼거리던가 괴성을 지른다. 전개에 있어서도 뚜렷한 상승곡선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밴드마다 나름의 차별화된 색깔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튼 같은 범주에 드는 뮤지션들의 경우 이처럼 음악적으로 유사한 유형을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이게 영화 <벨벳 골드마인> 


근데, 이 비주얼 락이라는 장르는 사실 음악적인 면만으로 고찰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많다. 왜냐면, 이 용어라는게 사실상 음악하는 넘들이 외형적으로 꾸미고 다니는 모양을 가지고 만들어 낸 용어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비주얼 락은 70년대 영국 글램 락 뮤지션들의 행태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데이빗 보위나 T-Rex같은 넘들은 하드락과 팝을 결합한 음악에 퇴폐적인 가사를 실었고, 양성적인 이미지의 분장과 사이키델릭한 무대를 선보였다. 비됴로 출시되어 있는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보면, 그 당시 글램 락하는 넘들의 잔잔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요런 영국 글램 락 밴드들과 미국의 키쓰(Kiss)가튼 넘들의 메이크업의 영향으로 70년대 말 ∼ 80년대 초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팝 메틀(머틀리 크루 등)과 비주얼 락(부위)의 원형을 구성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넘은 키스의 진 시몬즈


 그렇다면, 아직까지 일본 주류 락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저 비주얼 락이라는 장르의 태생은 데이빗 보위나 키쓰의 모방에서 시작 되었다고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난 회에서 말했듯이 일본 음악계의 특징중 하나가 전통에 입각한 재창조의 노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이 기사 맨 처음의 사진으로 함 돌아가 보자. 흔히 비주얼 락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엑수 저팬의 초창기 사진이다. 비주얼 락이라는 용어 자체도, 이넘들의 초창기 헤드카피였던 <Crime of Visual Shock>에서 유래했다. 


이넘들이 하고 다니는 꼴 자체도 데이빗 보위가튼 넘과는 다소 차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비록 얼굴에 회칠을 했지만 키쓰가튼 넘들보다 색채감각이 더 현란하다. 여기서 머리좋은 넘은 뭐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이건 가부끼


그렇다. 일본 전통 가극 가부키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울나라 사람들이 엑수저팬이 꾸미고 있는 걸 보면 왜색을 느끼게 되고, 이유없는 반감이 생기게 되는 거다. 


그 뿐 아니다. 비주얼 밴드들은 뮤직 비디오의 비중을 거의 정규 앨범 수준으로 높게 생각하기 땜에, 매 싱글마다 뮤직 비디오 촬영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비디오 클립 모음집을 적어도 앨범 2장당 1번 꼴로는 발매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다들 얼굴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주얼 락을 해보겠다는 넘이 있으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모에도 자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 되겠다. 물론 그렇다고 실력이 꽝인 넘들을 무작정 데려다가 포장해 가지고 내 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점이 울나라와의 차이다.


비주얼 계열로 분류되는 뮤지션들 중에서도 음악적인 교집합을 가진 넘들은 많다. 특히, 초창기 비주얼 락의 대표적 밴드 중 하나인 루나 씨의 영향력은 지대해서, 최근에 등장한 비주얼 밴드의 상당수가 루나 씨 풍의 락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엑수 저팬은 스피드 메틀, 글레이는 하드 락, 라르크 앙 시엘은 뉴웨이브, 말리스 미제르같은 경우는 오페라틱 락 등등으로 딴판이어서, 비주얼 락은 상당히 광범한 음악 양식을 포괄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장르인 셈이다. 


비주얼 락은 70년대 말 부위(Boowy)를 시작으로, 80년대 근육소녀대, 벅틱(Buck-Tick)같은 넘들을 거치면서, 초창기에는 대표적인 인디 문화로 출발했다. 이 요란한 치장과 화려한 스테이지가 주류로 부상하게 된 것도 역시 엑수 저팬의 메이저 데뷔와 함께 이루어 졌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엑수 저팬과 엑수타시 계열의 비주얼 락 뮤지션들


엑수 저팬은 1987년 데뷔당시 이미 자신들의 인디 레이블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레이블을 통하여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개시한다. 이 레이블의 이름이 바로 엑수타시(Extasy)이다. 사장은 엑수 저팬의 리더인 요시키.









요시키가 요시키...


엑수 저팬이 인디즈 차트를 점령하고, 메이저 레이블인 쏘니와 계약을 하고 나서도, 요시키는 엑수타시를 통해 비주얼 계열의 밴드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계속하게 된다. 


글구, 이때 발굴했던 넘들은 엑수 저팬과 함께 향후 비주얼계를 주름잡는 넘들로 성장하게 된다. 향후의 비주얼 밴드들에게 음악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루나 씨와, 오늘날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글레이가 바로 그넘덜이다. 


오늘 본격적으로 디비보고자 하는 넘들도 바로 이 엑수타시 동창생 뮤지션들 되겠다.


 


 엑수 저팬 (X-Japan)


바이오 그라피


유치원 다닐때부터 부랄친구였던 토시(보컬)과 요시키(피아노, 드럼)는 고딩시절부터 도쿄의 인디 클럽을 전전하며 엑수(X)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시작한다. 멤버를 수도 없이 갈아치우다가, 사벨 타이거(Saber Tiger)라는 밴드의 리더였던 히데(기타)와, 파타(기타), 타이지(베이스)를 영입하면서, 밴드의 진용을 완성한다.









이넘덜 데뷔앨범 꼬라지


1987년 요시키가 설립한 레이블 엑수타시에서 인디 데뷔싱글 <홍(Kurenai)> 을 발표하고, 바로 인디즈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다. 


악기나 깃발 -요것, 태극기로 와전되어 성급한 민족주의자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 등에 불을 지르는 등 무대에서의 파격적인 매너는 이넘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만들었고, 1988년 쏘니를 통해 메이저 데뷔. 『Blue Blood』와 『Jealousy』 두 앨범 연속으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고, 도쿄돔 공연 등으로 성공의 길을 걷는다. 


1993년에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엑수라는 밴드명을 엑수 저팬으로 개명한다. 미국에는 이미 엑수라는 이름의 펑크밴드가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베이시스트인 타이지가 탈퇴하고, 다른 넘들도 각자의 솔로 활동에 전념하는 등 밴드에 약간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새 베이시스트 히쓰를 영입하고 30분짜리 대곡 EP 『Art of Life』를 발표한 후 밴드는 소강상태로 들아간다.


1996년, 3년만에 새 앨범 『DAHLIA』를 발표. 이듬해에 보컬인 토시가 사이비 종교에 미쳐 탈퇴 선언하면서, 엑수 저팬은 공식적으로 해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체 직후인 1998년 기타리스트였던 히데는 자신의 동거녀 집에서 의문사(경찰 발표로는 자살)를 맞는다.


앨범 디스코 그라피


1987. 『Vanighing Visions』 - 인디 데뷔 앨범
1988. 『Blue Blood』 - 메이저 데뷔 앨범
1991 『Jealousy』
1993 『Art of Life』
1996 『DAHLIA』


음악 디비기








            얘가 히데


이넘들 음악의 7∼80프로는 리더인 요시키가 작곡을 담당했다. 싱글 히트곡 같은 경우는 거의 절대 다수가 요시키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요시키의 작곡 성향은 스피드 메틀 아니면 발라드 두 쪽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곡들이 심포닉적인 요소가 많고, 간혹 대곡지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유럽쪽의 헤비메틀(헬로윈가튼 넘들)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런 작곡 성향은 데뷔 싱글인 <홍> 부터 마지막 앨범이었던 『DAHLIA』까지 변함없이 이어진다. 좋게 말하면 자신의 스타일을 굳건히 고수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창의력의 고갈, 혹은 발전이 없다는 얘기 되겠다.


히데와 타이지가 작곡했던 몇몇 곡들은 정통 메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거기에 히데 특유의 광기가 결합된 소품들이 곁들여 지면서, 엑수 저팬의 앨범은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살펴보자. 요시키의 성향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두 곡이다. 데뷔 싱글인 스피드 메틀 <홍> 과, 『Blue Blood』에 수록되어 있는 발라드 <Endless Rain> 되겠다. 두 번째 곡은 두어개의 국내 가요들과 비스무리 시비에 올랐던 곡이라 첨 듣는 넘들이라도 대단히 친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음악듣기 < 홍(Kurenai) >,  < Endless Rain >


<홍>의 경우, 도입부의 스트링 섹션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불러 일으키더니, 본격적으로 곡이 전개되면서부터는 락밴드 진용으로 연주하는 심포니같이 정교한 구성을 보인다. 히데와 파타의 트윈 리드 기타는, 솔로에서는 물론이고 리듬 배킹에 있어서도 철저히 계산적인 하모니를 맞추면서 전개된다. 이런 트윈 리드 기타 시스템의 안배는 향후 비주얼 계열의 음악 밴드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게 된다. 요시키의 250bpm을 넘는 속주 드러밍이 곡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곡의 형태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석은 파타


멜로디는 강한 사운드 속에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2집 『Jealousy』에 수록된 이넘들의 또다른 대표곡 <Silent Jealousy>같은 곡에서는 요시키의 피아노 솔로까지 결합되어 비장미 넘치고 서정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렇듯 심포닉적이고 대곡지향적인 요시키의 미학적 시도는 1집에 수록된 12분대의 곡 <Rose of pain>을 거쳐 93년도에 발매된 EP <Art of Life>에서 정점을 이루게 된다. 


엑수 저팬의 또다른 중심축인 히데는 주로 밴드형 정통 메틀을 선보였었다. 1집의<Celebration>이나, 2집 수록곡인 <Miscast>, <Joker>같은 곡은 전형적인 80년대 풍의 8비트 헤비메틀 곡들이다. 근데, 히데의 곡들 중에 주목해야 할 작품들은 연주곡의 형태를 띤 소품들이다. 흔히, 일본의 평론가들이 엑수 저팬을 요시키의 미학과 히데의 광기라고 정의내리는 것처럼, 다음 곡은 나중에 자세히 소개될 히데만의 기괴하고 독특한 개성이 잘 묻어나고 있다.


음악듣기 < Xclamation > (『Blue Blood』앨범 수록곡)


 요거는 히데와 타이지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도중 하차한 타이지의 현란한 베이스 실력을 엿볼 수도 있다. 초반부 시타르와 제 3세계의 음악에서나 들을법한 퍼커션 사운드에, 이국적이면서도 광기어린 히데의 기타솔로가 겹쳐지면서 대단히 독특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두 번째 앨범에 실린 연주곡 <Love Replica>에서도 마찬가지다. 세박자 왈츠 리듬에 쓸쓸한 느낌의 기타와 프랑스어 내레이션이 겹쳐지고, 그 밑에는 인더스트리얼 계열 음악에서나 나올 법한 금속성의 퍼커션이 자리하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음악적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다.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DAHLIA>에서도 이넘들의 음악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보컬에 오버드라이브를 거는 등 인더스트리얼적 요소들을 편곡상에 도입한 것을 제외한다면, 음악적으로 X-Japan은 비교적 한 우물을 판 뮤지션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루나 씨(Luna Sea)


바이오 그라피







이넘들의 출발은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딩 친구였던 이노란(기타)과 J(베이스)가 Lunacy라는 이름의 밴드를 먼저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에는 피노키오(울나라 밴드 아니다)의 멤버였던 신야(드럼)와 스기조(기타), 그리고 슬로터라는 밴드의 보컬이었던 류이치가 밴드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밴드의 진용을 갖추게 된다.


인디활동중 공연을 보러갔던 엑수 저팬의 히데 눈에 띄어, 1991년 엑수타시 레이블에서 첫 앨범 『Luna Sea』를 발매하게 되고, 밴드 이름도 이때부터 Luna Sea로 바뀌게 된다.


비록 폭발적이지는 못했지만 꾸준한 라이브 활동을 통하여 인기를 쌓아 가던 중, 세 번째 앨범인 『Mother(1994)』와 네 번째 앨범 『Style(1996)』에 이르러 음악적으로도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게되고, 백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엑수 저팬과 마찬가지로 이넘들도 각 멤버들이 솔로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류이치의 솔로 앨범은 루나씨 시절에는 꿈도 못꿨던 2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지를 보여주게 된다.


1998년에는 다들 솔로 활동을 접고 다시 뭉쳐 새 앨범 『Shine』을 내놓았고, 2000년에는 앨범 『Lunacy』를 발매했다. 그리고 2000년 11월 7일 종막이라는 단어로 해체를 선언하였다.


앨범 디스코 그라피


1991. 『Luna Sea』 - 인디 데뷔 앨범
1992. 『Image』 - 메이저 데뷔 앨범
1993. 『Eden』
1994. 『Mother』
1996. 『Style』
1998. 『Shine』
2000. 『Lunacy』


음악 디비기


앞서 이넘들이 했던 음악들이 여러 비주얼 후배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엑수 저팬이 외양적 스타일과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하나의 유파를 형성했다면, 이넘들은 음악적 스타일을 가지고 뒤이어 등장한 비주얼 계열의 뮤지션들, 일테면, 샤즈나, 페니실린, 디르 앙 그레이 가튼 넘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넘들의 음악 스타일을, 모르는 이들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 일단 음악을 한 곡 들어보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요넘들의 대표곡중의 하나로, 『Mother』앨범의 첫 곡인 < Loveless > 되겠다.


음악듣기 < Loveless >









이 후까시는 보컬 류이치


보컬부터 보자. 울나라에서 이런 식의 보컬을 구사하는 장르는 트로트밖에 없다. 쉴새 없이 꺾어주고, 꺽꺽거리는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는 류이치의 창법은 부위(Boowy)의 보컬리스트였던 히무로 쿄스케로부터 시작되어 루나씨에 이르러 완성된 형태라 할 수 있다.


글구 아까 언급했던 루나씨 계열 후배 뮤지션들의 가장 큰 특색도 이 특유의 창법을 고스란히 받아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느끼한 느낌을 주기 땜에 J-Rock 초심자들은 친해지기 힘든 창법일 수도 있다. 본 기자 역시 류이치의 저 목소리가 익숙해 지는데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다른 말로, 저 창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타 샤즈나, 페니실린, 디르 앙 그레이 가튼 넘들과 친해지는 것도 무리일 거라는 얘기다.


엑수 저팬과는 같이 비주얼 1세대로 분류되지만, 루나 씨의 음악은 거의 모든 면에서 엑수 저팬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다소 직선적이고 호쾌한 토시의 보컬과는 달리, 류이치의 보컬은 맑고 공명감이 크면서, 때로는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타의 경우도 마찬가지. 히데와 파타의 기타는 리프와 솔로 공히 화성을 맞춘 사운드의 공간을 형성하는 반면, 이노란과 스기조의 기타는 완전히 따로 논다. 기본적으로 기타의 톤을 이질적으로 세팅할 뿐 아니라, 이노란이 주로 리듬 배킹을 깔짝깔짝거리고 있으면, 스기조는 여러 가지 사운드와 주법을 오가며, (심지어는 일렉트릭 바이올린까지 동원해서) 루나 씨 음원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요 후까시는 리드기타 스기조


스기조의 기타는 류이치의 보컬과 함께 루나 씨의 광기를 대변하는 또다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데뷔앨범 『Image』에 수록되어 있는 <Moon>같은 곡의 솔로 연주는 거의 초기 핑크 플로이드를 연상시킬 만큼 사이키델릭하다.


기타의 상반된 음원뿐만 아니라, 위의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멜로디의 전개도 마이너 계열과 메이저 계열을 수시로 넘나든다. 길항/대립적인 요소들을 감싸안은 음악적 이미지의 합성물이 바로 루나씨의 음악인 것이다. 


요런 음악을 한 곡 더 들어보자. 자타 공히 이넘들 최고 걸작으로 손꼽는 『Style』앨범의 첫 곡인 <With Love> 되겠다.


음악듣기 < With Love >


기본적인 선율은 애조 띤 멜로디의 발라드다. 여기에 거친 질감의 이노란의 배킹과 나일론 기타와 바이올린을 오가는 스기조의 연주가 다양하게 얹혀진다. 그 위에 다시 LP 긁히는 소리와 노이즈가 겹쳐지면서 곡의 분위기가 다소 기괴해 진다. 광기(Lunacy)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이넘들 음악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음악 되겠다.


이넘들의 음악적 스타일 역시 데뷔이후 해체를 선언한 오늘날까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3, 4집인 『Mother』와 『Style』에 이르러 그들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그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그들의 음악세계를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매된 그들의 최근작 『Lunacy』에서는, 일본 출신 세계적 테크노 아티스트인 DJ 크러쉬라는 넘과, 림프 비즈킷과 닥터 코어 911의 사운드를 잡아 주었던 하위 바윈버그란 넘이 참여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노이즈나 스크래칭같은 잡동사니 음원들이 편곡상에 보강되어 있고, <Feel>이라는 곡에서의 스기조는 거의 하드코어적인 기타톤으로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작 『Shine』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얘네들에 대해 덧붙여 언급할만한 것은 이넘들의 라이브 실력이 비주얼 계열 밴드들 중에서 단연 발군이며, 현란한 무대 연출에 의존하지 않고도 관객들이 환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넘들의 독특한 곡을 하나만 더 들어 보도록 하자.


음악듣기 < Providence >


2집 앨범 『Eden』에 수록된 곡으로, 스기조의 바이올린 연주에 주목하라. 세상에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이렇게 일본틱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을거다. 




- to be continued...


 



딴따라딴지 산만한 감상주의자 카오루
(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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