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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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우쒸, 줄세우지 마라 말이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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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1. 16. 딴따라딴지 차트 없애기 위원장 푸른 빛 블 루
정답은 없다. 무슨 말이냐구? 네곡 모두 발표된지 1년이 안되는 곡들이라는 뜻이다. 좀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자.
바보가 아니라면 짐작했겠지만 이 문제 역시 답이 없다. 즉, 모든 곡들이 발표간격이 3년이 넘는다는 뜻이다. 뭐하는 거냐구? 즉, 유승준의 <비전>을 들으면서 추억의 가요가 나오는군... 이라는 농담을 던지는 게 가능함은 물론, 약간 시간이 지난 가요들을 틀어주는 오미희의 가요산책에 <불멸의 사랑>과 <보이지 않는 사랑>이 동시에 나와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게 현재 가요를 듣는 우리의 심리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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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자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곡들은 한참 된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오래된 노래들은 여전히 기억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거다.
이건 우리의 속도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87년, 90년, 93년, 96년, 99년, 2000년으로 갈수록 우리는 점점 더 빨리 달리고 있고 그 속도만큼 노래들은 재빨리 뒤 처지고 내버려지는 거다.
겨우 두어 달만 지나도 잊혀지고 버려져 쓰레기통에 딩구는 노래들, 더 이상 기억되는 노래도 남는 노래도 없고 겨우 몇달 그저 삶의 몇 순간만을 간신히 채우고 사라져가는 노래들...
그 바닥엔 바로 순위 프로그램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우리를 이토록 무서운 속도감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가장 커다란 힘이 바로 순위 프로그램에 대한 강박관념이라는 말이다.
차트는 노래의 멀티플렉스
요즘 영화관에 멀티플렉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영관은 많아졌는데 정작 상영되는 영화의 편수는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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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영관이 많아도 몇몇 주류영화가 독차지하고(<딴적비연수>는 어디에선가 자그마치 5개의 상영관을 독점하기도 했다니 말이다) 혹 드물게 좋은 영화가 상영관을 잡아도 1주일도 못 채우고 금세 간판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즉, 한번에 확 노출시켜서 회전율을 극대화하고 재빨리 빠져나가는 거다.어째 어서 많이 들어본 전략같지 않냐?
주부대상 아침프로부터 심야토크쇼까지, 요리하고 뜀뛰기하고 애도 키우고 아주 가끔 노래도 부르고 하다가 눈물의 고별스페셜로 마무리하며 그 사이 수십에서 수백만장씩을 팔아치우고 휘리릭 사라지는 우리의 붕어들, 아니 립싱커들이 기억나지 않냔 말이다.
이처럼, 재빠른 유행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데 영화에 멀티플렉스가 있다면, 가요부문에서는 바로 니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보고 있는 순위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거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멀티플렉스가 아니더라도 유행을 더 많이 타게 마련이다.그러나 대중음악은 앨범이라는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시간의 규제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거나 아주 약하다. 앨범은 시간이 지나간 것이라도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언제라도 살 수 있고 앨범이 집에 있다면 또한 언제라도 꺼내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런 앨범의 성격은 음악을 팔아먹는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곤란하다. 음악, 혹은 앨범 이란게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주고 그래서 빈자리가 생겨야 다시 새로운 앨범이 팔리는 건데, 맨날 HOT의 <캔디>만 듣고 이미 가고 없는 젝스키스 노래만 들으며 새 앨범을 안사준다면 걱정이 안되겠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옛날 울나라 가수들은 할수없이 히트곡이 하나 나오면 그 다음 앨범에도, 그다음 앨범에도 또 넣고 다시 넣고 반복해서 넣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 곡이 사라져주질 않으니 차라리 편승하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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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수들의 대형 히트곡을 부르고 또 부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도대체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실린 앨범은 몇장이나 될까? 원래 그 노래를 부른 가수조차 확인이 어려운 이런 노래들은 이젠 거의 구전민요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예전 트롯 가수들이나 포크 가수들은 지금처럼 1집, 2집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이미자씨가 몇백개나 되는 앨범을 낸 것도 실은 이런 식인거다.
그러다보니 아예 노래의 오리지널리티가 없어져 아무 가수나 그 노래가 있기만 하면 그냥 구매를 하는 일도 벌어졌고 지금도 나이드신 분들은 레코드가게에 가서 누구 테이프라고 찾지 않고 무슨 노래 들어있는 테이프라고 주문하기도 하는거다.
심지어 아예 원 가수나 노래의 시대구분을 무시하고 수많은 노래들을 몰아넣은 쌍쌍파티나 카페뮤직같은 앨범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레코드사도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고 백만장은 커녕 십만장을 넘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음악산업계에 구세주가 된 것이 바로 순위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매달, 상반기, 하반기, 일년 결산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들을 알리고 띄우고 낡은 노래들을 밀어내어 차트 바깥으로 던져버린다. 이제 <전설속의 누군가처럼>을 아직도 흥얼거리고 있는 니덜은 시대에 뒤쳐진 낡은 인간이 되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그룹의 멤버 여덟명 프로필을 줄줄 외우는 순간 바로 첨단을 걷는 신제품이 되는거다.
이런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니덜은 절라 빨리 열광 해야하고 서둘러 미쳐버려야 한다. 안그러면 가수들은 어느덧 잠시 은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니덜은 앞질러 열광해야 한다. 차트 1위를 했다고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차트 1위를 만들기 위해 열광하고 앨범은 나오기도 전에 예약해야 하는 것이며 음악은 듣기도 전에 감동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트에서 뜨는 노래는 뭔가 좋은 노래이고 뜨지 못하는 노래는 결국 후진 노래가 된다. 각자의 개별적인 판단 기준은 전혀 없다. 아보다 더 비참한 것은, 좋다/나쁘다의 평가를 받을 틈도 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수많은 음악들이다. 이렇게 되지 않기위해 가수들은 그 짧은 틈에 가능한 온갖 몸부림을 다해야 한다.
음악평론가인 싸이먼 프리스란 넘은 이런 현상을 뉴스가 되어버린 노래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렇다, 이제 순위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를 수용하고 판단하고 내버리는 우리에게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뉴스가 되어버렸다.
사실 아니냐.
그리하여...
이처럼 순위 프로그램은 단지 하나의 재미난 오락거리를 넘어서 음악 그 자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된 최초의 사건은 미국의 페이올라(주:돈을 지불한다는 뜻의 Pay와 펀칭카드를 넣으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인 Pianola의 합성어로 돈만 지불하면 라디오에서 곡이 흘러나왔다는 뜻을 담고 있음) 청문회라고 볼 수 있다.
록 음악이 한창 발흥하던 50년대 말 60년대 초 미국에서 라디오의 위세는 대단했는데 당시는 청취자의 신청곡을 받아서 방송해주기도 했지만 주로는 DJ가 자신의 취향으로 곡을 골라서 방송해주는 음악적 선도자의 기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신인가수가 인기를 모으기 위해 DJ에게 뒷돈을 지불하고 방송을 부탁하는 일이 관례처럼 굳어졌고 이런 관례가 국회차원에서 문제가 되어 열린 청문회가 페이올라 청문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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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전도사였던 앨런 프리드는 페이올라 스캔들로 결국 파멸했다. |
물론 이제까지 관례로 잘 넘어가던 일이 굳이 문제가 된 것은, 사실 록 음악을 때려잡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음모에 의해 록 음악의 전도사라고 불리우던 DJ 앨런 프리드를 몰락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맥락을 떠나 이제까지 자신들이 듣던 음악이 뒷돈을 통해 거래된 것이라는 사실은 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그런 일들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90년대 중반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한참 피튀는 경쟁을 벌이던 시기에 앨범차트에 1위로 데뷔하기 위해 양측이 벌인 원가 이하의 할인경쟁(96년 2월 22일자 롤링스톤)은 크게 문제가 되었었다.
한편 영국의 롭슨 앤 제롬 이라는 급조된 그룹은 대형 할인점과 연계해서 구매시 1파운드(당시 환율로 1200원 남짓, 참고로 비틀즈의 앨범을 기준으로 했을때 영국에서 평균적인 앨범가격은 29파운드 정도임)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앨범을 풀어서 차트 1위를 차지하고 그렇게 1위를 한 덕분에 앨범이 다시 수백만장이 팔리는 순전한 차트 마켓팅의 승리를 보여주었다.
이런 성공사례의 뒤엔 좋은 음악,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였으나 차트에서 실패하여 묻혀 버린 수많은 앨범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럴수록 가수들은 차트에 연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일단 곡의 길이를 짧게 하고 혹은 긴 노래라면 방송용(radio edit version)이라도 만들어서 4분 길이 이하로 맞춰 줘야 함은 물론 곡의 구조나 흐름보다는 귀에 쏙 들어오는 두소절에서 네소절 정도의 멜로디(원래 riff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귀에 맞게 달착지근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경우 hook이라고 부른다)에 목숨을 걸게 된다.
게다가 가능하면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리메이크하거나 샘플링하고 심한 경우 표절도 불사하게 된다. 이건 양심과 음악성 이전에 벌써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점점 더 그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차트는 비판도,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곡이 표절이라고 밝혀지는 것은 이미 그 곡이 3주연속 1위를 하다가 잊혀질 즈음이며 이미 그 가수는 다음 앨범 준비를 위해 잠시 은퇴했단다.
더구나 이렇게 빠른 회전속도에 장단을 맞추다 보니 기획기간과 앨범을 제작하는 기간은 극도로 짧아지게 되고 어차피 급조되고 서둘러 사라질 앨범이라면 대담하게 표절하고 나머지 곡들은 대충 끼워 맞춰넣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제작관행으로 자리잡게 된다.(본지 과월호에 실렸던 어떤 기획회의 장면을 떠올려봐라) 이렇게 급조된 싸구려 앨범들이 판을 치게 되는거다.
이런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돌게되면 당연히 많은 가수, 그룹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일부는 이게 다양한 가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국회의원 숫자를 천명으로 늘리면 그중 제정신인 사람도 같은 비율로 늘어날거라는 착각과 비슷한거다.
영화에서 멀티플렉스로 갈수록 짧은 시간에 대규모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선호되듯이 음악도 차트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단번에 떠서 한몫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즉 서서히 귀에 익숙해지고 눈에 익는 것이 아닌, 이미 있어왔고 지겹도록 봐온 비슷한 이미지와 노래, 춤, 멜로디, 그룹구성을 가진 하루살이들을 양산하게 된다. 생각해바라. 우리 머리를 한없이 복잡하게 만들었던 그 많은 영문이니셜 그룹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냔 말이다.
결국 많지만 오히려 똑같은 음악으로 줄세우고 나머지는 가지 쳐버리는 역할을 순위 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 모든 현상의 책임이 오로지 순위프로그램에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본 기자의 글을 읽고 어떤 분이 보내주신 메일처럼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도 있어야 좀 재미가 있지 않겠나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문제는 사실상 티비에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중파라는 막강한 수단을 통해 권력으로 탈바꿈하여 음악판 전체를 물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줄세우기의 부담없이, 잡다한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토크나 뜀뛰기 없이 단지 음악만으로 들을 수 있는 프로가 수요예술무대와 가요무대를 빼놓고 또 있느냔 말이다.
만약 방송사가 정말 여력이 없어서 줄세우기와 립싱크 말고는 달리 보여줄게 없다면, 차라리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마저 없애 버리는게 앨범판매량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울나라 음악판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거꾸로말해 순위프로그램을 그렇게나 소중하게 끌어안고 살고 싶거든 제대로 된 음악프로그램도 만들어놓고 줄을 세우던가 눕히던가 하란 소리다.니들은 듣는 귀도 없냐, 언제까지 울나라 음악판을 수족관으로 놔둘거냔 말이다.
씨바...
- 딴따라딴지 차트 없애기 위원장 푸른 빛 블 루
(setmefri@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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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는 노래의 쓰레기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