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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21세기 야비군 동대장 이야기

2001.1.16.화요일
딴지관광청 뚜벅이

본 기자,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 병장입니다.


열아홉 살 때 현역1급 판정 당당하게 받고 스물네 살 다 늙은 나이에 군대에 입대하여 27개월만에 전역한 육군병장입니다.


그뿐입니까?









주특기 훈련


제대하고 4년동안 동원 예비군이라는 이름으로 군부대에서 합숙하며 다시 총을 잡았고, 그거 끝나고 일반 예비군 소집도 단 한번의 불참없이 4년동안 착실하게 받았음다. 그리고 지금은 내 고장을 지키는 신성한 민방위 대원이 되어 궁디 차가운 강당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화생방, 응급처치, 반공교육 자알 받고 있슴다.


그러나.. 고백하나니, 나는 절라 한심하고 문제많은 대한민국 예비역임다.


군대생활 내내 북괴의 적화야욕 분쇄에 내 몸을 초개같이 던지겠다는 애국심...거의 없었음다.


후방에 계신 민간인들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 조또 없었음다.


그저 국방부 시계가 빨리 돌기만을 바라며 비싼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한달 월급 8천원을 쏘시지 사먹는데 다 써 버린 철없는 군바리였음다.







아아.. 예비군이 되어서도 호국의 투사로서, 군경의 동지로서, 국민의 자제로서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 범국민적인 자유방위의 역군임을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슴다.


그저 벌금 안내려고 훈련에 참가하고 1500원 일당이 넘 적다고 툴툴 거리다가 민방위가 되서도 한시간 일찍 끝내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나쁜 넘이었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육군병장 윤병장이 본인보다 더 군인정신이 결여되고, 국가 보안에 해악을 끼치는 한 야비군 동대장을 발견하고 말았기에, 저 자신을 참회하는 의미에서 이 동대장을 열분들께 신고하려 함다. 예수를 금전 몇닢에 팔아 버린 유다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쪼까 드럽긴 하지만, 투철한 신고정신이 평화통일 앞당긴다는 말을 믿고 낱낱이 그 동대장의 죄상을 까발리겠슴다. 당근 딴지 기자의 이름을 걸고 이후 펼쳐질 신고내용은 한치의 거짓 없음을 선언함다.





신고당한 주인공 이름은 오세호씨다.(48, 전 구미시 형곡동 예비군동대장)


여성독자들을 위해 설명을 드린다면 야비군 동대장이란 국가 공무원(군무원)으로서 야비군 교육 소집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로 담당하는 민간인을 말한다. 아는 넘은 다 알겠지만 일 찾아 안하면 할 거 조또 없는 그런 꽃직업 되겠다.


오늘의 피신고인 , 오세호씨는 25년 군 생활을 마치고 85년 예비역 대위로 전역하신 이 시대의 평범한 군바리 아저씨였다.


물론 현역 시절에도 군인정신에 투철치 못하여 복지부동과 짜웅정신을 멀리한 채, 군수과 대빵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좋은 고기 나오면 남들처럼 관사먼저 챙겨주기 보다는 일개 사병들을 우선 생각하는, 위에서 봤을 때는 한마디로 군생활하기 쪼까 고로운 군인이였다.









지명수배자의 얼굴


이 아저씨, 전역 후 바로 군무원의 길을 가신다. 10년 동안 근무하던 영덕군 달산면대장의 자리에서 드디어 고향인 구미시 형곡2동대장으로 근무를 명 받으시니 이때가 바로 95년 5일1일.


비록 군생활 시절 다친 다리와 자꾸만 빠지는 머리로 걸음걸이는 김데중이요 얼굴은 좃두환처럼변해갔지만 이 분의 생활은 그런대로 평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아저씨가 이너넷과 정보화라는 몹쓸 시대의 물결에 눈을 떠 버렸다는 데서 비극은 시작된다. 정보에 관한한 대원군의 쇄국군대 속에서 혼자만 개화해버리는 반역의 길을 걸으려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씨를 독수리 타법의 타자기로만 여기고 있는 군부대 상식을 깨고 이 아저씨는 워드 1급 자격증을 일찌감치 따셨고, 플로피디스크에 저장해야 적들의 해킹에 안전할 수 있다는 대대장 구두지시에 대해 하드에 방어벽 프로그램을을 설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까지는 좋았다. 군의 정보화 물결에 덩달아 너불대던 별들께서는 이 아저씨께 정보화 측정 사단장 최우수 동대장을 표창하셨고(99년 5월), 두 달 있다가 군단장도 군단내 정보화 측정 최우수 동대장으로 표창을 내렸으니까..


그러나 상근 예비역(그니까 옛날의 방위병) 한 명이 징징 울면서 출근한 어느날 결국 피의 숙청은 예고되고 있었으니...


상근에게 우는 이유를 물어본 즉 어제 밤 12시 넘어 예비군 소집 통보증 전달 하러 어느 집을 방문했다가 예비군 형님한테 절라 욕을 먹었다는 것이다.


욕 먹을 수도 있지..


펑펑 남아도는 국방 예산을 어떻게든 그 해에 다 써버리려면 304만 예비군들 소집 통보는 일일이 부대 전화비를 이용하여 전화를 하덩가, 140원짜리 엽서를 보내덩가, 1차 소집에 불응했다면 이 넘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편으로 알려주라고 상근 예비역 제도 운영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국방 예산에 이해도가 전혀 없는 우리의 동대장님은 아주 발칙한 음모를 꾸미고 만다. 바로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훈련 일정을 알려주고 훈련대상을 명시하고 <질의/ 응답 게시판>을 만들어 많은 동대 예비군의 민원에 답변을 해주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만 거다.


그리고 99년 7월 그렇게 했다.


군대의 엄숙함에 어울리지 않게 바닷가 여인의 사진도 걸어놓고, 본지의 웃기는글들도 올려놓고, 사자소학이나 주자십회같은 교훈적인 글들도 올려논 담에 달랑 한 꼭지에 예비군 훈련 일정과 장소 그리고 훈련대상명단을 올려놓은 것이다.



아.. 이런 엄청난 간첩행위를...


그 뿐인가? 우리의 동대장님.. 동대 전화비 아낀다면서 피씨방에 들어가 인터넷 폰 이용해서 모든 예비군 대상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훈련 일정 찍어주고, 예비군 훈련 받으러 온 넘들에게 이멜 받아내 이멜로도 훈련 일정 알려주는 등, 권위적인 지휘관이어야 할 동대장이 서비스맨으로 전락해 버리는 군 명예 훼손까지 저지르신다.


덕분에 신난 건 이 동네 야비군들이었다.


교육참가 출석률 100%에 지루한 교육장은 화기애매하고, 지휘관 말 잘듣는 동네 공동체 분위기가 되버리고.. 급기야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을 철저히 금지시킨 군대 풍토를 깨고 반란을 저지르는 이 동대장에 대해서 상급 부대 대대장과 연대장은 괘씸죄를 적용하기에 이른다.


결국 우리의 동대장, 기무사(보안사)에 끌려가시니 어쩌면 이는 인과응보라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전통에 순종하지 않고 남보다 더 많이 일한 죄값. 군대에서 프로정신과 장인정신을 발휘하려던 죄값.


다섯 번을 기무사에 불려간 이후 결과는 홈페이지 폐쇄였다.(99.11)


당시 기무사의 논리는 단 한 가지..


"군무뭔의 신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국방장관의 허가를 득하라. 그리고 보안성에 문제가 없다는 검토를 받으라"


얼마나 옳은 말인가?


남북이 팽팽히 대치된 상황에서 울나라 예비군들의 명단이 이너넷에 마구 공개되고 훈련 일정까지 알려진다면, 공비가 내려와 예비군을 테러하고 훈련장에 폭탄 던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참으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기무사의 논리는 틀린 구석 하나도 없다. 티비 자막화면에 독수리 훈련 일정까지 나오는 세상이라구? 아.. 씨바.. 울나라 군대는 까라면 까는 거야.


그러나 평소 동대장 홈페이지를 사랑하던 주변 네티즌 불순분자들이 들고 일어나 홈페이지 복구 서명운동을 벌이게 되는데, 이 덕분에 우덜 동대장님은 보안징계는 면하게 되시고 네티즌들은 국방부 관련자로부터 이런 답변을 듣게 된다.(주1)


국방부의 답변에 절라 열받은 우리의 동대장님은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각서를 내팽기치고 별도의 사이트를 몰래 개설, 예비군에게만 알려주는 레지스탕스 짓까지 하시고 만다.


그리고 작년 7월, 사단 감사결과 점수 불량 동대로 낙인 찍혀 강제 전출자로 분류되시니... 하늘 같은 국방의 권위에 도전한 결과는 비참하기도 하다.


군대 감사.. 예비역 니덜은 다 알다시피 얼마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합리적 업무 평가 시스템이더냐? 파일 깨끗하게 정리 보존하고, 상근들 몇 일 밤 날밤까게 해서 당일 치기 준비하게 한 후, 적당히 감사관 접대 한 번 하면 걍 통과되는 그런 시스템... 일리가 엄따. 군대 감사는.. 절때로..


그러니까 감사에서 불량 도장을 받았다고 해서 니덜이 홈페이지 개설의 보복으로 생각하면, 이는 신성한 군대 행정의 도전되겠다.









친필 각서


우리의 동대장님, 72세 이신 상이군인 아버지가 위암 환자이며, 6남매의 장남으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재해예비군이다. 설령 강제전출자 대상이어도 재해 예비군은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페쥐 사건과는 전혀.. 진짜로.. 아무 관계없이 그는 연말 퇴직 각서를 스스로 써야 했다. 아버님의 병원 관계로 타지역 전출이 불가했기에 개인사정으로 전출불가시는 당해연도에 퇴직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면 퇴직시까지는 전출이 보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올해부터 우리의 동대장은 더이상 동대장이 아니다.


퇴직금이라도 온전하게 받기 위해선 두 명의 대학생 자식을 생각하며 성질을 죽여야 하는 이 시대의 가련한 백수 아버지다. 단지 그 팔팔한 성격을 죽이지 못해 국방부와 홈페쥐에서 맞짱 뜨는 것으로 소일하고 계신다.


이상이 본 기자가 신고한 한 예비군 동대장의 죄상 전말 되겠다. 어떠신가?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러지 않으신가?


동대장의 오늘을 생각하면 슬프겠고, 울나라 군 정보화의 현실을 생각하면 웃기겠고, 홈페쥐 만들었다고 사람 모가지 짤라버린 걸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거다.





국시가 반공이냐 아니냐 라는 논쟁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버리고, 주적이 북한인가의 의문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면서, 군대제도를 <징병>이 아닌 <모병>으로해야한다는 담론이 스멀스멀 형성되는 시대다.


우리들 해방이 자주적이지 않았고, 강대국에 의해 저질러진 분단이란 비극이 독재 정권의 권력 기반이 되어진 역사속에서, 국가가 반공이데올로기만 내새워 개인의 청춘을 담보하는 절대적인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통일 시대의 산물일런지도 모른다.


더구나, 예비군 제도는 어떠한가?


이미 세계의 군대는 땅개들의 인해전술보다는 정보, 지식 중심의 국방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90년대 한반도에서 중무장 보병부대를 철수하고, 정보중심의 주한미군을 개편했고, 북한은 95년에 이미 여단급까지 광케이블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예비군이라는 이름으로 전투력 없는 사람들을 강제 동원하여, 6.25때나 있을 법한 땡크의 침략을 막겠다고 구덩이 파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예비군 제도로 운영되는 예산이나 한참 활동할 사람들을 몇 시간, 몇 일씩 가둬둠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근무한 부대를 향해 오줌도 안싼다는 이들에게 청춘이 다 할 때까정 군복을 입히는 이 구시대적 집단동원이 과연 언제까지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본 기자가 린다김의 가랑이 사이로 술술 빠져나가는 견고하기 짝이없는 국가 보안을 우습게 보는 조또 위험한 애새끼라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예비군 소집제도의 명분을 설득시켜달라. 맨날 북괴군이 쳐들어온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우시고.


설령 예비군을 그대로 존속하더라도 빳빳하게 기예가 녹슬지 않은 동원예비군들만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버릴 것을 주장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젊은 예비군들만 나가서 아우들하고 같이 총을 쏘면 된다. 그리고 땅파던 형님 예비군들은 뒤에서 총을 닦아주고, 칼을 갈고 밥을 지으면 되겠고. 거기에 먼 교육이 더 필요하냐 이말이다. 행주산성에서 돌맹이 집어 나르던 아줌마들이 예비군 훈련 받아서 그렇게 잘 싸웠나?


다시 오세호씨 이야기로 돌아와서, 예비군 동대 홈페이지가 국가 보안에 저해 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조까는 소리되겠다.


국방부 홈페이지도 오만 가지 정보를 다 볼 수 있게 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예비군 게시판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받고 있다면, 이것이 단위 동대로 내려갔을때 더 효율적이란 생각은 왜 못하는가?


 



국방부 홈페이지의 예비군 게시판


엄한 홈페이지에 꼬투리를 잡기 보다는 아직도 모뎀만 깔아놓고 랜연결조차 못해, 전령이 가방 들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상급 부대를 들락거리는 것에도 전혀 문제점을 찾지 못하는 군 대구리들의 정보화 수준을 쪽팔려야 할 것이다. 글쿠 현장에서 어떤 말들이 나오는지 함 들어보시라. 절라 절절하다.(주2)


국방장관이여.. 예비군 제도의 존폐를 떠나 일단 오세호 아저씨를 복직시키라.


이 동대장 아저씨.. 본 기자 처럼예비군 제도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홈페쥐하나 만들어 예비군 업무의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사람이다. 집을 부수자는 것이 아니라 집을 고치자고 주장할 뿐이다. 근데.. 이랬다고 모가지 친다는 건 국방장관 귀하도 하부의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믿고 싶을 정도로 지극히 비상식적인 작태이다. 이상 예비군 병장 윤병장의 명령이었다.


근데 씨바..이거뜰이 딴지에 접속해 이 글을 읽을 줄은 아는 건가?



피에쑤: 오세호 아저씨의 홈페쥐 탄압 사건이 절라 우끼고 자빠진 일이어서 우덜 동대장님의 복직에 대해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면 국방장관께 직접 탄원질들 하시라. 방법은 국방부 홈피로 들어가서, 장관과의 대화방을 딱딱 노크후에 한마디씩 남기시면 되겠다. 자..추웅성하고 클릭!!


 군시절 반공 교육 강사로 맹위를 떨쳤던 

딴지관광청장 뚜벅이
(
ddubuk@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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