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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영상물 검열위] 1/4분기 영화포스터 검열보고

2001.4.16.월요일

딴지 영진공 특수영상물 검열위

벌써 2001년의 1/4이 지나 갔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모양이지만 암튼 그렇게 지나간 시간 동안의 한국 영화 흥행작의 포스터를 검열하기로 한다.

 

하~! 이 시점에서 왜 하냐고 묻는 무지 몽매한 독자는 없을 줄 믿는다. 우린 쓰고 니들은 읽는다. 반항은 사절이다.
 

 
 

꽤 많은 한국 영화가 지난 3개월동안 개봉됐다. 이번 검열에는 그 중에서 7개의 흥행작을 골랐다.

 

선정기준은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 제공 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에 근거하여 서울지역의 Top 5 안에 한번이라도 든 영화로 정했다. 간단하게 얘기하믄 서울지역 극장에서 토/일요일 2일간 평균 10,000명 이상이 지 돈내구 본 영화란 얘기다.

 

이 기준에 의하여 탈락한 <2001 용가리>를 비롯한 여타 영화에 대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하구 걍 넘어간다.




 
 

검열이라하믄 어떤 기준에 의하여 여러 재료들의 점수 매김을 그 필수로 한다 하겠다. 여기 그 기준을 밝힌다.

 

 검열 결과는 순위가 아닌 워스트와 베스트로만 구분했다.

 

 

 

 1/4분기 워스트 포스터 (총 5편)

 

 자카르타

 

 

 

 

이런 포스터를 가지고 흥행에 성공했다면, 사실 포스터 제작에 돈 들일 필요없다.

 

본 우원 외국어대 인도네시아어과 출신이라서 일하러 자카르타에 가본적두 있다. 그러나 당 영화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카르타가 "완전범죄"를 가르키는 인도네시아 은어라는 얘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주 서울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파키스탄에서 <서울>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영화에서는 "서울"이 매춘의 은어로 쓰인다더군) 

 

이 포스터를 보구 나서 딱 5분뒤에 "기억나는 거 얘기해 바바" 라구 옆에 있는 친구에게 시험 해 봤다.

 

"선-그라스"

 

그렇다. 이 포스터는 Head / Body 그리고 타이틀 위에까지 Copy 문구를 남발함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어느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게 방해 했을 뿐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 7명을 모두 동일한 크기의 사진과 이름, 게다가 서로 구분이 안되게 선그라스를 씌워 놓은 덕에 전혀 기억나지 못하게 해 준다.

 

선-그라스 씌워 놓으면 뉴 웨이브 범죄액션 된다? 졸라 진부한 발상에 그 표현 양식 또한 초딩 탐구생활 과제물보다도 낮은 수준이라 하겠다.






 
 

 

선그라스 퍼레이드

 

포인트가 없으면 포커스라도 하나에 맞추어야 했었다. 식빵을 생수에 찍어 먹는 느낌... 딱 이 포스터 되겠다. 

 

 선물 / 하루 / 번지 점프를 하다






 
 

 

 

 

아내가 죽고, 아기가 죽고 그리고 커플로 죽는 영화들이다.

 

주인공은 두 사람이고 모두 남자하나 여자하나. 화면을 이등분하고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혹은 시선을 부딪히며 후까시 잡고 있다.  




 
 

 <선물>

 

내용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두 주인공이 입고 있는 흰 가디건이 선물인줄 알았다. 우측 하단에 소주 그림하나 올려 놓으면 정확하게 이영애의 소주 광고 포스터 되겠다.  

 

 <하루>

 

등수로 따지자면 7등이다. "모정"은 어디루 짱박혔는지, 내 눈엔 별루 깊어보이지도 않는 "애정"만 보인다. 소재의 참신성을 포스터의 진부함이 잡아먹었다. 

 

 <번지 점프를 하다>

 

"사랑을 느끼는 신비한 기억" 이라고 Copy를 적어논다구 우덜이 "아! 신비" 하구 필이 꽂혀주어야 한다는 건지, 아니면 보랏빛 나는 분위기... 봐봐, 신비하지? 이러는 건지...

 

아쉬움이 남는 포스터다. 다른 워스트들은 그 재료의 상투성에 포스터 제작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있겠지만, 당 영화는 주인공이 3명에다 촬영 장소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구 예의 남녀/이분법적 진부스러운 포스터를 만들고야 말았다. 우등생이 노력 안하구 컨닝하면 더 미운법.  
 

 

이런 "남여/이분법적" 영화 포스터는 그 태생의 비밀을 포스터 제작의 나태함 보다는 한국영화의 소재 및 제작비의 한계로 보는 편이 옳다. (물론, 그 나태함의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지만…)

 

한국 영화에서의 갈등 구조는 90% 이상 남/여관계이다. 왜? 돈이 적게 들고 가위손들에게 안 걸릴만하니깐 그런 거다.

 

니들 얼마 전 개봉한 <Enemy Of State>라는 좀 허접한 영화 한편을 기억해봐라. 국가권력이 남용되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어쩌구 저쩌구...헐리우드 애들이 만드니깐 간단한 오락 영화였지 한국에서 만들려고 했으면 사회영화였다.

 

분명히 여기저기서 태클과 보디첵을 걸어오는 보이지 않는 장벽때문에 엎어지고 말았을 거다. (엎어진다는건 영화 제작 진행하다 중간에 파토 난다는 거다. 업자들 용어되겠다) 

 

남자는 깡패, 라디오 PD 혹은 순경출신 야구심판이면 되고 여자는 의사나 텔레마케팅사 직원 혹은 신인 배우면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어찌하여 만나서 갈등 관계를 이루고 영화 끝나기 직전 Kiss... 끝!

 

그리고 영화 제목은 2글자로 족하다. 이러니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반칙왕> 같은 영화들이 그 곳곳에 있는 구성의 허전함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참신성" 하나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한 문화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을 정확히 표현해 준다. 이현세와 마광수가 하고싶은 얘기를 하지 못하는데, 니들이라구 별수 있겠냐?  

 

 친구

 

 

 

 

영화 전반에 흐르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얼굴 표정으로 나타낸 증명사진 같다. 무척이나 단순한 발상이라고 사료된다.

 

시간나면 <대부> 시리즈 포스터를 훑어 보시거나, 이 영화와 무던히도 비교 대상이 되었던 <원스 어폰어 타임인 아메리카> 포스터라두 함 보시길 권한다.  










 
 

 

 

 

<대부1>

 

<대부3>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사람의 얼굴은 그 어떤 표현 수단보다 강력한 인상을 주기는 한다. 귀동냥 지식에 의하면, 그래서 갓난아기도 사람의 얼굴을 가장 먼저 인지한단다.

 

그러나 그 강렬함 만큼 쉽게 질리는 것 역시 사람의 얼굴이다.

 

 

 

 

유오성 - 난 의리, 장동건 - 난 반항, 나머지 - 난 똘마니라고 열심히 얼굴로 얘기 하고 있다. 제작비 절약 하는거야 뭐라고 하겠냐만, 창의력이나 상상력마저 절약해서야 쓰것냐 ? 이후에 나올 베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좋은 포스터 돈 많이 드는 거 아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기억해봐라. 벽에 기댄 여자 허벅다리로 기냥 영화 전편을 관통하는 필을 만들어 내잖냐? 그 포스터가 돈 많이 든 것처럼 보이디? 




 
 

 여기서 사족 하나

 

<로마의 휴일> 덕에 아직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드리 햅번의 가출 경로를 탐색하고 있다. 지 돈 뿌려가며...

 

별루 볼 것 없는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 <JSA> 라스트 씬 흉내내러 사람들이 카메라 들고 간댄다.

 

<친구> 니들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다만, 포스터라두 어디 영도다리 난간 하나 옆에서 찍던지 했으면, 고현정 소나무나 <쉬리> 벤치 이후 꽤 괜찮은 관광 상품 하나 나올 뻔 했다. (늦 여름밤 <쉬리> 벤치에 사랑하는 여인의 무릎 베고 누워 하늘의 별 세봐라. 비행기 값이 안 아깝다)

 

그래도 내 레이더에 요즘 영화 <친구>에 나오는 부산의 많은 촬영 장소가 좋은 관광 상품이 될 조짐이 보인다구 하니 가쁜한 맘으로 워스트 때린다.  
 

 

 

 

 1/4분기 베스트 포스터 (총 2편)

 

 나도...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고로 영화 포스터란 2시간짜리 영화를 한 프레임에 담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이 포스터처럼 한가지 이미지로 힘껏 밀어 붙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밀어붙인 포스터는 소장가치 있다 하겠다.

 

개성있는 타이틀과 절제한 Copy는 이 포스터의 아트 디렉터가 대단한 스타일리스트라는 걸 보여 준다. 배경과 배우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화면과 그 화면과 조화되는 타이틀. 결정적으로 이 두 가지를 읽는데 방해하지 않고 조그맣게 우측하단에 내려 앉은 Copy.  

 

위에 있는 워스트 5편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그 광고문구의 남용 혹은 만용이라고 하겠다.

 

사람의 뇌는 니들도 알다시피 여러 부분이 맡은 일이 다르다. (혹은 모 전직 대통령처럼 아예 안 쓰는 분도 계시기는 하다. 빌리면 된단다) 사진으로 빨간 자동차를 보는 거 하구, 글씨로 "빨간 자동차"라는 글을 읽는 거는 엄연히 틀리다 이거다.

 

솔직히 외화 영어 원본 포스터가 더 멋있게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 심정일 꺼다. 그렇다면 그건 왠가? 그건 우리덜이 영어 모국어자가 아니라서 영어 원본 포스터의 영문 Copy가 글자로 인식되는게 아니라 배경으로 인식되어 전체 포스터가 일관되게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같은 Font Style 임에두 한글로 스타 크래프트 라고 인쇄되어 있으면 그 글씨체의 디자인이나 문양을 보기 보다는 단순한 글씨로써의 내용을 읽는데 반해서, 영문으로 Star Craft라고 인쇄해 놓으면 그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멋있고 고급스러보이는 거다. 옆으로 넘 많이 왔다. 암튼 광고문구가 포스터의 이미지를 읽는데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알것냐 ? 

 

 클럽 버터플라이

 

 

 

 

여백의 처리가 돋보인다. 대략 50% 이상의 공간을 여백으로 처리한 과감함을 우선 높이 산다. 도시계획 안된 난개발지역 같은 번잡함을 피한다는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1세기 네오 SF"니 "파이어 블록 버스터"니 하는 거의 유치찬란함의 극치를 달리는 타이틀에 대한 부연구가 붙지 않는 점 역시 좋다. Copy 역시 솔직, 일탈, 그곳 이라는 세가지 단어를 배경색에 맞추어 보기 좋게 위로 올려 놓았다.  

 

이 포스터에서 주인공은 몸으로 이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고독한 영혼과 소외된 현대의 개인. 서두에 말했듯 이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또는 얼마나 똥꼬깊은 동감이 아리는지는 안 본 나로썬 알수가 없다.

 

포스터만 봐라. 물에 젖어 대충 다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오른손은 젖은 상의를 내려 조금이라도 자신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이미 가장 밑바닥 혹은 더 떨어질 수 없는 그녀 인생의 우물 바닥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표현을 클로즈업된 얼굴빨로 처리하지 않고 넓은 여백과 일관된 톤의 배경 그리고 함축적인 바디로 느끼게 해준 이 포스터. 당삼 베스트 때림에 주저 없다. 한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놓치지 않았고, 또한 진부하지 않은 표현 양식으로 포인트를 잡아 표현한 점 돋보인다 하겠다.  

 

 

 

 

여기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남자가 등장했더라면 영락없는 에로비됴 자켓될뻔 했다. 니들이 보는 작은 화면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67cm x 100cm 사이즈의 오리지날 포스터로 보면 주인공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소리 소문없이 밀려온다는 것 또한 큰 점수 되겠다. 한마디로 천하지 않은 섹시함이랄 수 있겠다.  

 

따라서 이번 검열의 대상이 된 포스터 7개 중에서 단연 No.1인 포스터다.
 

 
 

이상 2001년도 1/4분기 흥행 영화 포스터 검열보고를 마친다.

 

영화음악에는 상을 준다. 의상상이나 미술상이라는 것두 있나 부다. 근데 왜 포스터에는 상 안주냐?

 

이미지가 세상을 지배한다구 누가 그러더라. 근데 그 이미지는 누가 만드냐? 조그마한 것에서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제작비 허튼데 쓰지말구 (옆으로 세는 돈 꽤 되는거 다 안다 ) 포스터 하나 잘 만들어 놓으면 열 아들 안 부럽다. 담에 보자.  

 

 

영화포스터 전문점 리함닷컴 사장님 겸
특수영상물 영화포스터 검열 수습우원
스티부 원

(steve@leeh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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