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익명의 군인 추천0 비추천0

 

 

 

 

[증언] 군 정보화, 그 현장

2002.2.15.금요일
딴지산하 명랑첩보국 명예대원

저는 육군 모처에서 근무하는 현역 군인입니다.

 

소속이라든가 기타 자세한 사항은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이유^^로 인해서 밝힐 수 없고, 다만 군 정보화 사업 분야하고 좀 친한 계통에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슴다. 그렇다고 해서 뭐 특별한 군사 기밀을 노출하려는 것도 아니니, 혹 긴장하셨다면 안심(?) 하시기 바랍니다. 군 정보화 사업의 허와 실에 대해서 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아주 조금만 얘기하려는 거니까요.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우선 좀 딱딱한 얘기를 아주 잠깐만 하겠습니다.

 

우리 군은 미래전은 정보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정보화를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정보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군수 등 각종 절차의 투명화, 군사정보 관리, 자원관리, 워게임 등을 통한 교육 등등...

 

그러나 특히 그 중에서도 지휘 통제 체제(C4I라고 부릅니다)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명령이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고 휴율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2015년까지 구축한다는 거죠. 그래서 95년 정보체계국이 신설되었고, 현재는 정보화 기획관실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뭐 어쨌거나, 정보화를 하려면 일단 기본 인프라가 되는 망이라든가 컴퓨터 등이 갖춰져야 하겠죠?

 

국방 자료에 보면 군 정보화 추진현황이 아래처럼 나와 있습니다.




 
 

국방정보의 실시간 유통을 위해 1997년도에 광역전산통신망(WAN: Wide Area Network)을 군단과 사단·여단급 이상 주요 제대에 연결하여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토록 하였다.

 

 전군 단일 네트워크(Network)에 의한 통합정보체계 운영이 가능토록 여단 및 연대급 이상 지원관리부대에 주전산기를 보급하고, 이를 지역전산통신망(LAN: Local Area Network)으로 연결·운용함으로써 개별업무 자동화 및 전자결재, 전자정보교환 등에 활용하고 있다.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군위성통신망을 국방부와 군단급 및 일부 사단급 이상의 부대에 설치한데 이어 앞으로 설치부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방정보통신망 보호는 물론 국가정보통신 기반체계 보호의 일환으로 데이터통신 보안장비를 개발·운용중에 있고 해킹(Hacking), 바이러스 침입 예방을 위한 PC 보호 프로그램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요렇게 보면 참 멋있는 거 같고 우리 군대 많이 현대화 되는 것 같죠? "군의 정보화" 이거 슬로건 무지하게 좋습니다. 화상면회소도 그렇고 다 좋습니다. 그래서 넷맹이던 군에도 인터넷이 들어오고 난리를 떨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군의 정보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육본과 국방부에는 완벽하게 되어 있지만 쓰지를 못하고 있고, 또 각종 교육도 문제입니다. 아래는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을 대충 정리해 봤습니다.

 

 

 

  - 인터넷 사용 현황

 

제가 조사해본 자료로는 군의 정보화 사업이 1997년 7.1일에 발족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네트에서 지원해주는 다이얼업 모뎀을(56Kbps) 76회선을 가입해서 사용하다가 지난 99년 9월에 드디어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했고 그때부터 군의 정보화를 시작한다고 대대적으로 대.내외에 전파를 했었습니다.

 

현재 군의 인터넷 보급율은 국방부에 200회선 이곳 육군본부에 288회선 그리고 군수사 78회선. 쪼금은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육직부대는 대략 10~20회선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사단급에는 5회선이고 나머지 사단급 이하에는 아직 이런저런 이유로 인터넷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사단급 이하의 부대에서는 어떤방식으로 인터넷을 쓰냐면 전역을 2개월정도 앞둔 병사를 사단 교육대로 올려 보내거나, 부대 근처에 인터넷 교육장이 있다면은 이렇게 저렇게 협조를 받아서 교육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일 큰문제는 사단에 있는 인터넷 교육장입니다.,

 

사단급이상 사령부는 정보화교육장, 대대별로는 인터넷교육장, 중대급에는 중대급 pc방이 운영도고 있는데, 제일 큰 문제는 정보화 교육장을 이끌어갈 간부가 없다는 겁니다. 간부의 실력이 웬만한 사병들만큼도 못하다 보니까 정작 정보화 교육장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교육장으로 교육을 받으러간 병사들은 자기 알아서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인터넷에서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채팅,이런 단순한 일을 하고 있고 그것도 저것도 하기 싫으면 그냥 내무실에 누워서 하루종일 잠을 자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 교육장 이외에 보급된 인터넷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




 
 

보급된 인터넷의 사용현황

 

                          2001년 5월 기준

 

채팅 및 게임 성인컨텐츠 이용 : 45%
정보검색 : 17%
업무 : 15%
기타 : 22%

 

(자료출처 : 육군본부 전산실)

 

보시다시피 인터넷 사용의 반은 채팅 및 성인컨텐츠입니다. 뭐 이거야 군인도 사람인데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긴 하지만... 바로 아래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기타 22% 있잖습니까? 그 항목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놓은 자료를 보고 놀랐습니다. 기타의 60%는 www.krdcc.co.kr 한 사이트에 집중되어 있는데, 바로 군 전용 골프장을 예약하는 사이트입니다. 나머지 40%는 철도청의 철도예약, 군휴양소의 호텔과 콘도예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수치가 나온 이유는 정보화명목으로 보급된 인터넷pc가 공개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령 이상들의 자리에만 있어서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대령이상 군에 있을 때 감히 함부로 처다보지도 못하는 대상 아닙니까? 하물며 일개 소령, 중령들이, 과장님 집무실에 뚜벅뚜벅 들어가서 자료조사좀 하겠습니다 그러면 좋아할 과장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바로 찍히는 것은 뻔하잖습니까...

 

그래서 군의 간부들은 군에서 무슨 인터넷이냐고 다들 한마디씩 하고 있으면 그 인터넷 pc가 사무실로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의 규정상에는 인터넷 pc는 각 과의  실무자가 담당 관리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규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군의 정보화는 아주 힘이 들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인터넷 pc의 보급 방법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군간부의 인터넷에 대한 생각 자체가 아주 낙후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간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럴바에야 그 인터넷 pc를 밖으로 내 놓아야 합니다. 위에서 성인컨텐츠 이용도가 높은 이유중의 하나가 인터넷 pc가 밀폐된 곳에 설치 되어있기 때문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보화 소양 인증제

 

정보화 소양인증제는 군의 정보화 사업이 시작되던 97년 7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국방부장관령으로 간부 소양인증제 장기복부를 신청한 대위 이상 9급이상의 군무원에게 적용하는 시스템인데 시험과목은 윈도우기초,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전자결재능력 테스트, 인터넷검색 이렇게 구성 되어있고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 졌습니다.(1,2,3급으로 구성. 아마도 밖의 PCT와 유사함)

 

이거 국방부 장관령이기 때문에 아무리 쌈 잘하고 지휘능력이 이순신장군 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여기서 통과 못하면 진급이고 뭐고 그냥 옷 벗어야 됩니다. 그래서인지 전 군의 간부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소양인증제 시험입니다.

 

통계 연감을 보면 소양인증제의 합격률이 90%를 넘어서고 있고 육군은 명실공히 정보화가 잘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정보화 소양인증 셤 90%의 합격률이라면 전 간부가 컴퓨터를 능숙하게는 못다루어도 어느 정도는 다루어야 하지 않습니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럼 이게 왜 이렇게 됐느냐?

 

지금부터 이 시험의 문제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시험 출제위원이 일개 중,대위로 구성되어있고 극소수의 외부 업체에서 문제를 사오고 있습니다. 군대는 짬이고 계급이라고, 맘 먹으면 시험문제 빼는 것 계급으로 한마디면 가볍게 끝냅니다.

 

그리고 예습 예제를 주는데 이것만 공부해도 필기는 100점입니다. 왜냐면 그냥 출제 문제의 4배수정도를 예상문제로 채택하고 있는데 출제 문제지와 비교하면 숫자하나 안바뀝니다.

 

시험감독관도 역시 짬이 안되는 대위이거나 소령이 시험감독을 나가는데 이거 인맥과 계급으로 가볍게 해결되고 간혹 병사들이 사복입고 시험감독관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병사들이 감독관으로 나가면 돌아다니면서 답을 알려주기 일쑤입니다. 왜냐면 감독 들어오는 병은 아무것도 생기는 것 없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포상휴가 받아야 할 것 아닙니까......?

 

필기보다 중요한 건 실기인데 실기 테스트를 치를때는 좀더 엄격합니다. 대개 책임자가 원스타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이부분에서는 형식상으로는 절대 컨닝이 있을수 없습니다. 장군이 시험감독한다는데 누가 고개나 제대로 돌릴수 있습니까.

 

그런데 비리가 나오는 대부분의 경우는 채점과정입니다. 채점위원이 100% 병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산실의 책임자만 질 구슬리면 그냥 OK 됩니다.

 

그렇다고 전부 합격은 아니고, 여기서 백없으면 떨어지는 사람이 가끔 나옵니다. 그래서 평균 합격률이 90%를 웃돌게 되는 거죠.

 

정보화 소양인증제 이거 잘 만된다면 정말 군의 정보화 한 큐에 끝납니다. 하지만 뒤의 검은 먹이 사슬 때문에 정말 힘든 것이 현실이고, 막상 현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PC 작업은 병사가 전담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걸 당연시하는 군의 퀘퀘하고 낡아빠진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썩은 생각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군의 정보화는 정말 계속 걸음마 수준이 되는 것 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국방일보에 나왔던 미래 특수군의 첨병... 이런 기사가 있는데, 밖의 우수한 컴퓨터 도사들을 군에 입대케 해서 해킹, 사이버 전에 대비한 특수군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하신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드릴 수 있지만 이번엔 이만 접겠습니다.

 

군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쪼록 군이 사회보다 덜떨어지고 낙후된 곳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상 줄입니다.

 

경례하겠습니다.

 

졸! 라!

 

 

익명의 한 군인이...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