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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토고전] 영국 현지인 인터뷰

2006 6.15 (목)
딴지 영국특파원
DJ min

 

 

필자는 2006년 6월 14일, 토고전이 끝난 다음 날 영국 현지인과 인터뷰를 했다.

 

사실 인터뷰 시도는 몇 일 전부터 있었더랬다. 며칠전 몇 명의 영국 현지인에게 지그시 날린 질문.

 

나: 친구들아! 13일날 하는 한국 대 토고전 볼꺼야?

 

못된 친구1: 아니.

 

못된 친구2: 아니.

 

못된 친구3: 아니.

 

나: 벙 ~~~~~~~~~~

 

‘아니’라는 대답의 메아리는 스코틀랜드에서 튕겨져 음속으로 필자의 갸름한 턱을 태권도의 앞차기로 가격할 듯 맹령한 기세로 필자를 후려쳐 왔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독자들은 이해하리라 어떡하지’가 두 번 연속 뇌리를 쓰다듬을 때의 심정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선책을 내 놓았다.

 

나: 그럼 친구들아! 오늘의 경기(Match of the Day: 영국 BBC스포츠에서 중계하는 프로그램, 그 날의 모든 경기를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재방송하며 각 경기에 대한 평도 곁들인다)는 볼꺼야?

 

못된 친구1: 아니.

 

못된 친구2: 아니.

 

못된 친구3: 몰라, 상황 봐서.

 

이 대목에서 못된 친구3이 진정한 친구1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 진정한 친구의 이름은 폴 앰버슨(Paul Emberson, 26세 이하 폴 아래 사진 참조).

 

필자와 같은 대학의 같은 그룹 (Real-Time Systems in Computer Science)에서 공부하며, 그 외에 축구 클럽에서도 필자와 함께 맹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맨이기도 하다. 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필자 선수를 쳤다.

 

나: 한국 대 토고전 보고 나서 너하고 인터뷰 하고 싶은데 어때? 수고비나 뭐 이런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린 친구잖아. 친구한테는 감사한 거 없는 기다(참고: 필자의 고향은 경상도, 영어를 쓸 때도 경상도 억양이 심하게 오버랩된다).

 

폴: 알았어. 보도록 노력해볼께.

 

나: 응.

 

다행히도 경기 뒷날 나의 진정한 친구 폴은 전체 경기를 보았다고 했다. 자 이제 인터뷰를 시작해 보자.




 
 

 

 

나: 너 정확히 어느 나라 사람이야?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즈?

 

폴: 부모님 중 한 분은 영국(England)분이고, 한 분은 웨일즈(Welsh)분이야. 그래서 어느 한 쪽으로 꼭 찝어 말을 못하겠군. 그냥 영국 연방 사람(British)라고 해 줘.
 




 
 

[필자 주]

 

영연방 사람들(British)은 영국인(English), 웨일즈인(Welsh), 스코틀랜드인(Scotch or Scottish), 그리고 북아일랜드인(northern Irish)로 정확하게 구분해서 불러주길 원한다.

 

사실 한국 내에서 영국인(English)이라 함은 위의 각 지방사람들을 통칭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이에 대한 경계가 아주 명확하다. 예로, 북아일랜드,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사람에게 English라고 하면 아주 기분 나빠한다.

 


나: 지금 유럽은 온통 월드컵 열기로 가득 차 있는데, 넌 어때?

 

폴: 난 축구 골수팬은 아니지만, 이런 걸 계기로 온 국민이 하나 될 수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해. 너무 심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예를 들어 England가 시합에서 졌을 때 훌리건들이 기물파손하고, 서로 싸우고 하는 것만 빼면. 

 

나: 그럼 월드컵 말고, 그냥 일반적인 축구는 어느 정도로 좋아해? 너, 나랑 같이 축구 클럽 활동은 하잖아.

 

폴: 중간 정도라고 생각해. 직접 축구를 하는 건 좋아하지만, 특정한 팀을 응원해 본 적은 없어. 그냥 텔레비젼에서 축구 경기하면 보는 정도지. 사실은 나 아직 한번도 축구장에 가본 적 없어. 

 

나: 신문이나 텔레비젼에서는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데, 왜 우리 대학에서는 아무런 배려가 없지? 예를 들어, 자국 축구 경기가 있으면 수업을 빼준다던지 아니면, 큰 TV 스크린 같은 걸로 학생들이 모여서 볼 수 있도록 한다든지 말이야. 우리 학교는 너무 월드컵에 대해 수동적인 거 같애.

 

폴: 문제는 말야. 우리 학교에는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있으니까 모든 경기 때마다 수업을 없앤다든지 할 수 없잖아. 그리고, 학생들 중에는 월드컵에 별로 관심없는 애들도 있을테고.

 

나: 음…. 모든 사람들이 나 같진 않다는 말이군.

 

폴: (썩소를 지어보이며) 음…. 

 

나: 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한국 대표팀에 아는 선수 있어?

 

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은 알아. 꽤 잘 한다던데, 경기 뛰는 모습은 보지 못했어.

 

나: 혹시 토튼햄 핫스퍼에서 뛰는 이영표는 알아?

 

폴: 몰라~~~

 

나: 음, 그렇군. 

 

여하튼, 한국은 G조에 배치되었는데, G조에는 프랑스, 스위스 그리고 토고가 있어. 그리고 어제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한국이 토고를 2:1로 이기고, 프랑스와 스위스가 0:0으로 비겼어. 어느 팀이 16강에 올라 갈 거라고 예상하니?

 

폴: 난 프랑스와 한국이 올라갈 거 같은데.

 

나: 그럼 스위스는?

 

폴: 나 사실 스위스 팀에 대해서 잘 몰라. 내가 어느 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건 그 팀이 국제적으로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걸 반영하는 거 아니겠어. 한국은 어제 경기를 통해서도 그렇고, 단단한 느낌을 받았어. 한국은 지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도 이기고 4강까지 올라갔잖아. 프랑스는 언제나 우승후보니깐 당연히 올라가겠지. 

 

나: 그럼 4년 전에 한국이 4강에 올라간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영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어느 정도의 운과 그리고 자국에서 경기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잖아.

 

폴: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행이 완전히 운만으로는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해. 어쨌거나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가서 뛰어야 하잖아. 4강에 올라 갈 정도의 기본실력은 갖췄다고 봐야지.

 

하지만, 자국에서 경기하면 여러 모로 유리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야. 나도 꼭 집어 말 할 순 없지만, 그런 요소가 반드시 존재하는 거 같애.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고, 시차 적응 문제 등등 뭐 그런 무형적인 요소들 있잖아. 프랑스도 1998년 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때 우승했잖아. 영국도 그렇고(1966년 우승). 

 

나: 그럼 한국이 지난 월드컵 개최지가 아니었으면 한국은 어느 정도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해?

 

폴: 자국에서 개최되지 않았더라도, 뛰는 선수들은 똑같았을테니, 최소한 8강까지는 갔을 거라고 생각해. 홈에서 뛰는 건 정말 도움이 되거든. 

 

나: 어제 토고와의 경기 봤다고 했지. 어땠어?

 

폴: 사실 전반전의 한국은 좀 실망스러웠어.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거든. 4년 전 같은 투지는 못 느꼈어. 하지만, 후반전 시작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더군. 정말 갈수록 나아지던데. 강했어. 골도 멋있었고. 정말 이천수의 프리킥은 베컴을 닮아있더군. 당연히 얼굴은 틀리지만, ㅎㅎ..

 

나: 어제 토고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잖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폴: 사실 그 선수 재수가 없었던 거 같애. 두번째 파울은 명확하게 경고감이야. 근데, 첫번째 파울은 좀 억울할 거 같애. 내가 볼 때는 그냥 서 있기만 했는데, 경고를 받았더군. 

 

나: 만약에 첫번째 파울이 경고가 아니어서 카델선수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해?

 

폴: 응. 왜냐하면 한국의 결승골이 토고가 10명이서 뛰는 가운데 나왔잖아. 이천수가 찬 프리킥은 상대가 10명이든 11명이든 상관없었겠지만.

 

나: 그럼 우리가 졌을 거라고 생각해?

 

폴: 아니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어. 축구라는 건 예상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어제 한국이 토고에 비해 단단해 보인 건 사실이야. 특히 한국은 후반전에 계속 나아졌어. 사실 영국팀의 첫 경기보다 훨씬 나아보이던데. 영국은 전반전에 조금 괜찮다가, 후반전에는 완전 허접됐잖아.  

 

나: 그럼 어제의 경기로 보아, 우리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도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

 

폴: (냉정하게) 아니.

 

나: 왜?

 

폴: 사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한국보다 강한 팀들이 너무 많아. 확신할 순 없지만, 한국은 16강이나 잘하면 8강까진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애.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충분히 16강엔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그게 어제 경기를 통해 내가 느낀 거야. 사실 여태까지 이번 월드컵 경기들은 다 허접스러웠던거든. 그 중에 한국 대 토고전이 괜찮은 경기 중 하나였어. 

 

나: 마지막으로 할 말 없어?

 

폴: 음~~ 희망적인 건 말야. 한국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아졌다는 거야.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응원할 만하지 않겠어. 영국은 하면 할수록 못하니 큰일이야. 한국 퐈이팅!

 


본 특파원, 진정한 친구1에게 정말 감사한다. 그리고 이 친구의 말이 틀렸음 좋겠다. 왜냐?

 

한국은 이번에 결승까지 올라갈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 갑자기 어느 유명했던 CF의 나레이션이 떠오른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할 수 있는 사람.

 

필자는 그런 사람이다. 

 

이상 영국 특파원 DJmin 이었다. 

 

코리아 졸라 퐈이팅!

 

  

 

- 딴지 영국 특파원
DJ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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