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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프랑스전] 프랑스 현지중계 시청기

2006 6.19 (월)
프랑스 현지 교민
최용준


 


저는 지난 2002년 월드컵도 프랑스에서 관람하면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 가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 버렸고, 2006년엔 기필고 독일에 가서 직접 경기를 보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하다보니, 결국 파리 근교의 저의 자택 TV 앞에 앉아서 전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한국전을 앞둔 프랑스 언론의 표정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며칠 전부터 프랑스 TV의 월드컵 관련 프로들을 섭렵하면서 내린 프랑스의 작전과 결론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한국은 기술보단 체력이다. 상대적으로 늙은 프랑스는 초반부터 무조건 공격!!

 

2. 비교적 젊은 선수들(아비달, 사뇰, 리베리 등)을 내세워 체력적 균형 확립!!

 

3. 한국의 공격력은 강하지 않으므로 선취점을 잘 지키자!!

 

4. "비에리라-지단-앙리"의 공격라인은 세계 최강!!

 

5. 한국은 문제없이 이길꺼고, 스위스와 함께 16강 진출!!

 

6. 한국에는 맨유의 "박"과 전에 FC메츠에서 뛰던 "안"이있다!! (이외 한국 선수 분석 전무..)

 

7. 붉은악마라고 불리는 한국 응원단은 대단하다!! 하지만 "레 블뢰"는 더욱 많다!

 

뭐, 이 정도 였습니다.

 

결국 한국을 프랑스가 이길꺼고, 예상 점수로는 98 월드컵 우승 당시의 멤버이자 현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르 뵈프라는 사람이 4:0 프랑스 승을 장담한 것 외에, 대부분 2:0 승리를 점치더군요.

 

그래서 저는 엊그제, 제 프랑스 친구와의 통화를 통해 한불간 우정을 다음과 같이 확인했습니다..

 
 

나: 난 다음 주부터 중국사람 할꺼다. 한국이 이길꺼니까, 프랑스 넘들한테 테러 안당해야지!!

 

친구: 지단 만세, 앙리 만세!!

 

나: 지단은 늙었어.. 대머리에 주름살..

 

친구: 리베리도 잘해.. 그리고 우리가 지난번에 중국이겼어.

 

나: 미친셐히.. 니네가 중국 이긴거하고 우리하고 뭔상관!!

 

친구: 동양넘들 그게 그거..

 

나: 시팍셐히... 개구리나 잡아먹는 주제에!!

 

이후 연락 두절입니다.... --;

 

아무튼.

 
 

지난 토고전을 휴가까지 내서 혼자 보면서(출산 관계로 마눌님과 큰 아들은 한국에 있습니다), 역시 축구는 여럿이 봐야 흥분해도 덜 쪽 팔리다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참고로 프랑스는 토고 편입니다. 이전 식민지였기에..)

 

그래서 이번 경기는 집에서 혼자 안봤습니다. 한-프 커플 가정에서 초대를 하더군요. 안그래도 마눌님 안계셔서 냉장고는 텅텅... 라면도 지겹고, 매일매일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던 저에게 저녁까지 준다는 말은 참으로 한 떨기 광명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유일한 (그러나 "붉은악마"와는 아무 관련 없는) 빨간티를 입고, 차로 한 15분거리의 그 집에 가서, 본 필자와 함께 초대된 다른 한국 가족과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는둥 마는둥하고,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들었습니다.

 

다들 아시죠?

 

타국에서 듣는 애국가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뭉클함...

 

이제는 안그럴만도 한데, 아직도 그럽니다.

 

졸지에 혼자 프랑스를 응원하게 되어버린 그 집 주인 아저씨에게 프랑스는 늙은 팀이라며 대충 윽박지르며, 내심 전반 10분을 잘 버티길 바랬습니다.

 

수많은 빅매치를 보면 한국은 꼭 전반 초반에 어이없이 실점하고, 허둥지둥대며, 결국 후반에는 체력의 강세로 계속 밀어부치다 골 결정력의 부재로 지는 경기가 참 일반적이었던 거, 인정 안할 수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드디어 전반전이 시작되고, 8분만에 앙리의 골....

 

참 한국 운이 없습니다.

 

이후, 비에이라의 해딩슛을 이운재가 막습니다.

 

프랑스 TV에서는 골인데 심판이 못봤다면서, 멕시코 심판은 결국 성토의 대상이 됩니다. 근데 프랑스 선수들이나 감독 별로 항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프랑스전도 전반은 단 한번의 슛도 없이 흘러갔고, 결국 제게 비싸고 좋은 와인이라고 내놓은 고급와인을 소주처럼 벌컥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4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선수 이름을 지들 맘대로 불러대며 낄낄거리는 거, 참 재수없었습니다.

 

몇 개 얘기해보면 이렇습니다.

 
 

이천수 -> 천사오... 그래 그는 천사다..

 

이운재 -> 원재...

 

박지성 -> 빡..

 

이영표 -> 윤퍄오...ㅅㅂㄹㅁ

 

설기현 -> 세올...

 

안정환 -> 안융안..

 

이호 -> 오리... Ho Lee에서 H는 프랑스에서 묵음이 됩니다. 졸지에 오리가 되버린 가장 불쌍한 이호 선수...

 
 

후반 초반, "세올"이 들어왔습니다.

 

조금씩 공격이 살아납니다. 그래도 슛다운 슛은 한번도 없습니다.

 

프랑스 수비 잘합니다. 체력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이천수가 나가고 안정환이 들어 옵니다.

 

조금씩 한국이 밀어부치고, 프랑스 해설가들 한국의 압박이 세다고 침을 튀깁니다.

 

몇번씩 비슷한 기회가 "세올"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드디어 박지성의 골!

 

프랑스 수비수 "갈라스"의 짜증!!

 

환호!!!

 

그래도 동네에서 테러당할까봐 조심조심...

 

"원재"의 선방, 지단의 경고, 리베리, 트레제게, 라무수(?) 등 공격수 몽땅 투입..

 

더디게 가던 인저리 타임..

 

마지막 안정환의 프리킥과 경기 종료!

 

망연한 프랑스 감독의 얼굴위로 겹쳐지는 붉은악마들의 환호... 그 위에 자꾸 자꾸 비에이라의 해딩슛을 보여줍니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오면서 보니, 많은 차들이 움직입니다. 아마 삼삼오오 모여서 보고 집에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개중에는 프랑스 유니폼을 입은 젊은 청년들도 보입니다.

 

창문을 슬쩍 올리고, 제 빨간 티셔츠를 은폐엄폐 했습니다.

 

집에와서 "M6라는 채널에서 하는 축구 분석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지단을 넣은 것부터가 실수라는 기자,

 

멕시코 심판 자질이 문제있다는 국제 심판,

 

프랑스가 운이 없다는 PSG사장,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엄청난 이중턱의 뚱땡이 전문가,

 

큰눈과 슴가가 매력적인 여 진행자... 우후!

 

지들끼리 마구마구 성토하며 시끌거립니다.

 

 

 

닭을 축구협회 상징으로 하는 프랑스.

 

하지만 닭처럼 한쪽으로 몰면 뿔뿔이 흩어지는게 프랑스 국민들의 성격입니다.

 

 

 

프랑스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경기하는 걸 세 번 보았습니다.

 

첫 경기 0:5 패,

 

두번째 2:3 패,

 

세번째 1:1 무승부.

 

다음에는 우리가 이기는 경기를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다음번 월드컵도 여기서 보게 될 것 같은 임시 홀아비가 드림.

 

 

 

추신 : 마눌님.. 밑반찬 좀 보내주세요...

 

 

- 프랑스 파리에서
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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