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14 (수)
스위스 제 2TV(SF 2)를 통해서 드디어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우리 대표팀의 위용이 드러났을 때, 그리고 내가 익히 알던 그 반듯한 얼굴들이 스위스 방송을 타고, 올해 새로 산 우리집 플랫 TV 위에 그 면모를 드러냈을 때, 급기야 나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본 특파원이 스포츠 관람에 관해서는 좀 열혈이다. 혹자는 축구 경기보다 본 특파원을 구경하는 것이 더 볼만하다고 하기도 한다. 한국팀 경기를 보기 위해 회사서 조퇴하고 와 옆에서 날 지켜 보던 남편은 사뭇 불안한 눈치였다. 어쨌던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방송은 시작되었고, SF2 방송국의 캐스터 겸 해설자 Dani Wyler 목소리가 현장의 흥분된 분위기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TV에서는 축구 경기를 현장의 캐스터가 해설자없이 혹은 해설자도 겸해서 혼자서 중계한다. 이 스위스 아저씨가 경기를 중계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한 번 짚어 보겠다.
전반부에는 주로 최근 토고 감독의 사퇴와 번복에 관련되어 일어났던 여러가지 혼란들에 대해서 비중있게 다루었다. 이런 자중지란 속에서 결국에는 경기를 위해 벤치에 앉게 된 오토 피스터 감독이 선수들을 잘 지휘할 수 있을지, 또 영국 매체를 통해서 월드컵 사상 최약체로 평가받기도 한 토고팀의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 주목된다고 강조하여 언급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성공을 이번에 어느 정도까지 재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기대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해당 선수들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2002년 월드컵 이후의 태극 전사들의 족적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같은 경우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에서 유럽을 처음 경험한 후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튼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내용을 자세히 다루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이자 유럽에서도 알려진 선수라며 박지성에 대해서는 연거푸 강조해서 그 이름을 부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천수, 김남일, 송종국 등과 같은 선수들의 유럽 도전기와 힘들었던 과정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지난 월드컵의 성공 이후 유럽에 입성하여 성공한 선수들이 의외로 적다고 지적하였다. 경기 내용을 분석할 때는 자국과의 경기를 염두에 두고 비교하는 것이 역력하였다. 토고의 카더 선수가 놀라운 순발력으로 첫 골을 터뜨리자, 토고에 아데바요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경탄하면서 아프리카 선수들의 순발력에 대해서 칭찬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박지성의 플레이가 살아나서 한국팀의 공격이 점점 날카로워진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다가 계속적인 파울로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기자, "태클, 태클, 태클,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싸우고 있군요."라고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다. 그러다 박지성에 대한 태클이 빈번한 가운데 레드카드로 아발로 선수가 퇴장을 당하자, 심판의 판단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천수가 후반 프리킥을 골로 성공시켰을 때는, "역시 한국 프로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선수가 월드컵에서도 그림 같은 골을 터뜨렸다"고 흥분하였다. 안정환 선수가 교체된 후반에는 "그가 지난 월드컵에서 이룬 성공과 그 후 프랑스 메츠에서 뛰다가 현재 독일 뒤스부르그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김남일 선수가 들어 올 때는 유럽 도전기 실패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김 삼식 선수가 들어올 때는 한국 프로리그 최고의 수비수 가운데 한 명이 들어 온다고 소개했다. 이후, 결승골이 된 안정환의 골이 터지자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구한 안정환이 다시 골을 터뜨렸다고 환호하였다. 후반 교체된 안정환이 제 몫을 다했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을 칭찬하였다. 그 후 경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관중들의 야유가 잦아지자 한국팀의 소극적인 시간끌기 전략을 비난하는 듯한 멘트를 많이 날렸다. 마지막에 코너킥 챤스에서 한국이 공을 돌려 관중의 야유가 나왔을 때는 "여기에 한국팀의 친구는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등 간접적인 실망감을 드러내었다. 특히,
라며 실망감 내지는 안도감을 여러 번 드러내었다. 본 특파원의 가슴에 정말 비수와 같이 꽂히는 말들이었다. 반면, 토고에 대해서는 10명인데도 많이 물러서는 모습이 아니다는 둥, 수세에 몰리다가도 한 번씩 튀어 나갈 때는 정말 놀랍다는 둥, 11명으로 끝까지 싸웠다면 결과는 정말로 달라졌을 거라는 둥, 호의적인 언급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한국 팀으로서는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토고의 경우 경기 외적인 혼란과 1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그다지 확신을 주는 플레이는 아니었다는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하였다.
이 중계 캐스터 겸 해설자는, 한국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했다가 실망한 분위기였고, 토고팀에 대해서는 일단 약체이고 또 현재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하에서 어려운 경기를 할 거라 기대하였다가 생각보다는 잘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한국팀에 대해서는 자국 스위스 대표팀에게 크게 어렵지 않은 상대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분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에 원수 진 것도 아니고 일부러 나쁘게 말하기야 하겠는가, 본대로 느낀대로 이야기한 것일텐데. 객관적인 면도 없지 않겠지....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바로 이점을 노려야 한다!!! 이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우리가 뒤로 갈 수록 뒷심, 그 투지라는 것이 살아난다는 것을 얘들이 모르고 있을 때, 뒤를 쳐야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6월 23일 하노버에서의 대승을 기대해 마지 않고 있는 본 특파원의 희망인 것이다....아자자자자자, 팟팅!!! 이렇게 본 특파원은 경기 시작 전의 그 뜨겁던 가슴을 누르고, 차가운 머리로 다음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불안해 하던 남편은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음... 그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안정환이 골을 넣었다고 마냥 기뻐만 하고 있다. ^^
- 딴지 스위스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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