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14 (수)
모두들 안녕하신가. 저번에 네덜란드에 관한 글 썼다가 장문의 반박 리플 및 온갖 욕 먹어 지금까지 배부른 초반강렬인상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 글은 월드컵 2주전에 쓴 글인데 딴지에는 월드컵 하루 전에 실렸고, 네덜란드 사람들의 한국팀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가를 집중 탐색하라는 편집국의 지령을 받고 작성한 기사였다. 내 나름대로 거르지 않고 현실적으로 쓴다고 한 것인데, 좀 거슬렸던 모양이다. 본 특파원도 대한민국 사람인데, 한국에 대해 일부러 부정적으로 말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나저나 이번에는, 또다시 편집국의 지령으로 네덜란드 현지 중계 시청기다. 이것은 본 특파원이 보고 들은 사실이나, 네덜란드 중계방송에서 얘기한 그대로 아무런 가공없이 적은 것이다. 그러니 본 특파원의 개인적인 의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네덜란드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시작한 한국전과 토고 경기. 우리 회사에는 한국인이 4명외에 현지인 한 20명정도 근무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 토고전은, 근무시간 도중에 구내식당에 있는 피티용 프로젝터를 조그만 티비에 연결해서 보았다. 준비한 의자는 20석 남짓.
아무래도 대빵이 한국인이다 보니, 이런 건 좋은 거 같다. 2002년에 근무시간 몰래 몰래 문자중계로 한국전을 봤던 기억을 되살려보니, 정말 장족의 발전을 했다.(그 당시 본 특파원은 네덜란드 사람이 대빵인 회사에 다녔었다...) 일단, 5시까지 정규 근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이 한국전을 보고 싶어 하는 직원은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허나 정작 3시가 되서 구내식당으로 내려온 건 한국인 4명 + 현지인 2명이 다였다. 이건 남의 나라 축구보느니 차라리 일을 더 하겠다라는 뜻인감? 하여튼. 힘찬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작한 경기... 경기 도중에 해설자가 한 말은 특별한 게 없었다. 단지 어색한 발음의 한국선수 이름이 재미있었다. 예전에 네덜란드가 한국 경기를 중계를 할 땐, 이런 식으로 했다. 흔히 우리가 외국 선수 이름 부를 때 성으로 부르는 것처럼(예를 들면 데니스 베르캄프는 베르캄프라고 부르고, 아르옌 로벤은 로벤으로..), 얘네들도 우리나라 선수 이름 부를 때 그렇게 했다. 킴, 리, 빠르크...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워낙 김씨 이씨 박씨 성 선수가 많으니 "킴 원에서 킴 투로 연결", "킴 투가 킴 쓰리에게 패스", "다시 리 원이 리 투한테 패스".... 뭐 이런 식으로 중계를 했었던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해설자가 최대한 선수 이름 전체를 부르려고 많은 노력을 하더라. 내 생각에는, 유니폼에 성이 아닌 이름이 표기된 것도 해설에 도움이 됐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탄생된 이곳 발음에 따른 울 선수 이름이 춘 쑤 리 (이천수), 이 숭 빠륵(박지성), 인 출 초이(최진철) 등등등... 그래서 이번엔 "다시 이숭빠륵이 다시 인출초이(최진철)에게 패스..." 뭐 이런 식으로 중계를 해주더라. 경기 내용에 대해서 얘기하면... 특별히 눈에 띄게 들려 온 말은 선수들이 긴장을 한 것 같고, 몸놀림이 지난 2002년 월드컵보다 못하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전반에 골 먹고 난 뒤, 중간중간에 네덜란드 현지인은 티비를 봤다가 안봤다가를 반복하고, 중간에 조는 놈도 있었다. 조는 놈 깨워서 잠깐 물어봤다. "그렇게 재미없냐?"고 했더니 이 사람 말이 "정말 둘 다 참 못한다. 토고도 가나나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 비해 확실히 실력이 낮다."라고 하면서 다시 존다. 전반이 끝나자, 스튜디오 안에 해설자와 캐스터가 나와서 얘기를 한다. 대략 한국말로 옮겨보겠다.
전반전을 보았던 방송국은 알고봤더니 네덜란드 유선방송으로서, 해설자도 별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해서, 울나라 KBS같은 NOS채널로 돌려 후반전을 보았다. 후반 들어와서 선수 교체가 있다고 해설자가 말한다. 특히 안정환을 비쳐주며 "2002년에 맹활약을 한 선수"라고 말한다. 이어 박지성이 패널티 에이리어에서 넘어지면서, 토고 선수 한 명을 퇴장 시킨 후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골을 넣자, 슬로 비디오로 계속 박지성의 넘어지는 모습 보여주며 해설자가 말한다. "전형적인 박지성의 플레이다.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넘어져서 퇴장을 유도했다" 이런 멘트로 박지성 선수를 약간 칭찬. 후반들어 선수들 활기를 찾고 11대 10으로 싸우면서 한국선수들 전반전에 비해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해설했으나, 여전히 2002년도의 압박도 없고, 수비도 엉성하다고 해설. 특히 김영철 선수와 최진철 선수는 수비가 불안하다구 했다. 그에 비해 토고는 기대보다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함. 김남일 교체후 들어갈 때, 김남일에 대해 네덜란드 엑셀시오르에서 뛰었던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그 이후에도 몇번 김남일 선수에 대해 칭찬을 했다. "시야가 넓고 중원사령관이 역할을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한다. 이어 안정환선수 2번째 골 성공 시킨 후, 안정환 선수에 대해 모처럼 멋있는 중거리 슛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경기 후반들어 볼 돌리며 지극히 시간을 끌고 있을 때, 해설자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라고 살짝 비꼬는 투로 얘기하면서 경기는 끝났다.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전 아약스의 레프트 백 출신인 브라이언 로이의 해설을 종합해서 듣는다.
이후에도 한국 대 토고전의 하이라이트도 보았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없는 경기였다는 의견이 많았고, 토고가 생각보다 잘했다는 얘기, 돌아온 토고 감독에 대한 얘기 등이 있었다. 그리고 히딩크도, 아드보카트도 이겨서 네덜란드 감독들은 다 잘 되었다고 좋아라하는 얘기도 눈에 띄었다. 대 토고전의 네덜란드 현지 방송 시청기는 여기까지다. 본 특파원, 네덜란드 애들이야 어찌 얘기하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이만 줄인다.
- 딴지 네덜란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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