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14 (수)
저희도 한국인 직원 5명 정도가 모여, 어느 한국 술집에서 관전을 하게 됐고요. 몇몇 일본인 직원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봤습니다만, 어제 있었던 패배의 충격 때문인지 모두들 거절을 하더군요.ㅜㅜ 신주쿠 코리안타운(쇼쿠안도오리)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수많은 한국인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두건을 두르고, 페인팅을 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시작 한참 전부터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몇몇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빠 혹은 술집, 그리고 길거리 대형 스크린 앞에 이미 몇 시간 전부터 붉은 옷을 두른 한국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늘 가던 단골 한국식당을 찾았습니다만, 테레비 바로 앞(경기 내내 올려다 보느라 목이 아팠습니다.- -;) 자리가 간신히 비어 있었고, 충분한 매상을 올려준다는 조건하(?)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부대찌개와 골뱅이 무침을 시키고 맥주를 두 잔 정도 들이킨 무렵, 이윽고 NHK 화면은 독일의 한국 vs 토고 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앗, 이것은 거의 상암경기장 수준의 붉은 물결... 의외로 많은 서포터의 숫자에 술집 안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한 대한민국 콜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국가 제창... 오늘의 경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하듯 토고의 국가 대신 한국의 국가가 흘러나오고, 손잡고 나온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걸 「재수」라고 하는지.. 확실히 토고는 그것이 없는 게 분명합니다. 아나운서는 "일본 같으면 이런 일은 없습니다만..."이란 멘트를 날리는군요. 전반전 중반에 이르기까지 양팀, 상당히 신중하게,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팀의 압박은 살아 있는 듯했지만, 중앙에서의 볼 처리와 연결은 미스가 많고, 토고에게 볼을 뺏기는 횟수도 적지 않네요. 공격의 활로가 그리 보이지 않습니다. 박지성에 대한 거친 파울이 일어날 때 마다, 술집 안에선 입에 담으면 안 될 듯한 야유와 격려가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각 테이블의 매상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 맥주! 생맥주! 소주!" 속이 탑니다. 그러던 중 전반 31분, 순간적으로 디펜스의 최종라인이 무너지면서 토고의 골.... 단 한 번의 찬스를 정확히 골로 연결하는 토고. 아...라는 한숨 소리가 코리안타운을 들었다 놓습니다. 동시에 "여기, 맥주! 생맥주! 소주!" 잠시 멈칫했던 매상이 급작스럽게 증가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덩치좋고 얼굴이 벌게진 대한 청년의 선도에 따라 "대~한민국 차차 차차차!"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미 장내, 아니 술집 안에 있는 사람들(약 20여 명) 대부분의 목은 가볍게 쉬어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술집 밖에서도 걸음을 멈추고 꽤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 종료. 여기저기서 히딩크 감독 못지 않은 용병술이 들려옵니다. "지성이를 내리고 박주영 천수 대신 넣어야해", "아냐, 이운재 넘 살쪘네... 김병지로 바꿔야해", "김병지는 독일 오지도 않았어" 등등... 대부분의 의견은 박주영과 안정환, 그리고 김남일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맥주 한 잔을 훌쩍 비우고 후반 시작. 광고가 끝나고 로커룸에서 나오는 한국선수들 속에 안정환 선수가 발견된 뒤, "안정환! 안정환!" 콜이 약 수 분간 지속되는 와중, 후반이 시작됐습니다. 약 5분간 중앙에서의 패스와 전방으로의 연결을 지켜본 해설자, "안정환이 들어와서 달라졌네요. 리듬이 생겼습니다." 라고 합니다. 뭐, 그 정도야 아마추어도 알 법한 해설입니다만, 전반 내내, 한국의 플레이가 너무 정직하고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던 해설자가 안정환의 투입과 동시에 희망적인 멘트를 날려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오늘 NHK 해설자와 아나운서 입이 아주 무겁습니다. 아무리 공영방송이라지만 욕먹을 멘트를 안하는군요. 엇, 정말 한국의 공격이 매서워졌습니다. 안정환이 볼을 키핑하고, 조재진이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이천수 등 사이드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대단히 활발하고 정확해 졌습니다. 어... 이거 절대로 지진 않겠다 하는 확신이 서기 시작합니다. 뭔가 될것 같다는 분위기 속에서 열기가 높아지고, 사방에서 대~한민국의 응원의 목소리가 급작스럽게 커지던 순간 박지성에 대한 파울로 퇴장을 당하는 토고 선수!! 하이 파이브와 환호가 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넣어버려!!!!! 페널리 에이리어 정면에서의 이천수의 프리킥, 그리고 정말 빨려 들어가는 골 !!!!!!!!!!!! 천정 위로 물수건이 날라다니고, 함성이 술집 안을 한가득 메웁니다! 또다시 한국대표팀 특유의 월드컵 드라마는 시작되는가 봅니다. 동시에 "때~한민국!!!!! 뙈~한민국!!!"이라 하며, 신주쿠바닥에서 목이 쉬도록 외치는 응원이 여기저기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교체로 들어간 안정환의 회심의 슛!! "캬아~~악!!! 아아아아~~" 일순간에 술집 안은 환호성과 광란의 장으로 변합니다. 또다시 물수건이 하늘을 날아다니구요. 서비스로 참이슬이 두 병씩 들어옵니다~~~ (술값은 안 깎아 줬습니다) 역시 얄밉게도 역전드라마를 펼쳐버리고 마는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 땀으로 범벅된 양복차림으로 서로 부둥켜 앉고 소리를 지릅니다!!! 남은 건 시간소화. 해설자도 "아주 시간보내기 잘 하네요~"라고 칭찬을 합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월드컵 어웨이 경기의 첫승을 거둔, 그 역사적인 순간의 증인이 됐습니다. 흥분 가라 앉힐 사이도 없이 가게를 나오니, 온통 붉은 옷을 입은 한국인들의 물결~ 일대를 집어삼킬듯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관전을 하고 있었는지. 일순 종로 바닥을 제압하던 쌍팔년도 데모 군중이 떠올랐습니다. 족히 2개 중대는 되어 보이는 경찰들의 호루라기 소리.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미어터지는 쇼쿠안도오리의 양쪽 도로. 거리를 지나는 차량이 가끔 빵빵빵, 하고 축하 클랙션을 울려주기도 하고, 주위의 일본인들은 좋은 구경거리인듯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적어도 천 명은 돼 보이는 응원단이 꾕가리와 북을 쳐대며 곳곳에서 합류하는 한국인 응원단과 무리를 이루어,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수백 미터를 행진하며 연신 구호를 외치고, 박수 치고, 노래 부르고.... 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들 잘 아는 분위기일 겁니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이런 기분 느끼게 해준 대표팀에게 감사! 마지막 심야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하는 필자의 마음은 내일, 회사에서 일본애들 앞에 두고 표정관리 어떻게 하나..라는 심각한, 그러나 행복한 고민이 한창입니다. 프랑스전은 더 많은 동료들과 더 큰 응원을 하겠습니다!
- 딴지 일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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