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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토고전] 미국 현지중계 시청기 2006 6.14 (수)
왜 공포냐. 나 혼자서 오바하고 좋아하고 두근거려야만 하는 그런 월드컵 말이다. 정말 황당한 월드컵이다. 본인이 쓴 지난 몇 가지 기사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은 축구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그 실상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미국사람 다섯 명과의 인터뷰 결과부터 이야기하고 본론 들어가겠다. 인터뷰를 한 시점은 미국시간으로 12일 오후 두 시, 즉 미국이 체코한테 3 대 빵으로 진 시점으로부터 세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질문 항목은 5개로 정했다. 참고로 한국계와 멕시코계들은 제외했다. 이유는 다음을 보면 안다.
인터뷰한 첫 번째 분은 나이 40대 중반의 백인 남자로, 취미는 골프다.
축구 인터뷰 여기서 끝난다. 1번부터 틀리면 얘기가 안된다. 그래도 이분은 골프 좋아해서 LPGA까지 꿰고 산다. 나한테는 늘 KLPGA라고 한다. 한국선수가 너무 많아서. 나보고 미셀 위 사인 받아달란다. 하와이 갈 일 있으면. 휴우! 그럼 2번 간다. 두 번째 분은 나이 30대 중반의 백인 여자로, 취미는 아이스하키.
이 분도 축구 인터뷰 여기서 끝난다. 시바, 그래도 이 분은 독일은 안다. 세 번째 분은 30대 후반의 백인 남자로, 취미는 야구다. 근데 이 사람 자기 아들 소학교 3학년 리그 축구부 감독이다. 기대해보자.
이 분도 축구 인터뷰 여기서 끝난다. 그래도 많이 아는 편이다. 다음, 네 번째 분은 40대 후반의 남자로, 취미는 농구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분은 50대 전반의 백인 남자로, 취미는 농구다.
이런 식이여서 고마 인터뷰 접었다. 다시 말하지만, 한마디로 미국 얘네덜, 축구 관심 없다. 그래서 보너스로 우리 회사에서 청소하는, 멕시코에서 이민온 지 10년 되는 40대 후반의 아저씨를 붙잡고 서로 잘 안되는 영어와 손짓발짓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이상 이야기 하면 내 축구 지식이 뽀록날 것 같아서 여기서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 그렇다. 축구는 아마 한국계, 일본계, 그리고 유럽에서 이민온 1세대 그리고, 멕시코계들만의 축제인 것이다. 정말 재미없다. 일단 오늘 일본과 (그래도 미국에서 사니까 예의상으로) 미국팀 경기 보아주었는데, 오늘 미국전 후 인터넷 야후니 ABC, NBC 등을 뒤져보아도 메인 화면에는 축구 이야기 전혀 없고 스포츠난에 가야 나온다. 뉴스가 그러니 뭐, 미국 현지반응 이런 거 당돌 없다. 남미, 유럽, 아시아 1세대 이민계들의 반응이 있긴 하다. 근데 그 반응들은 사실 미국의 반응은 아니지 싶다. 내가 열심히 열올려 봐야, 미국에 이민 온 이민자의 반응이겠다. 그리고 현지 아나운서들의 반응, 이런 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공중파 방송에서는 경기 안하고, 케이블이면 ESPN 보아야 하는데, 나 돈 없어서, 그리고 재미 없어서 미국 케이블 안본다. 그럼에도 공중파에서 월드컵 하는 데가 있는데, 바로 남미쪽 미국방송인 유니비젼이란 방송이다. 전 경기 중계해준다. 문제는 스페니쉬라서, 알아들을 수 있는것 딱 한마디다. 바로 "골"이란 말. 그러니까 오늘 일본 경기에서는 네 번 들었고, 미국 경기에서는 세 번 들었다.
근데 못 알아들어도 미국 방송보다는 이 스페니쉬 방송이 더 좋다. 일단 미국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조용하다. 사회자가 열광도, 광분도 없다. 뭐, 이런 식이다. "미국, 골 잡았네요. 슛합니다. 안 들어갔네요. 체코, 슛합니다. 골인입니다." 뭐 이런 식이란 말이다. 스페니쉬 방송은 한국식과 비슷해서 두 배 과장 열광 모드이다. 자기나라 경기도 아님에도 골 들어가면 난리난다. 사회자가 "골~~~~" 하면서 추임새로 보통 30초에서 1분 정도 끈다. 그리고 말들의 높낮이가 너무너무 변화 찬란해서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경기에 몰입이 된다. 흥분도 되고, 4년 전 한국 경기도 이 스페니쉬 방송으로 보았는데, 이탈리아전에서 마지막 골은 거의 2분 정도 "골~~~~"이라 해서 저러다 사회자 숨막혀 죽지 않나 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대망의 13일 새벽이 왔다. 토고전이다. 5시에 일어나 한 음식점으로 운전을 해서 갔다.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 하던 생각은 웬걸, 식당 안은 교민들로 꽉 차 있었다. 미국인들의 반응과 극단적으로 다르다. 미국 아그들에게 이걸 얘기해주면 미쳤다고 할거다. 우리나라 이야기, 교포사회 이야기 해보자. 운이 좋았건 실력이 좋았건 하여간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리가 훨 나아 보여서 즐거웠다. 물론 전반 내내 가슴 졸였지만. 우리 주위의 거의 모든 한국사람, 당돌 축구중계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걱정은 16강 진출이 어렵지 않나인데, 뭐 열심히 하면 되고, 16강, 8강이야 하늘에 맡기면 되지 않나 하는 게 본 특파원의 심정이므로 차치하고, 그리고 그 바램에 한국팀은 토고전 승리로 보답했고, 아침 6시 경기를 보러 모인 우리들은 정성으로 화답했다. 아직도 프랑스와 스위스의 낮 12시 게임이 남아 있다. 한국 지사들이야 회사에서 TV보면 되겠지만, 그래도 모여서 응원하고 술 한 잔 해야 하는 한국식으로 가려면 이 곳 음식점밖에는 모일 데가 없다. 샌프란을 뺀 실리콘 밸리에서는 대략 술집 세 군데와 식당 세 군데가 전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빨간 티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국말로 된 위성TV를 모여서 본다. 그게 아니면 몇 집씩 모여서 보던가.
하여튼 축구를 보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눈물이 글썽해지고 다들 하나가 된다. 승패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이야 너무 새벽이여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는 아이들을 데리고 갈 예정이다. 한 데 모여서 하는 응원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2세대들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기에는 딱 좋은 이슈고, 교육이다. 이번에도 제발 16강, 8강에 오르는 인간승리를 보여주길 정말 정말 고대한다. 대한민국 화이팅! 아니,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축구팀 화이팅!
- 딴지 미국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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