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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토고전] 영국 현지중계 시청기

2006 6. 14 (수)
딴지 영국 특파원
DJ min

 


영국 주요신문사들이 한국의 16강행을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제초제를 뿌려도 자라나는 잡초처럼 한국의 8강, 4강 심지어 결승까지 가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영국 현지 특파원 DJ min이다.


지난 6월 4일 가나전 역시 전력 노출을 꺼린 아드보카드 감독 (이하 아동복)의 전략이라 믿고, 이번 2006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결승행을 일말의 의심없이 바라보고 있다.


필자 역시 가나전 경기 당일 득달같이 에딘버러로 달려가 12번째 전사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돌아왔다.





먼저 영국 현지의 한국에 대한 분위기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평소에도 축구를 종교와 같이 생각하는 영국인들에게, 월드컵이 어떤 의미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영국은 문자 그대로 월드컵 열기에 푹 젖어 있다 (잘못하면 데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1966년 자기네 나라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래 국제 대회 성적이 부진한 영국은 이번 월드컵을 발판으로 축구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전세계 사람들 가슴 속 깊이 새겨주고 싶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은 현재 ‘It’s Now or Never(지금 우승 못 하면 영원히 못 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웨인 루니의 부상으로 공격력이 저하된 가운데 치뤄야 하는 조별 경기는 영국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현재 루니는 경기를 뛸 수 있을 만큼 부상에서 회복되어 대표팀 훈련에 참가 중이다. 최소한 조별 예선 3번째 경기부터는 루니가 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파라과이와의 1차 조별리그를 치룬 영국팀은 현재 팬들로 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자국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하늘에 닿은 영국 축구팬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대표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팀 전체적인 공격력과 수비력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루니의 부상과 오웬의 컨디션 난조로 공격의 핵을 잃은 영국으로서는, 스완 에릭손 영국 대표팀 감독의 지혜로운 용병술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영국내에서의 한국 축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준 활약이 뚜렷한 잔상을 남기긴 남긴 모양이다.


어제 이탈리아와 가나의 E조 첫번째 경기(BBC1에서 중계)에서, 2002년 이탈리아가 한국과 치렀던 경기를 잠시 내보내며 이탈리아로서는 기억해야 될 경기라는 부연설명을 했다.


하지만, 영국내 현지 언론에서 한국 대표팀에 대해 가진 객관적 입장이 그렇게 호의적이기만한 건 아니다. 불과 30분 전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토고를 2 :1로 격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주요언론사들은 G조의 16강행 국가로 단연 프랑스(조1위 예상)와 스위스(조2위 예상)를 꼽고 있다. (아래 도표 참조)










더타임스 온라인판(
http://www.timesonline.co.uk)


사실 필자의 솔직한 느낌을 말한다면, 영국내에서는 일단 한국 대표팀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 영국 언론들은 프랑스와 스위스가 당연히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라는, 어줍잖으면서 짧디 짧은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 한가지 예로, 2006년 6월 13일자 The Times(영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일간지)를 살펴보자.



South Korea v Togo


Arguably the least attractive game of the whole tournament ….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재미없을 경기….


(참조:  June 2006 The Times, No. 68725, p. 14)


이 한마디로 정리가 될 듯싶다. 이번 월드컵 경기중에서 가장 재미없을 경기라는 멘트로 시작한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경기에서 한국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이 역시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한 영국인의 솔직(?)하지만 발칙한 발언을 들어보자.



“토고가 월드컵 혹은 국가간 경기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번 경기는 한국이 토고를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한국이 주최국이 아니기 때문에 심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조별리그나 16강에서 탈락할 것이다.”


“South Korea will win this one as Togo doesnt have any real experience at this level. However, since they are not the hosts this time and cant expect help from referees. South Korea will go out early, either in the group stages or second round.”


‘id: champ-league Well be back’ from the BBC Sport


(참조: 게시글 원문 보기)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거둔 값진 첫 승을 이렇게 폄하하는 발언은, 영국 축구관련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위와 같은 발언은 아주 부드럽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의 차가운 피를 용암과 같이 끓어 오르게 만드는 유럽인들의 무수한 실언들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설하고, 이번 기사의 본래 취지라 할 월드컵 시청기를 시작해보자.


 


이번 경기는 영국 BBC1에서 중계했다. 진행은 폴 플렛쳐 (이하 폴)가 맡았고, 해설자로서 말셀 디싸일리 (이하 말셀), 고든 스트라큰 (이하 고든),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한 명의 해설자가 있다 (아래 사진 참조). 마지막 해설자는 오늘 시청기에서 중요하지 않으니, 개의치 말기로 하자.
 









왼쪽부터 폴, 말셀, 고든, 그리고 또 한 명.


중계가 시작되자마자, 말셀은 한국 대표팀한테 죽방을 날리는 기막힌 멘트를 던진다. "나는 토고가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4년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그가 던진 멘트를 받은 고든 왈, "이번 주에 토고 대표팀이 겪은 일을 생각할 때, 토고가 이긴다면 이건 기적이다".


이와 함께 이날 경기에서 주심을 본 그라함 폴이 결혼 14주년이었다는, 친절하고, 지극히 영국적인 축하멘트까지 곁들여 주었다.


경기 전반에 걸친 평가를 살펴보자.


전반전에 한국이 보인 경기내용에 대한 평가는 미뤄 짐작할 수 있으리라.


"4년전에 비해 한국팀은 극적으로 퇴보했다. (Extremely disappointing performance and tragedy is happened to South Korea team over the last four years). 그에 반해서 토고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This is a positive moment for Togo)."


하지만 후반전 상황에 대한 평가는 이와는 정반대로 돌아섰다.


전반 31분, 첫 골이 터졌다. 그 주인공은 토고의 무하마드 카델.


그가 보여준 침착하고 예리한 플레이는 토고의 리드에 불을 지폈고, 필자 같은 12번째 전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 얄미운 폴의 멘트가 우리의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한 번 더 지긋이 밟아 주었다.


"토고 응원단에 비해 압도적인 수로 응원을 하던 한국 응원석이 일순간 조용해졌다(The Korean fans have been making most of the noise through the game but were stunned into silence when Togo scored)."


필자를 포함해 현지 응원단은 후반 8분, 이천수가 멋진 프리킥으로 박지성이 이끌어낸 파울을 동점골로 만들어낼 때까지 내려앉은 가슴을 제자리에 갖다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천수의 프리킥은 현지 해설자들의 괜찮은 반응을 끌어냈다.


"엄청난 프리킥. 골키퍼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이건 막을 수 없었다. (Lee ChunSoo! That is an absolutely smashing free-kick. Really really good. Magnificent. He doesn’t give the goalkeeper any chance, what-so-ever)."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결승골은, 후반 26분 너무나 사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번 결승골은 한국 대표팀의 감칠맛 나는 스트라이커 안정환 선수 차지였다.


결승골 역시 해설자들의 마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로잡았다. 언제나 안정환이 거론될 때면 빠지지 않는 이탈리아전 얘기와 함께, "4년 전과 마찬가지도 오늘도 영웅이다. (hero four years ago and today hero again)"라며, 안정환은 확고부동한 한국팀의 영웅이라는 수줍은 멘트를 날려주었다.


사실, 이전까지 안정환 선수의 실력을 믿어 의심했던 필자의 잘못된 시각을 한 방에 날려버린 순간이기도 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아발로 선수의 퇴장 건을 보자.


현지 해설자들 모두 두 번째 경고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경고를  놓고선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아발로의 퇴장은 가혹했다. 첫 번째 반칙은 경고감 아니었다. 그는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아발로는 운이 없었다. (The sending off of Jean-Paul Abalo was harsh. The first one was not a yellow card - he just stood still. He is very unlucky)."


그리고 주심 그라함이 아발로 선수를 퇴장시킬 때, 레드카드를 먼저 보이고 옐로우카드를 꺼내든 당당한 행동은 해설자들을 당황케 했고, 이에 해설자들은 이 사실을 친절히 지적하며 필자로 하여금 냉정한 웃음을 지어보이게 했다.


"주심, 경고카드와 퇴장카드가 헷갈렸나 보네. 공부 좀 더 해야겠는데.. (The referee is a little confused with his cards. He needs to work on that)."





경기 결과가 반영하듯, 한국에 대한 평가는 들어줄 만했다.


한마디로 전반전 이후 아동복의 전술 변화로 한층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고, 이로 인해 값진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이다.


"한국팀 감독 딕 아드보카트는 하프타임 중에 전술을 바꿔 수비를 4명으로, 스트라이커를 2명으로 배치했다. 한국팀은 공격을 해야돼. 안그러면 예선에서 탈락할꺼야라며 생각을 고쳐먹은 것 같다. (South Koreas coach, Dick Advocaat, changed things at half-time, putting four at the back, with two strikers. The South Koreans changed their philosophy and said weve got to attack now, otherwise were out of the World Cup)."


예상대로, 선수 개인평점은 박지성(7.37점)이 선두를 달렸고, 그 뒤를 안정환(6.83점)이 이어받았다.


토고 팀에서는 첫 골을 모국에 선사한 카델(7.67점)이 차지했고, 아베데요(7.4점)가 그 뒤를 이었다.


지독한 경기운영 난조로 영국 언론에 호되게 돌려차기를 당하고 있는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자면, 우리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한층 더 밝아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계방송 해설자의 방긋한 멘트로 G조 1차전, 한국 대 토고에 대한 영국 현지 월드컵시청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이번 경기, 특히 후반전 경기내용을 봤을 때 한국에 많은 점수를 줘야 한다. 멋진 골을 넣은 현재의 한국은 매우 긍정적이다.


(South Korea, you have to give him a lot of credit, in particular for the second half. Very positive for South Korea, great goals been scored)"


 


코리아, 졸라 파이팅!!


 


 


- 딴지 영국 특파원
DJ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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