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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얼어죽을 손전화 돈지랄(1)

2004.8.4.수요일
딴지 손전화 역사 박물관장


 








 


신주단지 모시 듯 손전화를 다루고 있는 두 아낙.


단군 할배가 울나라 세우시고 4316년(서기 1983년)이 지나 이 땅에 태어난 손전화가 올해로 어엿한 스물 한 살이 돼서 시집장가 갈 나이가 됐다. 온갖 뇬넘들이 손에 잡고 품에 넣어 시도 때도 없이 쪽쪽 입맞추고 마주보며 댕기는 손전화가 멍청한 시티폰이나 깔짝대던 삐삐처럼 뒈져버리지 않고 어른나이까지 커져버릴 줄 어느 누가 알았으랴!


근데 조선반도 삼천만에 육백만을 더한 동포들, 개나 소나 들고 댕긴다는 손전화 이십일 년을 돌아보면 허어~ 한숨이 절로 발사된다.


목걸이로 오락기로 때론 전화기로 잘도 쓰고 있건만 이거이 어느새 팍 커져뿌러 삭이면 삭마다 돈 내는 날만 되면 근심이 새끼발가락부터 온몸의 모세혈관을 관통해 대갈통 골수를 휘감아 눈깔로 튀어나올 지경인거라.


단기 4337년(2004년) 6월 30일 지금! 조선반도에서 손전화를 들고 다니는 뇬넘들을 찾아보니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해서 물경 삼천육백이십사만구백팔십팔 뇬넘 이렸다. 흐미, 뒤집어지겄네. 울나라 국민이 대충 사천오백만잉께 오분지 사가 손전화를 들고 다니는 거이다.


울나라 만든 이래 젤로 큰 사업이 괴속전철이라지만, 집집마다 전화기가 달려있고 테레비를 놓고 산다지만, 전기랑 수도 안 쓰는 집이 없다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조선반도에서 삼천육백만이 쓰는 물건은 손전화가 건국이래 첨이라는 말씀이다. 울나라 자동차가 많다 쳐도 이천만 대, 테레비가 득실거려봤자 이천만 대인데 이거이 그것들보다 훨~ 커져버린 거이다.


얘가 처음 세상에 나올 적 감히 손에는 못 들고 다녔드랬다. 귀한 자식도 써보기 힘든 거이라 쉬커먼 세단에 모셔야 했는데 한 번 써보려고 수레에 다는데만 천만 원, 요금도 졸라 쎄서 당시 웬만한 일꾼 한 달 월급인 수 십 만원을 오르내렸다. 그니까 이 놈은 태어날 적부터 왕족 귀족티를 풀풀 휘날렸던 것이니, 이를 電話敎에서는 天上天下 唯我高價라 한다.


무릇 익은 이삭일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야 하는 법, 허나 손전화는 그러질 못했다. 세상 모든 시장의 막강 파워, 올마이티, 장사꾼의 에덴동산 독점상태였거덩. 1996년까지 에슈케슈타인(예전에는 한국이동통신이라고 불렀고 요즘 SK텔레콤이라고도 한다)에게 대적할 경쟁자는 한 놈도 없었고, 에슈케슈타인 요금이 곧 법이었다.


에슈케슈타인이 중원을 장악하기 전 이름은 한국이동통신이었다. 한국이동통신, 풀어쓰면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이동통신회사다. 증말로 그랬다. 한국통신(이것 역시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통신회사다)이 새끼 친 회사가 한국이동통신이다. 이게 먼 말이냐고? 단기 4228년(1895년) 우정성이 생겨서 전 국민이 키우고 먹여살리다보니 공룡이 되어버린 한국통신이 낳은 새끼공룡이 한국이동통신이라는 말이다. 이걸 유식한 말로 자회사라 부른다.


요약하자면 피 같은 세금으로 만들어서 키워온 공룡이 새끼를 낳았는데 바람피워 몰래 낳은 자식이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닮은 자식이 나왔는데 그게 한국이동통신인거라. 궁민이 다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키운 한국이동통신을 에슈케슈타인이 혼자 낼름 잡아먹었다는 말이다.


그렇담 누가 에슈케 가문의 식탁에 이 거위를 올려놓았던가. 당시 이 나라 정권을 틀어쥔 바 있는 또 하나의 노통, 에슈케 가문과 정략결혼하면서 선물로 거위 한 마리 건넨 거다. 지것도 아닌데 피땀 어린 세금으로 만들어 키워온 회사를 사돈한테 덥썩 던져주었던 것이다.


잘 나가는 에슈케슈타인, 이 괴물의 앞길을 누가 막으랴. 높은 요금 유지하며 마구 돈 거둬들이고 들인 돈 까나가는 감가상각도 빨리 해치웠다. 이동전화 황금거위가 황금알을 쑥쑥 뽑아낸다는 소문에 돈 좀 있다는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단기 4330년(1997년)까지 손전화 사업자는 5배로 늘 게 됀다.


황금거위 혼자 해치우던 빈대떡에 다섯 놈이 덤비니 아귀다툼이요 진흙탕전이 시작됐다. 요것들이 함께 배부르는 방법은 오직 하나!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오손도손 나눠먹자? 오우 노! 빈대떡을 키우자. 빈대떡을 키워 서로 배터지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와 사업자들은 손전화 시장 키우기 초특급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오늘 날 삼천육백만 동포가 줄줄이 손에 들고 다니도록 빈대떡을 키운 것이다. 오늘 날 손전화는 가입자 규모로 세계 10등이요 보급률로는 세계 14등이다.



  









손전화 요금 비싼줄 모르고 함부로 다루고 있는 백성들


근데 왜일까? 비싼 손전화 요금은 여전히 비싸다. 왕족 귀족들이 쓰던 20년 전보다야 싸졌다지만 중독수준에 이른 울나라 국민들이 쏟아 붓는 사랑에 비하면 그 대가가 너무 쓴 것이다.


울나라 도시근로자들이 한 달에 내는 통신요금은 보통 13만 3천 100원으로 1년 전보다 10%나 늘었다. 일년을 꼬박 내면 150만 원을 넘는 거액이다. 이 중 삼분의 이가 손전화 요금이다. 머가 비싸냐고?


그랬다. 예전에는 그랬다. 왕족 귀족이나 들고 다닐 수 있는 비싼 물건이니 쓰는 것도 비싸다고 여겼다. 고급스러운 서비스이니 쓰는 데 비싼 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착각하고 살던 시절도 있었다. 허나 지금이 어떤 시절인가. 지식과 정보가 넘쳐흘러 빠져죽어도 모르는 정보사회다.


알랑가 몰겄지만 우리 집집마다 내는 통신요금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는 것이 정통하고 정확한 정보요 사실이다. 오이로 시디를 만든다는 OECD에 따르자면(재미 엄썼다면 미안타..) 우리 가계지출 중 통신비의 비중은 2000년 기준으로 4.7%다. 알면 속이 쓰리겠지만 일본은 1.7%, 미국은 2.1%, 영국은 2.2%, 독일은 2.3%, 프랑스는 2.2% 등등이다. 일본보다 세 배, 여타 국가들의 두 배를 넘는다.


우라질, 한 사람 당 GDP 1만 불을 겨우 넘긴 우리 소비자들이 세 배나 더 많이 버는 나라 사람들만큼 통신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통신강국 대한민국 사업자들은 한 달에 열 두 번씩 얇은 소비자들 주머니를 축내고 있냐 말이다.


세계평균? 이거 알면 더 열 받는다. 올해 현재 손전화 요금의 세계평균은 28달러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될까. 정확히 25% 비싼 35달러다. 최근 5년 동안 세계평균은 줄기차게 내려가서 46달러에서 28달러로 떨어졌으나, 조선반도만큼은 유일한 분단국가답게 34달러에서 35달러로 올랐다! 알고 나면 열 받을 만 하지.


지구온난화에 복날이 겹쳐 날도 더운데 열 받는 일은 또 있다.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우리 가계소비 중에서 통신요금 비중은 1.44배 증가했다. 버는 건 삼분지 일인데 내는 건 세 배 더 버는 사람들만큼 내는 것만도 짱 나는데 날이 갈수록 더 많이 내고 있다. 같은 기간에 미국은 겨우 0.1%뽀인뜨, 일본도 개우 0.2%뽀인뜨 늘었는데, 통신강국 大韓國人들은 1.3%뽀인뜨나 더 늘었다. 2003년? 말도 마라, 훨씬 늘었다. 이거를 총액으로 계산하면 2000년에 11조 8천억 원, 2002년에 14조 8천억 원, 2003년에는 16조 1천억 원이다.


열 받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또 있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2002년에 8.3%, 2003년에 7.3%씩(!)이나 요금을 내렸다. 우쒸이~ 요금은 내린다는데 나가는 건 퍽퍽 늘어나니 이래도 안 비싸다고 우기는 년놈이 있다면 쌍판을 내놓고 커밍아웃하고 우겨야한다.


머라고라? 조선사람들 손전화를 겁나게 쓰니까 요금도 겁나게 나온다고라? 겁나게 쓰는 지 안 쓰는지 함 볼까. 울나라 사람들 한 달에 손전화를 어림잡아 297분 동안 쓴다. 세계평균이 얼마냐 하면 221분이니까 30%정도 많이 쓰는 셈이다. 미국사람들 젤로 많이 써서 한 달에 577분이고 홍콩이 380분, 중국이 242분 정도이고 일본이나 영국은 145분 정도 쓴다.


그러니까 함부로 울나라 사람들이 손전화 넘 많이 쓴다고 우기지 마라. 남들이 쓰는 것보다 조금 더 쓰는 수준인기라. 이거는 요금을 더 내려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만 본격 다루기에는 조금 이르다.


이리하야 울나라 통신요금, 그 중에서도 손전화 요금이 겁나게 비싸다는 건 추호의 의심할 여지도 없을 터, 다음시간에 왜 비싼지를 손전화 시장바닥에 굴을 파고 들어가 알아볼 것이다. 기대하시라. 이상! 졸라~




딴지 손전화 역사 박물관장
書林(labylinth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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