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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다리뷰] 참새 시리즈 편

2004.7.31.토요일
딴지 연예부








참-새[명사]


참샛과의 새. 인가(人家)부근과 가을의 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 텃새의 한 가지. 몸빛은 다갈색, 부리는 검으며 배는 회백색의 작은 새. 몸길이는 14cm가량이고, 짹짹거리며 욺. 가을에는 곡물에 해를 끼치나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새임. 황작(黃雀)이라고도 불림.


본 우원,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이어지며 인구에 회자되는 유머는 아마 참 새시리즈가 효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참새시리즈는 후세에 나타난 식인종시리즈, 최불암시리즈, 사오정시리즈 등에 영향을 주었고 또한 이들로부터 열렬한 추앙을 받으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유머 되겠다. 이 시리즈가 태동한 자유당 시절부터 60-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최고의 붐을 타기까지 순직해간 새만도 줄잡아 수백 마리다.


아, 숭고한 그 넋이란...


그동안 대를 이은 노고와 희생을 감안한다면 참새시리즈에게 평생공로상을 주어야 마땅하다. 참새시리즈에 등장하는 참새들은 그 시대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자아상을 변모시켜왔다. 참새들이 최후를 맞이하면서 짹하며 내뱉는 단말마의 대사는 우리로 하여금 때로는 숙연함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쪽팔림으로 무궁한 자아성찰의 나락으로 안내한다. 자, 참새의 유언이 어떻게 파란의 변모를 하였는지 곱씹어보시라.





















참새시리즈의 유언 변천사


60년대


부부참새가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 뜨렸다.


총알에 맞은 참세가 추락하며 하는 말


 


"윽! 여보 내 몫까지 살아주오."


70년대


참새가 멀리있는 포수를 알아본 순간 총알에 맞고 말았다. 이 때 참새가 한 말,


 


"포수가 윙크하는 줄 알았는데..."


80년대


참새 둘이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뜨렸다.


총알을 맞은 참새가 추락하며 하는 말,


 


A 참새 : "나 잊지 말고 바람피면 안돼..."


B 참새 : "웃기지마! 니가 세컨드야!"


90년대


두 마리 참새가 전기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뜨렸다.


총알에 맞은 참새가 추락하며 하는 말,


 


"왜 나만 쏴요? 쟤두 쏴요!"


 


그러자 총에 맞지 않은, 그 옆의 참새가 말했다.


"쟤 아직 안 죽었데요, 한방 더 쏴요!"


뉴 밀레니움


참새가 전기줄에 단체로 나란히 앉아있었다


근데 맨 앞에 앉아있는 참새를 제외하곤 모두 따발총에


맞았다. 총에 맞은 참새들이 추락하며 저마다 하는 말,


 


"저 씹새, 단체미팅 시킨다고 꼬셔놓구선..."


 


떼죽음에도 아랑곳않고 살아남은 맨 앞에 앉은 참새가 포수에게 하는 말,


 


"또 참새 떨거지덜 꼬셔 올께여. 난 쏘지마셈! 아찌 나 이뽀?"


어떤가. 사선을 넘으며 고독하게 날리는 저 대사들의 절절함이 느껴지시는가?


60년대가 어떤 시대였냐 하면 가진 것은 없으나 오로지 낭만으로 뱃살을 찌우던 시기 아니던가. 이 당시 죽음에 임박한 남녀노소가 너나할 것 없이 공용으로 날려주던 이 멘트, 내 몫까지 살아주오라는 결정적 페이소스 속에는 사실 당시의 가열찬 책임이데올로기가 도사리고 있었음이다.


해당 할당량을 못 채우고 죽어가는 자의 심란한 심정과 타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고스란히 담긴 이 유언이 가지는 아우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뿌리내려 "내 몫까지 먹어주오", "내 몫까지 챙겨주오" 라는 멘트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 몫까지 맞아주오" "내 몫까지 박아주오" 같은 애절한 멘트를 낳아 민간에서 떠돌았다고 전한다.







얄개시리즈, 개구리교련복, 통기타, 그리고 부라보 콘이 정의하는 70년대, 이때에 나온 참새시리즈는 참새의 포수에 대한 일방적 화해 징후가 포착된다. 총을 겨눈 포수의 눈동작을 윙크로 잘못 해석하는 참새캐릭터는 80년대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캐릭터의 70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윙크인줄 알았는데..." 라는 이 유언은 앞의 사전적 해설에도 알 수 있듯이 가을에 해충을 잡아먹는 이롭디 이로운 인간친화형의 새임에도 불구하고 적대시하는 인간에 대한 섭섭함과 한이 절절이 베인 멘트 되겠다.  


60-70년대 진행형이었던 산업화의 결실을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80년대로 들어오면서 참새는 두드러지게 영악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영악함은 주적인 포수를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라기보다 참새 지네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내부경쟁에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다.


참새는 숙명적으로 포수와의 화해자체가 불가능함을 눈치 까고 적을 내부로 돌린다. "웃기지마, 니가 세컨드야"는 이미 참새들 간의 연대가 깨진 상황에서 날리는 비정한 멘트로, 60년대의 "내 몫까지 살아줘"는 80년대 들어와서 "내 몫까지 죽어줘"로 환치되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X세대, 서태지, 힙합, 커트 코베인 등이 정의하는 90년대 들어오면서 참새의적은 아예 참새가 되어 버린다. 포수를 이겨낼 수 없을 바에야 나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한 참새들 간의 각종 추잡한 변절릴레이는 흡사 참새시리즈라는 제국의 쇠락과 멸망을 예견하는 듯하다.


비명에 순직해간 참새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본 우원 이들의 죽음을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거의 대부분 포수의 총탄에 스러지긴 했지만 그 유형중에서도 유난히 뇌리에 박혀 쉬이 떠나지 않는 죽음이 몇몇 있었다.


<죽음 유형 1-구강구조 이상형>








전깃줄에 참새가 100마리 앉아 있었다
총알 1방으로 관통해서 다 죽일려고 하는데 막상 쏴보니 100번째 참새만 죽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참새가 총알을 보고 "앗, 총알이다" 하며 피했다.
두 번째 참새도 총알을 보고 "앗,총알이다" 하며 피했다.
...
...
마침내 혀가 짧은 99번째 참새 "앗, 콩알이다."


드디어 100번 째 참새가 입을 쩍 벌리며 아~~~~~


농평


혀 짧음은 좃 짧음만큼 삶의 비애일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사항이 발견되는 데 그것은 바로혀가짧아서 총알을 콩알로 발음했다는 점인데, 이거 다분히 억지스런면이 있다. 혀가 짧으면툥알로 발음되어야 말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문제의 99번째 참새가 숏혀라서 ‘콩알’로 발음했다기보다 평소 100번째 참새와 콩알을두고 헤게모니쟁탈전을 벌이던 99번째 참새가 100번째 참새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콩알로 발음해 줌으로써, 평소에도 입을 헤벌레하고 다니던 100번째 참새의 입벌림 현상을 유도한 치밀한 살인임에 분명하다. 99번째 참새 정말 씹새다.


 


<죽음 유형 2-유행가 가사 오해형>








옛날에 참새 3마리와 사냥꾼이 있었다.사냥꾼이 참새를 발견하자.. 참새가 사냥꾼에게 살려달라고 말했다..


사냥꾼이 참새에게 "좋다. 장기자랑을 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참새가 장기자랑을 했다.
두 마리는 살고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았다..


마지막 참새가 장기자랑을 했다..
그러자 사냥꾼이 그 참새를 쏘아 죽였다...


왜 죽였을까?


참새가 장기자랑을 했다.


뭐라고....


싸봐~~ 싸봐~ 싸봐~~♪♬ (룰라의 노래중)


농평


96년 당시 국내의 각종 가요차트 수위를 차지하던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전주 부분이 단지 ‘싸바’란 음절이 들어간 점, 이점이 죽음의 빌미가 된 경우라 하겠다. 사망한 참새가 스타성이 농후하고 평소에 안무와 가창 연습을 꾸준히 한 것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는 죽음이아니라 할 수없다.  


이제는 참새 사냥꾼이 대중가요의 한 구절마저 꼬투리삼아 참새를 참살하는 경지에 이르러 이 사건 이후 참새들 사이에서 클론의 쿵따리‘싸바’라 라는 노래를 공식 금지곡으로 지정, 서로들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전한다


 


<죽음 유형 3- 과도한 끼 분출 형>








참새들이 계속 당할 수는 없다며 모두 방탄조끼를 하나씩 장만했다.


포수가 몇 방 탕탕 쏘았는데 모두 무사하니깐 참새들이 신이 나서 어깨동무를 하고 단체응원을 했다.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아~"


그 순간 포수가 기관총을 갖고와서 드르르륵 쏘았다. 모두 무사한 것 같았는데 딱 한마리가 죽었다.


그 이유는...


모두들 어깨동무하고 "야야~ 야야야야~"하고 있는데 혼자서 튀는 참새가 조끼를 열었다 제꼈다 하면서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농평


방탄조끼마저 단체응원에 적용시킬만큼 순간응용력과 끼를 타고난 참새라 사료된다. 누구보다 동료의 무사를 기뻐하였으며 그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했던 의리형 참새라 더욱 가슴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 하나가 발견되는데, 전주의 야야~"부분 다음에는 의례적으로 꽃바구니로 시작하는 이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상이다. 야야~"부분에서 촉발된 흥이 꽃바구니라는도입부의 노래를 부를 때 더욱 탄력을 받아 쪼끼를 열었다 제꼈다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따라서 죽은 참새를 제외한 나머지 참새는 암묵적 합의에 의해 이 참새를 죽이기로 했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즉, 이 사건은 집단적 타살이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죽음유형 4-패션 트랜드 동참형>







참새들이 이번에는 방탄쪼끼를 입고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단체응원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참새들은 겁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포수는 참새들을 겨누고 총을 당겼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우리의 참숙이가 총을 맞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사인은 참숙이가 배꼽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아~


농평


포수의 지독한 변태스러움이 잘 드러나 사건으로 사료된다. 참새의 배꼽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나 총알이 날아가는 궤적을 감안할 때 포수는 특수훈련을 받은 명사수였거나 아니면 참새가 배꼽티를 뽐내려고 지나치게 촐싹거리다 당했거나 둘 중 하나로 추정된다.


 


 <죽음유형 5- 참새구이 노동 절약형>







전깃줄에 참새가 두마리 앉아 있었다. 한마리는 털이 그대로 있는 참새, 그리고 한마리는 털이 완전히 뽑힌 참새였다.

그런데 포수가 와서 전깃줄에 앉아 잇는 참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털뽑힌 참새가 총에 맞아 죽은거였다.

이 때 털있는 참새가 한마디 했다.


"에이, 씨바...간신히 벗겨놨는데...아깝다...


농평


한털 한털 떨리는 손으로 정성스레 벗겨놓은 놓은 다음 빠굴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었는데 난데없이 이 기회를 가로채간 포수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이 절절히 베인 마지막 멘트, 아! 절로 가슴이 아려온다.


바로 참새구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아마 포수는 알아서 털 벗겨주는 참새가 고마웠을 거다. 털 벗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살려준 것이 이닐까 추정된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포수와 참새구이장사의 커넥션이라는 참새로서는 불길한 징후가 포착된다.


 


참새시리즈 속의 등장인물은 참새와 포수 외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총을 든 참새와 총을 맞는 역할을 하는 참새간의 치열한 두뇌 게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참새시리즈는 어떻게 참새가 포수의 사냥감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죽어주느냐가 전체 이야기를 구성한다. 한마디로 참새는 포수의 밥이다.







그런데 왜 하구많은 동물 중 참새냐? 그 답은 참새가 만만함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라고 일단 생각할 수 있다. 참새는 가장 작고 가장 눈에 잘 띄는 흔한 동물일 뿐만 아니라 날아댕김으로써 적당히 사냥욕을 자극하는 동물이다. 그 뿐인가.수꿩, 까마귀류, 오리류, 도요류, 멧비둘기 등은 수렵의 수량이 정해져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지만 참새 얘내들은 앵간하면 제한없이 잡을 수 있다. 참새는 타고나길 그렇게 불쌍하게 타고났다.


따리서 참새는 힘없는 서민들을 대변하고 포수는 힘있는 권력자를 상징하기도한다. 참새시리즈가 태어난 자유당 시절부터 박통, 유신을 거쳐 전통까지 독재시절 참새는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기껏해야똥을 기습적으로 포수에게 날림으로써 저항의사를 표시하거나 포수의 어깨위에 밟고 올라가 죽인다는 식의 가당치도 않은 모습들만 보여줄 뿐이다. 사실 참새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저항이나 공격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참새시리즈속에서 포수는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참새들간의 대화나 생태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참새와 포수간의 대화보다 참새 지네들끼리의 대화가 훨씬 많다. 참새와 포수간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등장인물


참새


               포수
(최근의 참새시리즈에는 포수 대신 참새구이 장사가 등장하기도 함)


상징


서민


권력자


공격수단




숫자


한 두마리에서 많게는 백마리
(참새시리즈의 철칙 중 하나는 전기줄의 맨 마지막 번 째 앉은 철새가 꼭 죽음)


독고다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


시리즈 초창기에는 포수를 확실한 적으로 간주했으나 후기로 오면서 포수를 당해낼 수 없는 거대한 권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함. 따라서 주적으로서 포수에 대한 저항보다 참새들 내부의 생존경쟁구도가 심화된 경향을 띰.


생존경쟁은 포수에 대한 아첨, 참새들 간의 변절로 나타남.


사냥감.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포수에 대한 참새의 항쟁은 항쟁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유례가 미미하다. 귀를 막아 버리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치마길이를 재단하고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밀던 시기, 참새는 그래도 전기줄에 앉고 또 앉기만 할 뿐 이렇다할 일격을 포수에게 날리지 못했다. 참새의 태생적인 한계는 대규모 체제전복을 허용치 않았던 것이다. 참새는 살아남기위해 아둥바둥 소심하게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제대로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 소시민들은 이 거울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조롱과 자괴섞인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정서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당하기만 하는 참새는 더 이상 매력이 없어졌다. 기성체제에 대한 당돌한 공격과 우상파괴가 횡횡하던 때 권력을 맘놓고 조롱하기 시작하면서 참새시리즈는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다름 아닌 최불암시리즈에게 물려주게 된다. 90년대 중후반에 나타난 최불암시리즈의 주인공인 최불암이 가졌던 가부장적 권위가 전방위로 조롱당하게 된 셈이다. 최불암은 참새시리즈에서 포수의 90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담 시간에는 추억의 유머시리즈 두 번째 리뷰로 최불암시리즈편을 함 디벼보겠다. 이상!



 
별걸 다 디벼보기 위원회 우원장
술탄(sulta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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