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다리뷰] 참새 시리즈 편 2004.7.31.토요일
본 우원,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이어지며 인구에 회자되는 유머는 아마 참 새시리즈가 효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참새시리즈는 후세에 나타난 식인종시리즈, 최불암시리즈, 사오정시리즈 등에 영향을 주었고 또한 이들로부터 열렬한 추앙을 받으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유머 되겠다. 이 시리즈가 태동한 자유당 시절부터 60-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최고의 붐을 타기까지 순직해간 새만도 줄잡아 수백 마리다. 아, 숭고한 그 넋이란... 그동안 대를 이은 노고와 희생을 감안한다면 참새시리즈에게 평생공로상을 주어야 마땅하다. 참새시리즈에 등장하는 참새들은 그 시대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자아상을 변모시켜왔다. 참새들이 최후를 맞이하면서 짹하며 내뱉는 단말마의 대사는 우리로 하여금 때로는 숙연함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쪽팔림으로 무궁한 자아성찰의 나락으로 안내한다. 자, 참새의 유언이 어떻게 파란의 변모를 하였는지 곱씹어보시라.
어떤가. 사선을 넘으며 고독하게 날리는 저 대사들의 절절함이 느껴지시는가? 60년대가 어떤 시대였냐 하면 가진 것은 없으나 오로지 낭만으로 뱃살을 찌우던 시기 아니던가. 이 당시 죽음에 임박한 남녀노소가 너나할 것 없이 공용으로 날려주던 이 멘트, 내 몫까지 살아주오라는 결정적 페이소스 속에는 사실 당시의 가열찬 책임이데올로기가 도사리고 있었음이다. 해당 할당량을 못 채우고 죽어가는 자의 심란한 심정과 타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고스란히 담긴 이 유언이 가지는 아우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뿌리내려 "내 몫까지 먹어주오", "내 몫까지 챙겨주오" 라는 멘트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 몫까지 맞아주오" "내 몫까지 박아주오" 같은 애절한 멘트를 낳아 민간에서 떠돌았다고 전한다. 얄개시리즈, 개구리교련복, 통기타, 그리고 부라보 콘이 정의하는 70년대, 이때에 나온 참새시리즈는 참새의 포수에 대한 일방적 화해 징후가 포착된다. 총을 겨눈 포수의 눈동작을 윙크로 잘못 해석하는 참새캐릭터는 80년대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캐릭터의 70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윙크인줄 알았는데..." 라는 이 유언은 앞의 사전적 해설에도 알 수 있듯이 가을에 해충을 잡아먹는 이롭디 이로운 인간친화형의 새임에도 불구하고 적대시하는 인간에 대한 섭섭함과 한이 절절이 베인 멘트 되겠다. 60-70년대 진행형이었던 산업화의 결실을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80년대로 들어오면서 참새는 두드러지게 영악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영악함은 주적인 포수를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라기보다 참새 지네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 내부경쟁에 이기기 위한 영악함이다. 참새는 숙명적으로 포수와의 화해자체가 불가능함을 눈치 까고 적을 내부로 돌린다. "웃기지마, 니가 세컨드야"는 이미 참새들 간의 연대가 깨진 상황에서 날리는 비정한 멘트로, 60년대의 "내 몫까지 살아줘"는 80년대 들어와서 "내 몫까지 죽어줘"로 환치되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X세대, 서태지, 힙합, 커트 코베인 등이 정의하는 90년대 들어오면서 참새의적은 아예 참새가 되어 버린다. 포수를 이겨낼 수 없을 바에야 나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한 참새들 간의 각종 추잡한 변절릴레이는 흡사 참새시리즈라는 제국의 쇠락과 멸망을 예견하는 듯하다. 비명에 순직해간 참새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본 우원 이들의 죽음을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거의 대부분 포수의 총탄에 스러지긴 했지만 그 유형중에서도 유난히 뇌리에 박혀 쉬이 떠나지 않는 죽음이 몇몇 있었다. <죽음 유형 1-구강구조 이상형>
<죽음 유형 2-유행가 가사 오해형>
<죽음 유형 3- 과도한 끼 분출 형>
<죽음유형 4-패션 트랜드 동참형>
<죽음유형 5- 참새구이 노동 절약형>
참새시리즈 속의 등장인물은 참새와 포수 외에는 거의 없다. 따라서 총을 든 참새와 총을 맞는 역할을 하는 참새간의 치열한 두뇌 게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참새시리즈는 어떻게 참새가 포수의 사냥감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죽어주느냐가 전체 이야기를 구성한다. 한마디로 참새는 포수의 밥이다. 그런데 왜 하구많은 동물 중 참새냐? 그 답은 참새가 만만함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라고 일단 생각할 수 있다. 참새는 가장 작고 가장 눈에 잘 띄는 흔한 동물일 뿐만 아니라 날아댕김으로써 적당히 사냥욕을 자극하는 동물이다. 그 뿐인가.수꿩, 까마귀류, 오리류, 도요류, 멧비둘기 등은 수렵의 수량이 정해져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지만 참새 얘내들은 앵간하면 제한없이 잡을 수 있다. 참새는 타고나길 그렇게 불쌍하게 타고났다. 따리서 참새는 힘없는 서민들을 대변하고 포수는 힘있는 권력자를 상징하기도한다. 참새시리즈가 태어난 자유당 시절부터 박통, 유신을 거쳐 전통까지 독재시절 참새는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저항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기껏해야똥을 기습적으로 포수에게 날림으로써 저항의사를 표시하거나 포수의 어깨위에 밟고 올라가 죽인다는 식의 가당치도 않은 모습들만 보여줄 뿐이다. 사실 참새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저항이나 공격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참새시리즈속에서 포수는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참새들간의 대화나 생태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참새와 포수간의 대화보다 참새 지네들끼리의 대화가 훨씬 많다. 참새와 포수간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포수에 대한 참새의 항쟁은 항쟁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유례가 미미하다. 귀를 막아 버리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치마길이를 재단하고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밀던 시기, 참새는 그래도 전기줄에 앉고 또 앉기만 할 뿐 이렇다할 일격을 포수에게 날리지 못했다. 참새의 태생적인 한계는 대규모 체제전복을 허용치 않았던 것이다. 참새는 살아남기위해 아둥바둥 소심하게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제대로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 소시민들은 이 거울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조롱과 자괴섞인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정서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당하기만 하는 참새는 더 이상 매력이 없어졌다. 기성체제에 대한 당돌한 공격과 우상파괴가 횡횡하던 때 권력을 맘놓고 조롱하기 시작하면서 참새시리즈는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다름 아닌 최불암시리즈에게 물려주게 된다. 90년대 중후반에 나타난 최불암시리즈의 주인공인 최불암이 가졌던 가부장적 권위가 전방위로 조롱당하게 된 셈이다. 최불암은 참새시리즈에서 포수의 90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담 시간에는 추억의 유머시리즈 두 번째 리뷰로 최불암시리즈편을 함 디벼보겠다. 이상!
|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는 검색이 금지된 단어입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