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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미애 전의원이 컬럼비아대학 방문교수?
 

2004.8.8.일요일

딴지 국제특파원

 




 
 

본 기사는 지난 8월 5일 유학길에 오르던 추미애 전 의원과 관련된 기사로 벌써 3주 넘게 지난 초 뒷북 기사라 하겠다. 원래 기사는 지난 8일에 작성되어 데스크로 보내졌으나 본지 편집장, 더운 날씨에 과도한 음주가 불러온 준상이스러운 기억상실증으로 이제야 뒤늦게 게재하게 되었음을 밝히며 독자제위와 작성기자의 넓은 이해 구하는 바이다.

 

 

 

  추미애 전 의원이 방문교수로?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한 추미애 전 의원이 지난 5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일부 언론의 기사를 보니 추미애 의원이 미국 컬럼비아 법과대학의 방문교수(visiting professor)자격으로 앞으로 1년 동안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고 되어 있다. 방문교수 이름은 그럴 듯 하지만, 과연 이런 제도가 미국 법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나라마다 학교의 제도가 다른 만큼 생소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 것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오보(誤報)의 한 종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번 보도는 그 정도가 심하다.

 

 

개인적으로 추미애 의원이라는 한 사람의 정치인에 대하여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으나, 추 의원이 머문다는 바로 그 대학에서 지난 2001년부터 2년 간 유학했던 필자로서는 상식 차원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널리 알린다는 의미에서 미국의 법과대학원의 학제와 visiting scholar 제도의 실체에 대하여 쓰고자 한다.

 

 


  JD학위소지자는 법학박사 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식 로스쿨, 즉 법과대학원의 도입여부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일지 모르나, 미국의 법대는 학부가 아니고 대학원이다. 즉 4년제 대학을 나와서 학사학위(bachelors degree)를 받고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라는 시험을 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식으로 입학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이다. 바로 이 대학원 과정이 보통 3년(6학기)를 다녀야 하는 J.D.(라틴어 Juris Doctor의 약어)학위과정이다.

 

 

라틴어로 법이라는 Juris와 Doctor라는 이름이 붙기 때문에 이를 법학박사라고 번역하는 것이 글자 그대로는 맞는 직역이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낮은 법과대학의 학위를 가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법학박사 - 즉 우리나라 또는 외국(예컨대 독일)에서 법학사, 법학석사, 법학박사라는 3단계의 학부, 대학원 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 와 동일하게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간혹 미국에서 J.D.과정만을 밟고 국내로 돌아와 법학박사‘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우리 식으로 박사를 받은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자신과 동류로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경우로, 미국에서는 의과대학 역시 학부에는 과정이 없고, 대학원 과정만 있는데, 의대를 나온 사람을 M.D. 즉 라틴어 Medicinae Doctor (Doctor of Medicine)의 약자로 부르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이해하기 쉽다.

 

 


  법과대학원의 3가지 학위

 

 

미국 법과대학원에는 JD과정 위에도 두 가지의 상위학위과정이 존재한다. LL.M(Legum of Magister라는 라틴어가 원어) 즉 Master of Laws 학위가 있다. 역시 이 LL.M학위도 글자그대로 직역하자면야 법학석사가 맞겠으나,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학부 4년, 대학원 3년을 마쳐야 들어와서 받을 수 있는 학위이니 글자 그대로 석사와 동급으로 생각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미국 법과대학원에서 최상위의 학위는 J.S.D.(Doctor of Science of Law, 학교에 따라 SJD라고도 한다)이다. 실질적으로는 이 학위가 바로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법학박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라에 따라 문화와 제도가 다른 것이, 미국에서는 보통 그냥 JD학위만을 가지고도 그 능력만 우수하다면 상급학위를 받지 않고도 법과대학원에서 교수를 하는 것이 오히려 보통의 경우인데 비하여, 미국법대에 유학을 하고 돌아온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에는 대체로 JSD학위가 있어야 법대교수로 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지팅 스칼러의 정체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3가지 학위가 바로 미국의 법과대학원에서 수여하는 학위, 즉 학생으로 공부를 한 이후에 받을 수 있는 학위가 되겠다. 그런데, 법대에 가보면 학생이 아니면서 즉 학교로부터 학점을 받지는 않으면서 강의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가 바로 visiting scholar visiting fellow와 같은 사람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순수한 학생이라기보다는 학생과 교수의 중간쯤 되는 위치로, 미국내의 다른 학교나 다른 나라에서 이미 법과 관련된 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법과 관련된 일을 상당기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대의 교수와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거나, 강의시간에 같이 들어와서 한두 시간 정도는 자신의 전문분야의 지식을 강의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 뜻 그대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학교에 와서 연구하는 학자 쯤으로 생각하면 대충 생각하면 되겠다.  학교에 따라서는 visiting fellow는 교수급의 대우, visiting scholar는 대학원 박사과정생 급의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나, 컬럼비아 법대는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초빙교수로 둔갑하는 경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visiting scholar로 공부하였던 것을 가지고 자신이 마치 교환교수, 초빙교수로 일하다 온 것으로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체로 그 학교의 정식 교수(full time faculty)와 대비되는 의미로 visiting faculty라고 해서 다른 학교에서 몇 학기 와서 실제로 강의를 맡는(어떤 경우에는 수십 년 간 가을학기에만 와서 강의를 맡는 경우도 있다) 교수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법과대학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학자가 정식 교환교수로 재직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 출신으로 visiting scholar 또는 visiting fellow의 기회를 연구의 기회라기보다는 그동안의 격무 내지는 고생에 보답하는 1년 동안의 황금같은 휴가 혹은 휴식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 수 있고, 또 대부분 이런 식으로 세월을 열심히 알차게(?) 보낸 사람일수록 버젓이 자신의 경력 중 일부로 20××부터 20××까지 미국 모모 대학 교환교수 역임 하는 식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허장성세는 조금이라도 사정을 아는 사람에게는 매우 가소롭게 비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이 외국에 체류한 내용 그대로 미국 모모 대학에서 무슨 법 연구 또는 모모 대학에서 연수식으로 표현하는 인사의 경우는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추미애 의원과 관련한 보도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추의원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추미애 의원은 컬럼비아 로스쿨의 한국법연구소(The Center for Korean Legal Studies)에서 1년 간 visiting scholar로 머무를 예정이다. 컬럼비아 로스쿨의 홈페이지에도 이미 올라와 있다. (관련기사 참조)

 

 

 

그리고, 같은 학교에서 2년 동안 머무른 경험자의 입장에서 (필자는 컬럼비아 법대에서 LL.M.과정과 바로 그 연구소에서 1년 간 연구원으로 있었다) 웃지 못할 신문기사를 지적하고자 한다.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5일 오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지난 4·15총선에서 탄핵역풍으로 지역구(서울 광진을)에서 낙마한 그는 앞으로 1년간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ISSO 국제대학원 에서 객원 연구원 자격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공부하고 금융 등 경제 분야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 서울신문, 세계일보, 광주일보 등에 게재된 기사

 

 

일단 컬럼비아 로스쿨에 ISSO 국제대학원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ISSO가 무슨 말의 약자인지 알게되면 더 재미있다. International Student & Scholars Office의 줄임말로, 외국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 및 연구자들에게 대한 편의제공(숙소, 관광, 계좌개설 등등)을 하는 한 부서의 이름이다(홈페이지는 요기로). 물론, 실수에서 비롯된 오보이겠으나,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추 의원의 이번 컬럼비아 법대에서의 1년간 연수를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정확한 정보전달과 앞으로 미국의 제도가 우리 국민들에게 생소함을 기화로 사실상의 사기(詐欺)를 저지르는 일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음을 밝힌다. 추 의원께서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으신 만큼 열심히 연구에 정진하시길 기원한다.

 

 

사족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은근히 널리 쓰이는 국제변호사라는 용어에 대하여 덧붙인다. 국제라는 형용사를 붙이면 무언가 더 뛰어나 보일 것 같고, 무언가 보다 심오하고 중요한 일을 맡은 변호사라는 뉘앙스가 다분하나, 국제변호사라는 것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실체다. 대부분 미국의 특정 주(미국은 50개 주와 워싱턴DC가 별도의 변호사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것을 가지고 국내에서 국제변호사라고 부르고 다닌다. 문제는 그들 국제변호사 자신도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공공연하게 이런 잘못된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의미 없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컬럼비아 로스쿨 유학경험자
사문난적(cleancut87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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