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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도박을 끊자-재떨이를 하고잡다고?

2004.4.19.월요일
딴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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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도박을 끊자 - 하우스를 알려주마

 

[고발] 도박을 끊자 - 사기도박 때려잡자!!

 

기사가 늦어 미안타.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본인도 근 일년간 빚도 못갚고 놀다가 이번에 겨우 취직했는데 하루 근무시간이 13시간이라 도저히 짬이 없었다. 머, 니들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각설하고 1편에서는 하우스란 어떤 곳인지 알아보았고 2편에서는 사기도박에 대해 알아보았다. 니들의 리플을 보니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머 어이없는 리플을 단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내 목적은 도박의 폐혜를 알리자는 거였으니 그리 신경쓰지는 않는다. 

 

근데 내가 다시 한 번 도박에 관해 알려줘야겠다고 맘 먹은 까닭이 있다. 도박에 관한 글을 쓴 후 메일을 한 통 받았는데, 그 내용은 다름 아니라 재털이로 취직하고 싶다는 거였다. 이건 아니다. 애써 하우스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줬더니 그 하우스에 들어가고 싶단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맘 먹었다. 쪽팔린 일이지만, 어떻게 내가 도박을 통해  패가망신했는지를 조목조목 좀 알려줘야겠다고. 그래서 그쪽에 대해 행여 장미빛 환상이라도 갖는 사람들은 그 말로가 어떤지 이 글을 통해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이건 백프로 내 실제경험이다. 
 

 
 


도박을 그만둔 지도 어언 이년이 돼간다. 이십대 중반에 하우스 도박을 시작했으니 그리 멀지 않은 나의 과거. 현재 금전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라곤 카드, 저축은행, 일반 사금융을 포함한 이천여만원의 빚과 (머 엄밀히 말하면 집에서 일억원정도를 갚아줬으니 빚은 일억 이천이 되겠다) 그리고 지인들의 빚이다. 

 

정신적으로는 그동안 빚때문에 맘졸이며 미래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는 회의적인 상태였으며, 대인관계야말로 정말 꽝이 나버렸다 . 

 

내가 왜 그랬을까? 무엇때문에 그랬나? 솔직히 모르겠다. 머에 씌었는지.... 

 

나는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장남이다. 남들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기간이 남아있던 터라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런 인간이었다. 

 

어느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아줌마 한분이 오더니 카드 함 만들어보라고 했다. 카드는 어른들만 쓰는 거라 생각하고 카드쓰는 사람이 부러웠던 시절. 만들어준다길래 바로 신청을 하고 카드를 받던 날 얼마나 기쁘던지... 복권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지 몰겠다. 

 

그때 내 카드 한도는 총한도 120만원에 현금서비스가 60만원. 도박을 시작하고 120만원이 빵구가 나기 시작할 즈음 나를 도박장에 데려갔던 형은 다른 카드를 만들어봐라 했다. 

 

조그마한 생활정보지에 있는 카드발급 광고를 보고 업체를 찾아갔다. 조그마한 3평남짓 사무실이었다. 요모조모 조건 물어보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몇일뒤 카드 회사의 몇번의 확인전화 후 한장이던 카드는 어느덧 6장으로 불어버렸고 그때 당시 모카드는 한도가 천만원, 현금서비스가 400만원, 카드론 대출이 천만원이 가능했었다. 한달 알바해서 70만원 겨우 버는 내가 몇번의 전화통화로 그런 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거다. 

 

어느덧 도박을 하다보니 이제는 중독을 넘어서 빚을 청산해보고자 바둥거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일이백은 돈으로 보이질 않았다. 내가 잡아먹지 못하면 내가 먹힌다. 오늘도 돈을 잃는다. 난 또 생각한다. 이거만 떠줬어도, 이번 한판만 먹었어도.... 난 왜 재수가 없을까? 

 

빚은 삼천만원으로 늘어났다. 그중에는 꽁지꾼에게 빌린 돈도 있었다. 할 수 없다 싶어 아버지께 고백했다. 도박을 했다고... 어이 없으셨는지 아무말 없으셨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차라리 사치를 했으면 아깝지나 않겠다. 도박에서 잃은 돈 써보지도 못한 것 아니냐... 맞는 말씀이다. 후회스러워 눈물이 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돈을 갚아주신다 하셨고 그 말을 들은 나는 고맙고 서러워서 더욱 눈물을 흘렸다. 

 

내 다시는 도박하지 않으리... 도박하면 나는 개새끼다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3개월 뒤 난 다시 하우스에서 쪼우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눈물은 다 잊은 채..... 

 

처음엔 승승장구 했다. 역시... 그나마 배운 것도 있군...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았다. (호구들은 첫날 100만원 따고 담날 200만원 잃게 되면 자신의 실력을 탓하지 않는다. 단지 운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도박에 실력은 분명 존재한다. 사기가 포함된 도박이라면 더욱 더...) 

 

결국 다시 육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어케 육천만원이 됐냐고? 첫번째 집에서 갚아줬을 당시 카드 총한도 털어봐야 2000만원이 채 안됐다. 그런데 한꺼번에 다 결제 하니까 한도 더욱더 올려주더라. l카드와 s카드 이 두카드만 총한도가 카드론 포함 사천만원쯤 됐다. 

 

아버지가 그러셨다. 허허, 20년을 써온 본인카드도 한도가 600인데 직장도 없는 니가 어떻게 한도가 이렇냐고. 

 

울 아버지는 카드에 현금 써비스란 게 있는지도 모르시던 분이었다. 카드는 할부와 일시불만 있는 줄 아시던 분이다. 

 

아무튼 두번째 채무도 부모님이 알게 되어 해결해 주셨다. 이쯤에서 내 욕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욕들어도 싸다. 인정한다. 벗뜨 아직 욕할 단계가 아니다. 난 또 이거 갚고도 도박했거덩.... 

 

두번째 채무를 진 상태에선 연체가 길어서 모든 카드가 정지가 되었다. 이때 신용 불량이란 딱지를 붙여보았다. 이때 근 6개월간 도박을 안했다. 안했다기보다는 못한 것이다.

 

카드도 이제 못쓰고 일도 하지 못하니 더이상 도박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전에 잃은 본전을 생각하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마침 두번째 도박빚까지 집에서 해결해주고 나니 난 카드회사나 꽁지꾼이나 지인들에게 비록 연체도 하고 늦게 돈을 갚은 경우도 있으나 어떻게든 이넘은 돈은 꼭 갚는다라는 인식이 박혀서 꽤 신용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래서 꽁지꾼에게 돈을 빌려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었다. 난 분명 그때 미쳐 있었다. 

 

어느덧 다시 꽁지빚은 오백. 이자만 일주일에 50이다. 

 

빚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빚을 지게 됐다. 자동차 대파라는 게 그 방법이었다. 자동차 대파란 중고차 매매상 은어인데 서류상으로 차를 사게 한 다음 다시 되파는 거다. 이거 살인적인 수수료 요구한다. 무려 30~40%. 천만원짜리 차사면 300만원 가까이고 내가 그거 갚을 때는 캐피탈 이자까지 붙어서 도합 따지게되면 천만원짜리 차가 1500만원짜리 차가 되는 거다. 이거도 그나마 신용상태가 남아있어야 가능하다. 

 

그 다음 한 건 자판기였다. 이것도 자동차 대파랑 비슷한 건데 캐피탈에 자판기 산다고 속이고 다시 파는 방법으로 돈을 만들었다. 이때는 캐피탈에 자판기를 샀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자판기랑 같이 사진까지 찍어줘야 한다. 그래서 작업해주는 직원이랑 같이 시내 돌아다니면서 깨끗한 자판기 골라서 그 옆에서 사진도 찍었다. 

 

총선 TV토론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그러더라.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나도 그랬다. 카드 만들 때 직업도 구라로 적고 했는데 골드카드를 쉽게 발급받았으니까. 물론, 나의 잘못을 제도의 잘못으로 돌릴 생각은 아니다. 

 

아무튼 결국 저축은행(옛날엔 신용금고라고 했다), 몇개의 카드, 대부업체, 꽁지빚으로 구성된 세번째 채무가 다시 생겼났다. 한 두어번 경험 있으니까 겁나지도 않더라. 걍 대포(배째라는 표현)불렀다. 맘대로 하라고... 

 

머 한동안 연락 막 오고 집으로도 매일 전화오드만 요즘은 잠잠하다. 핸펀은 이미 번호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 후 이년 넘게 도박에서 손을 뗀 상태인 거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에겐 신용불량이라는 딱지가 남아있고 취업도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마음을 이제는 고쳐먹고 일용직으로 돈 모아가면서 잘 살고 있다. 맘은 아직까지 편하지 않지만 그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났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이게 도박중독자의 가감없는 모습이다. 애초에 여기에 장미빛 환상이란 없었다. 그 곳에는 오로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수렁만이 있고, 그 검은 수렁을 장미빛으로 보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중독자인 거다. 한 판만 터지면, 몇 판만 먹으면 하면서 자기가 자기에게 거는 족쇄는 자기가 끊지 않는 한 결코 풀려날 수 없다. 그것을 장미빛으로 혹은 환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그건 검고도 깊은 수렁이다. 

 

재떨이를 하고 싶다고 내게 메일을 보낸 분도 아주 조금이라도 하우스라는 곳의 색깔에서 엷은 장미빛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거기엔 단언컨데 장미빛이 없다. 

 

다시 한번 고한다. 도박에 신경 꺼줘라. 패가 망신에 인생 쫑난다. 

 

자본주의 사회가 열심이만 일한다고 부자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니들 정신건강에도 좋고 어디에 가든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아직까지 도박빚이든 카드빚이든 빚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말어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를 만회할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었보다 중요하다. 언제 갚나 걱정하지 말어라. 언젠간 갚을 수 있다. 본인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빚쟁이들 힘내라. 나도 힘낼테니까... 

 

다음에는 완전히 빚 갚고, 도박도 깡그리 잊어버린 채 도박빚 탈출 성공기를 써서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미리 시뮬레이션해보자면 그 글은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빚을 청산하는 방법이야 열심히 일하는 거밖에는 없을 테니까. 물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즐겁고 재밌는 일은 없을 테지만, 그걸 재밌는 글로 써낼 재주는 아직까지 나한테는 없는 것 같다. 

 

그럼 이상 도박근절 연재를 마친다.

 

 

 

 

 딴지 도박근절위원장
준봉스 (ryu2557@lycos.co.kr)

 

 

 

 

 

141so_01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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