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 이제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자! 2004.6.12.금요일
국민연금 얘기하더니 갑자기 이젠 새로운 단계라니 온 국민이 원하는 국민연금 폐지에 반기를 들더니 드디어 완전히 갔구나... 하시는 님 있을 줄 안다. 본지 알다시피 남들 다 분출되는 사람들의 분노에 놀라 그제야 마자마자 요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야 요러고 있을 때에 혼자서 국민연금 폐지하면 안 된다!고 마빡에 팍 박았었다. 그러고 나서 본지가 왜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도저히 동조할 수가 없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번 기회에 얻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별도의 기사에서 소상히 밝혀주었었다. 본지 이렇게 하는데 고민 없었던 거 아니다. 남모를 때 구석탱이에 앉아 외로븐 똥코털을 가만히 가다듬으며 혼자서 나름대로 고민 절라 했었다. 그런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는 본지 아닌 거 그동안 본지를 봐왔던 독자제위들이면 잘 아실 거라 믿는다. 그래서 본 우원 이 시점에서 이제 그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본 우원 국민연금 첫 번째 기사에서 말미에 언론과 시민단체가 어서 이 사태에 제대로 나갈 것을 촉구했었다. 물론 언론은 조금은 이제 관심 갖기 시작했고, 한 시민단체도 나선 지 오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심은 본지 주장처럼 그것이 아니었던 게 더 심각한 문제다. 그 관심이 본 우원이 촉구했던 그런 관심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시민단체도 본 우원이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촉구한 시민단체에 해당사항이 없었단 말이다. 오히려 이렇게 전개되는 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더러 우리 사회에 정말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민주화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불만과 요구는 공공의 영역에서 공론의 장을 거쳐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사회개혁의 힘으로 승화되었었다. 아직까지 정치가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공공의 영역에서 공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그 동안 해왔던 것이 공공의 이익을 표방한 시민단체들이었다. 즉, 국민들이 씨바... 우리나라 졸라 썩었어 그러면 시민단체는 부패방지법이라는 구체적인 대안과 요구안을 들고 나와 국민들의 여론을 업고 구케의원들이 졸라 딴지거는 가운데도 결국 국회통과 시켰다. 그리고 또 국민들이 씨바... 정치인들이 우리나라 다 망쳐 이러면 시민단체는 낙선운동이라는 방법을 제시해 국민의 힘을 업어 독재에 아부하고 국민 괴롭혔던 넘, 썩은 넘 좀 떨어지게 만들었었다. 최근의 탄핵 정국 때도 더 썩고 드러븐 넘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맘데로 끌어내리네하고 열 받아서 국민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국회를 폭파시키자 하고 뭐 실제 돌진한 님도 있었지만 시민단체들이 촛불시위 주최와 실무를 맡으면서 탄핵무효, 총선심판이라는 구호로 딱 국민의 힘을 모아주는 역할을 담당해 국민 무서운 거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만족스럽진 않지만 탄핵 주도했던 넘들을 국회에서 과반수 이하로 떨어뜨리고 결국 탄핵도 헌재에서 기각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세상이 다 지 거인 것처럼 쥐고 흔들었던 좃선 같은 무리들이 뭐라고 지랄을 해도 이제는 전혀 맥을 못 추게 되었고,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성장해 온 소위 대안언론들을 비롯한 다른 언론들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여론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기 때문이라는 거 부인할 사람 없을 줄 안다. 근데 문제는 정작 이번 국민연금 사태에는 이러한 기제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뭐가 사실이고 뭐가 진짠지 인터넷 상 익명의 글들만 넘실거리고 요거 보면 국민들은 졸라 문제가 많은 거 같아 열 받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정작 언론은 정말 문제는 뭐가 있고, 필요한 건지 안한 건지, 그러면 왜 그렇다는 건지 집어주기는커녕 대충 예전에 하던 데로 정부는 대충 까고, 국민 정서는 대충 두둔하고 이런 식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사들만 쏟아내고 있다. 그 빈 역할을 메꾸어 주던 대안언론이란 매체들도 본 우원 좀 인간관계도 있고 해서 아는 기자나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면 기사 쓰긴 써야겠는데 우리가 뭘 알아야지... 요런 대답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소위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매체에서조차 정부나 대충 까면 뭐 얼추 진보되겠지 이런 안일한 인식이 깔린 기사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정보가 넘쳐난다는 인터넷 시대에 말초적 감정만 자극하는 생짜 정보들만 넘쳐나고 정작 걸러지고 정제된 정보들은 동맥이 꽉 막혀있으니 공론의 기제가 작동할 리가 없다. 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절라 민주화로 바빠서 미쳐 이런 사회복지와 같이 국민의 직접적인 이해가 달린 문제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거 알고, 또 이번처럼 이와 관련된 쟁점이 논란이 된 적도 없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진보정당도 의회에 진출하고, 뭐 정체가 가끔 알쏭달쏭하지만 소위 개혁세력이 국회 과반을 점하는 등 우리사회는 자꾸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면 이제 민주화와 같은 누구나 다 잘 알 수 있고 고민도 있는 이런 커다란 주제가 아니라 각 부문의 구체적인 개혁 즉, 정책적 문제들이 이슈로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사회복지는 국민 누구나 이해관계가 달려있을 만큼 상당히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다. 이번 사태를 보면 잘 알 꺼다. 분명히 말한다. 사회복지, 돈 딴 데서 안 나온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국민들의 돈을 걷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잘 쓸 수 있을까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항상 걸린다. 다시 말해 손해 보는 넘과 이익 보는 넘, 또는 조금 이익 보는 넘과 많이 이익 보는 넘의 차이는 항상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라 예민해지고, 또 그만큼 그 기준이 될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나가느냐가 항상 문제가 된단 말이다. 우리나라가 복지라면 무슨 빈민구호나 생각하던 시절에야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그냥 나쁜넘 되고 말았지만, 날로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위험은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복지는 일부 빈민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회 계층 간 집단 간 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양보와 합의가 필수적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에 대해 뭐가 공공의 이익이고 거기에 치러야 할 대가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에이... 우리가 뭘 알아야지, 복지고 나발이고 정부 정책은 일단 까기만 하면 비판 언론 소리 듣지 이따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복지 명랑사회는 결코 우리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단 말이다. 계속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죽이던 밥이던 정부는 무조건 신나게 까기만 하면 지가 정의인양 할 말은 한다고 지껄이는 무리들과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겠냔 말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민주화 이후에 버라이어티하게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욕구에 대해 언론에 우리 사회 개혁의제를 던져주고, 이를 공론화 시키는 소스 역할을 했던 것은 시민단체였다. 앞서 말했듯이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있는 곳에 고거를 가지고 번듯한 개혁안도 만들고 국민? 그런 거 나 몰라 하는, 지 기득권이나 챙기며 거들먹거리는 정치권을 향해 때로는 여론의 힘을 업고 싸우면서, 때로는 자존심 죽여 가며 굽실거리며 이거 정말 필요한 거다 설득해 가면서 극도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마다 않고 여전히 후진적인 정치구조 아래서 비어있는 공론의 공간을 채워왔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는 웬일인지 그래왔던 시민단체들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앞서 말한 데로 다른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대안언론이라고 하는 매체들까지 그러고 있으니 매체의 힘도 없이, 그렇다고 국민 여론말고는 딱히 다른 권력이라는 것은 원체 없는 시민단체가 이렇게 국민의 분노만이 비등한 시점에서 폐지는 아니 될 말이고 요런 개혁안이 정말 필요한 겁니다 요렇게 나왔다간 국민의 여론은커녕 덩달아 비난의 총알받이나 될 상황이란 거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뭐가 먼지 헛갈리는 언론들에게 요건 요렇게 된 거고 저건 저렇게 된 거고 이렇게 의제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던 역할까지 손놓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 대규모 촛불시위를 주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가 벌써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본 우원 실은 그 얘기 할라고 시민단체 얘기 꺼냈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그 단체 회장님 인터뷰 한 것 보고 본 우원 넘어가시는 줄 알았다. (관련기사 참조)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시는데 다른 대안은 있느냐는 질문에 대안은 마련 중이시란다. 그리고 대안은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거지 국민들이 그것까지 마련해야 하냐고 항변하신다. 말은 맞다. 국민들이 그거까지 할 필요는 없다. 정책의 세부적인 사안까지 내놓는 것은 결국 정부나 정당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개인이 아니라 시민단체라면 적어도 대안적 방향정도는 제시하면서 비판을 해야 한다. 대안의 방향조차 없이 일단 없애고 봐하는 식의 주장은 솔직히 말해서 이익단체도 잘 안 하는 짓이다. 특히, 그동안 다른 시민단체들이 가꾸어온 시민운동의 영역에 비추어 봤을 때는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이상 시민단체라고 부르기가 조금 민망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꼬리 잡는 거 아니다.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 대안이 나올 리가 없다. 국민연금 제도는 세계 167개국이 가지고 있는 제도다. 누구 말을 빌리면 제대로 된 국가 치고 국민연금 없는 나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이 나라들이 어디 가서 단체로 총 맞았거나 외계인한테 홀리기라도 했다는 거냐. 다른 대안이 있는데 국민연금이 국민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정말 없애 버려야할 악이라면 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이걸 갖고 있느냔 말이다.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노령화 문제에 세울 수 있는 국가대책이 이것말고는 아직 없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회장님께서 대안을 만들어 나오신다면 우리나라에서만 쓰실 게 아니라 국제 학술지에 한번 잘 써서 발표하시길 권하고 싶다. 아마 노벨상에 사회정책 분야에도 상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되시는 거다. 장담한다. 대신 기초연금제 요런 거 내놓으면 반칙이다. 이것도 회장님이 목숨 걸고 폐지하시겠다는 국민연금제도 중 한 종류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 영역을 담당해왔어야 할 국가영역이 일제시대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부당한 권력에 의해 한 세기 가까이 유린되어 왔었다. 이 덕분에 우리에게 공공이라는 개념은 별로 익숙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맨날 국가는 지들 배나 채우는 것들에 의해서 점령 당하고 그들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리니 부당한 권력과 국가가 동일시되어 왔던 것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도,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도 바로 이 공공의 영역인 국가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되찾아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결국 민주화로 국가는 부당한 권력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부당한 권력에 휘둘렀거나 아부했던 넘들이 국가 주변을 정치인과 관료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런 넘들이 아니라도 국민 위에서 군림해왔던 관성이 남아있는 넘들도 덩달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다음 바통은 시민단체가 이어 받았다. 즉,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공공의 영역인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판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가차없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잃어왔던 국가는 그 비판을 통해 제대로 바로 세우고 가꾸어 나갈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로 하여금 지멋대로 시장을 어지럽히며 독점 권력을 휘두르던 재벌도 좀 바로잡고, 독재 이후 지가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도 좀 손도 보고, 맨날 성장만 주장하던 통에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적 안전망도 좀 보완하는 역할을 하도록 정부를 비판하고 채근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시장의 공정한 관리자로서, 언론질서를 바로잡는 감독으로서, 그리고 사회복지 제도로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는 보호자로서 여지껏 잃어버렸던 공공의 영역을 다시 찾아가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비판의 대상인 정부와 가꾸어야할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은 있다. 즉,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서 공격만 하면 정의인양 취급될 수 있는 경향이 아직까지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가장 대표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가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때 좃선 무리들의 행태였다. 이 때 세무조사가 면제되어온 부당한 특혜를 깨고 이를 시행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인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국가와 정부를 의도적으로 혼동 시켜 싸잡아 공격하면서 국가의 정당한 역할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에게는 권력에 아부한다며 어용의 이미지를 씌우면서, 마치 지들은 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는 정의 인 양 행세했었다. 물론 이들의 그동안의 죄는 익히 알려졌던 바였고, 결국 엄청난 탈세가 드러나 국민들이 속지는 않았지만 이런 혼돈이 얼마나 위험하게 악용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예를 남겼다. 물론 국민들은 정부가 잘못해서 피해와 불만이 쌓일 때 씨바... 다 없애버려 하고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 공격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한 세기가 넘게 공공의 개념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불행한 역사의 피해자로 그럴 수도 있고, 아까 말했듯이 이게 또 공론의 장을 거쳐 국가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공론의 장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담지해온 시민단체가 그런다면 이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적어도 시민단체라고 불리고 싶다면 이런 구분은 해줘야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시민단체의 소임은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면서 국가를 바로 잡고 가꾸어 가는 것이지 공공의 영역을 까부시는 게 아니란 말이다. 즉, 정부가 국가 복지인 국민연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국민을 열 받게 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할 일이지 국가 복지를 까부시자고 하는 게 시민단체가 해야 할 짓이 아니란 것이다. 본 우원 지금 나서는 그 단체를 이번 사태로 알게 된 거 아니었다. 예전에 스스로도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할 교통분담금 환급 운동 때 알게 되었고 참여도 하게 돼서 그 후로 계속 메일도 받고 그랬다. 연말정산 때마다 요령도 보내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이 보내주어서 자기 분야에 참 충실하고 열심히 하는 단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사태를 통해 언론에서 속칭 뜨는 그 단체의 이름을 보고 이게 내가 알고 있던 단체 맞나 했었다. 불행히도 맞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젠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서 무조건 공격만 하면 정의가 되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리고 시민단체로서 비판을 하려면 적어도 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대안의 방향이라도 제시하는 책임감 정도는 있어 줘야한다. 아까 언급한 회장님의 인터뷰에서 일부 타당한 지적도 개중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암 말기환자가 당장 치료비가 없어 죽게 생겼는데도, 납부한 보험료가 쌓여있어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회보험에 대한 회장님의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백미 중 백미였다. 분명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제도지 질병에 대한 제도가 아니다. 누차 얘기했지만 국민연금은 금융상품도 아니고, 다른 사회보험이 그렇듯이 보험료를 납부하면 내 돈이 아니라 공공의 돈이 되는 거다. 나 지금 필요하니 내 연금 내놓으라는 건 나 이민 갈 테니 그동안 낸 세금 다시 내놓으란 얘기랑 다를 바가 없단 얘기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낸 돈에 의해 나중에 공공의 돈을 받아 노후를 보장받을 자격이 주어지고, 그 수준이 결정된다는 것뿐이다. 질병에 대한 위험을 보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공공의 자금은 국민연금이 아닌 의료보험에 있다. 정말 회장님이 이런 사례들이 안타까우셨다면 엉뚱한 국민연금에 가서 돈을 안 내놓는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 의료보험 개혁을 주장하셔야 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랫동안 다른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것이 본인 부담금 상한제다. 즉, 의료비가 엄청 들어갈 수밖에 없는 중병이 걸린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본인 부담금 이상의 돈은 무조건 의료보험에서 전부 다 대주는 거다. 이 것 역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돈이 없어 살 사람이 죽어가고, 가족 중 중병 환자 하나만 있어도 가계가 파산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불행한 일들을 과거의 이야기로 돌릴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장치면서도 생각보다 추가로 부담되어지는 돈은 그렇게 크지 않다(실제 이런 중병 환자 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은 많을지 몰라도 전체 의료보험 대상에서 따졌을 때는 비중이 작으므로). 근데 이 제도 도입을 죽어라 도입하자고 다른 시민단체들이 정부랑 싸우기도 하고 협상도 할 때는 어디 계시더니 갑자기 나타나시어 무슨 이게 뚱딴지같은 말씀인가. 물론 네티즌들은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얘기에 바로 분노하고 씨바... 국민연금 진짜 조깥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 대표라고 나오신 분이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이렇게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고, 대안도 아직 뭔지 모르시면서, 일단 사람들이 절라 불만이 많으니까 국민연금 폐지에 목숨 걸겠다... 예전에 시민들이 잘 모르는 세금 문제를 하나하나 챙겨주던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예전에 한 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냐는 물음에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는 대답이 44.8%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39.2%)보다 우세하게 나왔단다. 미국이라고 하면 최고라고 의례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사회가 정말 많이 변하긴 변했구나 했다. 그뿐인가. 20.8%가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선호한 반면 자그마치 78.4%가 사회복지가 잘 갖추어진 사회를 선택하였다. 이건 본 우원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었다. 복지확대를 위해 그 재원이 될 수밖에 없는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는지 물었더니, 더 내겠다는 응답자는 18.6%뿐이었다. 오히려 세금을 낮추자는 의견이 42.9%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세금 부담률은 대략 20% 안팎, 40% 수준을 넘나드는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는 고사하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의 1/3인 남아프리카 공화국보다 낮다고 한다. (관련기사 참조)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받는 것만 좋아하고 부담은 싫어하는 국민의 이중성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 우원은 공공의 영역을 한 세기 가까이 부당한 권력 빼앗겨 왔던 불행한 역사를 탓하고자 한다. 빡통 아래 성장의 신화에 가려져 왔던 우리네의 고통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여야 한다고 절대 다수가 선택했다는 것만도 믿기 힘든 변화다. 아직까지 정치권에서는 성장우선주의의 망령이 급증하는 비정규직의 고통과 날로 벌어져만 가는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담당하는 국가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아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맡기기에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 사태가 보여주지 않는가. 물론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해왔고, 방식의 전환에 불과한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이라는 오보를 아직도 쏟아내고 있는 언론 때문에 국민연금 자체에 갖는 불신도 불신이지만, 그동안 우리 국민에게 국가는 빼앗아가기만 하는 존재였기에 분명히 별 탈 없이 산다면 내는 돈 보다 받는 돈이 많아지는 연금에 대해서도 왜 내 돈 뺏어 가느냐고 항변하게 되는 것 아닌가. 우리들에게 여전히 국가는 내 것을 뺏어 가는 존재였지 내가 돈을 내면 그 돈을 우리 모두를 위해 잘 써주는 공공의 관리자로 느껴졌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지역 수해가 나면, 북녘 땅에서 큰 불행한 사고라도 날라치면 너도나도 돈 모으고, 손수 달려가 자기 힘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상처를 씻지 못해 사회복지제도를 위해서도 내 돈 못 내겠다 하고 더 돌려준다는 국민연금도 왜 뺐어 가냐고 항변을 한들 그걸 가지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국가개입도 부정하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로 몰아세울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상처를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남의 손에 빼앗겼던 국가를 되찾았었고, 또 그걸 총칼을 휘두르는 넘에게 또 빼앗겼지만 또 결국 찾아내었다. 그리고, 또 이제는 그 넘에게 빌붙어서 자기 배 채우던 넘들이 구케권력을 쥐고 있던 것도 이제 막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 서민을 대표하는 구케의원들이 처음 의사당 땅을 밟아 눈물을 흘리는 광경까지 보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 사태는 이런 과정에서 민주화, 이런 거대 이슈 뿐 아니라 우리가 진짜 우리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먹고 싸는 문제가 사회적 중심 이슈가 되기 시작한 사례로서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른 차원의 발전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았는가. 지난 탄핵정국의 촛불시위는 차라리 감동이었다. 우리는 민주화를 넘어 우리가 꿈꾸는 더불어 풍요로운 사회로 그 다음 단계의 발전 역시 훌륭히 해낼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이 필요한 것뿐이다. 지금까지 이 공론의 장 역할을 잘 해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들도 지금에 안주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제 다음 단계를 향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할 때다. 어쩌다가 이런 일도 큰 이슈가 되네 하고 바라볼 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 새로운 차원의 발전을 준비하자. 명랑사회는 거저 얻어지는 거 아니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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