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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이너뷰] 우린 아랍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03.6.22.화요일
딴지 편집부


결국 바라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로 인해 그 전까지 70%를 넘어섰던 파병 반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파병 찬성으로 역전이 되었고, 감정에 북받친 우리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 와중에 김선일 씨의 납치 시기와 동영상 문제에 대한 공방으로 우리 국민들은 현재 심각한 심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만약이란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지만 우리가, 우리 정부가 조금이나마 아랍에 관해서, 그 쪽 문화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미련이 남는 건, 이번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정부의 아랍에 대한 정보 절대 부재와 아랍문화에 대한 철저한 무지가 사태를 최악으로 키웠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처럼 정부의 대 아랍 정보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 탄로 난 이 시점에서 이라크 상황은 물론이요, 아랍권에 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창구는 어디일까. 아마도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현지생활을 경험한 이들일테다.


물론 이렇게 되물을 수 있을 거다. 이미 끝난 일, 이제 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모하냐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김선일 씨의 죽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우린 지금 추가파병이라는 원죄에 가까운 더 큰 파고에 직면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더욱 추가파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파병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라크 현지에 있는 서희/제마부대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라도, 김선일 씨와 같은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라크의 상황, 더 나아가 아랍의 사정에 대해 더욱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선일 씨의 죽음이 가지고 온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6월 23일, 본지 아랍특파원이자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3년 째 사업을 하고 있는 타우픽과 중동전문사이트 The Middle East-Islam Monitor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웨이트, 요르단에서 2년 간 생활한 경험이 있는 무함마드를 만났다.


이너뷰는 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독자열분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둘의 대답은 하나로 묶어 통일하였고, 사진은 이들의 요청에 의해 게재하지 않는다. 아, 그리고 이름이 아랍이름이라 오해하실 거 같은데 이들의 활약무대가 아랍이고, 아랍에 대한 정보를 취급하고 있다보니 아랍이름을 사용하는 것일 뿐, 이들은 한국인이다.


썰이 길었다. 이너뷰 전문 나간다.







 
딴지(이하 딴) : 김선일 씨 문제로 많이 놀라셨죠?


네, 우리 국민들 모두가 그렇겠지만 모라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진심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김선일 씨에 대해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갔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랍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써 위험하다는 게 두렵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내가 배운 언어를 특히나 김선일 씨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다른 거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입까지 해서 아랍어를 공부하고 이슬람에 대해서 연구를 했습니다. 물론 이라크로 선교를 하러간다는 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경험을 쌓고 많이 알고자 그런 마음을 먹게되면 사지가 무섭지가 않게 되요. 왜냐면 자기가 배운 걸 써먹을 수 있고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해서 배운 사람들은 거기가 아무리 죽을 곳이라 해도, 남들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거기에 가겠다는 의지를 막을 수가 없어요. 그걸 비난 할 수는 없는 거죠.


딴 : 이번 김선일 씨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의 협상이 미덥지근했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 납치같은 경우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고 봐요. 솔직히 그거 때문에 정부에서 파병을 철회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하지만 협상에는 문제가 있죠. 정부에서 다이렉트 라인도 없고 정보도 없고 인맥도 없고 이러니까 기껏 한다는 게 이슬람협회를 통하는 방법 밖에는 없죠. 일본 정부와는 대단히 대조적인 거죠. 일본같은 경우에는 각 국마다 다이렉트 라인을 다 만들어 놨거든요.


딴 : 그렇다면 한국외교와 일본외교의 차이는 뭘까요?


무관심이죠. 한국은 친미외교가 중심이니까. 그리고 김영삼 정부 시절의 세계화, 그게 말이 세계화지 미국화거든요. 그러니까 아랍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대해 맡기는 거고 아랍전문가를 집단으로 양성하겠다든지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아예 없어요.


딴 : 그니까 아랍 전문가 양성에 대한 무관심이 아랍에 대한 무지를 낳게 됐고 현재 아랍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랄지 역사에 대한 그런 무지가 결국 이번 협상의 부재가 됐다 그런 말씀이죠?


그렇죠. 근데 정부에서 이쪽분야에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를 해도 지금 이런 시스템으로는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게 힘든 얘기죠.


딴 : 왜 그렇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서 외국에서 학위를 따오는 식으로 준전문가가 되면 정부에서 이 사람을 지원을 해서 아랍 현지에 나가 경험을 쌓는 식이 되었을 때 전문가가 완성이 되는 거죠. 근데 그 이전에 우리의 대학문제 자체가 조폭문화니까 실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잘 빌붙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니 안 되죠.


딴 : 그만큼 아랍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말도 될텐데 여기서 또 한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중동에 대한 관심이 비단 이 전쟁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어서 아랍은 예전부터 굉장히 중요한 나라 아닙니까?


중요하죠. 일단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의 산유 수입국인데다가 외교적으로 중동국가가 또 머릿수가 많기 때문에 한국이 인지도도 있고 굉장히 좋은 시장이죠. 그래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라는 점에서 우리가 세계 4위의 산유 수입국이라는 점이 제일 중요하죠. 그 에너지라는 게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거든요.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든가,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든가에 있어서 에너지는 굉장히 중요해요.


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아랍에 대해 무관심하고 전문가 양성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걸까요?


미국 중심의 정책들이 잘못됐다고 봐야죠. 물론 미국이 한국에게 있어 가장 큰 교역국인데다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차지하는 위치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에 무관심하거나 등한시해서는 안 되는 건데 관심조차 두지를 않은 거죠. 아랍에 대한 자료들이나 그런 것들은 제대로 없고, 인재들은 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거기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중동에 제대로 된 로비스트들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압력을 넣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갖추어져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리고 제일 좃같은 게 우리나라의 관료주의, 아랍의 관료주의도 만만치 않지만 이 관료주의라는 게 모든 것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일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딴 : 문제네요, 관료주의는 그 마인드 바꾸기가 정말 힘들지 않습니까?


외무부가 제일 큰 문제인 거 같아요. 작년 11월에 오무전기 직원 피살 됐을 때 그 때 이라크 대사는 두바이에 와있었어요. 이라크에 있었던 게 아니라 두바이에 와있었어요. 모 하러 왔느냐, 중동의 외교관들 미팅이 있었는데 그 때 어땠냐하면 두바이에 있는 각 주재 기업들한테 각 나라 대사관을 하나씩 떼어줬어. 넌 이라크, 넌 요르단, 넌 어디. 이렇게 대사관에서 기업들 하나씩 배정 받고 돈 버느라고 고생하는 기업들한테 골프 치고 싶다 그러면 그 기업에서 나온 사람이 외교관 데리고 가서 골프 치게 해주고 배고프다 그러면 저녁 멕여주고 그 지랄을 시켜놨어요. 그니까 자기네들이 대접을 할 생각을 안하고 그런 행태를 보인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오무전기 근로자가 총격에 의해서 피살당했을 때 이라크 대사는 두바이에 있었던 거예요. (관련기사 참조)


딴 : 너무하네요.


중동국가로 나가는 대사들은 그런 마인드가 있는 거 같아요. 지가 약간 중심에서 벗어나서 외곽으로 나와있다, 이런 생각을 해서 와서 그냥 편안하게 쉬고 간다는 느낌으로 있더라구요.


딴 : 그렇다면 아랍에 대한 정보 부재와 무지 이런 것들이 단순히 미국중심의 정책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아랍사람들을 밑에 두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태를 보이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니까 중동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거기에다가 그런 마인드들 예를 들어서, 중동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 중에서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외교관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거의 없을 겁니다.


딴 : 그 정돈가요?


우리나라 문제는 외교관으로 발령이 나면 진득하니 그 지역에 대해서 담당하는 게 아니라 얼마 안 있다가 다른 국가로 발령이 나고 전 세계를 다 돌잖아요. 한 언어를 습득하고 그 나라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런 게 정말 힘들다니까요. 시스템 자체가 중국 같은 경우는 아랍이면 아랍, 동남아시아면 동남아시아 이렇게 도는데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푸에르트리코 갔다가 이라크 갔다가 갑자기 러시아 갔다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니까 깊이 있는 외교가 될 수가 없죠. 시스템 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딴 : 일본 같은 경우는 아랍전문가를 키우는 시스템이 구성돼 있나요?


제가 알기로 일본은 중동국가별로 인원수를 책정을 해서 현지에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전액을 밀어주더라구요. 일본같은 경우는 정보 수집이 또 장난이 아니잖아요. 인원을 계속 파견해 가지고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해서 그 걸 데이터화 해 놓은 게 엄청나죠.


딴 : 결국 그런 차이가 이라크에서 협상에 임했을 때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다른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군요?


옛날에 일본같은 경우 이름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그 때 사우디 킹 패밀리랑 걸프의 쿠웨이트 패밀리랑 잡고 있는 중동통이 있었어요. 전두환 때 그 쪽 외교는 이 중동통 일본 사람을 고문으로 데려와 가지고 다 얘를 통해서 이뤄졌잖아요. 걔 죽으니까 라인이 없어진 거죠. 우리 외교를 일본을 통해서 한다는 거 자체가 벌써 말이 안 되는 거죠.


게다가 이번에 우리 군이 추가로 파병되는 아르빌 지역은 쿠르드족이 주로 살고 있단 말예요. 근데 쿠르드족 사람들은 아랍인이라도 아랍어를 쓰지 않아요. 근데도 아랍어 통역하는 사람을 교육시켜서 데려가거든요. 이에 대해서 토론회가 벌어졌었는데 누가 아르빌에 있는 쿠르드 사람들은 아랍어를 안 쓰는데 아랍어 통역 데려가면 어떻하냐고 국방부 대변인한테 물어보니까 그러잖아요, 어차피 순니 사람들도 있으니까 정찰할 때 필요하다고. 거기다 또 덧붙인 게, 아르빌 지역은 초목지대래요, 그래서 우리 군에게 가장 필요한 게 군복을 사막 군복에서 초목지데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이거 완전 공무원적인 발상예요. 어이가 없는 건데 그 대변인 앞에 있던 교수들은 맞다 맞다 이러면서 거기에 넘어갔잖아요.


또 문제가 아르빌에 쿠르드족이 많은데 쿠르드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니까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면 국책연구소에서 쿠르드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한두 명 정도 키워서 연구소에 배치하고 대비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거죠. 근데 우리 정부는 전혀 그런 거에 관심이 없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아르빌 간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쿠르드어 하는 사람 외국에서 데려왔잖아요 교육시키러.









추가파병지역으로 확정된 아르빌


딴 : 근데 그렇게 데려와서 쿠르드어를 가르친다고 배우는 사람들이 알까요?


인삿말 정도만 익히겠죠. 우리 정부는 아랍에 대해서 너무 몰라요, 너무 무지해요. 그니까 그 쪽 정보는 거기서 오래 살면서 많이 겪어본 사람이 제일 많이 아는 거죠. 그런 거 관련해서 겪어 본 사람이 아는 거죠. 근데 아랍어만 열심히 한다고 하면 그건 또 소용없지. 이슬람 문화, 역사, 정치, 종교 이걸 다해야 소용이 있는 건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게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해요.


딴 : 이런 무지가 가지고 온 결과가 또 있죠. 우리가 추가파병 할 지역인 아르빌에 대해 안전하다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한 조사. 이거 문제가 있죠?


현재 그 지역이 표면상 안전하게 보이긴 해도 쿠르드족 주둔 지역이고 또 이 쿠르드족과 이라크인 사이에 굉장한 알력이 있고 거의 중동의 화약고로 봐도 무방한 지역입니다. 거기다 대고 평화, 재건하러 간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파병을 하는데 현재는 할 것도 없고 그 명분이라는 게 설득력도 없죠. 왜냐면 일단 폭격 받은 것도 없고 현재는 안정된 그 자첸데. 문제는 순니랑 쿠르드랑 감정 싸움이 나면 그 때는 화약고 중의 최고의 화약고죠. 지금 그 지역 최고의 빅 이벤트는 쿠르드족예요. 아르빌이 3개국이 걸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금은 평화로워 보여도 앞으로는 알 수가 없죠.


본 기자가 잠시 꼽싸리 끼자면, 일단 쿠르드족에 대해 알고 싶다면 본지에 게재됐던 그대는 쿠르드족(kruds)을 아는가...를 참조하시라. 본 이너뷰 아래에서 다시 언급될 쿠르드족과 아랍, 특히 터키와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쉬아와 순니, 여기서 이 두 종파를 역사적으로 따질 필요는 엄꼬 쉬아와 순니가 어떻게 다른지 간략하게나마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슬람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창시했고 그리고 그를 따르는 4명의 정통 칼리프(통치자정도로 이해하면 됨)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 정통 칼리프를 따르는 무리가 순니다. 그러니까 예언자의 삶과 궤적을 쫓으면서 이슬람을 신봉하는 종파가 바로 순니인 거다. 근데 4명의 칼리프 중 4대 정통 칼리프인 알리가 정적들에 의해서 살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알리를 따르는 무리, 이 사람들이 쉬아파다. 


하지만 알리를 따르는 알리의 추종자 쉬아파는 대대적으로 순니를 비롯한 주류에 의해서 탄압을 받았다. 이에 쉬아파는 그 탄압을 피해 근근히 유지해오면서 이란에서 세력을 키워왔더랬다. 그래서 쉬아파와 순니파는 기도라든지 생활규범이라든지 다른 종교적인 법리해석이라든지 그 다음에 예언자와 그 밑에 따르는 추종자들, 이들을 이맘이라고 하는데 이맘을 인정하고 안하는 문제들 그런 기타 잡다한 문제들에 있어서 순니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니까 쉬아파와 순니파는 초반부터 대립되어 있는 종파인 거다. 쉽게 기독교에 대입해 설명하자면 구교와 신교가 나눠지는데 신교를 두고 프로테스탄트라고 하지 않나. 저항세력. 그니까 순니에 저항하는 쉬아파는 저항세력인 거다.


본 기자, 어눌해 보여도 쫌 한다. 근데 왜, 아르빌 지역에서 쉬아와 순니 그리고 쿠르드족이 맞짱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는 건가. 궁금하면 이너뷰를 계속 보자.









쿠르드 아이들. 얘들에게 뭔 죄가 있다고...


딴 : 뭐 땜에 아르빌 지역의 빅 이벤트가 쿠르드족인 거죠, 단순히 쪽수가 많아서?


지금 쿠르드족은 민정이양만 기다리고 있어요. 민정이양만 되면 거기는 독립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왜냐면 독립은 쿠르드족이 몇천년 간 기다려온 숙원이었고 그러니까 지금처럼 혼란스런 시기는 걔들한테 좋은 기회인 거죠.


딴 : 우리가 아르빌에 들어간다면 화약고에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다는 얘긴가요? 


거기서 만약에 독립을 선언하면 이라크 문제가 아니라 세계 문제가 되는 거죠. 이란이야 자동적으로 개입되고 터키 개입되고 이러면 미국 당연히 개입하는 거고.


왜 쿠르드족이 독립을 선언하면 그들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제가 되는 걸까.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 부분에서 자세하게 소개가 되니 여기서는 잠시 넘어가기로 한다.


딴 : 근데 왜 아르빌로 정했을까요, 이걸 몰랐을까요?


관료주의의 폐해가 거기서 나오는 거죠. 아랍에 대해 아는 건 개뿔도 없으면서 그냥 가서 보니까 재건할 것도 없고 별 거 없는 거죠. 게다가 아르빌 조사하러 갈 때 중동전문가가 누가 갔습니까. 공무원들이 갔지. 뭐 알겠어요. 그리고 걔들 만나는 자체가 고위층이나 그룹 회장들이니까 치안이 안정돼 있고 우리는 경제가 안정돼 있고 환영, 웰컴 이랬겠죠. 또 걔들은 미군이 안내하는데로 움직이기 때문에. 근데 사실 위엣 분들이 바보가 아닌데 아르빌이 위험하다는 거 몰랐을리는 없을 거 같아요. 문제는 우리가 선택권이 없는 게 아닌가 해요. 전에 키르쿠크 파병한다 할 때도 웬만한 조금 아는 사람들 같은 경우라면 절대 파병 못 하게 반대했을 거예요.


딴 : 키르쿠크가 어떤 곳이길래 그렇죠?


키르쿠크는 땅 위로 기름이 그냥 올라온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니까 미군이 절대 키르쿠크를 안 놔준다고 그러죠. 게다가 그런 땅을 아랍인들이 그냥 놔둘 리도 없고. 그만큼 위험한 지역이죠. 거기에 우리가 간다니까 너희 와라, 그럼 우리가 대신에 경비하고 공항은 가지고 있을테니. 이런 것만 봐도 쫌 뭔가 윗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반영되는 거 같지도 않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애들이 이리로 와라 저기로 가라 이런 식으로 정하겠죠. 결국 한국의 추가파병 지역을 아르빌로 한 건 쿠르드 지역은 미국이 개입하기 싫어하니까 한국보러 가라 한 거겠죠.


딴 : 쿠르드족 얘기로 넘어가서 미쳐 물어보지 못했던 건데 현재 아랍은 쉬아파와 순니파가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반목하고 있잖아요, 쉬아는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에 대해 협조적인데 반해 유일신과 성전은 순니계열이고..


근데 쉬아가 미국주권이양에 협조적이라고 하기엔 모하고 쉬아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느냐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거 같아요. 왜 그러냐하면은 내가 생각하기엔 쉬아가 이번 기회가 자기네들이 독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딴 : 쉬아파도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하군요?


왜냐면 이라크에는 쉬아파들이 머릿수가 가장 많거든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게 쉬아파예요. 근데 그동안 후세인 통치 때까지는 순니파한테 탄압을 당했잖아요. 그래서 이란이라크 전쟁도 일어난 거고.


딴 : 둘의 적대감이 한쪽은 친미, 한쪽은 반미 이런 양상을 보이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후세인 정권에 반대하는 반대파들은 쉬아파와 쿠르드족이라고 볼 수 있죠. 두 군데 큰 갈래가 있어요. 왜냐하면 순니파인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많이 받고 그 다음에 후세인이 쿠르드족같은 경우 대량학살까지 했잖아요. 그리고 쉬아파가 왜 그럴 수밖에 없냐면 이란이랑 이라크 관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요. 


딴 : 어떤 점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거죠?


왜냐면 당연하게도 이란은 쉬아를 지원하죠 쉬아를 지원을 하고 후세인 그 쪽으로 혁명을 전파하고자 노력을 할 수밖에 없고. 근데 그동안 후세인 정권같은 경우에는 중동 걸프 산유국들, GCC라고 하죠. 그 쪽에서 금전적 지원을 많이 받았고 이슬람 혁명 수출을 막아주는 전초적인 기지였어요. 지정학적으로 보면 이란, 이라크 그 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잖아요. 그걸 막아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 후세인 정권이었어요. 거기다 미국마저 지원을 하니까 후세인 정권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계속 유지하고 힘을 쓸 수가 있었던 거죠.


근데 쉬아파도 미국에 대한 감정이 정말 안 좋아요. 걸프전 끝났을 때만 해도 쉬아가 독립을 하려고 혁명을 일으켰었죠. 그 때 미국이 계속해서 전쟁을 지속했으면 혁명이 성공해서 쉬아 공화국이 생겼을지도 모르죠. 근데 그 때 미국에서 일부러 손을 안 댔거든요.


딴 : 왜요?


후세인을 진압을 하려고. 미국은 힘의 균형을 원한 거고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에 악감정은 있지만 지금 이라크 상황이 쉬아에게는 좋은 기회니까 쉬아에게 유리한 게 많으니까 미국에 협조적인 걸로 보이지만 실상 지금은 쉬아도 많이 돌아셨잖아요. 그래서 지금 쑨니하고 손을 안 잡아도 거의 저항세력하고도 같아졌죠. 저항세력들도 쉬아파 저항세력, 쑨니파 저항세력 따로따로 나눠져 있지.


딴 : 그럼 쉬아는 어떤 계기로 미국한테서 돌아서게 된 거죠?


미국이 침략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쉬아파는 처음에 미국 들어왔을 때 환영했어요. 전에 모쉬하다니랑 이너뷰 했을 때 모쉬하다니가 말하길 쉬아도 곧 돌아설 것이다 했는데 그게 맞아요. 지금 돌아섰잖아요. 근데 원래부터 미국에 대한 감정은 안 좋았어요. 어디도 마음 놓고 못 다녔어요. 그리고 걸프전 이전부터도 반미였잖아요. 반미사상은 비단 부시부터 시작 된 게 아닙니다. 외세에 의해서 자기네 나라가 그것도 특히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그리고 이스라엘, 미국이라는 비호가 없었으면 그 조마난 땅덩어리 가지고 어떻게 버텨냈겠어요. 그러니까 반미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반미를 내걸고 나온 거고. 위정자들이, 통치자들이 자기네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미를 내세울 수밖에 없고, 그래야 민중의 지지를 받으니까요. 반미는 부시가 불을 당긴 거뿐이지 그 전부터 역사와 전통이 빛난다니까요.


딴 : 팔루자가 현재 치안이 굉장히 불안하죠?


그렇죠. 현재 순니의 본거지죠. 그리고 거긴 미군이 통제를 못해요, 컨트롤이 안돼요. 그 때 공격 들어갔다가 밀려서 나왔잖아요. 힘으로 안 되니까 협상을 해서 나왔잖아요.









이라크 팔루자


딴 : 김선일 씨가 납치된 곳도 팔루자잖아요?


듣기로는 미군기지가 팔루자 위에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위쪽에 있는데 고속도로로 오다가 반군들이 길을 막고 납치를 한 거죠.


딴 : 시신을 발견한 것도 팔루자 근방이었죠?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쪽으로 35km 부근이었죠.


딴 : 혹시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과격단체에 대해서는 알아요?


모르죠. 거기에 과격단체가 얼마나 많은데요.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가 옛날에 독립운동을 했을 때도 무슨 단, 무슨 단 해가지고 많이 있었잖아. 그런 맥락으로 봐야되지 않겠어요. 근데 유일신과 성전 얘네들은 정말 너무한 거지.


딴 : 그런데 유일신과 성전도 그렇고 보면 이런 단체 이름에 지하드(성전:편집자주)는 꼭 들어가요.


지하드라는 게 워낙에 성전, 그 이전에는 노력, 무엇을 이루기 위한 자신의 인내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는 가치, 그게 나름대로 이슬람의 의무이고 성전이죠. 자기 종교를 지키기 위한 성전을 하는 게 의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엔 테러단체지만 걔네들이 보는 입장은 아니죠.


딴 : 근데 왜 이렇게 무장단체가 많은 거죠?


맨 처음에 생긴 거는 2차세계 대전 이후고 강대국에 의해서 자기들의 의사에 반해서 나라들이 갈렸잖아요. 게다가 그 이전에도 외세에 침략을 받은 역사도 많고. 최근까지 터키한테 침략을 당했고. 거기에 대한 독립운동이 왜 없었겠어요. 그 다음에 이스라엘 건국 그 이후부터 또 많이 생겼지. 미국을 위한 팔레스타인 독립. 그 다음에 미국 바이러스같은 새끼들의 창궐에 대항하는 단체도 많이 생기고. 그런데 그런 조직들은 옛날부터 있어 왔어요. 오스만 시대에도 있었고, 칼리프 시절에도 있었고, 그런 밀사 조직들이 옛날에도 있었죠.


딴 : 정리해보면 아랍의 역사도 침략으로 점철된 역산데 그래서 더더욱 외국군대 주둔이라든지 그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해석해도 되나요?


전통적인 거로 보면 안되고 자연스럽게 봐야죠. 왜냐면 우리나라가 침공을 당했다고 치면.. 이번 탄핵사태 때도 보세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막은 거 아닙니까.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특히나 아랍은 땅이 오픈돼 있기 때문에 거기다 유목민이니까 침략 당하고 침략하고는 당연하게 생각을 하죠. 대신에 건딜지 말아야 될 거를 미국새끼들이 건디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문화적으로 손 대지 말아야 할 것까지 건드리니까. 모스크(이슬람 사원을 말함:편집자 주)에다가 미사일 쏘고. 우리나라 불국사에 미사일을 쐈다고 생각해보세요.


딴 : 그럼 이 부분에서 아랍사람들이 이슬람 종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슬람이라는 거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삶 자체입니다. 그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교를 택할 때 대개 어머니의 영향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친구의 권유로 아니면 누구에 의해서 이런 식인데 아랍은 이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슬림(이슬람 신도:편집자주)으로 태어나서 무슬림으로 죽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부 광신자들만 빼놓고 종교가 생활을 규정짓지는 않잖아요. 근데 아랍은 종교에 의해서 생활이 규정되는 사회예요. 그런 거에 대한 침탈이라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아랍인들이 아닙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자기네들이 믿는 종교의 이름을 걸고 이슬람을 위해서 싸우는 게 곧 게네들의 의무이기 때문이고 지하드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거죠.


그리고 대학생들은 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네들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 전통과 역사도 없는 미국이, 물론 미국의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굉장히 수준을 낮게 보고 있거든요. 예전에 유럽문명보다 뛰어났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떨어졌지만 옛날에 대한 동경심이 많이 있지요. 그니까 더더욱 미국에 대한 감정은 안 좋을 수밖에 없죠.


딴 : 그럼 현재 아랍권 내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은 어떤가요?


반한감정들이 좀 있죠. 제가 있었던 곳이 요르단인데 그 곳 애들이 한국사람을 보면 돌을 던져요. 그니까 국내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현지의 반한감정은 엄청 큽니다.


딴 : 이라크인이 아닌데도 반함감정이 크네요?


일단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서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그리고 이라크인이 아니더라도 아랍은 한 문화권이고 요르단이라고 해서 이라크의 문제가 반드시 남의 일인 것만은 아니죠. 한국에 대한 파병을 좋게 볼리 만무하죠.


딴 : 아랍에미레이트 쪽은 어때요?


두바이같은 경우는 장사꾼, 사업하는 사람밖에 없으니까 민간인들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또 틀려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한국제품에 대한 인지도라든지 그런 게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요. 근데 파병에 대한 얘기 자체는 꺼내지 않습니다. 민감하고 장사하는데 별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좀 전에 얘기한 거랑은 가다가 틀리게 나올 수도 있는데 지금 두바이에서 만나는 민간인같은 경우에 보면 나랑 정말 친한 사람인데 이런 얘기를 해요, 북한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 진짜 좋은 사람같은데 북한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래요. 그래서 나는 미안하지만 남한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그 쪽에서 실망하죠.


딴 : 그게 파병과 관련해서 그런 거죠?


그렇죠. 그 쪽 아랍에서는 우리를 미국의 식민지로 밖에는 안 보니까. 그래서 전 그래요,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그래 물어보면 중간 한국이야 이런 적 많아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했죠.


딴 :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물론 한국에 대한 맹목적인 좋은 이미지가 많아요. 아랍에서는 한국을 되게 잘 사는 나라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한국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잘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 애도 있죠. 그리고 한국제품의 우수성, 중국제품과 비교해봤을 때 거기서는 중국애들을 거의 무시하지. 중국사람을 대하는 거랑 한국사람을 대하는 거랑 특히나 두바이처럼 자본주의의 최첨단 장사, 잇속 이런 거에 개입이 많이 돼있는 사람들은 특히 그래요. 대신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합니다. 해서 내 기분 건드려봐야 좋을 거 하나 없으니까.


딴 : 정치와 경제를 구분을 하는군요.


그런데 아랍에서 반한감정이 이는 게 또 계층 간마다 다르죠. 상류층은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은 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이고 밑에 층은 반한감정이 생각보다 큰 편이죠. 저는 쿠웨이트에서 1년 정도, 요르단에서 4개월 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간 게 아니라서 만나는 사람이 요르단 국립대학교 애들이나 쿠웨이트 대학교 학생들을 많이 만났죠. 나이 먹은 사람들을 만나면 게네는 손해되는 말은 절대 안 하니까 한국 좋다, 물건 좋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하지 정치 얘기는 안 꺼내죠. 근데 대학생들은 다르죠. 우리 옛날에 대학생들 보면 양키 고 홈 그랬던 것처럼 아랍 대학생들과 얘기 나누면 우리 보러 바로 양키의 앞잡이 이러면서 분위기 살벌하고 안 좋죠.


딴 : 경향에 따라 갈리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두 가지 경향이 있는 거 같애요. 얘네들이 한국에 대한 동경 이런 것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그런데 우리도 생각하는 게 항상 이거잖아요, 미국놈들 싫어하면서도 미국에 가고 싶어하고 그런 거. 아랍 그 쪽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좋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가 알려질 수 있는 게 경제라든지 그 거밖에 없잖아요. 중동에서는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상당히 대접받는 계층입니다. 그리고 국가적인 이미지도 좋고. 근데 이번 파병처럼 국가적인 이슈라든지 그런 데로 간다고 하면 별로 안 좋죠.


딴 : 파병에 대한 입장 표명 전하고 후하고는 또 많이 틀린가요?


그렇죠, 파병에 대한 정보는 알 자지라를 통해서 많이 보니까. 알 자지라만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을 뿐이지 다른 방송들도 많거든요. 알 아라비아, 아부다비 그 쪽에서 내노라하는 방송국들이 한국 파병에 대한 소식 다 방송을 하고 그러니까. 우리나라를 미국의 하수인, 앞잡이로 보고 있고 근데 영국도 자랑스러울 거 없죠. 그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6월 22일자 경향신문 만평


딴 : 그렇다면 우리는 파병을 해야할까요,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까요?


당연히 파병 반대죠. 평화재건이라는 말 그건 아까도 얘기했지만 누가 봐도 명분이 없는 거고, 미국에 의해서 억지로 끌려가는 거죠. 오늘 경향신문인가 만평이 나왔는데 이라크 사람들에게 잡힌 김선일 씨가 꿇어앉아 있는 장면이 나와있고 노무현 대통령이 양키한테 잡혀서 꿇어 앉아 있더라고. 그게 지금의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거 같아요. 저는 노빠는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에게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선택의 폭이 너무 없어요.


딴 : 그럼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키포인트는 어디다 둬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쿠르드족과 이란하고의 문제죠.


딴 : 단순히 이라크 내의 문제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죠. 이라크 문제가 이라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전부 얽히고 섥혀있어요. 그래서 외교관은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맞다니까요. 물론 똑똑해서 잘들 하겠지만은 기저에 깔린 거 까지 읽어내기에는 역부족이 아니겠느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딴 : 그럼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거의 아비규환이죠, 지옥불에 뛰어든 거죠. 지금 그 쪽의 민족성이나 역사로 봐서 이게 몇 년 안에 안정될 상황이 아녜요.


딴 : 민족성이나 역사로 본다는 측면이라면?


이라크는 나름대로 인류문명의 발상지이고 옛날에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가는 문명국이었어요. 그런 얘네들이 미국한테 쉽게 굴복할 애들이 아니죠. 특히 이라크인 같은 경우, 내가 만난 이라크인만 보더라도 물렁한 사람들이 아녜요, 징한 사람들이야. 앞으로도 파병이나 그런 문제들 그 거는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이겠지만은 우리나라가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그렇게 압력을 넣고 그러는데 솔직히 민족의 운명을 가지고 미국에 맞짱을 뜰 도박을 걸 수 있는 간 큰 사람은 난 없다고 생각을 해요. 만약에 카다피나 후세인이나 이란처럼 우린 잃어봐야 겁날 거 없다, 밑져야 본전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위치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딴 :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되는 거죠?


그냥 질질 끌다가 올해 대선에서 부시가 떨어지면 파병 안되겠다 이러는 게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봐요. 그니까 외교부는 파병원칙 변함 없다 이런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질질 끌 수 있는 꼬투리를 잡고 파병 안할 구실과 대책을 강구해서 파병 안 하도록 하는 게 지금 외교부가 가장 힘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해요. 


딴 : 아까 아르빌 지역 얘기하면서 못했던 쉬아, 순니, 쿠르드족 얘기 이어가 보죠.


그 때 모쉬하다니가 얘기한 거 처럼 이라크는 나라가 쉬아, 순니, 쿠르드 3등분이 될 수가 있어요. 그 게 그나마 국내적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그렇게 끝날 문제가 아니거든요. 아르빌이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싶이 정권이양 되면 혼란한 틈을 타서 그 쪽에서 독립 내걸고 봉기를 일으키면 쿠르드족 독립 못하게 이란 개입되지 터키, 시리아 개입되지 그 다음에 중동산유국들은 나름대로 잇속을 챙길려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입을 할거고 미국은 또 가만있겠어요 얘네 전쟁의 목적이 석윤데.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아르빌에 거기에 발을 담근다는 거 자체가 달갑지 않지, 절대 말이 안 되는 거지. 근데 너무나 걱정되는 건 이제는 해결시기를 놓쳐 버렸어요. 이제는 어떻게 해결방안이 없어요.









이라크 땅덩이가 위로부터 쿠르드, 순니, 쉬아 3개로 붐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이다.


딴 : 우리가 알고 있는 거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 전개되겠군요.


지금같이 파병이 된다는 상황이라면 이런 말하면 모하지만 제일 좋은 거는 현지에서 교전이 벌어져 가지고 한국군이 큰 피해를 입고 이러면 그나마 철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거죠. 지금 이 상황에서는 뺄 수가 없죠. 그 정도로 해결방안이 없는 거예요. 그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파병하기 전에 부시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에 가서 파병을 안 하는 게 그게 가능할 거 같아요. 원래는 옛날에 서희제마부대만 보내고 나서 치안 불안하니까 못하겠다고 딱 뺐어야되. 파병한 1등과 2등과의 병력 수에서 차이는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세 번째로 많은 인원의 전투력을 파병하는 3등예요. 평화, 재건 이래봤자 우리는 명백히 걔들의 적인 거예요.


딴 : 그럼 김선일 씨의 죽음이 파병을 철회하는데 명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돌아가는 꼴 봐서는 힘들죠, 어렵죠. 사건 터지자마자 정부에서 한 소리가 몬데, 파병원칙 변함 없다 이건데. 어렵죠.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뺐으면 좋겠어. 그게 최고의 선택인데 국가적인 이익 이런 것들이 물려 있기 때문에.


딴 : 그런데 도대체 그 국가적 이익의 실체가 뭐예요?


미국이죠. 보세요, 우리나라 금융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미국이 마음만 먹고 한국 금융 살짝만 흔들어주면 우린 거의 끝장예요. 이게 비단 금융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너무 미국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근데 또 문제는 조중동처럼 국가적 이익에 대해 호응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이해관계가 얽혔기 때문에 노무현도 섣불리 결정을 못하겠죠.


딴 : 애초에 이라크에 발 담근 거 자체가 잘못 된거죠.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뀄죠. 서희제마부태 얼떨결에 보냈죠. 서희제마부대 보내고 거기서 끝내야 됐어요. 그래서 대충 핑계 잡아서 철군시키고 했어야 됐죠. 그나마 서희제마부대가 좋은 게 주둔하고 있는 지역이 쿠웨이트 접경과 가까운 거리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피할 수가 있어요. 근데 아르빌 같은 경우는 공항도 우리 관할이 아니거든요.


딴 : 이란으로 갈 수는 없나요?


이란이 아마 국경개봉을 안 하겠죠. 가려면 터키로 가야하는데 과연...


딴 : 결국 아르빌로 파병하게 될 경우 피할 구석도 없는 거네요?


미군 믿고 가는 거죠. 미군이 보호해주겠다 이랬으니까. 근데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미군이 김선일 씨 소식 알리지 않았네 이런 소리 있는 것도 그렇고 자기 목숨만큼 보호해 주겠어요. 시늉만 내겠지.


근데 그런 상황은 분명히 올 거 같아. 모냐면, 민정이양과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이 만약 줄어든다 그러면 대규모 내전 벌어지고 그야말로 내전이 아니라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크지. 시나리오는 그래요. 그렇잖아, 그렇게 생각 할 수 있잖아요. 이란 참전. 쿠르드족을 억누르기 위한 터키 참전, 터키에 있는 쿠르드족,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봉기. 그러면 러시아도 개입을 할 수밖에 없겠죠. 왜냐면은 거기 석유 땜에 그렇지. 그니까 거기 발 대놓고 있는 애들은 자국시설을 보호한다 라고 하면서 참전을 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터키나 시리아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나란줄 아세요. 군국주의 나라야. 지금도 군사독재거든요. 그런 애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좃 되는 거죠. 이게 비약일 수도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있어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지. 물론 미국이 그렇게 전개될 때까지는 가만히 안 놔두죠. 그니까 미국이 거기서 절대 못 빠진다는 게 그 얘기죠. 그만큼 우리가 빠져나올 구석도 점점 희박해지는 거구요.


딴 : 거기에 우리나라가 파병을 하면 정말 미국을 위해 몸 바치는 그런 거 밖에는 안되겠고.


거기다가 또 이런 것들을 돌리기 위해서 아랍애들이 이스라엘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어요.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엄청나기 때문에. 후세인이 옛날에 그랬잖아요. 쿠웨이트 치면서 이스라엘에 스커드 날렸잖아. 그러면서 중동에 지지를 얻어냈잖아. 그러니까 위에 말한 상황이 되면 이스라엘까지 개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파장은 엄청난 거죠.


딴 :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는데 이 가능성이 높나요?


가능성이 높죠. 웬만한 전문가들도 일치하는 시나리오예요.


딴 : 이게 장난이 아니네.


문제는 또 그렇게 되면 한국은 또 파병을 해야된다는 거죠. 일본도 파병을 할 거고.


딴 : 그렇게 되면 이건 완전히 3차대전이네요?


그니까 이란이 개입하는 문제는 미국이 힘으로 막을 수가 있는데 쿠르드족은 감당이 안되죠. 보세요, 터키나 시리아에서 자기들 땅덩이 내주면서 쿠르드족을 독립시켜 주기 만무하니까 이건 모 개입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그 쪽에 있는 쿠르드족이 삼천만인데다가 유럽에 나가있는 쿠르드족도 수가 엄청나거든요. 일 터지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딴 : 아까도 우리 정부의 아랍의 이해에 대한 부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얘기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이런 거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까요?


외교부나 국방부에서 나름대로 그런 생각 안 했겠어요. 저처럼 중동에서 껄적대는 사람들이 이 정도 알고 있으면 우리 정부도 아무 준비없이 마냥 손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겠죠, 다 알고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게다가 우리는 심지어는 최고위층도 핵심 정보에 대해서는 들을 수가 없으니까 어쩌지도 못하는 거죠. 그니까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데 이건 어떻게든 질질 끌어서 파병을 철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예요.


근데 내가 걱정되는 게 그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가 김선일 씨 죽음에 대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게 사실 나도 그런 기분이 들었지. 그 소식 듣고 잠이 확 깼는데 처음엔 눈 확 돌아가지고 특수부대, 공수부대 다 보내서 작살내야 되 이랬는데 하지만 전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든 아랍사람을, 이라크 사람을 다 적으로 내몰고 이런 사고들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어요. 김선일 씨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람은 이라크인들이 아니라 테러단체거든요.


그리고 아까도 얘기했듯 지금 노무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아요.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비난하고 있고 그리고 이 사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는데 이걸 한국 정부가 버텨낼 수 있을까, 또 그래서 버텨내지 못했을 때 그럼 그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까 라는 걱정도 들어요. 일단 정권 자체가 한 번 덜컹했죠, 그런데 이번 일로 또 다시 일이 발생하면 정말 어떻게 될까...


딴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랍인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끌어안고 함께 가야될 우리 시장이면서 이웃입니다. 이번 사태 때문에 본질이 흐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우리가 먼 훗날이 됐든 언젠가는 그 쪽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게 끝나겠지만 아랍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고 그 곳에 대한 관심이 좀 안 좋은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라도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지금까지는 김선일 씨 같은 분들의 순수한 관심에 의해서 아랍과의 관계가 지탱이 됐던 게 지금까지 중동과 우리와의 관계였는데 이것만으로 우리와 중동의 관계가 궤도에 오르기에 너무 척박하고 이 상황으론 더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교역이라는 게 한 국가와의 교류만 가지고 먹고 살수 있는 나라는 한군데도 없어요. 우리가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게 아녜요. 그리고 제3세계 외교라는 게 쪽수의 정친데 이들을 등한시하고서는 절대 이뤄질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는 너무 미국 편향이야. 결국 우리가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잖아요. 우리나라한테 좋을 거 하나 없다고. 미국 영향 하에서 우리가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이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파병은 절대로 철회가 돼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말이죠.








보셨다시피 상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더 나쁘다. 이건 단순히 이라크에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다간 전 지구적으로 파장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큰 것이 현재의 이라크,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아르빌이다. 아르빌에 간다는 건 어쩌면 죽으러 간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명분도 없는 전쟁에 실체없는 국익을 들먹이며 우리가 왜 참여를 해야한단 말인가.


해답은 단 하나다. 더더욱 파병을 반대하는 것. 이거 말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라크 파병, 이거 완죠니 미친 짓이다. 추가 파병 철회하고 지금 이라크에 있는 서희/제마부대도 철군해야 한다. 강조한다.



즉각, 파병을 철회하라!



 



딴지 긴급 이너뷰팀
나뭉이(namun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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