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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성명] 국가는 국민을 살려내라

2004.6.21.월요일
딴지 편집국

 

 

최소한 우리에게 만은 생기지 말았으면 했던 바램이 무너지고 말았다.

 

새벽 뉴스를 통해 들려오던 가나 무역직원 김선일씨의 절박한 호소는 우리 모두를 공항상태에 빠지게 한다.  지금 이 순간, 어찌 할 수없음으로 인해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모두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여전히 약속된 24시간을 향해 시계는 돌아가고 있고, 그 시계만큼이나 정확하게 저들이 어떤 행동을 하리라는 걸 우리는 또한 예측할 수있다. 바로 얼마전 있었던 미국인에 대한 참수, 그 충격적인 모습을 우리는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외교 체널을 가동했으며 , 미국 역시 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또 다른 뉴스가 들려 오고 있으나 이것이 우리를 위로해주지는 않는다. 회의든 외교든 어차피 뻔한 밥상을 차리는 행동이라는 걸 우리가 모를리가 없고, 제 나라 국민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 조차 어쩌지 못하는 미국이 대한민국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것인가. 오히려 이라크 무장단체만 자극 시킬 뿐일테지.

 

지금 이 시점에서 파병 강행이니 파병 철회니 따위의 말은 모두 공염불이다. 파병이라는 것이 국제관계의 모든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는 따위의 논리적 불가피성도 소용이 없고,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며 파병 철회를 수용하지 못한 정부를 향해 욕지거리를 하는 일도 나중에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김선일씨가 말한 바로 그 메시지다. "당신의 목숨이 중요하듯 내 목숨도 중요하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당장 해야 할 것에 대한 유일한 지침이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감정적이니 어쩌니 한다면 당신이 개새끼다. 논리고 외교고 실익이고 명분이니 그런 것도 사람이 잘 살자고 떠드는 거라면, 이 나라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목이 마땅한 이유도 없이 잘려나가는 꼴을 우리가 본다는 것은 있을 수없는 일이다. 어떠한 논리와 처세, 실익, 명분으로든 그를 살려내고, 살려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라.

 

정부에게 충고한다.

 

파병강행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만방에 과시하는 꼬라지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 가오를 잡는 건 사람을 살려낸 후에 니덜 맘대로 하시라. 그래 파병 철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치자. 만약 실재로는 파병을 철회할 수 없는 상황인데 파병 철회의 약속만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면 차라리 파병철회 약속 후 번복하는 국가적 개망신을 감수하라. 약속된 24시간이, 곧 12시간으로 줄어들어간다. 마치 곧 터질 폭약을 눈을 뜨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뭔가를 고민하고 어쩌구 할 시간이 없다. 사람부터 살리고 이야기 하자.

 

정부에게 경고한다.

 

미국넘들이 지네 잘 처먹고 잘 살자고 벌인 전쟁에 있어 미국의 먹이감은 이라크다. 곧 이라크의 반군이 앙탈을 부리고 저항을 하며, 미국인 포로를 참수하는 정도의 상처는 미국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필연적 감수대상이다. 그리고 이라크의 반군 입장에서 미군에게 군수품을 조달하고 대규모 파병까지 결의한 대한민국을 적으로 삼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는 분명한 적도 없고 뚜렷한 먹이감도 없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반대한 전쟁에 참전하는 대한민국에게는 설령 민간인 포로가 참수되는 끔찍한 광경이 공개 된다고 하더라도 맘놓고(?) 증오할 대상이 없는 것이다.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될 것이다.
 

 


 

 

지금 이시간도 김선일씨는, 그의 칠순의 부모님들과 형제들은, 생칼로 목을 쳐내는 아픔을 초침이 음직일때마다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더 얘기해 봐야 입만 아프다. 국가는 국민을 살려내라. 김선일씨를 살려냄으로써, 그의 가족친지들을 살려내고, 더불어 끝간데 모를 무기력함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우리 국민들을 살려내라.

 

 

 

 


딴지편집국(editors@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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