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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감상] 빤쓰헤는 밤

2004.6.29.화요일

딴지 시화반
 
 




 
 

 빤쓰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육교에는

 

여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치마속의 빤쓰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빤쓰색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밤이 오는 까닭이요,

 

모가지가 아픈 까닭이요,

 

아직 바지를 입은 여인이 많은 까닭입니다.

 

 

 

빤쓰 하나에 추억과

 

빤쓰 하나에 사랑과

 

빤쓰 하나에 쓸쓸함과

 

빤쓰 하나에 동경과

 

빤쓰 하나에 시와

 

빤쓰 하나에 처제, 처제...

 

 

 

마눌님, 나는 빤쓰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미쳐 철이 없어 작업을 걸지 못했던 짝꿍들의 이름과, 사라, 베티, 쥴리 이런 이국(異國) 스쿨걸들의 이름과, 벌써 남의 아내가 된 동창들의 이름과, 외로운 이웃 솔로들의 이름과 장어, 세파트, 염소, 노새, 얼룩말, 틴토 브라스, 앤드류 블레이크, 봉만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마눌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친정집에 계십니다.

 

(중략)

 

 

 

 

 

 

 

딴지 시화반 유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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