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위락시설 벤치마크-유령의 집 2004.7.5.월요일
전설의 고향 같은 고전납량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울나라 귀신들은 산속, 무덤가, 흉가에 즐겨 기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고전납량물과 다르게 울나라 귀신들도 근대화와 함께 이젠 집단 서식지를 놀이동산 같은 위락시설로 옮긴지 오래다. 이에 본지는 납량특집으로 귀신과 유령이 진을 치고 나와바리를 구축하고 있을 위락시설 내 유령의 집을 기습 취재, 그들의 뿜어내는 공포, 그 괴기스런 내공의 알파와 오메가를 테스트해 볼겸 전격적으로 벤치마크에 들어갔다. 우선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뽑은 곳은 서울랜드, 어린이 대공원, 용인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모두 4곳 되겠다. 이 메이저 4곳의 놀이동산이 소유한 각각의 공포테마는 조금씩 특색이 달랐는데, 신토불이형의 한국귀신만을 모아둔 곳이 있는 반면 개화 이후 외세에서 유입된 서양귀신의 캐릭터를 깜찍하게 변용한 곳도 있었다. 또 공포체험방식이나 공간을 장식하는 인테리어도 차이를 나타냈다.
서울랜드 - 귀신동굴
일단 귀신동굴에 가기 위해서는 낡고 캄캄한 초가집형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기분 나쁘게 흔들거리며 내려가는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25명 정도가 원 타임에 입장하게 되는데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여러분을 지옥으로 모시겠다"는 나레이숑이 울린다. 귀신동굴 곳곳에 있는 귀신들은 전부 클래시컬한 한국 귀신들이다. 샴푸CF에 어울릴 법한 모발 의존형의 처녀귀신, 억울하게 처형당한 원귀, 염라대왕을 중심으로 고문 버라이어티 쇼를 펼치는 지옥풍경 등 전설의 고향삘이 듬뿍 난다.
동굴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갑자기 검은 망투를 걸치고선 철거덕거리는 부채를 들고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애네들은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주어진 극본에 따라 연기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데, 나름대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기술과 연기력 그리고 노련함을 갖추어야 한다. 글구 실재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놀람이나 공포를 빙자한 연인과의 노골적 스킨쉽이 쫌 민망해질 수 있다 할 것이다. 처녀 귀신을 꼬셔볼 요량이라면 몰라도..
동굴을 깊이 들어갈수록 공포가 고조되는데 관 뚜겅이 열리기도 하고 시체가 거꾸로 매달려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배암이 나타나기도 하며 동굴 벽면의 잘린 시체와 염하는 장면, 지옥과 어울리지 않는 꽃밭 등이 나타난다. 동굴은 흑색으로 울퉁불퉁하게 자연스럽게 디자인되었고 전체 길이는 160미터 관람 소요시간은 17분가량이다. 연애족들에겐 즐겁게 놀이기구타거나 산책을 하고 난 다음 마지막 코스로 추천하는 바이다.
귀신동굴은 흰옷에 처형당한 원귀들이 참 많았다. 공포 속에 서린 한이랄까. 우리민족의 대표 귀신들은 한도 참 많다...
참, 서울랜드에는 연예질하기 좋은 숨은 데이트 코스가 몇 군데 있는데 딴지가 이 기회에 알려준다. 앞은 호수요 뒤는 언덕이 있어 둘 만의 화기에로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베니스 무대 뒤편의 벤치,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하기 짝이 없는 자르당 무대 뒤편의 동화의 꽃나라 성벽다리 아래, 우주전차 뒤편의 산책로 등이다. 꼭 챙기길 바란다.
어린이 대공원 - 유령의 나라
어린이 대공원은 롯데월드, 에버랜드 배후에 있는 거대한 모기업의 압도적 자본의 공세로 뒤로 밀린 쇠락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본 기자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로봇 태권 브이를 극장 판으로 보는 것과 함께 전국의 어린이들에겐 가보지 못했으면 꿈이요, 가 보았으면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되는 곳이 아니었던가. 또한 북한체제와의 우월을 나타내기 위한 대표적 아이템 중에 빠지지 않는 것 또한 어린이 대공원이었다. 거 왜 88열차가 빙글 빙글 돌아가는 장면 같은 거. 취재일이 평일이었고 아직 방학전이라 애들이 안 모이기도 했겠지만, 놀이동산의대명사격이었던 이곳이 황량하게 변해버린 걸 보고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는 사람은 본 기자뿐일까. 어린이 대공원이 내놓는 공포테마는 쇼킹하우스와 앞으로 소개할 유령의 나라다.쇼킹하우스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요란스런 불빛 속에 귀신소리를 듣는 시설이다. 유령의 나라는 2층 정도의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으로 오르고 나면 입구가 나오는데 입구로 들어가서 출구로 빠져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5분 남짓이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규모나 소요시간 등 여러모로 미니 형이다. 일단 입구로 들어서면 1M가량의 좁고 어두운 통로가 미로처럼 이어지는데 지나가는 도중에 귀신이 불쑥 나타나거나 투명한 유리바닥 밑에 시체가 놓여있는 걸 발견토록 해서 관람자들을 놀라게 한다. 통로 벽면 곳곳 무릅 위치쯤에 센스를 부착해 지나가는 관람자의 움직임을 감지, 귀신들이 움직이고 음향효과가 나는 것이다. 조금 무서운 인형극장을 본다는 기분이랄까. 귀신들은 물론 긴 머리, 흰 옷, 붉은 피 컨셉의 한국형 귀신이다. 귀신들은 인체보다 작게 만들어 졌으며 하나 같이 유리벽 속에 들어있다.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유리벽 속에서 귀신이 거꾸로 서있고 바딕이 흔들려서 밑을 보니 귀신이 누워있다.
실내통로가 좁다보니 행여 관람을 빙자해 슬쩍 귀신인형을 가져가거나 훼손시킬까봐 그랬는지 몰라도 유리벽 속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공포감을 배가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유령의 나라는 초등학생이면 몰라도 청소년이나 연인들에겐 그렇게 공포 스릴을 주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놀이동산의 구색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린이 대공원 주 고객층이 초등학생 이하의 애들이지만, 전체 58만평 중 65%가 녹지이고 왁자지끌한 다른 놀이공원보다 한적한 분위기의 이 곳이 오히려 평일 연애질 장소로 어떨까 싶다.
스푸키 펀 하우스-삼성 에버랜드
에버랜드 내 테마파크 페스티발 월드에는 익살스럽고 귀여운 유령 스푸키(Spooky)가 살고 있다. 앞의 두 곳이 한국전통의 하드코어적 공포을 재현한다면 이 스푸키라는 서양유령은 지 꼴리는 데로 상큼발랄한 엽기를 선사한다. 이와비슷한 유형의 유령으로 동양에서는 몽달귀신을 찾을 수 있겠으나 그 법통은 몽달귀신이 훨씬 앞서고 스푸키는 신종혼혈귀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님 말구.
스푸키 펀 하우스는 삼성 애네들이 독일의 위락시설 디자인기획사인 하이모(Heimo)를 벤치마킹, 2년간 연구 끝에 선보인 작품이다. 작년 초에 개장된 이 스푸키 펀 하우스는 초록, 주황 등의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벽면 곳곳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류 같은 마법세계를 펼쳐 보여 호기심어린 얼라들의 동공을 펼쳤다 오므렸다 한다. 트랙길이는 64미터. 스푸키 펀 하우스를 관람 시 모든 구성물을 다 만져볼 수 있다. 관람객이 벽에 위치한 단추를 슬쩍
누질러 보면 스푸키가 물총 혹은 에어총을 난사한다. 액자를 만지면 그림 속의 유령의 표정이 바뀌기도 하고 책장에 튀어나온 책을 무심코 밀어 넣으면 다른 책이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한다. 또 양말이 있길래 단추를 누르면 양말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고 레이저 빔마다 다른 음이 나오도록 장치해 놓아 손의 움직임에 의해 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얼라덜 눈높이로 디자인되었지만 연애족들이 관람하기에도 전혀 쪽팔림이 안 된다.
따로 마련된 조그마한 음악클럽에 들어가면 갖가지 아이디어의 악기(?)가 있다. 손의 위치에 따라 음정이 다르게 난다.
롯데월드의 공포테마인 유령의 성은 인공호수인 석촌 호수에 위치한 매직 아일랜드 내에 있다. 유령의 성은 소리로 공포를 조장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포테마다. 바로 롯데월드가 2001년 말 선보인 공포체험시설로서 3차원 입체 음향관이 그 공포의 진원지 되겠다. 중세의 수도원 같은 신비스런 분위기의 입체음향관에 입장하게 되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헤드폰과 매직비전이라고 하는 영상시스템이다. 각 자 자리에 앉게 되면 어느 순간 불이 완전히 꺼진다. 글타, 인간이 느끼는 공포라는 것,그것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공포에 대한 상상력을 건드리는 것은 TV라는 영상매체보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유령의 성의 이3차원 입체음향관은 매직비전이라는 영상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청각에 의존하고 있음이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6채널 음향뿐만 아니라 헤드폰 밖에서 실제로 들리는 3차원 음향은 천둥소리, 거센 바람소리, 비명소리, 문 열리는 소리 등으로 되어 있다. 멀리서 들리는 바람소리에서부터 바로 가까이에서 불어주는 입김 같이 소리의 원근감을 살리고 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지옥의 악마와 결탁한 16세기 중세 성주에 관해 어쩌구저쩌구 삘로 나레이션을 풀어간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도끼로 바로 앞의 탁자를 내리치든가 해골이 나타나게 하는 특수효과라든지, 발밑에 쥐가 지나가고 실제바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등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으나 다 끝나고나면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일에 거의 50분가량을 기다려서 들어간 것치고 실제 얻은 공포의 수위는 쫌 허전했다. 비용편인분석측면에서 애덜이라면 몰라도 어른 혹은 연애족이라면 왠만하면 삼가라. 서로 떨어져 있어서 껴안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독자제위께 나름대로 일목요연한 정보를 주는 게 본 기자가 맡은 리스판스빌러티이기에 과감하게 비교해 버리기로 했다. 총점은 별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동심지수가 높고 상대적으로 공포지수가 낮으면 가족단위로 관람하면 될 것이고 공포지수나 데이트 적합도가 높으면 연애질 코스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점은 생략. 평가항목은 동심지수, 공포지수, 아이디어 참신성, 데이트 적합도 요 4개로 했다. 평가항목에 대한 설명은 독자제위께서 생각한 그대로니까 별 설명 않겠다. 또한 각 항목마다 별 5개가 만점 되겠다. 자, 비교개시!
삶은 어쩌면 잠재된 공포의 연속이지만 일부러 들춰내서 느끼는 공포는 삶을 오히려 잠재된 실재공포로부터 놓아준다. 그런 의미에서 첨단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귀신은 아직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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