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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영등위, 이 거짓말쟁이들아!

2003.12.5.금요일
딴지 영화부


 


거짓말 사례 첫 번째. 지난 2002년 7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김수용 위원장은 <죽어도 좋아> 사태가 발생하기 한 달 전 영화주간지 <필름 2.0>과 이너뷰를 갖는다(관련기사).


<필름 2.0>은 영등위의 초대 위원장이었으면서 두 번째 임기에도 연이어 위원장직을 맡은 사실을 빌미 삼아 김수용 감독에게서 영등위 운영방안에 대해 알아보고 뭣보다 과거 검열의 최대 피해자였던 장본인이 그 문제의 기관에 수장으로 임명된 얄궂은 운명을 통해 앞으로의 울나라 표현자유에 대한 희망적인 발언을 유도해 보려했던 것 같다.


참고로 김수용 위원장이 감독시절 얼마나 심한 가위질에 몸살을 앓았냐하면, 1973년 제작된 <야행>의 경우, 당시로선 파격적인 여성의 응응응 일탈을 다루었다고 해서 개봉허가가 나지 않아 필름을 창고에 묻어두어야 했고, 4년이 지난 1977년이 되어서야 무려 52군데가 삭제 당한 끝에 개봉을 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김수용 위원장은 1987년 잠정적인 은퇴선언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중광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허튼 소리>를 두고 당시의 영등위라 할 수 있는 공연윤리위원회가 "관객은 감독보다 무식하기 때문에 필름을 삭제해야 한다"는 뻘소리를 하면서 10군데가 넘게 가위질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분노하여 그는 오랜 시간 감독생활을 접게 된다.


그런 그이니 검열기관의 가위질에 얼마나 한이 맺혔겠고 그 아픔이 뼈에 얼마나 깊게 사무쳤겠냐. 그동안 유무형의 검열피해를 받아왔던 후배 영화인들이 김수용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건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하겠다.


그래서 <죽어도 좋아>의 섹스씬이 검열에 걸리지나 않을까 마음에 걸렸던 <필름 2.0>은 김수용 위원장에게 묻는다.
 


필 : 심의규정에 성기 노출은 안 된다고 규정돼 있나요?
김 : 그렇죠.
오 : 그걸 고치지 않는 한 <죽어도 좋아>는 죽어도 안 되겠군요.
김 : 때에 따라서는 괜찮아. 과도하게 나와도 괜찮을 수 있는 거지. <
    친구>에서 과도하게 칼로 수십 번 찔러서 죽여도 그냥 다 내보냈
    잖아. 물론 클로즈업 되서 나오는 성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토
    론이 필요해요.  

 


"때에 따라서 괜찮다"는 얘기는, 많은 이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보편적 정서가 바탕이 된 스토리의 문맥상 성기노출이 필요하다면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발언일 테다. 게다가 <죽어도 좋아>에서의 성기 노출 장면은 원본 필름에서부터 조도가 낮게, 그니까 어둡게 처리가 되어 있어 클로즈 업이 갖는 적나라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 이너뷰를 읽고, 또한 <죽어도 좋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것이라 아주 당연히, 지극히 당연히 믿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 김수용 위원장님께서 잡지의 이너뷰에 증거가 남을 정도로 확실한 말씀을 주셨는데 감히 어느 무례한 것들이 위의 발언이 거짓말이었다고, 구라였다고, 야부리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냐.   


그런데 김수용 위원장은 그런 예상을 깨고 뒤통수를 날려버린다. 결과는.. 1차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때려버려 사실상의 검열을 가하였고 결국 제작사측이 문제가 된 성기노출 장면을 더욱 어둡게 처리해오자 그제서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주었다. 성기노출이 "때에 따라서 괜찮다"고 말씀하신 김수용 위원장이 수장으로 계신 영등위에서 말이다.



 







거짓말 사례 두 번째. 영등위가 <죽어도 좋아>의 1차 심의에서 성기 노출을 꼬투리 삼아 상영불가나 다름없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리자 전국은 난리가 났다.  


영화인들이 거리로 나와 영등위 궐기대회를 가졌으며 많은 시민들이 이에 호응을 하였고 <죽어도 좋아>의 비공식 시사회에는 이례 없이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어 관람 후 영화에 대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다.


이렇게 <죽어도 좋아> 사태가 사회문제화 되자 2차 심의에 쏠린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그러나 2차 심의에서 또 한번의 제한상영가 등급. 이후 2차 심의에 참석한 15인의 심의위원들은 이례적으로 <씨네21>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중 <죽어도 좋아>의 18세 관람가 등급에 반대표를 던진 노계원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 이 영화에선 성기가 나오고 펠라치오가 나온다. 완전히 포르노다"



성기가 나오기 때문에 포르노라는 주장이다. 김수용 위원장의 의견 역시 노계원 의원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다시 한 번 확인사살 해 주신다.



"성기가 나오니 포르노 그라피다. 이 영화 전체를 완전 포르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기가 나오고 구강성교가 나오니 포르노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이 일로 인해 우리는 영등위의 검열사례 유형 한 가지를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성기가 나오면 포르노. 포르노는 제한상영가등급. 결국 제한상영가등급 전용관이 없으니 성기가 나오는 영화는 그 부분을 짤라내지 않으면 상영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


그로부터 1년 후. <써클>이란 영화가 개봉을 하였다. 희대의 연쇄살인범과 이를 수사하는 쥔공이 전생에 얽혀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요한 건 당 영화에 모형이지만 자지가 나온다.


이 자지는 반전영화인 당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포인트 역할을 하는데 얼마나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며 그것도 모자라 클로즈업으로 몇 차례 비추던지 제작사 측에서는 심의에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 시나리오 수정까지 검토했다고 할 정도다(관련기사).


영등위의 이전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면 자지가 나오면 포르노. 그러니까 <써클> 역시도 포르노. 자지가 나오는 부분을 짤라내지 않으면 일반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없다. 당 영화의 제작사측이 걱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영등위는 그런 예상을 깨고 다시 한 번 뒤통수를 때린다. 결과는... 관련기사의 표현대로라면 심의위원의 호평 속에 무삭제로 통과. 성기가 나오면 포르노라고 입에 거품을 물며 <죽어도 좋아>의 상영을 그렇게 막았던 김수용 위원장의 영등위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말을 뒤집기 한판, 이번엔 호평 속에 무삭제로 통과시켰단다.


짐작컨대 아마도 그 통과의 기준이 모형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은데 똑같은 자지라도 진짜는 불허하고 가짜는 허용하는 잣대. 이런 논리대로라면 실제를 방불케 하더라도 실제가 아니면 문제없다는 논린데...   


그러나 이런 태도 역시 위선적이다. 믿을 수 없다. 다음 사례를 보자.  



  







거짓말 사례 세 번째.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 Volume 1>. 개봉 전부터 잔인한 묘사와 핏빛 영롱한 화면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헤모글로빈 시인이라는 별명의 타란티노 작품답게 영화 내내 주인 잃어 방황하는 절단 난 팔다리와 대구리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여기서 뿜어져 나온 피분수덜이 화면을 붉게 수놓는다.  


그러나 너무나 노골적으로 폭력적이고 잔인하여 전혀 실감나지 않고 오히려 만화스러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가 바로 <킬빌 Volume 1>이다. 게다가 화면에 굴러다니는 분해된 팔과 다리와 대구리가 실제일리 없다. 전부 다 모형들. 타란티노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심하게 잔인하다 싶은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든가 흑백처리를 하여 안전장치까지 마련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개봉했던 다른 여러 나라 중에서 당 영화 <킬빌 Volume 1>의 표현수위를 두고 심의에서 논란이 인 경우는 단 한군데도 없다. 아무 문제없다고 판단한 국내 수입사측, 영등위에 <킬빌 Volume 1>의 수입추천을 의뢰한다. 예상대로 별 반발 없이 수입추천을 받는 수입사측, 제한상영가 등급이 웬 말이냐, 심의에서 18세 이상 관람가는 무리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뒤통수 때리기의 명수인 영등위가 그냥 넘어갈리 없다. 실제와 거의 비슷하더라도 모형은 된다고 <써클>의 심의과정에서 무언으로 입장표명을 했던 그들이 이번엔 영화가 신체 분해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또한 전체적으로 잔인하다며 태클을 건다. <킬빌 Volume 1> 제한상영가 등급. 같은 기관에서 수입추천은 허가해주고 상영은 불허하는 이 심뽀 고약함.


뒤통수 맞은 수입사측, 등급결정에 불복하여 같은 필름으로 재심의를 낼지 아니면 특정부분을 삭제하여 첫 심의를 없었던 일로 할지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한다. 그러나 전자를 택할 경우, 이미 극장까지 잡아가며 개봉일을 일주일 남겨놓은 상태에서 재심의까지 15일을 지둘려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필름삭제를 결정,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통과만 되면 바로 극장에 필름을 걸 수 있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래서 수입사 측은 고고 유바리(구리야마 치아키 분)가 자신을 따먹고 싶다고 껄떡대는 중년남의 배를 검으로 쑤시자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면,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 분)가 불만을 얘기하는 야쿠자 보스의 대구리를 단칼에 베어버리자 짤린 대구리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청엽옥 결투에서 #%?(우마 써먼 분)가 적의 눈알을 냅따 뽑아버리고, 몸뚱이를 반으로 가르는 장면을 포함하여 12초 분량을 삭제한다.


물론 런닝타임이 1시간 51분인 영화를 12초 삭제한다고 해서 신체 분해 장면의 구체적인 묘사가 비구체적이 될 리가 엄꼬 또 전체적으로 잔인한 영화가 안 잔인해질리 없다. 영등위의 당 영화에 대한 첫 번째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 이유대로라면 <킬빌 Volume 1>이 12초를 삭제한다고 해도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는 무리.


아~ 그러나 결과는... 며칠 전의 주장을 가볍게 뒤집기 한판하며 <킬빌 Volume 1>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어준다.


근데 <킬빌 Volume 1>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렇게 18세 이상의 성인들 정서를 과잉으로 보호하는 영등위가 어쩐 일인지 이 나라의 꿈나무인 15세 이상의 청소년들 정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무슨 소린고 하니...


15세 이상 관람가인 우리 영화 <천년호>. 당 영화에는 <킬빌 Volume 1>과 비교해 양적으론 째바리가 안되지만 질적으로는 거의 삐까삐까한 팔다리대구리 절단 나는 장면이 나온다.


짤린 대구리가 단독으로 두어 차례 출연할 뿐 아니라 짤리는 순간의 묘사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관객들 사이에선 비명소리가 상영관을 난무하며 심지어는 <킬빌 Volume 1>에서조차 잔인하다고 드러낸 모가지에서 피분수가 치솟는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는 잔혹묘사라고 강제로 짤라낸 장면이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선 버젓이 나오는 이 우끼고, 환장할 만한 아이러니...


<써클>에선 실제가 아닌 모형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허용했던 그들이 <킬빌 Volume 1>에선 신체 절단 장면이 모형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상영을 불허한다. 그리고 이걸로도 모자라 전체적으로 잔인한 영화가 12초 짤렸다고 그 느낌이 순화됐다며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주었던 그들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천년호>에서의 잔인한 장면은 그대로 묵과해 버린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되는 영등위의 거짓말 앞에선 이 분야의 신화적 인물인 양치기 소년도 울고 갈 일이다.  



  


그럼 영등위 얘네들이 이렇게 밥먹듯 말 바꾸며 갈지 자 거짓말을 해대는 이유가 몰까?


딴 거 없다. 한동안 가위질을 안 하니 손이 근질근질해서 그런다. 다시 말해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영등위가 그들의 전신인 공연윤리위원회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자랑스런 가위질 전통을 고작 간판 바꾸었다고 해서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2001년 12월 개정된 영화진흥법은 이전과 달리 모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가위질을 일체 금하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의 영등위, 가위질 안 할 리 없다. 게다가 제한상영가 등급이라고 아주 골 때린 법이 생긴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지들 손 안대고 똥 닦는 효과를 볼 수 있게 생겼다. 직접 가위질 안 하고 가위질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어떻게?


어떻게는 모, 위에 열거한 사례들처럼 거짓말 보태기 트집 좀 잡다가 결정적일 때 제한상영가 등급 멕여버리고 시간 좀 끌면 영화사측이 알아서 필름 자르거나 순화해서 오는 거지. 지들이 직접 자를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간이 배 밖으로 튀나왔는지 가위질을 해오라고 아예 유도를 한다. 이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사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제 법적으로 등급외등급이 생겼거든요. 그러니 영화를 자르는 일은 절대 없어요. 등급외등급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까. 그 등급을 받으면 그만입니다." 여기를 순화해서 18세로 하시죠" 같은 이런 권고는 요즘 절대 안합니다."



김수용 위원장이 이전 <필름 2.0>과의 이너뷰에서 했던 말이다. 요즘은 여기를 순화해서 18세로 하시죠와 같은 그런 가위질 권고는 안 한단다. 그런데 이 역시 거짓말이었음이 뽀록나고 말았다. 권고는 안하고 대신 가위질해오라고 비법은 갈쳐준단다. <킬빌 Volume 1>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후 국내 수입사 측과 영등위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 어실장은 난감해하는 자신들에게 영등위가 비법을 귀띔해줬다고 말했다. "재심의를 신청하는 대신 심의 자체를 취하하는 방법도 있다"고 가르쳐주더라는 것이다. 심의를 신청한 사실 자체를 취하하면 자연히 심의 결과도 무효가 된다. 따라서 프린트를 손질해 다시 심의를 신청하면 같은 영화의 재심의가 아니라 새로운 영화를 심의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


- <필름2.0> 153호 긴급리포트 <킬빌> 등급 논란에서 부분 발췌



처음엔 잔인하다며 제한상영가 등급 줘 버리고 나중에 필름 몇 군데 짤라오자 그제서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준 영등위의 교묘함. 앞에선 가위질 안 한다고 공표하면서 뒤에선 교묘하게 삭제를 유도하는 영등위의 가위 안 들고 가위질하는 저 위선.


칼 안든 강도가 따로 없다. 차라리 가위질하고 싶다고 대놓고 얘기를 해라, 이 영등위 거짓말쟁이덜아!







 
이렇게 해서 우린 영등위의 계속된 거짓말 행각의 목적이 결국 가위질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수준 떨어지는 영등위를 갖고 있는 이 땅의 관객들. 진짜 관객해먹기 짱난다.


좋은 말로 경고한다. 거짓말쟁이 영등위야. 확 사기죄로 고소하기 전에 이제 그만 개과천선하지 않을래? 앙?



 
딴지 영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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