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이너뷰] 올드보이 박찬욱을 만나다(2) 2003.12.1.월요일
총 : 배우는 개인에 따라 다를지 몰라도 감독은 지식인을 분류될 수 있다 보는데..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어디까지일까요? 박 : 그거 참 어렵죠. 뭐라고 딱 잘라서 말은 못 하겠구요. 나도 정치적인 견해가 있기도 하지만 가급적이면 안 나서고 그냥 영화를 만들면서 살고 싶어요. 저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은 사람이에요. 최소한 1년에 한 편씩 매년 한 편씩 꼬박꼬박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그 일만으로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바빠요. 그리고 식구들하고 같이 놀기도 하고 싶고 그러니까 솔직히 나서구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근데 구체적으로 누군가가 뭘 하자고 하면은 그 일이 옳을 때에는, 제 일이 방해 받지 않는 선에서 하지요. 그니까 그렇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못 돼죠. 그런데 그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존경해요. 지금 모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가지고 집회에 나오면 어떻겠냐.. 그런 전화를 받으면, 제가 <찬드라의 경우>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러면 가고 싶은데 개봉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순회공연을 댕기는 날이란 말에요, 그럴 때 나는 이쪽을 택한단 말이죠. 무대인사를 택한단 말이죠. 그래서 못 가게 됐어요. 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죠. 작품을 통해서 뭔가를 얘기한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그러고 싶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언젠가 인혁당 소재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라고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영화도 하지만 <올드보이> 같은 영화도 하고 싶어요. 총 : 교조적인 게 싫으신거죠? 총 : 저희가 본능주의라고 부르는 게 있는데, 워낙 옳다고 정해져 있는 틀을 따르는 게 아니라 당위와 본능이 충돌할 때 꼴리는 쪽으로 선택하는 거. 물론 상식선 안에서. 그러니까, 사회적 기대치라는 게 있잖아요. 그 소위, 공개된 입장이다 보면, 그 입장에 걸맞는 사회적 기대치라는 게 생기게 마련이고, 실제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총: 그러니까, 그렇게 공개된 위치에서는 실제 자신의 욕구와 사회적 기대치가 갈등하게 될 때.. 그냥 그 기대치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총 : 제가 최민식씨하고 인터뷰를 한 적이 한 번 있어요. 프리미어 잡지에서 대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총: 네. 근데, 그때 제가 무슨 질문을 했냐면, 베드씬 때 진짜 꼴리냐.. 그랬더니 최민식씨가, 꼴린다. 자기는. 그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을 하면, 실제 그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나도 꼴린다.. 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야.. 이거 빙의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혹시, 배우를 베드씬을 시켜 놓고도 야하거나, 꼴리세요? 박: 어유, 전혀 아니죠. 그런 감독 없을걸요, 아마. 총: 여배우를 선택할 땐 뭘 제일 중요하게 생각.. 박: 뭐.. 굳이 여배우에 특별한 건 없어요. 예를 들어서, 수술을 안 한 얼굴을 좋아하느냐. 그런 것도 없어요. 수술하면 뭐 어때요. 그리고 뭐.. 섹시하냐. 그런 건 뭐 배역에 따라 다른 거고. 섹시할 필요가 있는 배역이라면 그렇게 하는 거고. 근데 제가 만든 영화 중에는 섹시함을 드러내는 배역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직은 경험이 없고. 다 똑 같아요. 그냥 일반 남자나 여자나, 일반적인 기준을 얘기하라면 말할 순 있죠. 총: 그럼, 감독이 아니라 그러니까, 남자로서 마음에 드는 여배우는.. 총: 배우로서 바라볼 때는 그런 거고, 그 배우를 사귀고 싶다.. 박: 아유, 말할 수 없어요. 총: 민감하시네. 총: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총: 최민식씨가 훌륭한 배우지 않습니까? 근데 혹시 마음에 안 드는 점 있으셨습니까? 마음에 드는 거야 뭐 많이 이야기했으니까. 안 든 점. 총: 술을 좋아는 하던데. 박: 아, 배우로서. 음. 배우.. (아까보다 더 뜸들이더니) 뭐.. 없어요. 총: 느리다는 건.. 박: 아뇨아뇨. 무슨 동작을 할 때나 대사를 할 때, 느려서 시간 많이 잡아먹죠. 그런데 나는, 그 뭐.. 나는 그런 걸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특히 한국 배우들은 좀 느린 편이예요. 전체적으로. 그런데, 지태가 유독 느리죠. 그래서 그게 한 커트를 이렇게 볼 때는요, 그런 게 괜찮아 보여요. 근데, 영화는 그걸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쭉 가는 거니까. 그걸 붙여놓으면 굉장히 지루한 영화가 되기 쉬워요. 그래서 항상, 처음 일하는 배우들하고는 첫만남의 자리에서 내가 하는 얘기는 그거예요. 연기를 빨리 하라고. 근데 지태는 느렸어요. 그건 본래 성격이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거 같은데.. 그게, 계속 좋아졌어요. 촬영이 거듭되면서.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불만이 아니죠. 총: 느리면, 불필요하게 영화를 늘어뜨리나요? 그러면, 볼 때는 분위기 있어 보이고 뭐 멋있을 수도 있는데, 근데.. 그게 아주 핵심이 아닌 것을 가지고 시간을 끌면 지루해진다는 얘기죠. 그리고 말을 할 때도 느릿느릿, 또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를 길게 떼어 가지고, 한 마디 하고 쉬었다가 또 하고.. 그러면 안돼요. 지태는, 처음에는 그.. 좀 그런 편이었다가, 금방 깨치고 좋아졌어요. 근데 그건 또 취향의 문제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봄날은 간다]같은 영화라면 그렇게 하는 거죠. 총: 영화배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세요? 총: 우리나라에서 영화배우로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을 꼽자면. 송강호, 최민식.. 총: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지태의 연기를 보고, 최고였다고도 하고 또 한 편으론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물론 영화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영화는 전문가만 보는 게 아니니까. 왜 그럴까요? 그니까, 유지태는 연기를 잘한 건가요? 박: 그게.. 송강호는 어저께 나한테 전화해서 유지태가 최고였다고.. 그러니까, 사람마다 다른 거죠 뭐.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순 없죠. 총: [복수는 나의 것] 이후에, 새로운 영화를 시작하시기 직전까지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나: [삼인조] 끝나신 다음에, 공백기간에는.. 박: 아뇨, 명필름에서 그냥 제의를 받았어요. 그러니까, 처음 두 편을 만들고 났을 때 계속 좀 힘들었고, 생계를 위해서 글을 쓰고 TV나 라디오에 출연해서 남의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그러던 것이 나의 인생에 제일 힘들 때였죠. 나는 내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남의 영화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소개하거나 이러고 있으니까. 약이 오르죠. 총: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 가져오시던 그런 욕구인가요? 총: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의식적 과정을 밟아서 오신 건가요? 박: 그러니까 인제.. 미술평론을, 미술비평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학과를 가려고 그랬죠. 미학을 전공하려고 했죠. 근데 서울대 미학과가 미학과가 있는 대학인데. 거기 갈 성적은 안됐고.. 그래서 철학과 중에. 아, 그리고 우리 집안이 다 카톨릭 집안이에요. 외가나 친가가 다. 그래서, 서울대 아니면 서강대. 우리 형제들은 다 그래요. 근데 서강대는 철학과에 미학강좌가 거의 안 열리고 분석철학의 아성이었기 때문에.. 거기서는 제가, 흥미를 못 느꼈죠. 그러다 보니.. 고려대학이나 성균관대학이나, 그런 데를 갔으면 철학해서 미학을 해서 뭐, 미술비평으로 풀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뭐 워낙 과에 흥미를 못 느껴가지고.. 영화를 하게 됐죠. 총: 영화감독이 되시려고 마음먹고 데뷔하시기까지는 얼마나.. 박: 네, 굉장히 고속 승진했죠. 연출부 막내하고, 바로 다음에 퍼스트 하고, 그 다음에 데뷔했으니까. 20대에 데뷔했으니까, 빨리 갔죠. 빨리 하면 뭐해요, 망했는데. (웃음) 박: 그러니까.. 계기들이 있죠. 막내로 있을 때, 그때 우리 연출부에 세컨을 했던 형이 곽재용 감독인데. 그 형하고 친하게 지냈어요. 근데, 그 형은 세컨을 하고 바로 자기 돈으로 제작 겸 감독을 했어요. 데뷔를 했어요. 그러니까, 그때 친하게 지냈으니까 니가 와서 퍼스트를 하라고 그래서 하게 됐고. 그 담에는, 데뷔는 이제 저.. 뭐야, 결혼을 했는데 먹고 살 길도 막연하고 해서, 어느 구멍가게 같은 영세수입, 외화 수입하는 업체에 들어가서 월급 받으면서 여러 가지 잡일을 했어요. 자막번역도 하고, 보도자료도 만들고, 극장 찾아가서 붙여주세요, 라고도 하고.. 그런 일을 할 때, 그 사장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만 벌면, 돈만 벌면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하도.. 그런 얘기 믿지는 않았지만, 근데 그게 정말 이루어졌어요. 몇 천 만원이 모여져서, 조금조금씩 남겨서 모여져서.. 그때 인제 막, 대기업이 들어오고 그럴 땐데, 삼성에 어느 회사하고 비디오 회사하고.. 조금씩 받아서, 아주 저예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총: 그러다가 [JSA]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그런 계기는 어떻게 해서 연결된 거죠? 총: 그 정도로 흥행하면 기분이 어떻게 되나요? 총: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감독이 돈을 많이 못 벌죠? 총: [JSA] 시절에는 안 그러셨죠?
총: 저는 영화를 참 재미있게 봤어요. 참 스타일리쉬하다. 군더더기도 없고, 야, 세련됐구나. 근데, 의자에서 걸렸어요. (웃음) 나뭉: 마지막 장면에서 최민식씨가 등장해서.. 그게, 연기를 되게 잘한다 하면서도, 분위기를 다 잡아먹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하게 의도적으로 두신 건가요? 박: 네.. 최민식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했는지는 내가 묻진 않았는데요. 에.. 그러니까, 이런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게 혹시 오버액션 아니냐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제 대답은 뭐였냐면, 오버액션인데 최민식의 오버액션이 아니고 오대수의 오버액션이다. 이렇게 말했어요. 어느 정도는 그것이 연기, 과장된 연기. 오대수의. 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주목하는 순간이, 교가 부르잖아요. 그래서 "아- 상록고등학교, 거룩한 상록고등학교" 할 때, 우진이를 싹 곁눈질로, 순간적으로. 눈치 살피는 그런 연기가 있어요. 그게 나는, 그런 면이 표현된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서는 우진이도 다, 일거수 일투족이 다 연기고. 특히, 대수를 만날 때는. 대사 하나하나가 다 십 몇 년 동안 연습해온 얘기고. 오대수도 그 순간에는 연기라고. 불쌍해 보일라고. 총: 저도 그런 생각하며 봤는데, 근데 감정이입 힘들었던 부분이 스스로 혀를 자르는.. 박: 더한 짓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라면. 그게, 미도에게도 그 사실을 공개하려는 상황인데, 그렇다면은.. 죽는 것까진 힘들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난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총: 그럼 그, 근친상간을 큰 금기로 생각하시는 거네요, 박: 네네.. 박: 실감이 잘 안 날 거라는 말씀이죠? 박: 글쎄요.. 난 안 이상한데.. 박: 그거는 뭐.. 내가 하는 것과 극중 인물이 하는 건 다른 문제죠. 극중 인물이 하는 것이 이상하냐 안 이상하냐는, 안 이상하다는 거죠. 극중 인물이 감독하고 똑같은 생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죠. 총: 그러니까, 나도 저 정도 상황이면 저렇게 할거야.. 라고 이해가 가야지.. 총: 만약 혀 자르는 게 오바라면, 이번엔 감독의 오바. 연기의 오바가 아니라.. 총: 영화 전체로 딱 놓고 볼 때, 제일 맘에 드는 장면하고 맘에 안 드는 장면은? 맘에 안 드는 건 잘라내셨으려나? 박: 뭐.. 그렇죠. 맘에 드는 장면은 오프닝이구요. 총: 내가 이런 걸 만들었단 말이야? 하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자기가 글을 써놓고도, 내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썼어? 그런 게 있듯이. 총: 오, 전혀 안 해보셨어요? 박: 연기도 있고, 또 인제.. 아, 뭐랄까.. 하여튼, 멋있는 장면이 있긴 있는데요. 내가 그걸 잘 이렇게 주도면밀히 기획해서, 의도대로 딱 해서 나온 때보다는, 어쩌다 보니 우연히. 뭐.. 또 배우가 잘해서, 멋있는 어떤 그 분위기가 탁 만들어지는 경우는 있죠. 근데 그건 내가 의도해서 한 게 아니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잘 할 수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다가 또 하나는 위대한 영화들을 많이 봤잖아요. 그러면.. 알죠, 왜 모르겠어요. 하여간 오프닝은 뭐.. 뭐랄까, 그, 서론을 이렇게 차근차근 도입을 이렇게 가져가지 않고, 어느 극적인 순간을 딱 잘라서 이렇게 시작해 버리는 게 좀 힘이 있어서. 힘있어 보여서 좋고.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음악이에요. 음악의 연주가. 그.. 작곡된 악보는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써야지 어울리는 것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15인조 현악 앙상블 밖에 못 썼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데다가 또 팀파니니 브라스니, 뭐 이런 것들을 풍성하게 쓰고 싶었는데, 그게 부족했어요. 근데 그거는 처음부터 내가 제작자한테, 이 음악은 이렇게 가져갈 거니까 이 예산 이렇게 편성해. 라고 했으면 또 풀릴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그때는 미처 그런 얘기를 할 생각을 못했죠.
총: 감독이 굉장히 어려운 직업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는 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사실 그 장면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카메라, 음악, 배우, 장소, 조명.. 뭐 제가 모르는 것까지 합쳐서 굉장히 많은 요소가 있을 텐데, 그 요소들을 다 고려해 머리 속에 넣고 구체적으로 화면을 머리 속에 떠올려 내면서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총: 이 [올드보이]를 찍기 전에 혹은 시나리오를 쓸 때 결과물로써의 [올드보이]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 들어가 있으셨나요? 박: 저는 그 [JSA] 이후 세 편은 그림으로 스토리보드를 다 만들어서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이 윤곽이 잡히고.. 그런 데서 뭐, 거의 그 단계가 끝나면, 대충 다 있죠. 머리에. 박: 거의 그런 셈이죠. 근데 거기에 이제 빠진 게 있다면, 연기죠. 배우가 어떻게 할지는 스토리보드 갖고는 알 수도 없고, 미리 내가 예상을 하기도 힘들고. 물론 정한 게 있어서 이렇게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뛰어난 배우일수록 감독의 예상을 뛰어넘는, 감독의 주문에서 벗어나는 연기를 보일 때가 많으니까. 변수가 제일 많은 분야가 거기죠. 그런데, 음... 그래도 인제 제가 경험이 좀 쌓이니까. 최민식씨 연기를 지켜보면서,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 아마, 이렇게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그리고, 거의 비슷한 거 같애요. 총: 감독을 하려면 어떤 점이 요구됩니까? 박: ...있을까요? 글쎄요.. 그러니까 인제, 많은 크루들과 배우들한테서 재능을 뽑아 먹는거죠. 쥐어짜 가지고. 근데 그거를 막 짜는 사람도 있고, 슬슬슬 뽑아내는 사람도 있고. 다르지만, 그.. 남의 재능을 끌어내는 재능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근데, 혼자 다하는, 그런 작가주의 같은, 자기 생각 고대로만 해서 하는, 그런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일반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총: 남의 재능을 끌어내서.. 총: 재능을 알아보고 끌어내는 재능.. 그 외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나: 자뻑이 필요.. 박: 그렇죠. 그리고 또 제작자나, 누군가.. 자기 스탭이어두요, 아, 이거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잖아요.. 라고, 그렇게 막 곤조 부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럴 때, 그럴 때 정말 흔들림이 없어야죠. 물론 이렇게, 귀를 열어놓고 항상 얘기를 듣고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재능이에요. 감독은 사실 선택하는 사람이에요. 창조도 창조지만, 선택이 중요해요.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각각 와서 나한테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 얘길 하거든요. 또, 소품 담당하는 사람은 소품.. 예를 들어서 전화기면, 전화기 열 가지 들고 와서 골라달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 걸 잘해야 돼요. 총: CEO적인 재능이 필요하군요. 총: 버무리는 거. 요소는 요소일 뿐이고, 그걸 버무려서 완성해내는 거.. 그러면 화면은 멋있지만, 배우들한테는 그게 답답한 일이죠. 그럴 경우에 뭘 선택하는지. 때때로, 그런 정말 멋있는 그림 잡기 위해서 배우들한테 그렇게 주문해야 할 때도 있어요. 난 좀 안 그러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러니까 이.. 스탭들은 주로 자기 거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 것을 잘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죠.. [JSA] 찍을 때, 음.. 인민군초소 아래에 있는 벙커에서 넷이 앉아서 뭐 그,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하는 장면을 찍을 때, 우리 조명기사님이.. 거기에는 광원이 따로 없고, 그 초소 천장에 붙은 빛이, 등에서 나오는 빛이, 그 벙커에 덮어논 그.. 틈으로 새 들어온다. 그래서, 이렇게 막 빛에 줄이 가고. 그런 라이팅을 굉장히 공들여서 했어요. 그런데, 인물들이 거기에 맞춰서 머리를 들고 이렇게 돌리고 하는 거를 정확히 안 해주면, 눈이 다 시커멓게 보인다든가, 하나도 표정이 안 사는 데.. 그럴 때는, 고민돼요. 정말. 그래서 이 배우들에게, 네 명의 배우들에게 다 그렇게, 그렇게만 움직이라고 주문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그럴 때는 예외적으로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했죠. 근데 그걸 뭐, 강압적으로 하면 안되고. 배우한테 그런 걸 하면.. 참, 실례되는 일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잘 알아듣게 설명하고, 또 잘 따라주고. 그래서 고맙죠. 근데 맨날 그러면, 정말 배우들이, 싫죠. 총: 영화감독으로서 제일 어려운 건 뭔가요? 총: 일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사회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 박: 그렇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요구를 해올 떄, 참 거절하기도 힘들고. 또, 설득도 잘 못하겠고. 그래서 평행선을 달릴 때. 총: 배우가 더 힘든가요, 감독보다? 총: 감독도 타고난 재능 아닌가요? 총: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은 누굽니까? 총: 근데 그게 왜 흥행이 안 됐을까요? [복수는 나의 것] 안 된 이유는 우리도 다 아니까.(일동 폭소) [지구를 지켜라] 안 된 이유는 이해가 안갑니다.. 박: 근데,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다 재미있어했나?(기획팀을 바라보며) 나: 포스터도 보면 단순한 코미디영환 줄 알고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총 : 잡지를 살 때 첨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볼라고 사는 게 아니라 기사 한 두 개 제목에 필이 꽂혀서 사잖아요. 영화에선 문구와 포스터가 그런 역할인데, 근데 그 포스터 보고 어디에도 필이 꽂히지 않았거든요. 전 사실 첨에는 관심 없다가 친구 하나가 이거 극장에 걸렸을 때 안 보믄 후회한다.. 박 : 딴지 등급은 베스트였어요? 베스트 주녀였나? 총 : 지구를 지켜라 정도 되는 영화가 흥행 실패한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업계 사람으로서.. 박 : 그게.. 그건 별 충격까지는 아니에요. 영화의 역사는 걸작이 외면 받는 게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환영 받기보다는. 늘 있는 일인데요 뭐.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런 일이 너무 많으니까. 총 : 그냥 안됐다? (웃음) 장준환 감독을 개인적으로 아세요? 총 : 그렇게 친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총 : 건강상? (웃음) 총 : 맨 정신으로..
총 : 가정적이십니까? 흔히 말하는 기준으로. 박 : 내 영화들이 난폭하고 그런 거는 내가 맘이 약하고 얌전한 사람이니까 영화가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박 : 딴지일보에 혈액형 성격분석 기사 못 봤어. 그거 믿지 말라니까.. (일동 웃음) 기획팀 : 사람 대하는 것도 부드럽고. 되게 편하게 대해주세요. 저는 시나리오 작업 때 제작부 막내까지도 자기 의견을 다 내고 그게 다 수정된 시나리오에 반영되어 나오는 게 신선했거든요. 제가 많은 감독님들을 만나 뵌 건 아니지만 감독님들이 그렇게 본인의 영역에 대해 열린 분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총 : 복수는 나의 것이 왜 미국에 개인이 하는 영화 평론 웹사이튼데.. 꽤 유명한 사이트.. 총 : 영화를 계속 만드실 겁니까? 총 : 이 직업으로 오래하실 거군요. 총 : 노숙자 얘기는 아까 말씀하신 계급의 얘긴가요? 총 : 흡혈귀는요? 총 : SF 같은 거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총 : 마음에 쏙 들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까.. 총 : SF를 찍으시면 팀 버튼 같은 게 나올 거 같은데.. 그거는 눈이 높아졌고 그 기준에 맞춰줄라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만약에 할리웃에서 내가 정말 영화를 찍게 된다면, 그럴 생각이 많진 않지만, 만약에 내가 찍게 된다면, 서부극 찍고 싶어요. 총 : 어떤 서부극이요? 총 : 매트릭스 재미있게 보셨나요? 총 : 영화를 볼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보시나요, 아니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상상하면서 보시나요? 총 : SF를 하신다면 어떤 걸 하시고 싶으세요? 박 : 원작소설에는 데카드가 자기가 레프리칸트가 아닐까 하는 스스로의 의문도 많이 담고 있고 또 재미있는 얘기가 되게 많아요. TV에서 사이비종교 같은 지도자도 나오고 뭐 그런 재미있는 모티브가 참 많고 액션 영화 느낌이 좀 덜 나죠 그 소설은. 그거하고 또 하나는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타이거라는 소설이 있는데 한국에도 소개되서 팬들이 많죠. 타이거타이거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얘기했는데 소식은 안 왔어요. 헛헛. 타이거타이거는 나중에 알아보니까 이미 영화화 판권이 오래 전에 팔렸고, 수 십 년 전에, 그 소설은 50년대 소설이니까, 오래 전에 팔렸고 비운의 프로젝트로 유명하대요. 샀는데 영화를 못 만들고 계속 엎어지고 각본 안 나오고 딴 놈이 인수하면 또 그 사람도 안되고 뭐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총 : 복수는 나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흥행 실패했지만 외국으로 나가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올드보이도 최고가에 팔렸다고 하던데.. JSA는 일본에서도 성공했는데 박감독님의 색깔이 많이 드러난 영화 복수하고 올드보이에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박 : 올드보이는 미패드라는 밀라노에서 열리는 마켓에서 상영을 했는데, 물론 일본에 팔린 것도 거기서 팔린 거죠,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에 팔렸어요 벌써. 근데, 올해 미패드에선 제일 화제작이었단 얘기는 들었어요. 총 : 구체적으로..? 비평들은 좋았죠. 프랑스판 프리미어에서도 이 달의 영화라고 별도 많이 받고 아주 극찬을 받았어요. 영국보다는 프랑스가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미국에는 소개가 안됐고 일본에는 곧 개봉한다고 그러고. 그리고 프랑스판 복수는 나의 것 포스터가 정말 좋아요. 그거 아주 맘에 들었어. 총 : 그거는 프랑스 쪽에서 작업한 겁니까? 박 : 일본에는 일단 한국영화 붐이고 JSA가 반응이 아주 좋았었고 최민식도 일본에서는 많이 유명하고, 쉬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야기가 일본 사람들에게 더 어필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일본 사람들의 국민성을 내가 잘 모르니까. 그 이상은 모르겠는데.. 총 : (기획팀원을 향해)영화를 자랑 좀 해주세요. 본인 영화라서 그런가 띄엄띄엄 하시네. 해외에서의 반응이나 그런 것 좀 얘기해 주세요. 박 : 그게 마켓이니까, 그걸 보러 온 장사꾼들이니까.. 박 :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는 유럽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더 무서워 하고 그랬어요. 퇴장하는 사람도 있고 토하는 사람도 있고.. 박 : 모르겠어요. 나는 내 영화는 절대 안 보기 때문에. (웃음) 기절한 사람도 있었대요, 깐느에서는, 백인 여자가.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그런 질문을 받고 제가 대답한 게 당신들은 백인들이고 이 영화의 인물들은 아시아인들이고 그래서 더 무서웠나보다고 그렇게 대답을 했어요. 낯선 인간들이 벌이는 폭력은 더 무섭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흑인이나 그런 사람들이 그러면 더 무섭게 느껴지거든요. 적어도 난 그래요. 그랬더니 난리가 났어요. 어떤 할아버지가 일어나더니 내가 나찐 줄 아냐, 막 그러는 거예요. 총 : 오리엔탈리즘을 이야기했는데, 인종주의를 이야기한 줄 알아들었군요. 총: 왜 해외반응이 궁금하냐면은 사실 그동안 우리끼리 딸딸이 많이 쳤쟎습니까. 헐리웃 진출! 스포츠신문에 나서 알고 보면 헐리웃에 놀러 간 거고. 근데 최근 몇 년간은 실제 꽤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하는데.. 하두 오랫동안 속다 보니 과연 진짜 그럴까 하는 의심도 있고.. 그랬음 좋겠단 기대도 있고.. 박 : 감독으로서 저 개인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홍상수, 이창동, 김기덕, 임권택 그런 분들에 비하면 확실히 지명도가 아직은 낮구요, 그 중에서는 제가 보기엔 홍상수, 김기덕이 가장 인정을 받는 존재인 거 같아요. 까르노 비바리라는 체코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회고전이 열렸었는데 그렇게 젊은 나이에 회고전을 하는 감독은, 그 영화제 아주 권위 있는 영화제고, 그런 일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총 : 홍상수 감독이요? 총 : 우리 영화가 해외에서 받는 관심의 정도는 실제로 얼마나 되나요? 박 : 아주 커요. 실제로 커요. 그것은 그만큼 우수해서는 아닌 거 같아요. 유행이 많이 작용하는 거 같아요. 물론 한국 영화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인데 제 생각엔 그래요. 예를 들어서 일본 영화는 자국에서도 찬밥이고 외국에서도 한국영화에 비해 밀리고 그러는데 뛰어난 예술가들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한국보다 훨씬 많고 잘하는 사람은 훨씬 잘하는데 일본 영화는 오랫동안 울궈먹은 거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메뉴가 없나 찾다가 한국이 많이 부각된 상황이고.. 총 : 아시아권에서는.. 총 : 일본 배우들보다 우리 배우들이 평균적으로 더... 총 : 어떤 영화들이 그런 관심을 일으켰나요? 총 : 홍상수 감독의 인지도는? 총 : 영화를 만들 때 해외를 염두에 두고 만드시는 편인가요? 총 : 지금 어디어디 팔렸어요? 총 : (갑자기) 저한테 궁금한 거 있으세요? (일동 폭소) 총 : 카리스마가 넘치고 차갑고 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총 : 저희가 궁금한 건 다 여쭤봤는데 못 여쭤본 건 혹시 이메일 있으세요? 총 : 저희가 사실은 이 인터뷰를 시작으로 새로운 코너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주의 인물>. 한 주에 한 명씩. 첫 빠따로 되셨습니다. 최초 중론은 함소원이었는데.(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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