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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 이너뷰] 딴지, 향숙이를 만나다!!!

2003.10.1.수요일
딴지 흥신소


 



본지, 니덜이 만나고픈 사람들을 대신 만나주마라는 컨셉으로 흥신 이너뷰라는 새 코너를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본 흥신소장 앞으로는 벌떼와 같은 흥신질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초딩 때 짝꿍을 만나달라는 사연(사실은 찾아달라는 사연. 그런 건 진짜 흥신소로 알아보시라), 자신의 삶을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함 만나보라는 사연, 옆 학교 여학생을 소개시켜 달라는 사연, 나라가 어지러운 이때 이순신 장군을 만나보라는 사연 등등등 벼라별 내용들이 다 들어 있었다. 허나 본 이너뷰의 첫 빠따로는 아쉽게도 영 끌리지가 않던 차였다.


그때 "향숙이를 만나달라!!"는 내용의 멜이 띡하니 날라왔다. 본 기자, 향숙이는 또 어느 학교 다니는 걸이야? 함시롱 멜 내용을 읽어보니... 뚜뚱. 글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명연기를 펼친 백광호가 죽도록 스토킹하는 그뇨. 허나 영화의 초반에서 이미 살인범에 의해 저 세상으로 빠이빠이해 버린 그뇨. 그 향숙이를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던 거다. 여기서 잠시 <살인의 추억>으로 회상씬 들어가보자. 아래는 극중 백광호의 대사다.


목을 향숙이 목을 꽉꽉 조른다... 부라자.. 향숙이 하얀 부라자로... 스타킹.. 스타킹 벗긴 걸로 또 꽉 조른다... 뭐드라... 그게 뭐드라... 무슨 끈 같은 거.. 맞어. 핸드백... 그걸로 목을 또 막 조르는데... 그러니까 향숙이가 몸을 약간 부르르... 떨더니... 완전히 죽은 거 같더라구. 향숙이 빤스를... 히히... 빤스를 모자처럼 씌운다. 거들.. 히히.. 그걸 향숙이 얼굴에다 쓱 덮어 씌운다....


글타. 백광호가 죽기 전까지 수없이 외쳐대는 그 향숙이. 그치만 얼굴 한 번 제대로 안 나와 확인할 수 없었던 그 향숙이. 바로 요거였다.


사실 영화 속 백광호의 연기와 대사 덕에 향숙이는 떴다. 하지만 향숙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왜냐면 그뇨는 아주 잠깐 출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걸 우리는 단역이라고 부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뇨에 대해 궁금한 게 갑자기 많아졌다. 정말로 이쁘 건지, 단역생활은 어떤지, 영화 속 대사처럼 "밥은 먹구 댕기는지..." 등등등.


그리하여 본지 흥신 이너뷰의 첫 빠따를 향숙이로 결정하고 그뇨를 본지 사옥으로 초대하였다. 이제부터 향숙이가 정말 예쁜지, 뭐하는 사람인지, 촬영은 워케 했는지 뭐 이것저것 궁금한 거뜰을 물어보기로 하자. 그럼 오라이~
 






 안녕하신가? 매우 반갑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다.


안녕하세요.


 딴지일보는 아시는가?




향숙이 그뇨... 김하경.


 훌륭하시다. 그럼 자주 보시는 건가?


보지는 않고 들어 봤어요.


 본지는 라디오가 아니다. 듣지 말고 보셔야 한다. 본지 안 읽으면 반명랑 세력 된다. 반성하시도록 하고... 혹시 인터뷰 하신 적 있으신가?


이게 처음이예요. 인터뷰하게 될 줄도 몰랐거든요. 기분 좋구요. 떨려요.


 그럼 국내최초 독점 인터뷰되겠다. 일단 정체를 밝혀주시라. 물론 빤쓰는 삼각을 입으실 테니 그것만 빼고 몽땅 다...


이름은 김하경이구요. 나이는 스무살이요. 84년생. 키 169cm, 몸무게 47kg, 신발 사이즈 235~240. 나머지 신체 사이즈는... 잘 몰라요. 하하하. 그리구 서일대학교 연극영화과 다니고 있거든요. 지금 연기 한참 배우고 있는 학생이예요.


 음.. 예상보다 어리시다. 그나저나 백광호 심정 십분 이해할 정도로 이쁘시다. (진짜 곱더라. 부럽지?) 사실 엄청 궁금했다. 향숙이라는 이름은 많이 알려졌는데 배우는 알려진 게 없어서... 어떠신가?


근데 저는 되게 신기했어요. 그니깐 제가 향숙이 역할을 했잖아요. 그게 너무 인기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막 주위에서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니가 향숙이냐?" 그러면서... 신기해 하시구 그러는데... 제 자신이 알려진 게 없어서 약간 섭섭한 마음도 있긴 하지만 되게 기분 좋았어요.


 그랬을 거 같다. 그럼 <살인의 추억>에는 어떻게 합류하신 건가?


제가 그니깐 <살인의 추억>의 오디션을 봐가지구요, 캐스팅됐어요. 감독님이 저보구 향숙이하면 좋을 것 같다구 하셔 가지구요. 근데 원래 제가 향숙이가 아니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근데...


 아, 원래는 다른 역 맡으시기로 했던 건가?


네.. 잠깐 촬영장 갔다가요. 본래 향숙이가 아니였는데...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이향숙이라는 역할이 있는데 중요한 역할이래요.  (목소리 톤 쪼메 올라가더라. 그때 진짜 좋았나보다.) 하라구... 전 막 좋아가지구 열심히 한다구 해서 하게 됐어요.


 긍께 원래는 향숙이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로 촬영장에 갔다가 감독님을 만나고, 감독님이 향숙이를 하라고 해서 향숙이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같다. 그럼 오디션은 어떻게 보게 됐나?


절 도와주시는 사무실 언니가 있는데 거기서 오디션 있다구 해가지고 미팅 한번 해보자구 해가지구.. 제가 약간 연기나 모델도 했었거든요. 제가 활동한 게 작년 겨울 정도, <살인의 추억>이 첫 영화거든요. 그때 프로필 찍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거기서 알게된 분이 와가지구요... 프로필 보구... 절 맨 처음에 이렇게 하셔가지구.. 그때 봉준호 감독님 미팅하구... 그래서 하게 됐어요.


 그럼 출연경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예, <살인의 추억>이 첫 영화구요. 조금 조금씩 했어요. <스캔들>도 개봉하는데 그것도 했어요.


 앗, 거기도 출연하셨나? 무슨 역으로 나오셨나?


거기서.. 거기서... 첩.. 첩 역할 있어요. 그게... 별로 안 나오거든요. (살짝 우물쭈물)


 역할 이름이 없으니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스캔들>도 재밌던데, 딱 두 작품이 빠방한 것만 했다. 필모그래피가 화려하다.


하하.. 그냥 잡지모델도 했었구요.


 원래 영화일을 하고 싶었나?


네.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과부터 그런 거니깐. 제가 원래 학교가요, 빠른 84라서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02학번으로 딴 의상 디자인과를 들어갔었는데요. 디자인 공부하다가 너무 연기를 하고 싶어서 다시 시험 봐서 연극영화과에 들어 갔어요.


 글쿠나. 그런데 <살인의 추억>에서 정확히 어떤 어떤 장면에 어떻게 나오나?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원래는요. 촬영한 게 더 많아요. 하하하하 (목소리 톤 또 쪼매 높아진다) 되게되게 많은데요. 그게 편집을 해가지구요. 그... 죽은 여자분들 있잖아요, 그분들 꿈장면이 있었거든요. 그게 정말 힘들었어요. 죽은 여자들의 뒷모습이 이렇게 있는데 등모습이 이렇게 나체예요. 그때 겨울이었는데 너무 추웠어요. 그걸 딱 촬영을 했어요.


그때 눈도 오고.. 하루종일 춥게 촬영했는데.. 근데 그게 안 나오구요. 죽는 장면 있잖아요. 그것도 밤에.. 살수차 불러서 비 뿌려가면서 촬영했거든요. 논에 엎드려서 손 묶고 촬영하는데 그게 되게 오래 촬영하고 그랬는데 그게 얼마 안 나오구...



영화 초반 논에서 발견된 향숙이


 본 기자의 기억으로는 시체로만 나오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시체로도 나오구요, 죽는 장면도 나와요. 박해일 씨가 올라가가지구 일케 목 조르는...


 잠깐, 저스트 모먼트, 조또마떼, 앗! 앗! 앗! 그럼 범인이 박해일인 건가?


네... 시나리오상 범인은 박해일 씨라구...


 그럼 죽는 장면 찍을 때 상대배우 또한 박해일 씨였겠다?


네, 박해일 씨가 직접 연기하셨어요.


 아... 이거 졸라 충격적이다. 그럼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은 박해일로 설정돼 있었던 것 같다. 진작 알려주지. 본 기자 <살인의 추억> 범인이 누구네, 누구네 하면서 친구와 쌈박질까지 할 뻔 했다. 이런 국론분열을 진작에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까비다. 아무튼 박해일 씨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데... 같이 연기해보니 어땠나?


처음 본 건데... 인상도 참 좋으시고... 추운데 고생한다구 잘 해주시더라구요. 목 조르는 장면 있잖아요. 그거 하는데 등에 올라 목 조르는데 "조금만 참으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막 이러면서 되게 좋으세요.


 박해일 같은 사람이 자상하기까지 하면 우리 같은 넘들 장가 못 간다. 기분나빠질라 그런다. 고 애기는 스톱하자. 총 촬영은 몇 일이나 하신 건가?


저 죽고 시체로 나온 장면만 이틀 찍었구요. 잘린 부분도 한 이틀 찍었어요.


 그럼 향숙이 말고 처음에 맡기로 했던 역할은 어떤 역할이었나?


그건... 되게 작은 역할이었어요. 원래는 그 단란주점 장면 있잖아요. 거기서도 한 번 나오기로 했는데 향숙이 하느라 그거 안 하구... 또 거리가 있어요. 창녀촌 같은 거리. 그건 촬영을 했는데 영화에서 안 나오더라구요.


 그럼 1인 3역 정도 할 뻔 했다. 근데 편집됐다는 얘긴데....


잘렸는데도 되게 기뻤어요. 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가고 내 이름 나오는데 너무 뿌듯한 거예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살인의 추억> 꼭 보라구, 꼭 보라구 (꼭 보라구를 2번 강조한다) 막 그러구요.... 그리고 제가 연영과잖아요. 그래서 교수님들이 영화에 대한 얘기하시면 <살인의 추억> 얘기 꼭 하세요. 영화 너무 잘 만들었다구. 제가 향숙이라는 건 교수님들이 모르시는데 그 얘기 들으니깐 너무 뿌듯한 거예요. 쪼끔밖에 안 나왔지만 제가 촬영한 영화니깐... 그럴 때 너무 뿌듯해요.


 안 나온 부분에 대한 섭섭함 같은 건 없나? 나 같으면 감독이 졸라 밉겠다.


(웃으며) 그런 것도 쫌 있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시체로도 출연을 했으니 분장도 했겠다.


분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 가발을 쓰고요, 커트머리 가발을 쓰고 온 몸에 막 멍자국 분장하구 팬티도 뒤집어 쓰구요. 하하하하. 입에 재갈도 물리구... 살수차로 비도 뿌리고... 그때 정말 추웠어요. 전주에서 촬영했는데 다 논밖에 없구요. 진짜 추웠어요.


 아... 그 가녀린 몸으로... 본 기자 가슴이 미어질라 그런다. 그럼 단역이라고 설움받은 건 없나? 본지 단역생활이 어떤지 궁금타.


영화같은 경우는요, 단역이든 주연이든 그 영화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다 잘 해주시는 것 같드라구요. 특별히 불만같은 건 없어요. 되게 세심하게 배려해주시거든요. 송강호 아저씨랑 같이 촬영을 했는데요. 되게 잘 해주세요. 제가 촬영을 하다가 밥을 먹으러 가야되는 상황이었는데요. 하하... 분장한 채로 밥을 먹으러 가는데... 제대로 옷도 못 입고, 진짜 막 그랬어요... 그런데 송강호 아저씨랑 바로 옆에서 밥을 같이 먹었거든요. 근데 식판 같은 거 들어주시구... 개인적인 질문도 많이 하시구요, 막 열심히 하라구 격려도 해주시구요. 되게 자상하세요. 송강호 아저씨는 과묵하신 것 같았는데요, 이렇게 슛만 딱 들어가면 돌변하구요. 진짜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송강호 아저씨가 혹시 뻐꾸기 날린 거 아닌지 모르겠다. 송강호 씨까지 자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진짜 큰 일이다. 전국의 총각들 불리해진다. 딴 얘기 하자. 촬영은 며칠 안 했지만 첫 영화였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비 맞는 씬 같은 건요. 너무 추운데 NG가 나면 안되니깐 리허설을 많이 하고 한 번에 OK가 났어요. 그리고 거기가 다 논밖에 없으니깐 옷을 갈아 입을 데가 없구요, 화장실도 없어요. 다 허허벌판이예요. 그래서 막 스탭들도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저기 숲속 막 들어가서... 올라갔다 와야 되구요. 전 비 맞는데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너무 춥고 막 갈아입을 데도 없구 차 안에서 좁은데 혼자 갈아입고 했거든요. 그건 좀 그랬어요. 제가 정말 큰 배우였다면 좀 쉽게쉽게 했을 거 같은데... 그리고 저 꿈장면 촬영할 때는 등이 나체였거든요. 근데 서리오고 우박오고 그래서 맨살에 우박이 닿으니깐 너무너무 추웠어요. 천막 쳐놓은 것도 바람이 너무 많이 부니깐 다 엎어지고... 저 뿐만 아니라 사람들 너무 고생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영화 찍으니깐 그렇게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아... 본 기자 또 가슴이 미어질라 그런다. 그건 그렇고... 자신의 연기에 모범이 되는 배우도 있을 텐데...


배우요? 여자분 중에서 정말 연기 잘 하시는 분은 문소리씨... 딴 분 잘 하시는 분도 많지만요, 자신이 맡은 역할 제대로 표현하는 건 문소리씨.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럼 조금 어려운 질문도 하나 해보자. 요즘 한국영화가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도 있는 반면, 따라지 영화도 많다. 영화를 하는 입장인데... 그런 거 보면 어떤가?


아직... 영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음... 겸손한 척 하면서 입장표명이 애매한 질문은 잘 모르는 척 하는 답변. 현명타. 그럼 일은 많이 들어오나?


전... 좀 꾸준히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일은 어떻게 찾으시는가?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도 있구요. 아는 곳에서 보내주시는 것도 있구 그래요. 제가 스스로 찾는 경우엔요. 연극영화과를 다니니깐 오디션 소식 같은 게 들려요. 그러면 찾아가보기도 하구요. 제가 프로필 같은 거 돌려서 찾는 것도 있어요. 사진 같은 거 보내놓으면 연락이 오거든요. 그럼 가서 미팅하고... 그렇게...


 <살인의 추억> 같은 경우 오디션은 뭘 봤나?


대개 사진 보구요, 미팅하고, 인터뷰하고 하는데요. <살인의 추억>은 감독님이 절 보시고는 향숙이가 딱이라구 해서 됐어요. 제가 향숙이 역할로 딱이라고...


 실제로 보니깐 향숙이스럽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부분에서 향숙이 역할에 딱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하... 저도 궁금해요.


 <스캔들>은 어떤가? 거기서는 좀 많이 나오시는가?


그걸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 못 봐서요. 근데 거기서는 얼굴 클로즈업을 따긴 땄거든요. 하하하하. 그건 짤리면 안되는데...


 음...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아직 못 봤다는 건 슬픈 대목일 수 있겠다. 잘리지 않기만 기도하기로 하자.


네... 근데 거기선 그 분장을... 갓채 쓰고 한복 입고 막 그래가지고요. 또 분위기가 전하고 틀릴 거 같애요.


 <스캔들> 꼭 보고 확인토록 하겠다. 이제 진짜 중요한 질문 하나 하자. 개런티는 얼마나 받으셨나?


<살인의 추억>은 많이 받았아요.


 보너스는 없었나? 액수도 밝혀주시라.


보너스까지는 아니구요. 그게 좀 힘든 촬영이어서요. 좀 받았어요.


 그니깐 그 좀이 얼마인가?


딴 분들한테는 별로 안 큰 돈일 수 있는데요. 저한테는 되게 큰 돈이었어요.


 그럼 그 되게 큰 게 얼마인가? 본지 집요하다.


(머뭇머뭇) 저기.. 저... (또 머뭇) 향숙이 촬영한 거 따로 받구요. 이틀 촬영한 거 따로 받았어요. 이틀 촬영한 것만 한 백만원...


 허곡. 생각보다 꽤 짭짤한 액수 같다. <태조 왕건> 엑스트라 알바를 했던 본지 기자 한 분은 한 겨울에 다 떨어진 옷 입고 생고생하면서 일당 3만6천원 받았단다.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면 축하할 액수같다. 단역 생활이 어렵고 생활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학생이고 또 그 정도 받으면 힘든 건 없겠다.


네... 힘든 건 없구요. 그 돈을 촬영하고 얼마 안 되서 받았는데요. 근데 어디다 썼는지 모르게 다 써버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한테서 용돈 받아서 생활하고 있어요. 하하하.


 현재 다른 역 섭외들어 온 건 없나?


섭외 들어온 건 몇 개 있는데요. 아직 결정은 안 했어요.


 촬영하면 대본까지 받는 건가?


지금까지 영화는요, 대본 받은 건 없구요. 지금 들어갈 영화는 대본 받은 게 있어요.


 그럼 대본을 받았다면 대사도 있는 건가?


네. 대사도 있어요.


 다시 한 번 축하 드린다. 본지, 귀하를 단역배우로써 포커싱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거하곤 거리가 쫌 있는 것 같다. 이제 다른 얘기 좀 해보자. 실제로 백광호 같은 이가 좋아한다면 어떻겠나? 딴 건 몰라도 백광호가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대단했다.


하하하... 그러면요.. 하하.. (웃으며 약간 머뭇) 그러면 솔직히... 하하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저 좋아해주니깐 고마울 것 같애요. 하하.


 그럼 거기에 덧붙여 오늘의 핵심적인 질문 나간다. 남자친구분은 있으신가?


(너무나 당연하게) 네.


 정말? 진짜? 리얼리? 진정? 진실? 생각 잘 하시고 다시 한 번 대답하시길 바란다.


없다고 하면 혼날 텐데...


 남자친구도 있다는데 인터뷰 끝내자.


하하하... 그럼 없다고 해야 되나?


 음... 그렇다면 괄호쳐서 조만간 헤어질 계획이라고 써드리겠다.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의 브라우저 닫는 클릭 소리가 마구 들린다. 그럼 언제부터 사귀신 건가?


학교 들어가서... CC예요.


 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본래 CC는 오래 못 간다.


하하하하하. 다들 그러시더라구요. CC면 오래 못 간다구.


 헤어지면 본지에 연락주시라. 당사자에겐 아픔이지만 본지 총각 독자들에겐 희소식일 수 있다. 아무튼 CC 남친이 있다면 소개팅 같은 것도 못 해봤을 것 같다.


소개팅은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개나 소나 다 물어보는 흔해빠진 질문도 하나 하자. 좋아하는 이상형은 워떻게 되나?


저는 딱 이런 남자라고 말을 하자면... 되게 얼굴 잘 생긴 거 보다는요, 스타일 좋은 사람 좋아해요. 그리고 그런 거 다 치우고 막상 사람 보면 첫 느낌이 더 중요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처음 봤는데 느낌 딱 오는 사람.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오는 거. 그거 좋아해요.


 그러시구나. 동감한다. 삘!! 이거 중요하다. 근데 우리같은 사람들은, 내 삘은 아주 자주 꽂히는데 저 쪽에서 나한테 삘 꽂히는 경우는 전무해서 슬프다. 주량은 어떻게 되시나?


주량이요? 사람들은 술 잘 먹게 생겼다고 하는데 술 잘 못 먹어요.


 정확히 어느 정도나 드시나?


소주... 진짜 많이 먹으면 한 병. 근데 한 잔만 먹어도 빨개지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리고 소주 한 잔만 먹으면 취하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게 쭉 일정해요. 술을 더 먹는다고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쭉 일정해요.


 굉장히 저렴하게 취할 수 있어서 좋겠다.


하하하하하하.


 그런데 CC면 학교생활은 재밌을 것 같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수업 끝나면 연극연습을 해요. 대본 리딩하구 연습한 다음에 친한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하고 들어가구... 그래요. 그리고 <살인의 추억> 출연한 다음부턴요 선배님들이 보시면 옛날에는 하경아, 하경아 했는데요 이제는 향숙아, 일로 와봐 그러구...


 연기 입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은 역할도 많겠다. 앞으로 어떤 역할 하고 싶나?


앞으로요.... 저 (머뭇머뭇)...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거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그게 아니면요. 되게 악독한 여자 있잖아요. 능력있고 여우같은... 그런 악독한 여자 한 번 해보고 싶구요. 아니면 반대로 청순하고 눈물 많고... 눈물연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원하는 캐릭터가 극과 극인데... 본래 성격은 어떤가?


본래 성격은 그냥 어리버리해요. 하하하하. (일동 웃음) 사람들이 다 어리버리하대요. 첫 인상 보면요, 되게 날카롭거나 도도해보이거나 딱 이거 아니면 저거 하는 사람처럼 냉정할 것 같다는데... 쫌만 얘기해보면 진짜 어리버리하구 도도랑은 거리 멀고 다들 어리버리하다구. 넌 왜 이렇게 어리버리하냐구 맨날 구박받아요. 하하하


 우리도 쫌 얘기해 본 후 금방 눈치 깠다. 혹 독자들을 위해 멜주소를 공개해주실 수 있으신가? 홈페이지는 있나?


그럼요. 멜주소는요. hakyoung84@hanmail.net 예요.그리고 홈페이지는 없어요.


 메일 가면은 답장해주실 건가? 아마 멜박스가 터질 지도 모른다.


그럼요. 해드려야죠. 근데 메일 안 올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요, 향숙이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나오잖아요. 근데 실물 보시고 향숙이 안 예쁘다고 실망하시면 어떡해요.


 아니다. 아름다우시다. 그런 걱정일랑 분리수거해 버리시라. 그럼 대강 준비된 건 끝난 거 같다. 아쉽지만 딴지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고 마무리하는 걸로 하자. 요이땅.


너무 반가웠구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배우는 자세로 더 열심히 할 거거든요. 그니깐 많이 지켜봐 주시고 향숙이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오늘 시간내주셔서 정말 고맙다.
 






그렇게 향숙과의 만남은 쫑이 났다. 앞에서도 썰했듯 처음 본지가 준비했던 질문들은 거의가 단역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근데 만나보니깐 그런 건 없더라구... <살인의 추억>이 첫 영화였으니 더더욱 그렇고. 그래서 이너뷰가 쭉빵걸 이너뷰 포맷으로 순간 둔갑했다.


아무튼 본지 향숙이를 한국최초 독점 이너뷰해본 결과.... 백광호 맘을 알겠더라. 좌삼껄 우삼떡거림은 기본이요, 그처럼 스토킹해보고 싶더란 말이쥐. 그리하여 그뇨가 출연했다는 <스캔들>도 개봉하자마자 낼름 가서 봐줬는데 눈 부라리고 보니깐 그뇨의 출연장면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딱 한 컷. 아쉽게도 클로즈업은 없더라.


그래도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신삥 연기자. 그뇨가 자기 맘 먹은대로 앉았던 자리에는 풀도 안 날 악독한 역도 맡고, 끈끈이에 들러붙어 비명횡사한 파리만 보고도 눈물을 펑펑 쏟는 눈물녀 역도 맡아가며 차세대 배우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무쪼록 향숙이에 대한 니덜의 궁금증도 속탄 가슴에 소주 넘기듯 쫘악 해갈됐기를 바라고.


그럼 이상 흥신 이너뷰 그 첫 빠따를 마치기로 한다. 담 인터뷰도 졸라 기대하고 계시라.


그나저나... <살인의 추억>의 범인이 박해일이랜다. 그럼 왜 마지막에 정액흔적은 박해일 께 아니라고 했대냐? 저기... 봉준호 감독님!!! 이거 보면 설명 좀 해줘봐. 헤깔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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