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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개혁 부록] 국방부는 눈물의 소포를 즉각 폐기하라!

2003.9.22.월요일
딴지 군사부


본지가 연재한 군개혁 시리즈가 지난호를 끝으로 쫑이 났다. 한때 야비군 동대장 사건으로 국방부와 맞짱을 뜨기도 하고 간헐적으로 썩은 군대의 부조리를 들춰냈던 전력도 있던 본 우원 또한 뭔가 한 마디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군개혁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사실 보따리 쫙 펼쳐서 하나씩 하나씩 끄잡어내기도 하고 구조적인 모순도 건들기도 하고 대한군바리의 존립적 타당성까지 이야기 해줘야 먼가 답이 나와도 나오겠지만.... 그런 건 이미 딴 우원이 했었던 것인 만큼 그딴건 안  건들기로 하고.


본 우원은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 충분히 바뀔 수 있음에도 구태의연하게 전통으로 계승돼온 조또 씨바스런 한 꼭지에 딴지 한 번을 걸어볼까 한다. 글구 아울러 본 우원의 문제제기가 타당하다면 국방부 너거뜰은 즉각 시행후 개선조치 할 것을 명령하는 바이다.


시작하자.


열분들... 군대 댕겨 오신 분들이거나 혹 군대 가실 분들이거나 오빠나 동생 혹은 앤이나 정부 등이 군대에 끌려갔거나 갈 위치에 놓이신 열분들이여. 우리의 엄니들이 자식 군대 보내놓고 젤로 서러움에 대성통곡할 때가 언제인지 아나?


군대가기 전날밤? 훈련소 입소하는 당일 그 현장? 자식이 군대간 첫날밤?


머... 감정 풍부하신 엄니들이야 자식이 영장만 받아도 눈물을 뚝뚝 흘리시겠지만 대개의 경우 가슴을 쓸어안으며 목놓아 "영수야" "철수야"를 부를 때는 바로..


군대보낸 자식의 사복이 소포로 전달된 순간이다.


훈련소 들어갈때는 당연히 사복을 입고 들어가는 걸 테고, 입영과 동시에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신분 이동을 하는 그 순간 이제 사복은 딴 나라 세상의 의복이 된다. 겉옷부터 빤스까지 사제품은 모두 벗어서 반납하고 부대에서는 그 옷을 박스에 포장해 부모님에게 소포로 배달해주는 프로시져..... 수십년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변치않는 과정이다.


근데 그 넘의 옷을 곱게라도 보내줬냐면... 이게 또 그렇지 않았다. 입영소 앞에서 사람 좋아보이는 장교 한명이 부모님들을 향해...


"부모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부터 여러분의 자식은 나라의 아들로 다시 태어날 것이며 부모님이 해주신 것과 똑 같이 저희가 성심성의껏 자식들을 보살피겠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은, 입영소 코너를 돌아 어무이 아부지가 안보이는 지점에 이르러 대가리 박기와 좌우로 굴러, 엎드러 뻗쳐와 피티 체조로 이어지면서 연병장 뽀얀 먼지에 목욕을 하게 하고, 바로 그 먼지나고 구멍난 옷을 부모님께 보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울 엄니 생각난다. 생때 같은 아들을 군대 보내놓고 밤이나 낮이나 자식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던 중 부대에서 날아온 소포... 그리고 그 안의 냄새나는 누더기들.


울 엄니, 그 옷을 부여잡고 삼일 밤낮을 울으셨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요 국방부 시계는 우쨌든 돌아가는 거라, 그런 이야기를 제대하고 나서 들었을 때도 그저 한번 있을 수 있는 비련의 이벤트 정도로 넘겨버리고 말았었다. 글구 잊어버렸다. 요즘 군대는 안그러겠지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근데..


2주전 본 우원 조카녀석이 군대에 갔다. 녀석의 엄마이자 우원의 형수는 끝까지 의연했다. 남들 다 가는 군대에 무슨 유난을 떨겠냐며 조카가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눈물 한 방울 안보였었다. 그래서...가짜 엄마 아냐? 라고 나 혼자만 생각했다.


형수가 참고 있던 눈물이 봇물이 되어 터져버린 것은 바로 그 놈의 소포 꾸러미를 받고 나서였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소포를 전달받는 순간부터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다. 소포를 열고 곰팡이까지 낀 냄새나는 아들의 흔적에 실신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함께 그 광경을 본 형님이나 다른 조카들 역시 방울 방울 눈물을 떨구는 초상집 분위기를 연출 했다 하니...이 무슨 비극의 쇼!쇼!쇼!란 말이더냐.


그 놈의 소포라는 거, 이게 참 오만가지 감정을 유발 시키는 것이다. 자식을 군대 보내놓고 가뜩이나 싱숭생숭해있는 상태에서 마치 유골처럼 전달돼온 상자. 그리고 장성한 내 아들은 간데없고 냄새나는 옷만 유품처럼 돌아와 버렸으니...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참 가슴 찢어지는 느낌을 소포에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흑..


국방부 제위들아. 먼말인지 이제 알겠나? 니덜은 수십년 전부터 해온 관습이라며 무덤덤하게 포장을 하고 있었겠지만 그걸 받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란걸..이제 깨달았는가?


도대체 무슨 비장감을 부모님에게 전달해주겠다고 아직까지도 그런 짓을 계속하고 있단 말이더냐. 니덜..새디스트니? 그런거 아니라며 이제 고마해라. 울 엄니 울은 것으로 됐다. 며느리까지 울게 한 것도 그래 용서하마. 내 마눌까지는 울게 하지 마라. 윤씨 집안 여자 세명이 한을 품으면 니덜 서리에 깔려 다 죽는다.


글구 말이다. 최소한..옷을 보낼려거덩 세탁이라도 해서 보내달라. 요즘 군대에 세탁기며 짤순이가 널려있을 텐데 그런 거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 아닌가? 보송보송한 느낌의 깨끗한 아들 옷을 받을때랑 먼지 풀풀 나는 곰팡이 앉은 눅눅한 옷을 받을때랑 니덜 같으면 어느 것이 더 마음이 놓이겠는가? 군대에 포장 잘 하는 넘들 많자나? 잘 빨아서 예쁘게 포장해 보내면 그거 얼마나 보기 좋겠나. 그런거 구찮다면 애덜 첫 휴가때 스스로 가져가게 하덩가.


군개혁도 좋고 군민주화도 좋다. 구타 없는 군대도 좋고 피씨방에 화상 면회까지 하는 군대도 좋다. 그러나 우선 쉽게 할 수있는 것부터 뜯어 고쳐라. 생각을 코딱지 만큼만 바꾸면 명랑할 수 있는 걸 왜 못하고 있나...



 
딴지 논설우원
뚜벅이(ddubuk@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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