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빤스강탈 소각사건

2003.8.28.목요일
딴지 특종창작반

<제 1신>

지난 8월 15일 서울시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같은 학교 급우의 빤스를 강탈한 후 소각시킨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학교는 광화문에 위치한 한반도 초등학교. 이 학교는 본래 반이 하나 뿐이었으나 교실의 왼쪽 분단에 앉은 학생들과 오른쪽 분단에 앉은 학생들이 맨날 쌈박질을 해서 1반과 2반으로 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소한 말다툼이 그치지 않다가 급기야 50년전 반대항 패싸움까지 한 역사가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빤스강탈 소각사건은 이 중 1반 학생이자 동네 목사 아들인 박챤성 학생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빨간색에 대해 극심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던 이 학생은 사건 당일인 8월 15일 학교 개교기념일 행사를 진행하던 중 현장을 지나가던 2반 반장 김정순 학생의 체육복 아랫도리가 자신의 반 체육복 색깔인 파란색과 다르게 빨갛다는 이유로, 강제로 아이스께끼를 한 후 빤스를 강탈해가 소각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문제의 박챤성 학생이 2반 반장의 빨간 체육복 하의를 강탈해 "빨간색은 사탄의 색이"라며 소각하면서도 이웃한 미국인 학교의 별무늬 체육복 빤스만은 머리에 꼭 뒤집어 쓰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이러한 행동이 별무늬 빤스중독에 따른 정신장애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빤스를 뺏기고 놀란 김정순 반장과 빤스를 소각하는 박챤성 학생

또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싼다"고 말해 사건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한편 체육복 하의가 홀라당 벗겨져 온 학교에 쪽을 팔아 버린 2반 김정순 반장은 "앞으로 돌아올 학교 운동회에 2반은 불참할 것이며, 따라서 2반이 참석시키기로 약속한 쭉빵 응원단을 구경할 생각은 똥꼬털에 붙은 똥가루만큼도 하지 말라"고 측근을 통해 전달해 한반도 초등학교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 2신>

18일 오늘, 1반 노무횬 반장은 지난 15일 벌어진 빤스강탈 소각사건에 대해 "정순아.. 유..감"이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따라 1반 내 꼴통들의 반항이 졸라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빨간색만 보면 체내 혈액이 홍수 터지듯 몽땅 마빡으로 쏠린다는 동네 찌라시 좃선벼룩 아들 상우니, 땡크를 만들어 2반 교탁까지 밀고 들어가는 게 지상과제이자 2반 애덜과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 잡아다가 조지는 게 인생의 낙인 선도부장 조깝제, "저희 업소는 빨간색 조명을 쓰지 않습니다"라는 영업방침을 고수하는 딴나라 캬바레 사장 아들 병룔이가 연일 깽판을 때리며 극성을 피우고 있다고 학교측 관계자는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이들은 2반 타도를 내세워 1반 분위기를 휘어잡고 짱을 먹어 왔으나, 지난 학기 반장이었던 데중 학생이 2반 반장 정순을 와락 껴안으며 연분을 내고, 도시락을 못 싸오는 가난학 2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등 2반과의 부킹을 맹렬히 시도하자, 이들은 그 화해 분위기에 의해 짱 자리에서 쫓겨나 은근히 1반 학생들로부터 왕따당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자 그간의 화해 분위기를 깽판 놓고 다시 타도 모드로 돌입하여 짱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연일 무횬 반장의 사과 행동을 태클 걸며 분주히 날뛰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횬 반장의 유감표명은 옆 미국인 학교의 세련된 별무늬 빤스와 2반의 호전적인 빨간색 빤스를 같은 선상에 놓는 행위로 미적감각이 치사량이라는 둥, 이처럼 감각없는 사람인 줄 몰랐다는 둥, 반장을 잘못 뽑았다는 둥, 정순이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둥, 쭉빵 응원단에 눈이 돌았다는 둥"의 택도 없는 내용을 주로 씨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 3신>

한반도 초등학교 운동회가 일각의 우려와는 다르게 성황리에 개최됐다. 불참의사를 밝혔던 2반 학생들도 1반 노무횬 반장의 사과표시에 참석을 결정하여 이날 1반과 2반은 운동회 동시입장을 선보였다.

또한 2반이 보낸 대규모 쭉빵 응원단이 배석한 경기는 뭇 남학생들이 떼로 몰리는 등 화끈한 반응을 보였으며, 이에 따라 교내 곳곳에서 쭉빵 응원단과 부킹에 성공한 남학생들의 명랑애정행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 운동회가 열기를 띠어감에 따라 운동회를 깽판 놓으면서까지 2반 타도에 핏대를 올렸던 깝제, 상운, 병룔은 여전히 왕따당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회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지덜을 왕따 놓고 1반과 2반 학생들이 즐겁게 노는 것에 못마땅해 하던 1반내 꼴통 3인방은 지덜끼리라도 놀아보겠다고 노무횬 반장 아버지가 운영하는 동네 짱게집인 청와루 앞에서 따로 운동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종목은 <2반 빤스 소각하기 대회>, <2반 빤스 누가누가 잘 찢나 대회> 등이라고.

이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1반 학생은 "2반의 쭉빵 응원단에도 반응하지 않고 끈덕지게 2반 빤스만 갖고 늘어지는 쟤네는 고자 아니면, 빤스에만 패티쉬하는 변태덜일 것"이라 정곡을 찔러 주위를 즐겁게 했다고.  

 
딴지 특종창작반
철구(chulgo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