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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진정한 최고타자는 누구일까?

2003.8.23.토요일
딴지 야구부


야구 좀 좋아한다는 팬 치고, 과연 역대 최고의 타자는 누굴까?라는 의문 한번쯤 가져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게다. 최고의 투수는 누굴까?라는 의문도 마찬가지로 가져볼 수 있겠지만, 그 범위를 국내 프로야구로 한정시킨다면 정답은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렷다. 멍게... (사실은 아마, 프로 통틀어 사상 최고가 아니었겠나 싶다) 하지만 최고타자가 누구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도 분분하고, 명확한 결론도 나있지 않은 것 같으니 함 턱 괴고 고심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당신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다행히도 야구는 수치화된 기록이 대단히 잘 발달된 스포츠이지 않던가. 몇십년 전에 활약하던 선수이건 간에, 각 부문의 기록만 훑어봐도 그 선수가 어떤 스타일이며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60년대에 활약한 김봉팔이란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못했더라도 1968년에 타율 .320, 홈런 30개를 때려냈다는 기록을 보고 김봉팔이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라고 구라칠 근거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 짓거리 하다가 홈베이스를 안 밟았다는거 아녀.

 

문제가 있다면, 기록지의 그 다양한 항목들 가운데 딱 하나를 찝어 "이 수치가 높으면 최고타자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항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편의상 타율이 가장 높은 타자를 수위타자라고 지칭하긴 하지만, 타율이 좀 낮더라도 장타력으로 이를 상쇄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니던가. 막말로 안타 100개로 1점도 못 올릴 수도 있지만, 홈런은 무조건 최소 1점이니 말이다(홈런 잘 쳐놓고 베이스를 밟지 않는 만행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게 바로 최고타자 고르는 일이 은근히 녹록지 않은 이유 되겠다.

 

한국프로야구 22년, 결코 짧지만은 않은 역사를 통틀어 기억해둬야 할 수많은 선수들이 명멸해갔고, 그중에는 저마다 최고를 다툴만큼 출중한 선수들도 있었다. 본 논의에서는 타자의 기량을 평가하는 전통적인 척도 -즉, 타율, 홈런, 타점의 3대 메이저부문- 를 중심으로 누가 과연 프로야구 역대 최고타자인지에 대해 자못 진지한 썰 한마당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근년들어 일각에서는 OPS(출루율+장타율)라는 수치가 타자의 기량을 측정하는 척도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것도 걍 참고사항으로 곁들인다(출루율 계산시 편의상 원년기준에 맞춰 희생플라이는 제외했음을 밝힌다). 우선 후보부터 선정해놓고 보는게 순서겠지? 참고로 후보들은 역대 메이저타이틀 획득내역 및 누적기록을 중심으로, 아울러 필자가 갖고 있는 편견을 토대로 선정하였음을 밝힌다.

 

(* 통산성적은 타율-홈런-타점-안타-OPS순)









































 
 

 

 

김성한 (해태 1982~1995) 우투우타
통산 .287-207-781-1389-.833
1985, 1988년 MVP, 골든글러브 6회(1985~1989, 1991)
홈런왕 3회(1985, 1988, 1989), 타점왕 2회(1982, 1988)
1989년 20-20클럽(시즌 20홈런-20도루) 창설

 

 

 

 

 

 

 

이만수 (삼성 1982~1997) 우투우타
통산 .296-252-861-1276-.910
1983년 MVP, 골든글러브 5회(1983~1987)
홈런왕 3회(1983~1985), 타점왕 4회(1983~1985, 1987)
1984년 트리플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

 

 

 

 

 

 

장효조 (삼성 1983~1988, 롯데 1989~1992) 좌투좌타
통산 .331-54-437-1009-.889
1987년 MVP, 골든글러브 5회(1983~1987)
타격왕 4회(1983, 1985~1987), 출루율왕 6회(1983~1987, 1991)
1983~1989 7년연속 3할타율

 

 

 

 

 

 

장종훈 (빙그레 1986~1993/한화 1994~현재) 우투우타
통산 .283-331-1112-1720-.890 (2003. 8. 20 현재)
1991, 1992년 MVP, 골든글러브 5회(1988, 1990~1992, 1995)
홈런왕, 타점왕 각 3회(1990~1992)
1992년 역대최초 시즌 40홈런 돌파(41개)

 

 

 

 

 

 

양준혁 (삼성 1993~1998, 해태 1999, LG 2000~2001, 삼성 2002~현재) 좌투좌타
통산 .325-246-934-1528-.982 (2003. 8. 20 현재)
1993년 최우수신인, 골든글러브 4회(1996~1998, 2001)
타격왕 4회(1993, 1996, 1998, 2001), 타점왕 1회(1994)
1993~2001 9년연속 3할타율

 

 

 

 

 

 

이종범 (해태 1993~1997/기아 2001~현재) 우투우타
통산 .325-151-462-1046-.933 (2003. 8. 20 현재)
1994년 MVP, 골든글러브 5회(1993, 1994, 1996, 1997, 2002)
타격왕 1회(1994), 도루왕 3회(1994, 1996, 1997), 득점왕 4회(1993, 1994, 1996, 1997)
1998~2001년 일본 주니치에서 활약

 

 

 

 

 

 

이승엽 (삼성 1995~현재) 좌투좌타
통산 .305-312-914-1250-1.022 (2003. 8. 20 현재)
1997, 1999, 2001, 2002년 MVP, 골든글러브 6회(1997~2002)
홈런왕 4회(1997, 1999, 2001, 2002), 타점왕 3회(1997, 1999, 2002)
사상 최초 MVP 4회 수상

 

 

 
 

단일시즌도 아니고 역대로 범위를 설정하니, 스케일과 네임밸류가 실로 장난 아니다. 이 후보명단의 정당성은 일단 차치하고(순전히 필자 맘이므로), 과연 이중에 누가 진짜 최고인지 함 디벼보기나 하자. 한가지 미리 밝혀둘 것은, 본 기사에서 이사람이 최고다라는 결론을 명확히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따름이다. 물론 그 가이드라인의 방향성도 순전히 필자 맘이다.

 

타격을 3할의 예술이라 규정한다면, 10년에 걸쳐 .331이라는 엽기적 타율을 유지한 짱구 장효조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아야 마땅할 터이다. 한데 짱구가 10시즌동안 친 홈런은 무려 54개, 정확히 이승엽이 1999 시즌에 기록한 홈런갯수와 똑같다(참고로 그가 MVP를 수상했던 1987년에 친 홈런갯수는 2개다. 오타 아니다. 홈런 2개 치고 MVP를 차지하는 기록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현역시절 기록관리가 유별났던 것으로 알려진 짱구, 똑딱타법을 앞세워 순전히 타율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데 전력을 다했음을 알 수 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나서까지 선수생활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고타율에 어울리지 않게도 연평균 100개가 조금 넘는 1009개의 안타만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런 면을 엿볼 수 있다. 짱구의 타격스킬이 역대 최고를 다툴 만큼 위대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관리된 기록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면, 그보다 타율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누적기록에서 우위를 보이는 선수 쪽으로 눈길이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우렷다. 이 대목에서 하마터면 10시즌 연속 3할타율을 기록할 뻔했으며, 홈런/타점 면에서도 톱클래스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칼춤스윙 양준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양준혁도 연속시즌 3할 기록을 의식한(게다가 경기 외적인 일들로 인해 동계훈련량이 부족했던) 2000, 2001 시즌에는 장타력을 접어둔 채 타율관리에 매달렸고, 그래서 영양가없다는 한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하필 당시 양준혁은 LG소속이었다. 본 필자 LG팬이다. 그래서 갠적으로는 상당히 언짢다. ...각설하고, 결국 연속시즌 3할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진 올시즌 양준혁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8월 20일 현재 .341, 24홈런, 60타점. 타점이 좀 적은 감도 없지않지만, 앞타순에 이승엽과 마해영이 포진해 있음을 감안하면 호성적임에 틀림없다. 이것이야말로 타율-최다홈런-타점-득점-사사구-장타율 등의 공격부문 대부문의 역대 랭킹에서 죄다 10걸 안에 들어있는 만능타자 양준혁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불운하게도(혹은 신기하게도) 아직 시즌 MVP 타이틀은 한번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양준혁과 동시대를 풍미해온 이종범 역시 정교한 타격으로 정평나 있는 선수다. 게다가 그는 주로 1번타자로 활약한 선수답게 타석을 벗어난, 누상에서의 주루플레이 및 득점력이라는 옵션에 있어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그래서 그의 경력에서 메이저 타이틀도 아닌 도루왕/득점왕 타이틀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격스킬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공격의 생산성에서 단연 발군인 셈이다. 또한 90년대 중반 제2의 해태왕조를 선도한, 팀타선 전체를 이끄는 막강 카리스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그만의 강점이다. 비록 지금은 외야수로 전향한 상태이지만, 소시적엔 유격수라는 수비부담 큰 포지션을 맡으며 저토록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다만 그 성적의 상당부분이 몬스터 시즌이었던 1994년에 집중되어 있고,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속절없는 일본생활 3년 반으로 인해 누적기록면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정확성에서는 장효조를, 장타력에서는 양준혁이나 이승엽을 각각 넘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겠다.

 

이승엽... 드디어 나왔다. 국민타자라는,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명예로운 닉네임을 보유한 인물(그 닉네임이 얼마나 정당한지는 좀 의심스럽지만, 아무튼). 홈런왕이라면 무조건 우대하는 국내 프로야구의 풍토 덕에(최근 7년간 페넌트레이스 MVP가 죄다 그해의 홈런왕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 페넌트레이스 MVP 4회 수상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지닌 사나이. 게다가 종래의 힘을 앞세운 홈런타자들과는 달리, 유연한 스윙과 극대화된 임팩트로 홈런을 마구 생산해내는 신개념의 홈런타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컨디션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던 2000~2001년에도 연간 30홈런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면모 또한 보여주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1.0만 넘으면 수퍼스타로 공인받기에 충분하다는 OPS의 통산 부문에서 그는 1.022라는 충격적 수치를 마크하고 있다.

 

센세이셔널한 홈런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언젠가 그가 타자부문의 선동열로 등극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만 스윙이 점점 커지고 있는듯한(그래서 정확성이 점점 떨어지는 듯한) 모습은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게다가 올시즌만 마치면 메이저리그로 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이종범과 마찬가지로 누적기록면에서의 약점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아까부터 필자가 강조하는 그놈의 누적기록에서의 최강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홈런, 타점, 안타, 그밖에 누적되는 타격기록(심지어는 삼진까지도)에서 대부분 역대 1위를 휩쓸고 있는 인물, 장종훈이 그 주인공 되겠다. 입단당시에는 철저히 무명이었던 그는 1990~1992년 홈런왕을 3연패하며 3시즌간이나 리그 전체를 완벽히 제압한 타자로 기록되었고, 1992년에는 최초로 시즌 40홈런을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하며 절정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게다가 15시즌(1988~2002) 연속 두자릿수 홈런기록에서 증명되듯 꾸준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이제는 출전할 때마다, 안타 하나를 칠 때마다 한국야구사를 새로 쓰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근년들어서는 역시나 나이를 속일 수 없음인지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특히 홈런부문은 올해 안에 이승엽에게 추월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쌓아올린 업적만 갖고도 그는 최고로 대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참고로, 그는 유격수-지명타자-1루수 등 3개 포지션에 걸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는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축구에선 이 개념으로 멀티플레이어란 용어를 주로 쓰는 것 같더라)이기도 하다. ...농담인데, 재미없나?

 

그럼 장종훈 이전의 홈런타자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을까? 허허, 무슨말씀. 80년대 홈런왕 타이틀을 양분한 쌍두마차 김성한, 이만수를 언급하지 않으면 섭하지 않겠는가. 방망이를 뒤로 눕힌 특이한 타격폼으로 유명했던 오리궁둥이 김성한은 양준혁, 이종범 이전 최고의 호타준족이었고(20-20 클럽을 이땅에 최초로 개설한 이가 바로 그다), 원년인 1982년에는 투수로 10승을 올린 경력도 있는 진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그가 기록한 통산 1389안타는, 그의 은퇴당시에는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도 80년대 후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해태타선의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현재까지 한국프로야구 유일의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이만수에 대한 기억 역시 쉽사리 잊혀질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3D 포지션이라는 포수로 활약하며 이런 기록을 쌓았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그의 포수수비능력에 있어서는 이의가 자주 제기되곤 했지만, 어쨌거나 이만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장효조와 그가 포진해 있었던 80년대 삼성의 3, 4번 타순은 상대투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만수는 원년멤버로는 가장 늦은 1997년까지 선수생활을 영위하며, 삼성의 영원한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김성한과 이만수는 원년멤버인데다, 당시에는 시즌당 경기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으므로 누적기록면에서 최근의 후보들에 비해 다소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김성한, 이만수, 장효조, 장종훈, 양준혁, 이종범, 이승엽... 그중 누가 진정한 최고인지에 대한 최종판단은 각자 관점과 취향을 쫓을 일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모두 최고란 수식어를 달 자격이 충분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이런 대선수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하나
프로 이전에도 이땅에는 엄연히 야구가 존재했다. 해방 이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이영민, 5~60년대 아시아의 철인으로 불리던 박현식, 6~70년대 국가대표 3, 4번을 분담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박영길과 김응용, 1977년 실업리그 7관왕에 빛나는 김재박, 일본프로야구에서 19년간을 활약했던 백인천 등 기억해둠직한 대타자들이 참으로 많다. 프로/아마를 아우르는 진정한 최고를 가리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비교연구 역시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당시의 기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고, 찾는다 하더라도 오늘날 프로야구의 기록체계와 단순비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덧붙여 둘
아깝게 후보대열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많다. 원년 4할타자 백인천은 국내프로에서 활동한 기간이 너무 짧고, 해결사 한대화, 3차례 30-30클럽 달성에 빛나는 박재홍, 진짜 소리없는 강자 김기태 등은 성적이나 팀공헌도, 카리스마 등등의 측면에서 아주 약간씩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본 논의에서는 제외시켰다. 전술했듯 본 필자 LG팬이다 보니 김동주, 김재현, 심정수, 이병규 등 수도권을 대표하는 신세대 타자들의 이름이 아른거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들의 명성은 기량이나 성적에 비해 다소 과대포장되어 있다는 생각이다(심정수가 최근같은 페이스를 몇 년간 더 유지해 준다면 혹시 모르겠다). 해당선수들의 팬들께는 양해를 구한다.

 

 
니덜 생각이 궁금하다!
딴지 야구부
안전빵 (man5un@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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