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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뤄췌] 자랑찬 연봉 6000만원 만들기!!

2003.8.12.화요일
딴지 민원접수처

 

 




 
 

이번 현대자동차 임금협상을 놓고 참으로 뜨거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물론, 본지 데스크의 멜박스에도 각종 투고 및 민원이 속속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에는 그러한 투고 및 민원을 가려 공개하기로 하였다. 홀라당 타벌릴 정도로 뜨거운 설왕설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어지는 투고는 여기로 하시라. 졸라~

 

 

 

 

여름 휴가랍시고 일주일간 강호를 등지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운기조식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동네가 졸라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다.

 

 

이유인 즉슨 울나라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 헌데 자동차의 임단협 타결 내용이 졸라 럭셔리했음이다 이거지. 조중동을 위시하야 보수언론들 찢어진 입구녁이라고 다들 한마디씩 씹어대는데 이게 대체로 사람들한테 약발이 먹히더란 말씸이지.

 

 

예를 들자면 옆에 앉은 김대리도 "존만한 새끼들이 일년에 177일 놀고 연봉이 육천이랜다..나 헌데자동차 들어가서 기름밥 먹을란다."라고 침을 튀겨가며 씹어대고 뒤에 앉은 박과장도 "노조 씹쌔들이 아주 노동귀족을 만드는 구만.."하면서 혀를 차고 자빠지더란 말이지.

 

 

역시 내공이 딸리는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음이로다. 내 어찌 이들의 어리석음을 그냥 못 본 채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좀 길긴 하지만 아래와 같이 정리하니 잘 읽어 보기 바란다. 이거 읽고도 잘 다니는 회사 때려치고 노동귀족의 부푼 꿈을 안고 헌데자동차에 들어가 일하려는 화상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는다.  
 

 

 

 헌데 자동차에서 근무하면 휴일 166일, 연봉 5천은 가능한가?

 

 

당근 가능하다. 세상에 불가능이 어딨냐? 먼저 아래의 자료들을 보시라.

 

 

 

 

 

 

2002년 현대자동차 임금지급 내용
(입사 14년차 나이 38.9세 부양가족4인 근로자 기준)

 

기본급 1,177,714원
제수당    165,296원               통상임금 1,343,010원
상여금                                           879,603원
월급상여 총액                                 2,222,613원
연간 지급총액  (월급상여 X 12)            26,671,356원

 

특별성과급 350%(통상임금기준)              4,700,535원
성과 격려금                                   1,500,000원

 

2002년 연봉 총액                           32,871,891원

 

 

 

 

 

2002년 기준으로 해서 헌데 자동차 생산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즉 3,297만원 정도이다. 어라 3,300만원 밖에 안되네..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족속들 있을 꺼라 생각한다. 어허.. 5천만원 받을 수 있다니까...

 

 

일단 헌데 자동차 생산직 직원들의 특근 및 시간외 수당이 얼마나 되나 뽑아보자.

 

 

통상임금 / 30 = 일당  1,343,010 / 30 = 44,767원. 고로 일당은 44,767원이다. 일당을 다시 8시간으로 나누면 44,767 / 8 = 5,596원. 고로 시급은 5,596원이다. 특근이나 시간외 수당은 시급에 50%를 추가로 지급하므로 5,596원 X 1.5 = 8,394원. 따라서 이들의 특근 시간외 수당은 8,394원 되겠다.

 

 

그럼 이제 50,000,000 - 32,871,891 = 17,128,109원을 시간외나 특근 근무로 벌면 연봉 5천이 돤다. 그게 몇시간이냐구?  바보 아냐? 시간에다 금액을 나누면 나오잖어.

 

 

17,128,109원 / 8,394원 = 2,041시간 / 12 = 170.1시간

 

 

그러니까 한달에 약 170시간 정도를 연장근무를 해야한다는 거지.

 

 

음,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공장이 3교대 돌아도 심야는 안한다 치고 하루에 6시간씩 한달에 평균 25일 근무잡으면 6X25 =150시간, 남은 휴일 5일중 하루에 10시간씩 이틀 근무 20 X2 = 20시간.

 

 

즉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9시에 출근해서 12시에 일 마치고 퇴근, 토요일은 아홉시에 출근해서 오후 여섯시까지 일하고 퇴근, 일요일은 한주 걸러 한번은 출근해서 아홉시부터 여덟시까지 일하다 퇴근.

 

 

이렇게 하면 작년 헌데 자동차에서 자랑스런 연봉 5천만원 달성되겠다. 가뿐하지? 세상에 그렇게 어떻게 일을 하냐구?

 

 

헌데 자동차의 자료에 의하면 2002년도에 한달 평균 근로자들의 연장 근로 시간은 평일에 48.2시간, 주말에 나와서 일한 건 83.2시간, 그리고 12시 넘어 새벽까지 일한 심야할증시간은 32.5시간.. 엄청나지? 너 이래 일하고 살 거 같애?

 

 

당근 못견디겠지? 헌데 자동차에서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작년에만 18명이 과로로 죽어 나갔어.. 못믿겠다구?
 

 

 

 연봉 6000만원의 고지로 달려 나가보자.

 

 

자, 그럼 올해 헌데 자동차 입금 협상 타결안을 볼까? 너네들이 글케 목말라하는 연봉 6000의 고지로 달려가 보자구...

 

 

 

 

 

 

협상 타결내용:

 

기본급 9만 8천원 (8.3%) 인상, 성과급 300%, 향상 격려금 100만원

 
 

기본급 1,178천원+98천원 = 1,276천원

 

수당   165천원+ 2천원 = 167천원

 

통상임금 1,443천원

 

상여금    947천원

 

월평균 급여 2,390천원  연간 지급액 28,680천원

 

성과급    4,329천원

 

향상 격려금 100만원

 

연장근무수당 제외 2003년 연봉 34,009천원 (전년대비 1,137천원 인상)

 

 

 

 

 

자, 올해 타결내용은 위와 같다. 그럼 이제부터 연봉 6000만원을 만들어 보자구.

 

 

6천에 모자라는 금액이 25,991천원이니까 시간급 6,013원X1.5=9,019원으로 나누면 2,882시간. 즉 한달에 240시간씩 연장 근무를 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오네..

 

 

주 5일 근무니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6시간씩 연장근로를 하면 주당 30시간 1달에 120시간, 토요일 일요일이 8일이니까 하루에 열두시간씩하면 96시간, 그리고 월차 연차 이틀 남았으니 하루에 12시간 근무하면 24시간, 합이 240시간이니까.. 6천만원 벌 수 있지..

 

 

그래도 이해가 안가? 그럼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주지. 여기서 166일 휴가의 미스터리도 함께 풀리게 되는 거야.

 

 

일년 365일은 52주로 나눠져 있다. 주 5일 근무가 되면 일단 토욜과 일요일인 104일은 노는 날이 된다. 그리고 법정공휴일 17일(토요일과 일요일에 겹치는 휴가는 빼야 되지만 논외로 하자) 월차휴가 12일, 연차휴가 22일(평균 14년 근속) 여름휴가 등 약정휴가 11일해서 166일 휴가가 나온다. 이건 조중동 찌라시들이 배포한 자료다. 즉 월평균 13.8일이 휴가란 말이다. 소수점 이하 자리 붙는 게 귀찮으니까 14일 논다고 치자(기분이다). 토요일 일요일인 8일을 제외하고 한달에 6일을 더 놀 수 있다...= 와.. 멋지다..

 

 

다시 계산을 하자면 추가 연장근무 없이 하루 8시간만 일을 하고 노는 날 다 논다면 입사 14년차인 이 아저씨는 한 달에 16일 일하고 (주4일 근무네) 월급으로 239만원을 받게 된다. (연봉으로는 2,868만원)

 

 

그럼 이 상황에서 연봉 6000만원을 맹길어 보자.

 

 

먼저 평일 매일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한다고 치자 (그럼 9시 출근 6시 퇴근, 저녁 먹고 일곱시부터 아홉시까지 연장근무 이런 패턴 되겠다) 365일-166일이니까 근무하는 날은 199일 되겠지? 199 X 2 =398 시간. 시간급이 9,019원이니까 돈으로 치면 359만원.

 

 

휴일 166일에 하루도 안 쉬고 10시간씩 일을 했다면 1,660 시간. 돈으로 계산하면 1,497만원.

 

 

두개를 합치면 1,856만원이지? 아까 연봉이 얼마랬지?  3,400만원!! 두개 합치면? 어라 하루도 안 쉬고 일했는데도 연봉이 5천3백만원이네? 6천만원을 만들려면 7백만원을 더 벌어야겠네? 이왕 하루도 못쉬고 10시간씩 일한 거 두 시간씩만 더하자구.. 그럼 일년 365일 매일 12시간씩 일하자는 거네. 하루도 안쉬고..하여튼 뭐 계산해 보자고  365 X 2 = 730시간 X 9,019원... 658만원이네... 드디어 연봉 6,000만원 달성이다.

 

 

자자.. 그렇게 부러워하던 헌데 6천만원 연봉의 신화 드뎌 일케 이뤘다. 너 회사 때려치고 이 길로 갈래?

 

 

입사 14년..나이 마흔이 넘어.. 애새끼 둘에 마누라 델꾸 어케든 살아 볼라고 밤이고 휴일이고 없이 빡빡 기는 노동자들한테 노동 귀족이라구? 작년에 헌데 자동차에서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 중 한명이 일년 365일 중에 하루만 쉬고 일했다는 거 니들은 모르지?

 

 

나 헌데 자동차 직원이냐구? 아니야.. 헌데하고 아무 상관 없는 제약회사 직원이야. 근데 어케 이렇게 잘 아냐구? 나 입사하고 5년동안 인사노무팀 근무하면서 급여 담당 했었어. 그래서 임금쪽으로는 빠삭해.

 

 

여기 나오는 단체협상 내용은 조중동 찌라시에 난 기사랑 경총에서 나오는 정보자료집 참고 했어..그걸 가지고 조금만 계산기 두들겨 보면 답이 나와..
 

 

 


 

 

 


근데 왜 헌데 임금이 5천이니 6천이니 말이 나오냐구?

 

 

 

작년에 헌대자동차 전체 인원이 35,600명 정도였어, 그 중 생산직은 67%정도인 23,800명 정도였지.

 

 

생산직은 다들 알겠지만 직급들이 낮아. 승진도 잘 안될 뿐 더러 승진을 별로 안하려고 해. 왜냐구? 관리자가 되면 시간외를 뛸 수 없거든.. 고졸 생산직에서 승진해서 대리나 과장 초임 되면 그 나이에 그 돈으로 애들하고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거 같애? 그래서 승진을 안할려는 것이여.. 대신 연장근무로 돈을 벌지.. 그러니 죽자고 연장근무를 해야하는 것이여, 알간?

 

 

이 사람들이 승진해서 부장 이사 달겠어? 승진이 안되니 당근 월급 올라갈 일이라고는 임금협상해서 월급 올리는 일 외에는 방법이 없어. 이게 니네들이 말하는 노동 귀족의 현실이야.

 

 

어쨌든 그건 또 그렇다고들 쳐. 이렇게 대체로 낮은 임금과 직위의 생산직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사무직 노동자들이지.. 노조에서 임급협상을 하면 노조원들만 임금 올라가나? 당근 아니지.. 사무직도 올라가.. 사무직은 대리 과장만 있나? 차장, 부장, 이사도 있고 전무, 상무, 부사장, 사장, 회장 줄줄이 있겠지? 얘네들 연봉이 얼만줄 알어? 얘네들 8%하고 노동자들 8%하고 같어?

 

 

헌데 자동차 전체 인건비 / 35,600명 = 일인당 5천만원...

 

 

이렇게 계산하는 거 공평하다고 생각해? 이거 문제 없다고 봐? 정말 니들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글케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회사 때려 치고 울산 헌데 자동차 담장 넘어 들어가 몽구 아저씨 바짓가랭이라도 붙들고 늘어져 봐.. 혹시 알어. 하늘이 감동해서 헌데자동차 노동귀족이 되는 길이 열릴지...

 

 


류정하(lyujh97@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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