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에 대한 단상 2006. 6. 22.(목)
내 고향 옆 동네 노총각 형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형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장남이었으며, 농촌에서 뼈를 묻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듣자니, 그러한 그 형의 조건과 욕망에 어울리는 여성은 한국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 형과 결혼하게 된 베트남 형수님은 많은 동생들을 위해 학비를 벌어야 했고, 또 한국에서 성공하여 집안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믿음직한 장녀였다. 이 두 사람의 욕망의 결합해 국제결혼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던 셈인데, 두 사람 모두 결혼에 만족스러워했고 그래선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여성들이 많다. 결혼 정년기를 넘긴 많은 노총각들은 이제 국제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신기하게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외국인에서 온 여성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쉬쉬하는 가정은 없어졌으며,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신기함을 가장한 배타적인 감정도 많이 사라졌다. 우리는 100명 중 1명이 이주민족인 상황에서 더 이상 백의민족이 아니다. 99의민족이다. 국제결혼한 사람들은 소모임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사회구조를 새로운 배치에 따라 변하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순수 단일 민족국가라는 구시대적 논리가 점점 아래로부터 침식되고 있는 지금도, 민족주의라는 우익의 논리와 차별과 학대라는 미시파시즘이 잔존하고 있다. 국제결혼이 문제가 되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이들의 결혼이 매매혼이라는 데서 문제를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매매혼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더라도 시골 노총각들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국제결혼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매매혼은 결혼 일반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매매혼이라고 해서 팔려온다는 식의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그 노총각과 외국인 여성은 각기 욕망을 갖고 있는 주체들이며, 국제결혼에 다들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국제결혼이 매매혼이다라는 근본주의적인 생각이 아니라, 외국에서 온 여성들이 겪게 되는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 타 민족에 대한 배타성과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전반의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치의 부재는 외국에서 온 여성을 극단적으로 고립시키고, 그들의 욕망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지원해주고, 새로운 한국인을 낳고 기를 수 있는 어머니로서의 모성의 권리를 보장해줄 사회적 장치와 교육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라는 괴물과 같은 억압의 논리들은 사실상 이들에게 아주 공격적이며 알아서 해봐라, 두고 보겠다는 식의 태도이다. 민족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새로운 욕망의 지도에 대하여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 우리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외국에 나갔을 때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점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의식과 사회적 배치는 달라져야 한다. 소통 및 사회적 프로그램의 부재는 억압과 통제라는 남성중심주의적인 미시파시즘의 유혹을 만드는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결혼한 남성들이 그러한 유혹에 빠져드는 건 외국에서 온 여성이 돈만 생기면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외국인여성이 쉽게 귀화하고, 사회적 주체로 인정받으며, 경제적 자율성을 갖게 되며, 교육프로그램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여성과 남성간의 보다 수평적인 욕망의 합성이 가능할 것이다. 국제결혼이라는 욕망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며, 더 확장이 되면 되었지 감소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 사회의 교육은 국가나 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고취시킬 게 아니라, 아시아인 더 나아가 세계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때가 됐다. 김치 담그는 법을 열심히 배우는 형수님과 뭔가를 설명하고 있는 형의 진지한 모습. 이들에게서 난, 욕망이 이제 국가 간의 경계마저 넘어서고 있음을 본다. 국제결혼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욕망의 실험이며, 이것은 새로운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욕망의 주체들이 출현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리 보면 형의 결혼은 주권의 질서인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문 사랑의 전주곡이자, 새로운 모습의 국제사회를 만드는 과감한 행동 아니었을까. 형이 결혼을 하게 됐다는 것 못지 않게, 세계시민으로 드디어 거듭나게 됐음을 반가이 여기는 까닭이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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