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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사건, 그 이후: 불경한 노출을 허하라

2006. 6. 22.(목)
욕망-미시정치연구소

 

 

 

 

2005년 TV를 보고 있었던 어느 날, <생방송 음악캠프>로 채널을 돌렸다. 그러다 프로그램에서 카우치라는 인디밴드가 일으킨 파문의 현장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모든 국가주의자들과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사람들은, 이 사태를 두고 홍대의 인디문화 일반과 욕망의 인물들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들은 노출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성찰조차도 않은 채, 그들은 범죄자이며 유죄인 이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다.

 

노출을 했던 당사자들도 이러한 공격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지라 제대로 이야기조차 될 수 없었긴 하지만, 나는 노출이 억압되어 있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 중 하나라는 점을 제기하고 싶다. 성기노출과 성기장식은 원시사회와 축제에서 자주 등장했던 퍼포먼스 중의 일종이었다. 이 잊혀졌던 태곳적 욕망을 인디밴드가 퍼포먼스로 무대에 보여주었다는 것은 문화적 테러로만 인식될 수 없으며, 새로운 욕망의 코드를 제기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들이 실수를 했다면, TV에서 그러한 퍼포먼스를 했다는 점에 있다고는 본다. TV는 매우 관음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TV라는 매체는 관음증스러운 합리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관조하고 있는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노출증적인 장치이다. 모든 개인 정보와 기록, 영상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관음증을 압도하는 노출증의 욕구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의 확장은 노출증과 관음증의 균형을 깨뜨리고 노출에 대하여 아주 즐겁게 생각하는 욕망의 세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니홈피에서 자신을 익명의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욕망의 지도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카우치라는 그룹은 이러한 매체의 차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신세대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노출에 대하여 화두를 던졌고, 많은 도덕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출의 욕망과 문화를 분석하며 성찰할 시기가 됐음을 알려주었다.

 

우리의 삶을 풍부히 하기 위해서는 노출의 대한 욕망도 새롭게 계발될 필요가 있다. 노출을 무작정 잘못되었다는 둥 말세라는 둥 하는 식으로 볼 게 아니라, 노출이 갖고 있는 욕망의 긍정적 측면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다.

 

노출과 관련된 첫 경험이라 하면 어느 골목길에서 아담을 보고 놀라서 내게 달려온 어떤 여학생과 그 중년의 바바리맨을 뒤쫓았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그 바바리맨은 자신의 성기노출에 충격을 받고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의 반응을 보며 성적 흥분을 느꼈을 게다. 그 병리적 쾌감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돌이켜 보면 그를 뒤쫓으며 허겁지겁 도망가는 그의 왜소한 뒷모습이 바로 단서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의 행위는 자신의 왜소한 남성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불쌍한 나르시즘적 자의식의 산물이었을지 모른다는 게다. 억압된 욕망이 병리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건 좀더 큰 그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좀더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할 노출에 대한 욕망은 이같이 억압된 형태가 아니라, 해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관음증스런 욕망의 문화에 대해선 기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관대하면서도, 노출증스런 욕망에 대해선 그토록 인색한 걸까? 내가 보기에는 온갖 관음증적인 문화들은 이미 상품화될대로 상품화되어 주변에 범람하고 있다. 그 이유? 사회적 터부와 권위를 갖는 소위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라는 사회가, 외려 병리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욕망을 자신의 파트너 삼아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것을 개방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일로 유학 간 한 선배가 사우나에서 온 몸을 벗고 있는 아줌마에게 바디크림을 열심히 발라주었다는 얘기, 누드 해수욕장에 간 내 친구들의 난처하면서도 신선했다던 얘기를 들었다. 그들이 겪은바, 그 공간은 자연스럽고 개방성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벌거벗은 몸은 가장 자연스러운 욕망의 참된 모습, ‘기관 없는 신체’의 모습이었던 셈이다.

 

복장 도착에 사로잡혀 있는 국가주의자나 미시파시스트는 옷 입은 몸만을 강조하지만, 제복에 따라 군인, 노동자, 학생이란 정체성을 부여받은 옷 입은 신체들은 우리 자신의 욕망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가로막고 억누를 뿐이다. 아직도 우리는 관음증 문화에 길들여져 있으며, 새로운 욕망의 코드인 노출의 욕망과 문화를 아직 충격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욕망의 실험의 과정에서 노출은 새로운 기획일 것이며, 국가주의가 관리하고 있는 관음증 문화 코드 전반에 파열구를 낼 것이다. 우리사회는 욕망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서 더 개방적으로 노출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강원도에 누드 해수욕장이 만들어질 거라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실패를 예상했지만, 내 보기엔 강원도가 새로운 욕망의 코드를 잘 읽어냈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결국 2006년, 강원도에선 누드해수욕장 계획을 취소하고 말았다). 욕망의 지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노출과 관음증스런 욕망을 둘러싼 힘관계는 앞으로도 권력이 포획할 수 없는 대중들의 개방성과 자유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적수(
redsh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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