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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25시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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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봉구 추천0 비추천0

 

 

 

 

왕따 25시

2006. 7. 21.(금)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봉구는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갔다. 평소 소심하기는 했지만, 동료들과의 학교생활도 잘 하는 편이었다. 그는 강남지역의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집안이 상대적으로 가난했다. 그렇지만, 봉구는 조용했기 때문에 급우들도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2학년에 올라가자 철기라는 좀 덩치 큰 아이가 그에게 자꾸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기 시작했다.

 

“넌 아버지 뭐하시냐? 너 머리에서 냄새 좀 나는 것 같은데.”

 

“응, 우리 아버지는 군인이셨어. 지금은 장사하셔.”

 

“그래.. 근데 너 개구리 닮은 거 아냐? 넌 이제부터 개구리다, 개구리. 크하하.”

 

철기는 봉구를 개구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급우들도 따라서 봉구를 개구리라 부르기 시작했다. 반에서 물건 하나라도 사라지면, 개구리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봉구 집이 가난한 이유에 대해서 소문이 퍼졌다. 철기는 봉구에게 어느 날도 ‘개구리는 연못에 있어야지 여기는 왜 있냐’면서 옆에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봉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었다. 그래서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주먹을 힘껏 철기의 안면으로 가격했다. 그러나 철기는 덩치가 컸으며, 봉구를 일방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발에 걸려 봉구가 넘어지자 구경하던 얘들이 갑자기 발로 봉구를 밟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은 무척 길었다. 마구 때리고 있던 철기는 화가 난 듯 “개구리 너 이따가 학교 앞으로 나와”라고 말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학교 앞에는 철기와 4~5명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봉구는 용돈을 다 뺏기고, 과자를 사가지고 오라는 심부름을 해야 했다. 봉구는 집단 전부가 자신을 따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력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비굴하게 접고 들어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궁리만 했다.

 

봉구의 부모님은 두 분이서 장사를 하셨다. 새벽에 나가시기 때문에, 봉구에게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신다. 봉구는 다음날 학교를 나가지 않고, 온 종일 게임방에서 시간을 때웠다. 그 다음날도, 다음날도 나가지 않았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집으로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봉구를 호되게 질책하면서 매를 들었다. 봉구는 울면서 얘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호소했다. 아버지는 남자가 핑계를 대는 게 아니라고 뺨을 때렸다. 다음날, 봉구는 어깨가 축 처져 학교로 갔다. 선생님이 봉구를 불렀다.

 

“이 봉구, 너처럼 선생님에게 뒤통수 때리는 학생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내가 너에 대해서 나쁜 소문이 있을 때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너 그렇게 기본이 안 되가지고 도대체 뭐할래? 부모님은 왜 이렇게 관심도 없는 거야? 선생님에게 인사도 한 번 안 오고 말이야. 내가 너를 한 번만 봐주겠다. 그 다음에는 선생님도 어쩔 수 없어.”

 

봉구는 선생님에게 급우들의 따돌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선생님은 급우들이 문제가 아니라, 봉구가 문제라는 듯이 얘기를 하였기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봉구는 터벅터벅 돌아가서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시간 동안 공부는 되지 않았다. 누가 등에다가 볼펜으로 개구리라고 써놓았고, 일어나기만 하면 압핀을 놓기도 했다. 애들은 아주 재미있어 했다. 그를 놀리는 것을 주도하는 사람은 대부분 철기였다. 얘들은 아주 재미있게 웃었으며, 철기는 봉구가 인상이라도 쓰면, 몇 번 주먹을 날렸다. 중간고사를 쳤는데 성적은 맨 꼴찌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선생님도 봉구를 따돌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봉구를 대하는 태도는 불량학생을 대하는 태도였다. 봉구는 외모로 보면 약간 굼뜨고 모자라 보였지만, 사실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봉구는 완전히 지옥의 상황에 있었다. 모든 급우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고, 장난만 치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러지 마”라는 말뿐이었다.

 

봉구는 너무도 괴로웠던 탓에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주변의 누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 봉구는 이따금씩 결석을 했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봉구는 며칠간 가출을 해서 게임방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었다. 봉구는 게임을 하면서 괴로운 심정을 달랠 탈출구를 찾았다. 게임은 영웅이 괴물들의 무리를 홀로 죽이고, 살아남는 내용이었다.

 

2주일 동안 게임방을 전전하던 봉구는 어느 순간 진실을 발견했다. 영웅은 고난의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용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게임의 우주의 전사는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는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

 

그날도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은 부지런히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비둘기가 날아가고, 얘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갑자기 문이 드르륵 열렸다. 봉구가 상기된 얼굴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갑자기 수업 중에 나타난 당당한 봉구의 모습을 보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봉구는 번개 같이 철기 앞에 다가가 신문으로 감은 식칼로 철기의 배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철기는 비명도 지르지도 못하고 검은 피를 콸콸 흘리면서 맥없이 쓰러졌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봉구는 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개구리를 밟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

 

 

 

 

 

 

 

-욕망-미시정치연구소
문봉구(
apep@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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