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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탄환 이론에 의한 블랙아웃 현상인가
-월드컵과 한미FTA, 그리고 대중

2006. 7. 21.(금)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최초의 매스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마법의 탄환이론(Magic Bullet Theory)과 피하주사이론(Hypodermic Needle Model)이었다. 이 이론들은 수용자가 자율적인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 본능이론에 의하여 움직이는 로봇으로 묘사하고 있다.


당시 노동자 가장인 수용자들은 작업을 마치고 집에서 동일한 사건에 동일한 시각을 기계적으로 만들어주는 뉴스나 TV프로그램을 보고 채널을 돌리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자기결정력이나 자기 판단능력이 없이 정보를 일방향적으로 전달받는 백지상태의 무차별적인 대중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당시 대중(mass)은 농촌공동체에서 분리된 원자화된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직접적 유대관계보다는 자아의 소외로 말미암아 매스미디어에 의해 결속되는 군중들로 묘사되고 있다. 일관 생산라인에서 기계적으로 일하는 생산의 공장과 가족을 만들어 후대를 다시 만들어내는 재생산의 사회적 공장에서 찍어내는 만들어지던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사건은 매스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드라마와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수동적 대중’이라는 설정은 전위적인 인간이라는 의식되어 있고, 깨어 있는 사람들의 투쟁과 결합되는 이분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대중/전위라는 설정은 소비자/생산자의 설정과 조응한다. 대중은 소비자이며, 일방적인 로봇들이라는 것이다.



최근 월드컵이 지상파방송을 모두 석권하다시피하자, 사람들은 다시 이 마법의 탄환이론을 언급하기 시작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두 스포츠로 미디어가 조작해 내는 상황에서 한미FTA와 같은 아주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좌파들은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전쟁 시기에 적의 선제공격에 의해서 방공망이나 레이더망이 무력화된 상황인 블랙아웃(black-out)과 같은 상황으로 언급하고 있다. 무력화되고, 무장 해제된 대중들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고, 욕망을 월드컵으로 투사시키고 있지만, 현실의 흐름은 양극화와 공공서비스의 와해라는 재앙과 같은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 한미FTA 협상으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대중들은 눈이 멀었고, 귀가 멀었고, 우둔하며, 일방적인 정보에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매우 예민해져 있으며, 한미FTA의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충분히 한미FTA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일촉즉발의 위기의식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신자유주의 세계시장 논리의 전면화와 양극화의 심화를 몰고 오리라는 걸,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문제의 핵심에는 민족주의적인 입장이나 좌파적 입장에서 한미FTA협상에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 사람들의 생활세계의 미시적인 감수성이 그들이 강제하는 거대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체들의 행동은 미묘한 입장에 처해 있다.


미국이라는 제국의 논리가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의 양육강식의 논리가 얼마나 생활세계를 철저히 파괴할 것인가를 사람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벡터장은 좌파나 민족주의자로부터 생겨나지 않고 있다.  


욕망의 벡터장이라는 개념이 어려운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기억해 보자면, 한국사회는 월드컵 4강 신화에서 IMF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망의 힘의 장을 획득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제국의 논리에 대항하는 효순이미선이 촛불시위의 함성으로 향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반전시위와 노사모의 정치개혁의 열망으로도 변화되었었다.


욕망의 흐름은 거대담론의 논리나 미디어의 조작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균열과 분자적인 흐름의 결속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그 흐름은 매우 미묘하며, 분자들의 결속의 행동은 미결정되어 있는 것이고, 계획될 수 없는 차원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욕망 미시정치가 파시즘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위험한 정치게임이라 하더라도, 역사의 현실을 구성하는 미시적 생활세계의 논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미FTA협상이 가져올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분명 IMF의 충격파 속에서 재구성된 생활세계를 또 한 번 재편시킬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효순이미선이 촛불시위처럼 욕망의 벡터장을 무의적 차원에서 형성하면서 주권의식으로부터 출발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대안적인 욕망의 벡터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시민단체와 같은 중도적인 세력이나 노동단체와 같은 좌파조직의 조직들과 다른, 대안적인 새로운 욕망의 벡터장과 접속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미FTA 협상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한국시장을 개방하는 의미를 가지면서 동시에 미국의 매파들의 전쟁욕구를 계산이성적이고 시장적인 욕망으로 전화시켜 전쟁을 억제시킬 것이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지적이고, 지역주의적인 의미를 갖는 주권국가라는 설정 속에서 평화주의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국제자본의 투입과 흐름이 만들어내는 국제시장의 보편성이 전쟁의 욕구를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늬와 결은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지역이라는 결을 관통하는 유동적인 국제자본의 흐름은 잠정적인 지역의 평화의 상태를 만들어 줄 것이다. 월드컵과 같은 세계화의 축제에 우리의 욕망이 가로놓여 있는 것도 이 흐름에 우리가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자본을 한반도와 연루시키는 것이 잠정적인 평화를 보증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는 점도 일면 타당하지만, 결국 욕망의 전쟁기계는 다시 작동할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전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생활세계를 공격하는 호전적인 자본의 논리는 많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특이자들을 미시적인 수준에서 변형하도록 이끌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러한 공격에 방어하려 할 것이며, 어떤 면에서 공세적인 행동으로 그것에 대항할지도 모른다. 욕망은 새로운 전쟁의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삶의 미시적인 결과 무늬를 변화시킬지 결정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테러와 봉기라는 행동으로 나설지도 모른다. 주권과 통일을 외치던 민족주의자들이 좌파 파시즘과 접속하여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의 압박과 미시적 생활세계의 균열은 많은 변화를 촉진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양육강식의 논리는 충분히 우리의 미시적 질서까지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 대항논리는 아직도 국지적인 민족주의 주권논리나 좌파들의 문제설정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은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욕망의 문제이며, 지구라는 혹성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초국적 문제인 것이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대중의 생성하는 욕망은 오히려 생활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 같은 상황에서 전쟁기계로의 실질적 변형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라는 혹성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생활세계, 그 미시적 욕망의 지도 위에 전사로 서게 될 욕망의 인물들로서 말이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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