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뚜벅이 추천0 비추천0




[추천도서] 당신들의 대한민국

2002.2.8.금요일
딴지양서추천우원회


섬뜩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아무리 귀화를 했다 해도 벽안의 이방인이어야 할 그가, 한국인보다 몇 배는 더 예리한 시각으로 한국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것도 섬뜩하고, 또 관찰 렌즈가 너무나 정교한 것도 섬뜩하다.


오랜 시간 아닌 척 내숭을 떨며 살아오면서 혹 들키면 어쩌나 은근히 조바심마저 쳤던 우리의 자화상을, 그는 잔인하게도 화들짝 펼쳐 내보였다.


박노자 교수.


<<한겨레 21>>의 한 귀퉁이를 꿰차고 앉아 진보와 자유를 큰 마이크로 썰 했던 인물이다. 지금 노르웨이에서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그의 고향 상트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서 한국 사학을 전공했으며 경희대학교에서 전임강사를 역임한 한국통이다.


5년여밖에 안 되는 일천한 한국 생활 속에서도 그가 이토록 섬뜩한 책 한 권을 거뜬히 써내려 갈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사에 대한 전공지식과 남다른 통찰력 때문만은 아닐 거다.


가능했던 진짜 이유는 그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에 대한 내재된 보호본능과 암암리에 솟아나는 관용이라는 것에서 그는 자유스러울 수 있었겠고, 그러하기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속과 껍데기는 물론, 비틀어진 모양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의 자화상을 책은 이렇게 들춰내보인다.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장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초상을 전근대적이라는표현으로 압축한다.


우리가 생각없이 지나다니는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을 그는 중세의 갑옷을 입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의 종교에 대해 패거리 문화라 정의하며, 미국에 대한 굴종과 맹신에 애정담긴 회초리를 날린다.


군사문화로 얼룩진 집단에 대한 충성에서 개인의 자유와 책임으로 가치 중심이 이동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모순은 쉽게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2부 <대학, 한국 사회의 축소판>에서는 그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전임강사로 일하며 목도한 대학 사회를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한국의 대학을 중세의 왕국으로바라본 그는 상아탑의 노예가 된 조교에게 깨어나라고 충고하고, 비대하게 커 버린 교수의 권력을 의아해 하며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안타까워한다.


3부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와 4부 <인종주의와 대한민국> 역시 마치 깔끔하게 정리된 한 편의 해석집을 보는 듯하다. 명쾌하고 시원시원하며 궁극에는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떡거리며 현실에 분노케 할 만큼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박노자 교수의 귀화전 이름)가 이제 그의 조국이 된 한국과 한국인에게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다. 본 우원장, 이 선물을 열분들은 사양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일독들 하시라.


나를 잘 아는 내 친구가 나의 단점을 이야기 할 때, 그리고 그 단점이 스스로 수긍이 될 정도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었다면, 친구의 충고는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 된다. 바로 이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통해 열분들은 틀림없이 친구의 충고를 생생히 들을 것이다.





딴지점빵으로

딴지추천도서우원장
뚜벅이 (ddubuk@ddanzi.com)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