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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 사설


2002.1.23. 수요일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 의 의미를 되새기자


본지가 지난 연말 2001년 딴따라판을 결산하는 2001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을 개최한 사실... 모르시는 분은 없을거다. 독자열분들의 투표와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통해 이루어진 이 행사의 결과는 요기에 있으니 혹시 모르시는 분은 지금 빨리 가보시고.


일부 독자들 중에는 이 행사의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말해주는 바는 뭔지, 또 본지가 주장하려는 것은 정확히 뭔지 등등에 대해 의문과 불만, 항의를 표시해 오는 분들도 꽤 있었다. 물론 속 시원하다, 재밌었다는 격려 메일도 답지했다.


이런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각종 반응을 다 떠나서, 본지가 행사를 진행한데는 외형상으로 보이는 모습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제 모든 행사가 마감된 만큼 우리 입으로 직접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한번 주지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2001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의 목적은 특정 가수를 욕보이기도 위함도 아니요, 팬클럽끼리 경쟁을 붙이기 위함도 아니며, 이른바 음악팬들과 빠순이 들이 편을 갈라 싸움하도록 충동하기 위함도 아닐 뿐더러, 기존 가요계의 불만 세력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파티를 열고자 함도 아니었다. 


그럼 머냐구?


일단, 이 행사가 단군 이래 치뤄진 국내 대중음악 분야 최초의 워스트 어워드 였다는 점부터 인식시켜 드려야겠다. 글타... 지금껏 울나라에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대중음악에 관한한 워스트 어워드라는게 있어본 적이 없다. 









본지가 코리안뮤직어워드의 일환으로 주관한 2001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은 오픈 미디어에 의한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워스트 어워드였다

없으면 뭐 어떠냐구? 이게 글케 간단한게 아니다.


열분들도 알다시피, 대중문화가 발달한 구미 각국에는 각 분야에 걸쳐 정식으로 시상식까지 개최하는 워스트 어워드도 꽤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각종 오픈된 미디어를 통한 워스트 작품의 선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울나라에서는 지금껏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럼 우린 왜 별것도 아닌 이것 하나 못했을까?  거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어떤 작품에 대해 여러가지 시각으로 자유롭게 평가하고 비판하는, 그리고 그것이 열린 토론의 장에서 보다 건설적이고 고급스러운 논의로 발전해 나가는 풍토나 기회가 이땅에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해당 뮤지션은 그렇다치고 그 팬들에 의해서조차 작품에 대한 비판은 곧 자신들에 대한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결과 나타나는 노이로제 반응으로 인해 모든 논쟁이 즉각 감정 싸움으로 변질됨은 물론, 급기야 비판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이성과 논리, 예의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소모적인 인신공격의 진흙탕 쌈으로 승화되는 모습...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이런 와중에서의 워스트 어워드 개최는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무모함임은 물론 자칫 주최측에 엄청난 부담만 안겨줄 쓸데없는 모험인 것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두번째 이유는 울나라 가요판의 특징인, 음반제작자 가수 피디 기자 등등이 인간관계와 안면으로 호형호제 하며 서로 나눠먹는 부패적 공생관계 때문이다. 다 한통속이고 서로 돈놓고 돈먹기로 끈끈히 묶여 있는 사이에서 감히 누가 누굴 씹는단 말인가? 어제는 룸살롱에서 배터지게 얻어먹은 주제에 오늘은 비판의 자유 운운하며 워스트 어워드를 기획한다면 어느 제작자가 가만히 잊겠는가. 설령 모든 기자나 피디, 제작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이런 시스템이 음양으로 횡횡하는 속에서 특정 신문사나 방송국의 양심적인 한두명이 나서서 워스트 어워드를 기획한다 한들 그게 결국 성사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럼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지는 왜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을 개최하였을까?


글타. 열분들도 지켜본 바 대로 본지의 왕중왕전에서도 후보추천 게시판과 투표 과정에서 이전투구의 진흙탕 싸움과 무분별한 몰표 경쟁은 여지없이 재현되었다. 물론 우리는 이를 사전예 예상하고 있었으나 그 싸움질의 수적인 엄청남과 질적인 수준은 어지간한 우리로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수위에 도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행사를 진행한 이유는, 감정적 패싸움이라는 소모적인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보다 공개적인 비판의 장인 워스트 어워드를 이제 시작해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민주주의는 연습의 결과라고 했다. 비록 무의미해 보이는 소모전일 망정 지금까지처럼 뒷골목의 잡담 게시판이나 특정 가수의 팬클럽 등 폐쇄된 공간이 아닌, 조금이라도 오픈된 곳에서 싸워도 싸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 이야말로 울나라 대중음악계에서 토론과 비판 문화가 성숙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설사 세월이 좀 걸리더라도 이것이 반복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어떤 생각이나 의견이 의미있는 것이며 어떻게 반응하는 게 건설적인지 습득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본지가 왕중왕전을 개최한 또 다른 이유는 다름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본지는 이미 지난 1년반여 동안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어가면서 울나라의 부패 가요시스템에 대한 최대의 안티 세력으로 성장해 왔고, 그런만큼 가요판의 각종 관행과 타협하지 않는 순수성 및 양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술 얻어먹은 것이 없으니 꿀릴 것도 없고, 돈 받은게 없으니 욕을 먹어도 당당하다. 그런만큼 본지 외에 이런 행사를 개최할 자격과 영향력을 갖춘 곳은 울나라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본지의 자랑거리라기 보다는 엄혹한 울나라 가요판의 실상을 반영하는 하나의 단면으로 보아야 하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 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둬냈다고 자찬만 할 수는 없다. 게시판에서의 인신공격적 설전의 부작용은 물론, 그것이 초래한 투표에서의 무분별한 표싸움의 결과가 과연 어느정도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행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함이나 기타 처음 실시하는 행사의 한계 역시 요소요소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런 행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노하우는 쌓여 갈 것이고, 대중들도 조금씩 더 성숙해질 것이다.   울나라 가요판의 개혁과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워스트 어워드의 질과 공신력 또한 조금씩 높아져 갈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만큼 이번 어워드의 결과에 대해, 그 과정에 대해 너무 집착들 하지 말고 크고 멀리 보자. 2001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 은 모든 면에서 울나라의 저열한 가요판이 초래해 낸 부정적인 실상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행사였다. 따라서 이 행사에서 누가 불명예의 1등을 차지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온갖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우리 가요판과 음악 대중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그것을 느꼈으면 충분하다.


글고 원래 워스트 어워드의 의미는 이런데 있는 것이다. 





유승준 병역 파동, 묘안 있다


9시 뉴스에까지 크게 보도되고 있는 일인 만큼 현재 진행상황을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거다. 최근 양희은의 게릴라 콘서트 발언과 관련되서도 한번 물의를 빚은 바 있는 -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 유승준의 군대 문제는 이번에 그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서 단지 대중음악계만이 아닌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울나라의 젊은 청년들이 너나할것 없이 가장 창조적이고 밝아야 할 청춘의 최절정기에 군대라는 전근대적인 조직의 부속으로 2년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부조리하다 해도 이는 울나라의 현실이며, 한국의 젊은이인 이상 건강상의 문제나 기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유승준에게 더 이상 이런 룰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만큼 이제 그는 법적으로도 어엿한 미국의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미국인은 미국 국민으로서 미국 정부에 의해 보호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는 존재이므로 울나라 군대하고는 전혀 무관하고, 우리는 국제법과 관례에 의거하여 이를 존중해 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그의 국적관련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그가 지난 수년간 천명해왔던  병영생활 및 국토방위의 의지가 이런식으로, 오래전에 신청한 후 생각지도 않고 있던 시민권이 마침 이 시점에 나왔다는 공교로운 악운에 의해 좌절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 남아로서 현역 복무를 갈망하던 본인의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예인들 사이에서만 급속히 번지고 희귀한 허리질환 - 오직 가수로서의 무대 활동만이 가능한 -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받는 등 엄청난 좌절을 이미 경험한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가 느낄 절망감의 무게는 가히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하겠다.









외모에서도 확연히 풍겨나는 군인의 풍모가 아니냐...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상심할 필요가 없다. 왜냐!


군대생활에 대한 의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음은 물론 이번 일과 관련된 일부 울나라의 불평세력들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유승준이여... 이제 그대의 군대, 미군에 자원입대하시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시라!


이제 초강대국 미국의 시민이 된 이상, 더 이상 좁아터진 울나라의 국토방위 따위에 그대의 웅대한 포부를 한정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 더욱 크고 영광된 무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는 단지 개인의 꿈을 펼치는 차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울나라에 대한 미국의 은근한 아프간 파병 압력을 이를 통해 무마함으로서 조국의 인적자원과 재산을 보호함과 동시에 정부의 체면도 세워줄 수 있는 국위선양의 거룩한 업적이니 말이다.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스스로 재확인함은 물론, 우주평화를 지키고 나쁜놈을 몰살시키는 성전에 합류할 일생일대의 박진감 넘치는 기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에는 울나라 주재 미군부대로 재배치를 요구함으로서 비난여론의 부담없이 조국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음은 물론 선배들의 정기가 어린 미 8군 무대에서 가수 생활을 계속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일석 삼조의 기가막힌 묘안이 아닌가?


물론 유승준 자신도 이미 이같은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으나, 자칫 극심한 정신적 고통 및 허리 통증으로 인해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지, 귀중한 지면을 할애하여 이처럼 다시 주지해 드리는 바이다.


혹여라도 본지의 의도를 오해하고 항의하려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이런 분들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해외파 연예인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일었을때, 각종 인터뷰나 토크쇼, 연예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당당하게 군대에 가겠다 ,하나님께서 내가 군에 가서  뭔가 할일을 만드셨다 고 떠들고 다닌 사람은 유승준 본인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pato@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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