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드라마로 보는 남과 여
2002.1.14.월요일
딴지 남녀갈등 원인분석연구소
독자제위들 안녕들 하셨는가. 저번 호 야설을 통해본 남녀 비교 리포트로 독자 열분들의 사랑 여린 한 몸에 받았던 본 기자, 이번에도 다시금 남녀비교 리포트에 도전한다. 이번에 디벼볼 장르는 드라마. 물론 여자들이 드라마 볼 때 남자들은 스포츠 보는데 먼 비교를 어케 할고냐, 해서 끝내 좌절될 뻔도 하였던 본 기획. 그러나 놀랍게도 마치 이 기획을 위해서 하늘이 도와준 모냥, 거만한 본지마저 한바탕 만져줄 법한 대형 드라마 두 개가 있었으니...
올 한해 휘몰아친 사극열풍은 다들덜 아시리라. 그 중에서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두 사극, <왕고니>와 <여인네 천하>가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 있다. 통일을 향하여 달려가는 건이 훤이 황제 듀오와, 천하를 노리는 문정 난정 시스터즈의 앞길이 아직도 창창하게 펼쳐질, <왕고니>와 <여인네 천하>의 주 시청자청은 재미있게도 전자는 남성팬 후자는 여성팬이 다수. 자, 그럼 이 드라마 구석구석을 비교해 보면서 남녀의 차이를 함 디벼볼까나.

둘의 상대제압 필살기. 한쪽은 은밀히, 한쪽은 대놓고
1.주요대사 처리법
여인네 천하 |
왕고니 |
독특한 "방백"(-텔레파시) 의존
연기자가 입을 꼭 다물고 있는데 마음의 소리가 둥둥 울리는 그거이 방백. 원래 시청자에게만 들리는 걸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여인네천하에선 기왕에 짠 거 화끈하게 짠다. 쌍방간 대화도 가능. |
독특한 "독백"(-일장연설) 의존
보통 드라마에서의 독백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혼잣말. 하지만 왕고니에서의 그것은 우렁찬 일장연설로 웬만한 사람의 고함소리를 훨씬 뛰어넘음. |
경빈-"오호호"(...희빈, 내 돈을 갚지 못하면 내 수족 노릇을 해야 할텐데 그 수모를 어찌 견디시려오?)
희빈-"우호호"(내 아버님이 영의정 자리에 앉으시면 그깟 은자 삼만냥쯤은 하루 아침에 갚아줄 것이야!)
경빈-"효호호"(희빈 참 딱하게 됐소이다! 남양군께서는 절대 영상자리에 앉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오)
둘이 함께-"쿄호호호호"
마음 속으로 비수를 갈면서도 겉으로는웃으면서 동태를 살피고 차도 마신다. |
수염으로 입이 가려져 있어 방백인지 독백인지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주로 "암, 내 막아야지, 막아야 하고 말고!!!!!"
혹은 "신검이다 신검이야!!!!!"
아님 "천하는 나의 것이야!!!!!"
등등 누가 들을지도 모르는데 큰 소리로 자기 의지가 이렇다고 피력함.
난 대통령이 될고야! 라고 외치고 다녔다는 모영사미 할아버지를 연상시킴. |
2.클로즈업 씬
여인네 천하 |
왕고니 |
클로즈업 되는 것은 주로 여자들.
눈썹 연기에 의존. 자유자재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눈썹 아래 독기로 빛나는 사시 눈이야말로 백미. |
클로즈업 되는 것은 주로 남자들.
입술 연기에 의존. "우웅~" 혹은 "우음~" "이너~음" 등 신음소리를 내며 입술을 뒤틀고 질끈 악문다. 눈은 째려보진 않고 걍 부릅 뜸. |

눈썹으로 말을 하는 여인네들. 좌로부터
"이젠 어쩌지?" "너 정돈 껌이야." "이럴 수가" "용용 죽겠지" "두고 보자"
그에 비해 왕고니는... 노년 장년 미청년까지 입모양으로 기선제압 "
3.왕에게 단체로 말할 때
왕고니 |
여인네 천하 |
모두 같이 우렁차게-"예 폐하!" 혹은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설령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해도 왕이 있는 앞에서 단체로 개길 수는 결코 없다. |
코러스 딸린 합창단.
중종-"누가 감히 이런 일을 꾸몄단 말이냐!!!"
하면, 눈에 독기를 품고.
경빈-"신첩이옵니다"
곧장 희빈-"아니 신첩이옵니다"
바루 창빈-"아니 신첩이옵니다"
모두 입을 모아,
"(한번 해봐, 쥑여 쥑여봐!) 신첩들을, 몽땅그리, 쥑여, 쥐시옵소서 꺼이꺼이~" |
4.천둥번개가 암시하는 것
왕고니 |
여인네 천하 |
전쟁의 승패.
주로 파발이 말을 타고 달려와 여러 가지 소식들을 알려줌 |
회임 혹은 출산.
난정이가 텔레파시로, 교태전 중전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아차림. |
5.최고의 역동적 앵글
왕고니 |
여인네 천하 |
몸싸움 시.
말이 뛰다니고 불화살이 날라다니는 걸 정신없이 카메라가 쫓아다님. 격동적인 외부상황 표현. |
눈싸움 시.
꼬나보는 둘을 가운데다 놓고 카메라가 미친 듯이 빙빙 뱅뱅 돌아감. 격동적인 내면상태 표현. |
6.자막과 나레이션
왕고니 |
여인네 천하 |
1.자막-주로 지명을 설명. (ex)"완산주 견훤의 처소"
2.나레이션-주로 정세나 전쟁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할 때 씀 |
1.자막-궁중 언어나 욕, 벌칙 설명이 다수. (ex)"인쥐-숨어서 부정을 하는 사람을 쥐에 비유한 말"
2.나레이션-주로 인물평, 미래예언 (ex)"...훗날 그는 벼슬이 00에까지 올라 권세를 누리게 되는데" |
7.갑바 상징물
왕고니의 남자들 |
여인네 천하의 여인들 |
1.곧고 빳빳한 수염 & 수염 브릿지
수염 브릿지는 한 살이라도 더 먹었음을 갑바 세워 강조한다고 풀이됨. 견훤 역시 나이를 따져 왕고니를 부를 때 꼭 "왕고니 아우"라고 한다. 그건 "왕고니 바보" "왕고니 십세"보다 남자들 세계에서는 더욱 모욕적인 호칭. "꼬봉"이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까지도 그것은 변함 없는 한국남성 세계의 룰. 한 살이라도 아래면 반드시 깐다.
2.우렁찬 윽박지름과 웃음소리
말을 하면 끝까지 안 듣고 중간에 끊으며 윽박질러 정신없이 몰아친다. 역시 현재에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선생, 상사, 아버지 등 대표적인 한국남성들의 아랫사람 후리기 기술 중 하나. |
1.머리에 꽂힌 핀의 수와 화려함(전문용어는 기재 안하게따 으흠)
남성이 나이와 주먹 갑빠로 개긴다면 여성은 미모와 신분이 곧 갑바. 머리핀은 미모와 신분 양자를 다 상징하는 것으로 중전이 경빈을 불러 "당장 고개를 조아리라!" 라고 하여 핀을 홀라당 바닥에 떨어져버리게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갑바 상징물을 제거하여 기선제압을 노린 것.
2.눈알의 극단적 치우침 능력
신분이 미천한 난정에겐 머리핀은 있을 수 없다. 오직 이뿐 몸뚱아리 즉 타고난 눈알 두쪽 뿐이다. 첩과 본처란 신분 차에다가, 신장에서마저도 크게 밀리는 난정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알 두쪽으로 본처 김씨를 완전 제압. |
8.스토리 전개의 최대변수-최고의 협박수단이기도 함
왕고니 |
여인네 천하 |
기후와 병력 |
왕의 심기와 복중태아 |
자, 걍 심심풀이로 디벼서 찔러본 <여인네천하>와 <왕고니>를 통한 남녀 비교. 여자들이 멀 중시하고 멀 좋아하는지, 글고 남자들은 멀 우선으로 치며 머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차이는 확연하나 왜 그런지는 알 듯 모를 듯 아리까리하다.
하지만 모 대충 보면, 남자들은 집단을 중시하고 서열이 분명하며 전쟁에서 공을 세워 갑바도 같이 세우고 싶은 욕망이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 하겠고, 여자들은 가정을 중시하고 관계에 치중하며 아이를 통하여 성공하려는 야망에 더 관심을 가진다는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여자의 경우, 당시 여자들이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면 아이를 통해서 뿐이라는 당연한 한계도 있었겠지만,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는 오늘날에도 여성들의 아이에 대한 집착은 이전에 결코 못지 않고, 아이를 통해 생의 만족이나 의미를 얻으려는 여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남자들 역시 현대에는 저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서열에 민감하며 갑바 세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모 웃자고 쓴 얘기에 억지로 먼가 있는 듯한 분석 멘트는 고만 쓰겠다. 사족을 달자면 갠적으로 본 기자가 마음에 들었던 쪽은 왕고니 헹임보다는 여인네 천하쪽이였으니, 그것은 꼭 본 기자의 성별이 여인네라서가 아니라... 자, 마지막 비교다.
9.여인네들이 모였을 때
왕고니의 와이프들 |
중종의 와이프들 |
왕고니를 생각하며 나라를 걱정한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니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네, 우리라도 폐하를 위로해 드려야지요, 암요~" |
술을 마신다.
"오호호호호, 일이 그리 되었으니, 오늘은 한번 대취해 보십시다들 그려~" |
본 기자, 술만 마실 수 있었다면 왕위니 권력이니 따위엔 추호도 관심 없는 천하의 풍류 여아로 살았을 것을...
실제로 후궁들이 심심할 때면 가끔 모여서 술 마시고 신랑 뒷다마도 까댔을까 하는 어릴적 궁금증을 다시금 곰씹어보며, 본 기자 썰렁한 마음에 황급히 끝맺고 달아나는 바다.

여인천하의 음주장면마다 함께 폭음했던
함주리 (dandy@ddanz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