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열위] 제한상영관으로 만족할 성 싶으냐? 2002.2.4.월요일
이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등급보류 대신 등급분류 거부라는 쥐며느리 눈꼽같은 조항을 싹 낑궈넣는가 하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관계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는 풍뎅이 오바이트같은 조항을 낑궈넣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시도는 다 실패했다. 아무튼 그리하야 올해부터는 모든 영화가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기본적인 상영의 권리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아, 씨바 일단 기쁘긴 하다. 그럼 이제 울나라 성인관객들도 직접적인 성기 노출이 있는 영화, 더 찐하게는 본격 빠굴무비 혹은 뽈노도 제한상영관 가면 볼 수 있겠다. 참 신나는 일이다. 울나라도 이제 명랑사회 다 됐다. 그지? 하지만... 이거 완전 김칫국 드링킹 사운드다. 제한상영관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본격 빠굴무비나 뽈노는 조차하고 그냥 영화 문맥상 성기노출이 있는 영화를 보는 것마저 울나라에서는 아직 미지수이기만 하다. 왜냐구? 그건 말이다.
전체관람가 : 모든 연령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이에 따라 영상물등급 심의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덜끼리 판단하는 영화에 한해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게 됐다. 그니깐 예전처럼 등급보류라는 바퀴벌레 코딱지같은 짓거리로 영화 개봉을 막는 일은 할 수 없게 된 거다. 그리고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들은 제한상영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상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근데 이 등급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뭔가 얄딱구리한 게 느껴진다. 18세관람가까지는 법적 나이에 따라 영화를 선갈라놓다가 갑자기 제한상영가 등급에 와서는 영화의 상영 및 광고, 선전 따위의 유통에 관한 문제로 영화를 선가른다. 그렇다면 제한상영가란 18세 이상이 볼 수 있으면서 유통에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영화라는 얘긴데? 그런 영화가 뭐 있을까? 소프트 코어 빠굴무비? 에이... 요즘 빠굴비됴 봐봐라. 성기노출만 없지 완전 소프트 코어다. 가끔은 털도 보이고 그런다. 현재 뻔히 유통되는 것을 굳이 제한상영관을 만들어 상영할 필요가 뭐 있냐. 그니깐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소프트코어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단 하나. 직접적인 삽입과 성기노출이 있는 본격 뽈노라는 얘기가 된다. 그럼 이제 제작자들은 뽈노를 만들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 되고, 우리는 제한상영관이라는 관리가 엄격한 특정 공간에 가서 애덜 볼까 신경쓰지 않으면서 뽈노를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게 파시블한 미션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울나라에는 음란물에 대한 형법상의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거 왜 있잖냐. 장정일도 잡아가고, 마광수도 잡아가고, 이현세도 잡아가고, 자진삭제해서 등급심의 통과한 <거짓말>의 장선우마저 잡아가 조사한 그 법.
따라서 울나라에서 뽈노를 상영한다는 일은 제한상영관이 아니라 제한상영관의 할애비 극장에서조차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상영은 커녕 만들기만 해도 검찰이 음란물이라고 판단만 하면 다 잡혀간다. 그렇다면 제한상영관에서는 상영할 영화가 없다는 썰이 된다. 있다면 오직 하나. <돈오>나 <둘 하나 섹스>와 같이 등급보류를 받아 그간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 뿐. (물론, 이 영화들 역시 검찰이 음란물이라고 지덜끼리 판단하는 순간 문 닫아야 한다) 따라서 제한상영관이란 그 동안 등급보류에 묶여있던, 그래서 영등위를 속 섞이던 영화들을 떠넘기듯 개봉하는 극장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그간 개봉할 수 없었던 영화들이 상영될 공간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건 바꿔 말하면 다음과 같다. 바로, 울나라 18세 이상 성인들은 <노랑머리>, <거짓말>, <돈오>와 같은 영화들을 관람할 권리가 없다는 뜻. 그래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을 만들어 제한적으로만 봐야한다는 뜻. 이 넘들 이거 보면 막 꼴려서 아무나 대고 빠굴해서 사회 풍기문란을 조성할 것이므로 못 보게 하다 하다 안 돼서 제한상영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제한적으로 보게 하겠다는 뜻. 바로 그거에 지나지 않다. 울나라 18세 이상 성인들을 영삼이 취급하며 우리들이 볼 영화를 지덜이 앉아서 골라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설된 제한상영가 등급이란 얼핏 보면 엄격한 유통의 관리가 필요한 영화들 같지만, 뽈노가 금지된 울나라에서는 제한상영관으로 관리해야 할 영화가 없기 때문에 결국 성인들의 관람권를 제한하는 등급일 따름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에 관한 죄>라는 조항으로 음란물을 규정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성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뽈노를 보고자하는 성인의 욕망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고, 뽈노를 보려하지 않는 성인의 자기결정권 또한 보호한다는 거다. 물론,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약한 청소년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보호한다. 따라서 이 법은 뽈노를 보고자 하는 성인의 욕망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라 "뽈노를 보려하지 않는 성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청소년들의 미약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인 것이다. 성인마저 통제해 버리는 울나라하고는 천지차이다. 뽈노가 불법이 아닌 미국 역시 등급제는 있다. G : 어떤 나이든 관람할 수 있는 영화. 미국은 따라서 18살 이상이 되면 어떤 영화든 볼 수가 있다. 물론, 뽈노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네들이 등급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우리들과는 사뭇 다르다. 완전 민간기구인 미국의 영화분류 및 등급협회(CARA) 위원들은 영화전문가나 학계 인사 아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평균 이상의 교양을 가진 학부모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영화에 등급을 부여하는 목적은 "대부분의 미국 부모들이 아이가 보았으면 하는 혹은 보지 말았으면 하는 영화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도록,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제시하는 것"이다. 18세 이상의 성인 역시 볼 영화, 보지 말아야 할 영화가 주어지는 울나라에서 18세 이상 성인은...... 따라서 애덜이다.
또한 <거짓말>이나 <노랑머리>와 같이 영화를 자진삭제해 개봉하는 것을 마다하고 뚝심 하나로 버틴 <돈오>나 <둘 하나 섹스>의 이지상 감독 같은 사람들에게는 40년 묵었던 숙변이 터져나오듯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일일테다. 하지만 이 제한상영관이 잘 유지될까? 여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이 제한상영관이란 극장에서는 제한상영가 등급 외의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일년 내내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만 걸어야 한다는 거다. 또한 이 제한상영관에는 극장 간판을 포함한 어떠한 광고나 홍보도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극장 안에서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뽈노를 상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썰했듯 그랬다가는 잡혀간다. 따라서 기껏해야 현재 빠굴비됴 수준의 영화만 상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한상영관은 돈 안되는 장사라는 게 뻔하다. <거짓말>이나 <노랑머리> 같은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1년에 한 두편 나올까 말까 하는데, 또한 기껏해야 빠굴비됴 수준의 영화만 걸 수 있는데 장사가 되겠냐? 일체 홍보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누구도 제한상영관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꺼다. 설령 만든다 치더라도 매우 극소수일 꺼다.
제한상영관이 생겼으니 영화 제작자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많이 만들 것이고, 그러면 제한상영관이 장사 좀 될 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다. 그런데 어느 영화 제작자가 까다롭기 그지없는 제한상영관에 영화를 걸기를 원하겠냐. 일체 홍보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한상영가 영화는 비됴로도 만들 수 없다. 그만큼 관객이 들 확률이 없고, 비됴 판권도 팔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가 생긴다 치더라도 자르든, 다시 편집하든 해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고 할 꺼다. 이건 미국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NC-17 등급이면 그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다. NC-17을 받으면 뽈노로 인식되어 상영과 광고에 애를 먹어 흥행에 실패하기 때문에 어쨌건 영화를 재편집해 등급을 낮추려 한다. 이러한 일이 울나라 제한상영가 등급에도 당연히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제한상영가 영화는 졸라 배짱있는 용가리 통뼈 제작자나 감독이 나오지 않는 한 만나기 힘든 영화가 될 것이다. 제한상영관에서 개봉할 영화가 없으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그러나 외국에서 수입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통되는 빠굴비됴 수준 이상은 잡혀갈 뿐더러 수입영화는 영등위에서 수입추천이라는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까다로움마저 있다. 그렇다면 등급을 받지 않고 상영할 수는 없을까? 최근 미국 인디 영화사들이 NC-17에 맞짱 떠, 등급을 받지 않고 상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울나라 영화들도 등급 안 받고 상영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울나라 영화들에게는 등급심의를 받지 않고 상영할 권리따윈 없다. 모든 울나라 영화는 상영 전에 필히 금욕절제 지고지순 우아고상하신 영등위 우원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등급심의를 거쳐야만 상영이 가능하게끔 되어 있다. 울나라 관객들은, 애덜이건 어른이건 상관없이 영등위 우원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볼 영화, 보지 않을 영화를 강요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한상영 등급에는 산재한 문제가 졸라 깔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만들어진 제한상영 등급이 현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크게 신장시킬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제한상영관은 뽈노 전용관이어야 하며, 18세 관람가와 제한상영가의 논란은 15세 관람가와 18세 관람가의 논란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던 거다. 물론 그 전에 음란이라는 지조뙈로의 기준이 사라져야 함은 당연한 소리다. 프랑스의 등급제에도 일반극장 상영 전면 금지 등급인 T.B(Total Ban)등급이 있지만 TB등급을 받은 영화는 1981년 이후 단 한 편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인 X등급을 받은 영화 역시 뽈노를 허용한 다음 해인 1977년 232편이었던 것이 1995년에는 18편으로까지 줄어들었다. 이처럼 등급의 유연성이 높으니 누구도 프랑스의 등급제에 시비걸며 프랑스의 표현의 자유를 의심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제한상영 등급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등급을 먹이며, 음란을 심사하는 사람들의 기준인 거다. 음란이라는 잣대를 지조뙈로 휘두르는 자들의 딱딱한 대가리와 18세 이상 성인까지 애취급하며 못 보게 하고 감추려고만 드는 자들의 오바짓꺼리가 무엇보다 우선한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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