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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음반] 콜렉터 & 매니아용 희귀음반


2001.12.24.월요일

딴따라딴지 좋은 음악 널리 알리기 위원회
 

언제나 직접 들어보고 검증한 좋은 음악이 아니면 권하지 않는 본지, 오늘은 아주 독특한 음반 두 장을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장르는 칸쏘네와 아트롹으로 각기 다르지만 둘 다 본국에서조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지경으로 희귀한 음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음반들이길래 호들갑이냐구? 하나하나 뜯어 보면서 이야기 해주지.



 (칸쏘네) <CLICHE> - grazia di michele


먼저 소개할 음반은 제 3세계 음악의 대표적인 뮤직 어워드 산레모 가요제를 석권한 바 있는 칸쏘네계의 전설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그라지아 디 미셸의 대표작 <CLICHE> 되겠다.









그라지아 디 미셸의 우아한 풍모


본 작은 1976년에 이태리에서 발매되었다. 25년이 지난 이제서야 어렵사리 국내에서는 라이센스로 소량이나마 발매되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본 작, 본국 이태리에서도 그 원판을 구하기 힘들다. 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앨범이란 거다.


칸쏘네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지 모르겠는데, 그라지아 디 미셸의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편안함 바로 고거 되겠다. 느긋한 일요일 아침, 잠을 깨우는 창틈 사이의 바람과 햇빛 같은 음악이라고나 할까... 연주는 단촐한 포크의 구성을 따르고 있으며, 그녀의 목소리는 아스트러드 질베르또마냥 나긋나긋하고 선선하다.


음악에 대해 뭐 구차하게 더 말할 필요없이 직접 들어 보고 평가하시라.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자그마한 휴식이 되어 줄 만한 본 작의 진가를 말이다.


(음악듣기) [I Sogni] - grazia di michele
(음악듣기)
[Il Problema] - grazia di michele


특기할 만한 사항은, 25년이나 된 앨범이다 보니 촌스럽고 조악할 수 없는 원판의 앨범 디자인을 국내 라이센스 발매와 함께 쌈빡하고 깔쌈하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 작업에는 이미숙, 이정재가 불륜 플레이를 펼치는 영화 <정사>의 포스터를 담당했었던 디자이너 김상만씨가 참여했다고 하는데, 사진만 덜렁 나와 있던 멋대가리없는 원판 디자인에 비해 파스텔톤의 이미지를 과감히 사용, 음악적인 색깔까지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보아라. 이 쌈빡한 변신의 현장을 (왼쪽이 25년전 이태리 발매판, 오른쪽이 요번 국내 라이센스 디자인)


수많은 매니아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음반이지만, 내용면으로 볼 때 난해하거나 골치아픈 요소는 십원어치도 없는 당 앨범 - 계절타지 않고 언제나 열분덜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 있다고 사료되어, 본 우원회 주저없이 추천때리는 바이다.



 (아트롹) <NEROSUBIANCO (Black on White)> - Freedom


이거 혹시 아시는가? 만국의 아트롹 팬들에게 있어서는 울나라가 지상낙원이라는 사실을..


요건 국내에 S머시기 레코드라는 아트롹 전문 레이블이 설립되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품절된 음반들의 라이센스가 울나라에는 속속들이 발매되고 그 음반들이 도리어 본국으로 역수출되는 희한한 현상을 낳으면서 이룩한 쾌거 되겠다. 특히 난다긴다하는 이태리 프로그레시브/아트롹 뮤지션들의 음반 발굴에 있어서는 울나라 업계가 단연 독보적이었다.


아트롹 강국 대한민국, 또 한 껀 했다. 뭔고 하니, 영국 싸이키델릭의 숨겨진 보배 Freedom의 1969년도 작품 <NEROSUBIANCO>의 LP 라이센스 발매되겠다. 60년대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에 대해 강한 향수를 갖고 있는 분덜과 지금은 방구석에서 놀고 있는 턴테이블 사운드에 애착을 갖고 있는 분덜이라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길 만한 소식되겠다.


본 앨범은 자켓부터 예술이다.









가히 에로틱 신비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Freedom의 음반 자켓 - 요걸 LP 크기로 본다고 생각해 봐라.


저 자켓을 쫙 펼치면 다음과 같은 파노라마형 이미지가 완성된다. 아, 눈 돌아간다....







그렇다면, 저 환상적인 앨범 자켓의 주인공인 Freedom은 도대체 어떤 뺀드란 말인가?


왕년에 팝송 좀 들었다는 사람이라면 [Whiter Shade of Pale]이라는 곡과 이 곡을 연주한 밴드 프로콜 하럼 Procol Harum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요 프로콜 하럼의 보컬리스트였던 게리 브루커라는 넘이 있었는데, 저 너래 뜨고 뺀드 잘 나가게 되자, 어느날 갑자기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갈아치울 생각을 한다. 뭐 실력 문제가 아니라, 단지 게리 브루커가 예전에 몸담고 있던 뺀드 파라마운츠의 멤버들을 델꼬 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걍, 옛정에 끌려 버린 것이다.


리더의 저런 황당한 생각에 질려 버린 프로콜 하럼의 기타리스트 레이 로이어와 바비 해리슨은 더러워서 밴드를 탈퇴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뺀드를 만들 게 되는 것이었으니, 그 새로운 뺀드가 바로 요 Freedom되겠다.


Freedom 결성과 동시에 그들은 이태리 출신의 세계적인 에로무비 감독 틴토 브라스(우리나라에 알려진 주요 작품으로는 <살롱키티>, <칼리귤라>, <미란다>, <카프리의 깊은밤>, <올 레이디 두 잇>, <모넬라> 등이 있음이다)의 신작 영화 사운드트랙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그 영화의 제목이 바로 본작의 타이틀인 <NEROSUBIANCO ; Black on White>되겠다. 그러니까, 저 앨범은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이 말이다.


이제 왜 자켓이 저리도 관능적이었는지 좀 감이 올 것이다. 바뜨, 에로 영화 사운드트랙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됨이다. 저 당시 나왔던 주옥같은 프로그레시브 음반들 중에 뽈노 사운드트랙이었던 앨범들이 부지기수였다는 거 알 만한 넘들은 다 알거다.


당 앨범은 전체적으로 당시(1969년) 롹계를 풍미하던 싸이키델릭 사운드의 전형을 따르고 있으며, 특히 하프시코드 사운드와 오르간을 넘나드는 키보드의 몽환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Freedom의 음악에 대해서도 뭐 자세히 왈가왈부 할 필요없이 직접 음악들을 들어 보도록 하자.


(음악듣기) The Better Side - Freedom


불길하게 전주와 간주를 이끄는 현악 섹션과, 본격적으로 곡의 진행을 도맡아 나가는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며, 단순하지는 않지만 멜로디라인 역시 귀에 잘 달라붙는 곡 되겠다.


(음악듣기) Attraction-Black on White/With you - Freedom


앨범 타이틀 곡으로, 해먼드 올갠이 열어젖히는 앞 부분에서 프로콜 하럼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리듬으로 변모하는 중반부와 후반부 올갠솔로가 압권이다.


다시 말하지만, 본작은 LP 라이센스로만 제작되었고,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사운드로 레코딩 되어 있다. 다소 지직거리는 턴테이블을 통해 복고적인 감성과 향수에 젖고 싶은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음반이라 사료되는 바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 음반, 초희귀 앨범이라는 데 주목하시라. 오리지널은 현지에서도 천달러에 가까운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이다. 나름대로 콜렉터, 혹은 매니아라고 자부한다면 본 작을 절대 놓치지 마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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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딴지 좋은 음악 널리 알리기 위원회 (music@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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