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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씨바, 학력을 속여라

2001.12.19.수요일
딴지 편집국


수능 때문에 나라가 홀랑 뒤집어졌드랬다. 시험 어렵게 내서 죄송하다고 교육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있으니 영국언론에서 깐죽 거린대로 웃기는 나라는 웃기는 나라다. 울 나라가.


하기사 볼펜 하나를 어디로 찍느냐에 따라서 인생판도가 왔다리 갔다리 할 만큼 수능은 우리 사회에서 참 중요한, 거의 절대적으로 목숨걸 말한 시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까, 대학만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며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은, 설대 수석 합격한 어떤 넘이 공부가 젤로 쉬웠다고 말하는 것 만큼이나 공허한 뻐꾸기다.







비록 수능 소식을 전하는 신문의 다른 면에서는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니, 일류대를 나와도 백수가 되는 현실이니 하며 대졸자의 그림자를 비춰주고 있지만 누가 머래도 주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은 수능에서 졸라 조은 점수 받아 최고의 명문대에 발을 디미는 것일 테다.


이런 사실을, 우리의 수험생들이, 수험생의 선생님들이, 수험생의 학부모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니 우리 사회가 이를 드러내놓고 인정하고 있으니까 수능은 국가적 대사가 되어 지금 이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일류대학을 나온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니 딱 꼬집어서 이야기 하자. 설대를 나온다는 거, 과연 그 특권은 무엇인가?


그렇다. 평생을 명예로운 훈장을 달고 다닌다는 자긍심과 함께 성골들로 구성된‘그들만의 세계’로 진입을 한다는 뜻이다. 취직을 할 때 쓰는 이력서에도 이 훈장은 최고로 약발이 먹히는 것이며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서에 끌려가 쓰는 진술서에도 이 훈장은 느닷없이 힘을 발한다. 결혼을 할 때도 예외일 수 없으며, 심지어 계급장과 짠밥으로 권력이 서열화되는 군대에서 까지 훈장의 효력은 발휘될 지경이다.


그리고 또 있다.


선술집!!


비지니스든, 동우회든 소위 대가리 여문 인간들이 처음 만나는 상견례에서 닭싸움 초반전이 그러하듯 서로에 대한 탐색전이 시작된다. 사회라는 졍글에서 소위 서열을 메기는 이 의식은 주류사회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때 명문대를 나온 애들은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건만 자신의 학교를 당당히 밝히고, 그 반대의 경우는 조용히 경청하거나 화제를 돌린다. 명문대 훈장을 단 그 넘이 커밍아웃함으로써 상대방이 다행히 동문이거나 했다면 이 술자리는 졸지에 동창회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고(인맥작업), 더 다행스럽게도 자기보다 후진 학교를 나왔다면 이 술자리의 헤게머니는 바로 그 명문대넘에게 돌아가는 거다.



너희는 안 그런다고? 정말야?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저 고졸인데여" 라고 말한 뒤에도 처음과 똑 같이 그 사람을 대했었어? 그럼 넌 멋진 넘이야. 머엇지인~ 넘.
 






올 10.25 보선에서 구로을에 지원한 한 후보가 학력을 속였느니 말았느니 하면서 시끄러운 적이 있었드랬다. 비단 이때 뿐이 아니라 학력과 학교를 사칭하는 문제는 별로 드물지 않게 목격하는 울 나라 사회의 일반 현상이다. 역시 주류사회로 올라가면서 이런 모습은 더 자주 목도된다.


헌데 이런 현상을 두고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이 맛이 갔다는 둥, 사회가 정직하지 않게 흘러간다는 둥 말들도 많다만 본 기자는 과연 이렇게 학력을 속이고 위조하는 문제가 과연 개인의 양심에만 죄를 물을 문제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탁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다들 공범아닌가? 우리가 음으로 양으로 분위기는 다 조장해놓고 한두 놈한테 손가락질 한다는 것, 너무 속보이는 짓 아닌가? 그리고 꼭 그런 비판을 드러내놓고 하는 넘들은 이미 요새보다 더 옹골찬 그들만의 성역에 진입한 넘들이다. 개가 똥을 싸놓듯, 그들은 자기들의 터전을 신성시하는 데 대단히 배타적이다.

그러므로 죄를 물어야 한다면 학력을 속여야만 머가 되도 되는 분위기, 학력을 속여야만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분위기, 하다못해 편하게 술 한 잔 마시는 선술집에서까지 학력으로 술맛을 조지게 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한 줌 대가리넘들이 대상이 되야 한다.


그런 것 누가 모르냐구?


그럴 것이다. 이런 학벌 위주의 병리현상은 다들 알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대안도 많이 나온다. 설대를 없애고, 대학 서열화도 없애고, 각 대학마다 전문분야로 평준화를 시키자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 좋다. 근데 어느 세월에? 이미 명문대 출신들이 사회 엘리트층을 형성한 후 부와 권력과 명예를 몽땅 독점, 세습하고 있는 이 천민자본주의사회에서,단단히 뿌리를 박아 버린 학연중심구조를 어느 천년세월에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본 기자 느닷없이 이런 제안을 한다.


씨바.. 다들 학력을 속이고 다니라고. 서로 서로 내숭들 떨지 말고 아예 까놓고 학력을 사칭하라고. 그래서 학력위조가 상식이 되어 버리는 사회를 만들어 버리자고. 언넘하고 첨 만나 술자리에서 출신학교를 묻거덜랑, 고등학교만 나온 넘이건, 전문대를 나온 넘이건 대답은 딱 한 개로 통일하자구.. 설대 나왔는데여!




가진 넘, 누리는 넘의 썩어빠진 절대권력은 질서와 상식으로 통용되는데 그렇지 않은 넘이 자신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자 그깟 학력 사칭한다고 해서 머가 어떻다는 말이냐? 게다가 온 국민이 다들 그 짓거리를 하고 다닌다면.. 아따 고거 졸라 재밌겠다.


어찌되었건 너나 할 것 없이 그냥 유행처럼, 패션처럼 툭툭 던지며 저 설대 나왔는데요 라고 말하는 거... 마치 그거 그냥 심각한 암덩어리를 가볍게 드러내놓고 어루만지며 동글동글 가지고 놀기도 하고, 한 번씩 빨아주기도 하는 것처럼 통쾌한 조롱이 아닐까 한다. 왜 그거 있자나? 학교에서 머 잊어버리면 애덜이 정의감에 사로잡혀 다들 손 번쩍 들고 샌님에게 내가 훔쳤는데여 라고 말하는 그거.. 정말 잼있겠지?


우짯든, 학교나 학력 속인다고 개인의 도덕성 우짜고 하덜덜 말자. 사회가 그렇게 돌아간다면, 역으로 그런 사회를 조롱하는 것이 더 즐거운 반란이 아니겠는가?


조만간 그 어려운 대학 들어간 넘들끼리, 이제는 대학서열화에 피멍 들 생각을 하니까 답답한 마음에 씨부려봤음이라. 졸라!!




딴지 관광청장
뚜벅이(ddubuk@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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