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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엽전 닷냥

2001-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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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엽전 닷냥

 

2001.12.18.화요일

딴지 문예진흥 우원회






 
 

본지가 그간 소홀했던 영역이 하나 있으니 바로 문예 진흥 노력에 소홀했던 것이 그것이다. 이에 그 첫 번째 빠따로 조인선 시인의 사회고발 시 한편을 소개한다.
                                                    - 딴지 편집부

 

 

 

이곳이 광장이렷다! 어드메냐? 장산곶 매가 나는 황해도더냐 설악이 연모하는 쪽빛 바다 동해더냐.그렇다면 이곳이 꿈속이더냐. 아찔하고 위태한 역사의 서산에 걸린 한이 어찌 이리도 밝다더냐.

 

못생긴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와보니 세상은 온갖 탈을 쓴 장터로구나. 이제 남은건 엽전 몇푼이지만 저 구석진 오막살이에 내 젊은 날의 진혼곡이 흐른다하니 개나리 봇짐 허리에 두르고 내 님 소식이나 알아볼까나.

 

 

어허라 어허라 지나고 보니 꿈 아닌것이 없구나. 어야디야 상사디야. 내님은 북에 있나 남에 있나.아니면 내 속에 있나. 술 한잔 부어 놓고 속담책 한권 펼쳐놓고 내가 그리도 찾고 싶었던 내님을 욕보인 육조판서 짐승탈 쓴 선상님들의 맨살스런 지난 밤의 몰골을 지켜보자. 어야디야.상사디야.

 

 

동네 색시 믿고 장가 못든다고 절에 간 색시 불러 모아 모로가도 청와대가면 된다고 권력잡는것이 역사라며 거미 알까듯 끌어모아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 꼴은 되었지만 개 보름 쇠듯 지나보니 아무래도 갓쓰고 자전거타기요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 늙은이 망령나기전 유언하듯이 초연하니 나랏꼴이 말씀이 아니요 대선 앞두고 그 죽일 지역감정이 불을 지핀다. 어허라디야

 

 

허나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면 앉은뱅이 용쓰는 꼴이요 사정후에 키스니 결국 어물전 떨어먹고 꼴뚜기 장사할까 두렵고 어여쁜 시민들 먹지도 못하는 제사 죽도록 절만 시킬까 두려워 개혁이 뭔지 통일이 뭔지 해방이 뭔지 그 놈의 자유때문에 어지러운 지경이라.

 

 

진달래 붉게 피더니 지난 여름 장마비가 눈꽃이 되었나
삼천리 방방곡곡 피어나던 인심이 돈이 안되면 사라지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구들장에 붙여논 엿가락이 되었구나.

 

 

어허라 역사가 강물이라면 그안에 꽃잎이 얼마나졌나
열사에 투사에 그것도 모자라 횡사가 가득하니 강물이 이리 붉어 꽃이 내옷 흠뻑 물들이고 돌아본 하늘은 흐느낌이 처연하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어야디야
내 두눈 딱 감고 소위 기득권자라는 놈들의 행태를 고할라치면.
딱 한잔 술에 엽전 한냥이요!

 

 

이조판서납시오!
저놈 좀 보소.
주둥아리가 불가사리 닮았는지 금니 번쩍하구나. 똥배에 전대를 차고 당적을 이마에 붙인 몰골이 어느나라 짐승인고?
왕년에 사랑한번 못한놈 있나? 좆도 고쟁이 사이로 삐져있구나.
육법전서야 세상을 얻기위한 조롱박이라지만 눈꼽같은 금딱지가 가슴에 붙은걸보니 뒷바지에 껌 묻은줄 모르겠고 어제 먹은 구린 돈이 법이 되고 오늘 걸친 한잔 술이 정책이 되는 모양이 주인을 보고 짓는 꼴이란. 매표구에 때되면 나타나는 침침한 눈이 고객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반듯하니 선거가 가까운듯하지만 악수한 손에 똥칠을 했나? 전라도 경상도에 산이 너무 높아 두나라가 아니더냐 주민당이 아니더냐. 더러는 가진것 없이 애도 쓰지만 제 가진것 버릴줄알면 열사가 이리도 많겠는가. 오늘도 법만드느라 수고하는줄 알고있으나 육법전서에 피눈물이 넘치니 때로는 입술도 지긋이 눌러볼 일이라 설쳐대는 품새에
에따! 엽전 한냥 받아라!

 

 

공조판서납시오!
뒤뚱뒤뚱 걷는 폼이 낮술에 지 에비를 형이라 할듯 밤새 씨름했는지 목수가 연장가지고 살인을 할듯 몹시도 지쳤는지 개거품이 흐른다. 문어발이 서른개라고 돈벌어야 정승이라고 짓고 허물고 사기치니 니놈은 가슴에 털만 잔뜩하니 어제는 셋판 내리 황소가 생겼을지 모르나 돌이켜보면 가난이야 어찌 남루에 지나겠느냐 누대에 연애인 줄로 세우고 제품 팔아먹는 폼이 지랄역군에 결국 지몸 망침을 어찌 몰랐을까. 합덕방죽에 줄남생이 늘어앉듯 껄떡거리는 엉덩이가 용케도 방죽을 버티는구나. 에끼! 이놈들 전태일이 골 빨아 쳐먹더니 이젠 지 골이 터지는줄도 모를놈들. 그래라.
에따! 엽전 한냥이다!

 

 

형조판서납시오!
법이야 곧 목숨이려니 국가에 돈이 겹치면 그것이 니 목숨이렸다. 어허 이놈의 짐승은 이래도 걸리고 저래도 걸리는 역전의 여인숙 오물을 먹었는지 향기가 피울음으로 검게도 피어났구먼.
종이 종을 부리면 식칼로 형문을 친다더니 없는 놈들이 니 밥이더냐. 개살구가 방귀를 꿨나? 살살기는 폼새가 어느 어전인지는 내아나 법이야 어차피 사람것인데 개차반보다 못한 정의가 법정에도 걸렸는지 도둑은 앞으로 잡지 뒤로는 못잡는다며 똥 싼놈 놓치고 방귀꾼놈들 족치니 권력을 벗삼아 강남가서 폭탄주에 영계구이에 지화자 와 이리 존노 와 이리 존노. 때론 과음이 얼굴색도 모르게 함을 너도 아니 에이!
에따! 엽전 한냥 받거라!

 

 

예조판서납시오!
바지저고리에 코는 왜 묻쳤노. 이 짐승은 머리가 유난히 크니 그 안에 무엇이 잔뜩 들기는 들었겠지만 뭐에 쓰는 물건인고? 안경에 김서리도록 헐떡이는 독서가 밤에는 무엇에 쓰이는지 내 알바없으나 상놈은 발로 살고 양반은 글로 산다고 남의 염병이야 제자 노트라고 조국이야 어찌되든 처자식 제일이니 지 아무리 배워도 벙어리의 꿈이요 장님 문고리라. 행동하는 지성이 돈이 안됨 서울역전에 돗자리 장수 꼬일까봐 걱정이더냐.
사람이 망하려면 머리부터 망한다고 세월이 약이라고 오늘도 주례서기 바뿌구나. 공자님 말씀. 알고도 속보이지 말거라했는지
에따! 엽전 한냥이다!

 

 

호조판서납시오!
저놈은 누군고? 우리 동네에 자주오더니 살기는 룸싸롱이냐 단결주점이냐. 개 머루먹듯 일하고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꿈에본 돈도 찾아먹는 고급 놋쇠들이야 똥중에 고양이 똥이 제일 구리다고 불쌍한 서민들 고양이 쥐잡듯하고 이권이 생기면 번개불에 담배불 붙여먹고 콩 볶아먹는 솜씨야 차마 콧구멍이 둘이니 숨을 쉬지만 요강뚜껑으로 물 떠먹은 셈치라는 행정이야 도끼로 베고 자는 잠이고 출세하려고 공부했지 국민위해 공부할까 좆도 모르고 면장질하면 머슴보고 속곶묻는 아씨니 내 이만 함세. 지 돈 쪼개 선행하는 면서기야 내도 알기는 하니.
에따! 엽전 한냥이다!

 

 

병조판서납시오!
저놈은 또 뭔데 총들고 오나? 오호라 이놈들은 제 동족 제일 많이 죽이는 놈이 장군이라고 욕심이 수류탄 인지 가슴이 박격탄인지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끝에 푸른 기와집이 영웅호색의 완성이요 백담사가 요양소라. 어허. 떡판 엉덩이 요분질 못함은 잘 알면서 독수리 파리 못잡는건 왜 모를꼬. 충성은 민족에 하고 단결은 인류에 함이 참된 군인의 길이 아니던지.
에따! 엽전 한냥이 아깝구나!
니놈은 어제주운 탄피하나 받거라!

 

 

여인천하납시오!
이년은 뭐꼬. 뭐에 쓰는 물건인고? 화장 한번 독하구나.
장사지내러 가는 놈이 시체두고 가는 꼴이 썩고 곪은 이놈 몰골은 늘 코 아래 진상이 제일이요 허리밑에 응대가 환대라 양반 못된것이 장에 가 호령이듯 늘 여차하면 조상탓이 국민탓이니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 권력은 바늘이요 언론은 실이라고 국민들 합죽이 잘도 만들고 장기간 분단과 독재가 가능한것은 그놈의 병든 손가락이니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난다는데 아이고 남산 호랑이는 뭐 먹고 사나. 하기사 이마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오는 이놈들이야 열손가락 깨물어 어디 하나 아프지 않으랴만은 눈허리가 하도 시어 어허 앞길이 구만리라. 삼밭에 쑥대거늘 온통 쓰레기뿐이구나. 아무렴 이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제똥 구린줄 알면 풍년거지 쪽박 깨뜨린 형상인줄알면 국민앞에 민족앞에 석고대죄함이 마땅하거늘 괘씸한지고.
에따! 니년은 구정물 한바가지다!
 

 

 

오늘도 엽전 나갔네. 내님 마중 갈 차비 이렇듯 줄어드니
어허야.어야디야.
마음속에 퍼지는 빛 하나 싣고
어허라디야 두리둥실
저기 저기서 달이 떠온다.  

 

 

 

 

 

 

 

 

 

 

 

시인 조인선

 

66년 안성출생
93년 시집 <사랑살이>로 등단
97년 문학과 사회에 「구두를 찾아서」 외 3편 발표
현재 안성에서 축산업에 종사

 

 

 

 

 


조인선(cowboy54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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