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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공고] 야설문학상 回春文藝 공모

2001.12.11.화요일
회춘문예 심사우원회

야설.


야설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가?  혹시 누나의 쫄깃한 보지니 불끈 일어선 말처럼 큰 자지 이따구 말들이 즉각적으로 머리속에 화르르 피어나지는 않으시는지?


이미 너무나 많은 선입견과 딱지가 내려앉은, 이미 너무나 많이 학대받아온, 어느새 낙인이 찍혀 버린 이 단어, 야설. 범람하는 수준 이하의 작품들 속에, 야설 하면 얼라들이나 낄낄거리며 돌려 읽는 최하급의 아마추어 뽀르노라는 인식이 그만 광범위하게 퍼져 버린 작금.


오호통재라. 인류 최고의 예술형태가 문학일진대 그 한 장르인 야설문학이 이토록 천대받는다는 것은 우리 문학계의 수치가 아닐 수 없도다.


야설. 그것은 인간 성애를 표현하는 문학적 양식이며, 생명에의 욕구를 관통하는 궁극적 표현이며, 애정 본질에 대한 원초적 탐구이다. 그렇다. 그것은 섹스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순결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그러나 이 남녀의 짓거리를 보자. 이 커플은 미성년자에다가, 만나자마자 첫날 키스를 했고, 두번째 만나서 같이 잤고, 세번째 만나서 결혼을 해 버려따...


이 두 남녀가 어떻게 농지거리를 하는지, 로맨티시즘의 궁극이라 일컬어져 온 이 장면을 해설과 함께 보시라. 플라토닉한 사랑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도 결국 밑바탕엔 에로티시즘, 혹은 에로티시즘에의 가능성이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로미오, 줄리엣의 손을 잡는다)


로미오 : 내 더러운 손으로 그대의 순결한 손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라면, 그 죄를 이렇게 씻겠소. 내 입술, 낯을 붉힌 두 순례자가 되어, 거친 나의 손길을 부드러운 키스로 보상하고자 하오.


해석 : 줄리엣아, 우리 손으로는 다 해봤으니까 이젠 입으로 그거 해볼래? 어때?


줄리엣 : 착한 순례자님, 당신의 손을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요. 예절바르게 애정을 보여준 것 뿐인걸요. 성자(saint)의 손은 순례자(pilgrim)의 손이 닿기 위해서 있는 것이고, 손바닥(palm)과 손바닥(palm)을 맞대는 것이 성스러운 순례자(palmer)들의 키스랍니다.


해석 : 로미오 오빠, 사랑의 표시는 손으로도 다 할 수 있는 건데...  왜 꼭 그걸 입으로 해야 되는 거야?


로미오 : 성자에게도 성스러운 순례자(palmer)들처럼 입술이 있지 않소?


해석 : 손으로 하는 거하고 입으로 하는 거하고 어케 비교하냐?


줄리엣 : 순례자(pilgrim)님, 입술은 기도를 위해서 있는 것이랍니다.


해석 : 입으로 어떻게 해? 난 그런 거 잘 모르는데...


로미오 : 오 그렇다면, 성자여, 손이 하는 것을 입술이 하게 합시다. 그대가 허락해 주지 않는다면 신앙심이 실망으로 바뀔 것만 같소.


해석 : 괜차나. 해보면 할 수 있어. 꼭 하고 싶어. 안해주면 나 삐질거야.


줄리엣 : 성자는 움직이지 않아요.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해석 : 정 그러면.... 난 가만 있을께 오빠가 알아서 해줘...


로미오 : 그럼 내 기도의 효험이 나타날 동안 움직이지 말아요. 그대의 입술이 내 입술로부터 죄를 씻어줄 것이오.


해석 : 그래 그럼 가만히 있어. 긴장하지 마... 우린 사랑하니까 하는거야..


(키스한다)


줄리엣 : 이제 내 입술로 죄가 옮겨온 것인가요?


해석 : 오빠 이제 난 어떡해...


로미오 : 내 입술로부터 죄가? 오 감미로운 충동이 폐를 끼치다니! 그럼 이제 내 죄를 다시 돌려주시오.


해석 : 힘들었니? 이왕 했는데 우리 한번만 더해볼까?


줄리엣 : 키스도 규칙대로 하시는군요.


해석 : 알았어 모... 이젠 구실 안 갖다붙이고 그냥 해도 돼.


아 이 간질간질함... 깊은 키스에의 설렘... 육체적 접촉에의 기대...


음란성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옛날옛적 그 시절 기준으로는 아슬아슬한 성애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글타. 야설의 본질은 섹스 묘사가 얼마나 자세하고 적나라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애의 본질을 얼마나 꿰뚫고 있는가,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잘 표현해 내고 있는가에 있다. 꼴림의 미학은 물고 빠는 적나라한 묘사가 아니라 바로 거기에 있다.


영미 문화권만 하더라도 야설은 이미 18세기 19세기를 거치면서 하나의 엄연한 문학 장르로 인정받아 왔고, 유명 무명의 수많은 작가들이 인간 성애의 궁극을 언어로 표현해 내기 위해 날밤을 하얗게 지새워 왔다. 가장 성적으로 억압되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도 그 전통은 훌륭하게 살아남았고, 그 고전 작품들은 오늘날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로티카 문학은 문학의 한 줄기로 이어져오고 있다.


또 오늘날 우리가 문학의 클래식으로 추앙하는 많은 작품들 중 발표 당시에 야설로 낙인찍혔던 작품들도 허다하다. 작가들은 표현의 자유와 상상력의 발현을 위해 늘 성의 영역을 개척해 왔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야설계의 현실은 어떠하던가. 인간 본질에의 탐구로 이어지기는커녕, 직설적 섹스 묘사에만 치중함으로써 상상력의 결여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낳고 말았다. 섹스. 성. 사랑.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야설은 오로지 만나면 자빠뜨리고, 오로지 물고 빨고, 오로지 퍽퍽퍽 펌프질 해대고, 헉헉 끙끙 신음소리로 도배된, 참담한 결과를 빚고 말았던 것이다.


"학!...  ...학.!!.......하.....악!!!......아. ....."
지혜는 머리를 도리질친다.
"하...악....하...으......너...너무... 해"
"아...아...나..난...몰라...요...학.... .학...."
지혜는 자신의 그곳을 꽉 채워주는 느낌에 죽을 것만 같았다. 다시 세차게 밀어부친다.
"아....아....흑...."
"더....깊이...아....더 깊이.....


게다가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빠뜨리면 좋아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일단 만지기만 하면 흥분해서 벌려주고, 강간당하면서도 좋아하는 색골 꼴통녀 뿐이니... 페미니스트들의 활동무대였던 영미 야설문학과의 괴리가 어찌 이리 참담할 수 있으랴.


그리하여. 두둥.


본지에서는 이 참담한 사태를 직면하여 국내 야설문학 진흥을 위하여 발벗고, 아니 옷벗고 나섰다. 성인섹션 엑스딴지 오픈을 기념하여 <회춘문예> 공모를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바이다. 웬만한 신춘문예 저리갈 정도의 엄청난 당선 고료와 함께....







부문 : 소설, 시, 시나리오, 평론, 만화/애니메이션
       (총 5개부문)


당선고료 : 총 일천만원


            대상 1편 200만원
            각부문 우수작 각 1편 100만원
            각부문 가작   각 2편  30만원
 


총 고료 일천만원!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벌떡벌떡 절정의 희열로 치달아 오름을 느끼지 않는가.


12월 23일! 엑스딴지 오픈과 함께 공모는 시작된다. 고료 뿐이랴. 당선작을 중심으로 도서 출판(소설 및 시 부문), 딴지 연재 작가로 등용(소설 및 만화부문), 비됴제작(시나리오부문), 딴지 필진으로 중용 등등 회춘문예 등단작가로서의 탄탄대로가 저 앞에 열려 있는 것을...


단 공개 공모기간 중 혹 발생할지 모르는 남녀 삐리리 사태에 대하여 본지는 하등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세한 대회요강은 오픈된 엑스딴지에 와서 보시라. 중량급 인사로 구성되는 심사우원단도 그때 발표하도록 하겠다.


그렇다. 딴지가 하면 다르다. 허접한 야설의 시대는 이제 갔다. 인간 꼴림의 새 지평이 홰까닥 열어제껴진 것이다.


전국의 야설 작가들이여! 강호에 숨어있는 문학 지망생이여! 사이버 음란계를 떠도는 박제된 천재들이여!


발기하라! 그대들의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아 주마.



딴지 편집장 및 회춘문예 심사우원
최내현 (asev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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