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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드래곤볼을 까발려 주마(2)
- 드래곤볼로 이해하는 일본인의 세계관 -


2001.12.17.월요일
딴지 일본지부장 맨뒤

 신도 죽는다?



종교에 관계없이 암거나 골라 골라.. 


아이가 태어날때 신사神社에서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나고,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신사를 찾아 손모아 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은 기독교식의 교회에서 결혼하는것을 선호하고 죽을때는 스님을 모셔다놓고 염을 외면서 장례식을 치룬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우짜고 하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어리둥절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여러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보면 일본의 이러한 종교문화에 대해 매섭게 일갈하고, 비웃음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니들 참 후지다고.


하지만 일본을 비종교적이란 국가라 평할수 있는 것인가?


지나치게 전문화된 우리의 종교체계로는 일본의 여러가지 생활양식들의 배경에 놓여있는 여러가지 원인들을 일관성있게 설명하는것이 불가능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우리의 잣대를 그들에게 무리하게 들이대 한 문화 자체를 비웃는 건 무지막지한 짓거리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의 종교관이 무질서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건 우리나 기독교 기반의 서구의 시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관점에서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이나 애니미즘을 보면서 비 종교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은 걸 보면 "그 경제적 성장에 비해 서구화 되지 않은 종교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작용으로서의 발언" 이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 실은 일본인은 누구보다도 종교적이고 그것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힘들정도로 생활에 진한 농도로 녹아 들어가 있다.


단지, 본 기자가 당혹스러운 면은 일본 종교관의 강력하고 다양한 흡수력에 있는데, 일본의 신사문화를 보면 "도교"적인 성격이 강하고,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며 집안에 일정기간 제단을 만들어 그 령을 기리는 행동은 마치 "유교 문화"와 근접해 있고, "불교"역시 생활종교로서 죽음, 정진(精進)등의 키워드에 반드시 등장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묘지(陰陽師)라고해서 무당 푸닥꺼리까지 종교로 시민권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미비하기는 하지만 서양기반의 종교가 새로운 트랜드로서 상업주의와 결합해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내에서 이것은 종교라기 보다는 일종의 재생산 구조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도교, 불교, 유교, 음양도, 기독교, 게다가 자본주의가 뒤섞겨 그 흡수력이 힌두교와 맞먹을 정도인 일본인의 종교관은 짬뽕이 되어있어서 우리가 보기에는 신기할 정도로 얼렁뚱땅하게 보인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드래곤 볼을 읽어보면 그 종교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지만, 실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종교관 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그 일본 종교문화의 베이스가 도교에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틀로 일본을 재고 보면 다양한 형태의 종교성을 보이는 현상과 그 무지막지 한 흡수력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삼국시대 우리 전통 문양(12지신)
 


드래곤 볼에서는 인간이 한분야에서 어느 일정수준의 범위를 넘어섰을때 (적어도 인간의 굴레를 벗어야 하지만..) 최 하위급 신인 신선神仙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게 된다. 무술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거북이의 신인 "무천도사" 와 학의 신인 "학도사"가 신선으로서 추앙을 받는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성수聖獸(동물신선) 개념은12지신 개념과 일치한다. 이러한 성수에 대한 미술작품은 삼국시대에 건조된 여러가지 건축물등에서 찾아 볼수 있는데, 이러한 개념이 일본인들에게 자리잡기에는 많은 일본학자들이 인정하듯 한반도를 거쳐 불교를 비롯한 최신의 종교, 철학등이 들어갔다는 증거이리라. 즉 12지신은 그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신을 수호하는 가디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현재에도 일본의 신사에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이 신으로 추앙 받는다. 그리고 그 신들의 우두머리에 소위 신도라 불리우는 천왕 신사가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계급구조는 드래곤 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 12지신개념의 신 위에 나메크 성 에서 온 신(지구를 관장하는 하급 신)이 존재하고, 이 신 역시 좀 더 오랜 기간을 살지만 인간과 같은 죽음을 포함한 희노애락을 경험하게 된다.



나도 신이랑께...


이러한 신들에 대한 개념은 일본의 무속신앙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각지방에 있는 신사가 세워지는 형태와 매우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일본원시종교 개념의 근간은 조상신신앙, 하늘신 신앙, 산천신 신앙, 샤머니즘등의 원시 종교의식에 뿌리를 두고 발전해 왔으나, 7세기 천왕의 왕권이 정비됨과 동시에 당시의 최신 철학사상인 도교가 일본의 천왕가에 뿌리를 두게 되고, 천왕이 여러 잡신들의 우두머리로 서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좀더 과격하게 표현하는 학자들 중에는 천왕을 신격화 하기 위해서 잡신을 다 잡아 죽이고 유일신화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 했기 때문에 그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는 학설이 있을 정도 이다.


즉, 일본에서 왕권강화를 위해 천왕과 신을 동일시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도교를 근간사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천왕이 신이라는(일본의 천왕 가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온 것 이라는 것이 현재 강력한 학설로 받아들여 지고 있지만..) 철학적 기반을 공고 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드래곤 볼에서의 "신도 죽는다"그리고 "염라대왕에게 심판 받는다" 라는 종교관의 근간은1300여년간의 신도역사를 지닌 일본 고유의 사상이고, 천왕의 신격화, 그리고 신사라는 종교적 관념에서 보면 당연하게 받아 들여질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죽는 천황을 신격화 하기위해서는 신도 죽는다라는 논리가 필요하니까. 이러한 논리는 바쿠후幕府시대 이전까지 계속되게 되지만. 쇼군將君의 권력이 강화되는 이 시점에서 논리가 엷어지게 된다. 하지만 전번에도 말한것 처럼 근세에 이르러 이토히로부미의 천황신격화 정책에 따라 다시한번 부활하게 된다. 이걸로 태평양전쟁까지 가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드래곤볼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신"하면 떠올리는 창조주에 관한 언급은 찾아 볼수 없다.














 탄트라의 도상학.
탄트라는 종교가 아니다. 힌두교, 불교, 도교, 자이나교 등이 짬뽕되어서
행하는 비술적 수행체계를 말한다. 짬뽕인 드래곤볼의 신관도 이와 일치한다.
드래곤볼의 신의 계급圖. A.암흑계-B.신선급-C.신급-D.계왕-계왕신


신선 - 신선 대표 신선(카린) - 지구의 신- 염라대왕- 계왕(4명) - 대 계왕 - 계왕신(대물림)등의 계층적인 신의 형태를 보이지만 모두 생명의 한계가 있고 절대자(슈프림 파워)가 아니다. 힘 으로만 따지면 손오공보다도 못하니까. 단지 존경받고 사는 세계가 다를 뿐이다.


드래곤볼에서 언급하고 있는 최상의 신인 계왕신 마저도 영원한 생명과 무한의 힘과는 무관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절대 지위는 대물림이 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몇 대째 계왕신" 이란 표현을 쓰니까.


일본 신도사상에서 이러한 순환적 우주론을 찾아 보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천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일본의 이세 신궁은 두개의 똑 같은 건물이 있는 대칭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한쪽씩 번갈아 가며 몇 년에 한번씩 증, 개축을 해나간다.


그 권력의 정통성을 상징하기 위해 좀더 공고한 신화를 만들고 낡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왕권의 힘을 실어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 우리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권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이러한 독특한 일본의 현상은 어리둥절 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마찬가지로 두개의 건물이 음과 양을 상징하고, 새로 태어남에 따라 영원한 생명력을 갖게 되고, 이것은 곳 영원함을 나타나게 된다. 그 천왕의 권위가 대물림 된다는 것의 철학적 베이스로 자리잡게 된다. 즉 새로 태어나고, 대물림 됨으로써 천왕의 위엄은 영원하다는 얘기가 되고, 이러한 도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윤회사상적 드래곤 볼의 신관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된다.


좀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러한 순환적 염원이 구체적인 예술작품으로 자리잡은 것을 우리 주위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여러분들의 한국전통 이불 위에 여러 가지 문양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문양을 좀더 자세히 보면 색동무늬가 연속적으로 그려 있거나, 길짜가 연속문양으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이것 역시도 계속해서 길상한 일이 있으라라는 무속적 염원 인거랑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기독교인들이 일본을 대고 투덜거리는 것 중의 하나가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 전파하게 힘든 나라 중에 하나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뿌리깊은 토속신앙이 있는 일본 사람들이 "단 하나뿐이고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이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서양인들이 일본은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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