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아, 너희가 정녕 춤을 아느냐 (2)

2001.12.18.화요일
딴지 문화부 선무당

천호동 점장이 빤스라 불리는 필자가 예언하였던 대로, 역시 춤은 인기 없는 분야가 아니었다. 지난호 기사가 나간 뒤, 독자제위의 우레와 같은 문의 쏟아졌다. 그것은 바로, 어찌 개인적 한풀이만 하고 이대로 사라지는가.. 하는 분노한 음성이었으며, 한겨울 서릿발같이 차가운 꾸짖음이었다. 호기심을 자극 당한 독자덜의 문의는 다양하고도 날카로왔다. 아 아.. 그 지(知)에 대한 지향성, 알고자 하는 몸부림, 그것이 바로 역사의 원동력 아니었던가. 아. 아. 감동.  필자, 심지가 촛대요, 질기기가 고래힘줄인저, 나 가노란 말도 없이 사라지는 어느 이름 없는 여인과는 사뭇 다르다. 하여, 목청을 가다듬고 다시 나와, 독자분덜의 중요한 질문 3가지를 다루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에..또.... 이것은 시방 이십일세기의 인터렉티부한  디지털 글쓰기임으로, 독자의 요구에 따라 하이퍼텍스트방식의 진행을 하는 것임을 재차 밝힌다..  이건 두서 없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암.

암튼간에 무지하게 날카로운 독자 물으셨다.

 질문 1 : 춤은 뭐꼬 무용은 또 뭐다냐..

이것의 가설은 대충 이거다. 춤은 자연발생적인 것, 무용은 인공적으로 보이기 위해 만든 것, 그러니까 즈윽, 춤은 비예술적인 몸부림, 무용은 예술!

근데, 아니다. 더 디퍼런스 비트윈 뎀은,  엉뎅이와 궁뎅이의 차이쯤 되겠다.

아, 물론 언어적 차이 있다. 춤은 순우리말이고, 무용은 춤추다, 도약하다 뜻의 한자로  원래 일본애덜이 쓰는 방식이다. 舞踊, 부용이라고 읽던가..

대부분 혼용하는데, 기왕이면 우리말 쓰는 것이 좋겠다. 한때 "무용계"에서도 "춤"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춤계" 이렇게.

암튼간에, 종족춤, 종족무용, 한국춤, 한국무용  다 같은 소리다... 어떤 분덜은 무슨 예술형태의 무용을 지칭하는 용어가 뭔가 하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영어에서도 현대무용이나 발레나 엉덩이 들썩거리는 춤이나 그냥 "DANCE" 쓴다. 다만 발레나 왈츠 같이 특정한 춤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을 뿐이지.  

굳이 "하고 많은 춤 중에서 예술 형태의 춤"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무용예술" 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이건 논문 같은 아카데믹한 문서에서도 사용되고,  예전엔 이런 이름의 월간지도 있었다.

별 의식 없이 쓰기는 하지만, 사실 이거 좀 서글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좀 의심스러운 것에 혹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뒤에 아트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헤어아트, 네일아트............

굳이 말하자면, "무용 예술" 뒤에 붙은 "예술"은 사족이다. 정말 춤이 하나의 예술로 받아들여져 왔다면, 미술이나 음악처럼 그냥 쓰면 되는거다. 음악예술, 미술예술은 안 쓰지 않나.  

사실, 거기에는 춤의 어두운 과거가 숨어있다.  춤은  20세기에 들어올 때까지 예술의 범주에 속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춤이 예술적 가치를 미학자들에게 인정받고, 오냐 너도 한 예술하는구마, 하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거다. 20세기초에 팝아트니, 뭐니하면서 기존의 시나 회화같은 고전적인 순수예술만을 다루던 예술의 카테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엥, 쟤도 예술이면, 나이 많은 너도 예술이지 하고 들어온 게 춤이라는 거다.

사실 18세기에 예술의 계보를 정리한 철학자들 - 대표적으로 달랑베르나 헤겔 - 은 시, 건축, 회화, 조각, 음악 등등을 정리하면서 춤은 쏙 빼놓았다. 헤겔은 춤을 정원술 <주1>, 폭죽놀이와 함께 불완전한 예술로 꼽았다.  그러다가 낭만발레 탄생 1주일 전에 캑 죽었다... 무용계에서 암살한 거는 아니라고 한다.

암튼 다들 왜 춤을 그렇게 미워했는지는 학자마다 예술에 대한 개념이 다르니 좀 다르지만, 큰 이유를 꼽아보면, 우선은 정신문화를 중요시한 철학자들이 천한 신체가 그 발설기관인 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따라서 춤에 대한 철학적 고찰-진지한 논의의 토대가 없었다는 거 되겠다...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춤역사를 다루며 얘기를 더 하도록 하자.

드가의 1874년작, <댄스 교습>

자, 그럼 다음 질문.

 질문 2 : 야, 무용, 너 체육이지?

어머, 무슨말씀, 아니예요! 딱 잡아떼고 싶은데, 허걱!  체육대학 무용과를 나왔다. 제도권 교욱에서 처음 무용이라는 것을 접한 것 역시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서였다. 그럼 무용이 체육의 한 영역일까?

잠깐. 그것에 의존하기엔 모호한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에 무용이 대학에, 그것도 50여 개에 육박하는 - 세계최대의 개수를 자랑하는 - 대학무용과가 있다는 것을 보니, 무용은 분명히 하나의 예술인 동시에 학문이다.  그런데, 그 위치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인문대학 무용과를 나왔으며, 또 다른 친구는 자연대학 무용과를 나왔으며, 어떤 사람은 교육대학 무용과를 나왔다.

슬프지만 이것이  무용이라는 예술이, 그리고 학문적 독자성을 확보하지 못한 무용 이라는 학문이 우리나라에 처해있는 현실이다. 이 정체 불분명한 예술이자, 소속 불명확한 학문을 은근슬쩍 끼워 넣기. 몸으로 하는 것이니, 옳거니. 운동. 체육 한귀퉁이쯤이면 되겠군.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춤은 단지 운동이 아니라는거다. 무용은 체육처럼 "높이, 멀리, 빨리뛰기 "가 아니다. 서글프게도 많은 무용교사들이 그것을 강요하지만... 무용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과 결부된 예술이자 철학이다. 단지 춤의 신체성이 춤을 체육에 넣은 이유라면, 성악도 체육과로 빨리 보내야 한다. 어여.

  질문 3 : 그럼, 잘난 예술춤만 의미있는 거냐?

오, no!  아니다. 그 누가 지하철 한 귀퉁에서 춤추는 아그들의 굵은 땀방울과 정열이 이름난 발레리나의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또한 비싼 극장에서 요란하게 하는 자족적 무대는  음악 따라 맞춘 댄스가수의 것보다 더 의미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의미에 관한 논란 중, 두 가지 예를 생각해보자.

이른바, 예술춤이라 하면, 발레를 생각하시는데, 발레는 17세기에 탄생한 이래로, 끊임없이 그 예술성을 의심받았던 것 중 하나다. 우선 발레는 그 태생이 프랑스 왕실에서 왕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루이14세가 "태양왕"이라는 절대적인 별명은 얻은 것은 바로 발레를 통해서였다. 그는 "밤의 발레"라는 작품에서 스스로 태양역을 맡아 춤추면서 태양왕의 별명을 얻었다. 나, 태양, 넌 미물, 그러니까 왕한테 까불지 말고 충성해라... 이게 춤의 메시지였다. 즉, 궁정발레는 "왕실의 충실한 신하" 였다.

그 이후로도, 발레는 노상 요정이니 공주니 왕자의 연애놀음 같은 5살 때 읽은 동화얘기만 하는지라 그것에 반기를 들고 - Anti ballet - 탄생한 것이 모던댄스 라는 거였다.

비난받기는 그 양식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 왔다 간 모리스 베자르(20세기 발레단의 예술감독, 매우 유명한 안무가 아저쒸)는 발레를 상징하는 그 뻣뻣한 짧은 치마 "튀튀 (tutu)"를 "상류층을 위한 포르노"라고 부른다. (물론 걔네 무용단은 치마가 안 달린 딱 붙는 타이즈 입는다. 놀랍게도 그게 덜 야함) 암튼 의미와 역사는 담에 더 자세히 얘기하자.

반면에, 무대형식이지 않은 춤에도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게 무지하게 많다. 예컨대 힙합(춤) 같은 경우, 원래 70년대 후반부터 할렘가의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이라는 미국서 젤로 소외된 계층인 아이덜이 만든 문화다. 범죄말곤 별로 미래가 없는 불쌍한 아이덜은 옹기종기 모여서,

 비트가 빠른 리듬에 맞춰 자기 생각이나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고(랩)
 남는 기운에 곡예적이고 즉흥적인 춤을 추고(브레이크 댄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낙서 (그래피티 아트: 전철이나 건축물의 벽면, 교각 등에 에어스프레이 페인트로 극채색의 거대한 그림 등을 그리는 것)를 하였는데,

이 자유롭고 즉흥적인 3가지 문화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세계에 퍼져 춤은 물론, 음악, 패션, 미술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의식이자, 문화현상이 된거다.  힙합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문화라고 평하기도 할만큼 요런건 중요한 거다.

그러나 그것의 허접한 모방인 몇몇 댄스 가수춤에서는 "없는 애덜의 응축된 분노와 불안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표현"은 별로 안느껴진다. 기냥 상업주의에 빠진 춤같다. 심지어 노래에 낑궈파는. 허니, 진짜와 그 모방을 혼동하지 마시라....

       매우 중요한 춤

인제 우리의 즐거운 춤을 보자. 가치 있고 의미심장한 독자제위의 춤을.  

우리의 이 아카데믹한 고찰에서 첫 번째 현미경이 닿는곳, 춤추라고 만든 가장 대중적인 땐스홀, 나이트/카바레로 낙점되었다.

우선 여러분의 목적이 중요하다. 왜냐면 만사 그러하듯, 춤도 목적에 따라 1) 의미가 달라지고, 2) 형식이 달라지고,  3) 내용이 달라진다,

하여 일반적으로 무도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주요한 목적을 꼽아보면,

 여성은 남성관객에게, 남성은 여성관에게 어필하기 위해 (물론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필자가 남성을 보는 맘으로 보는 것처럼 보는 것도 해당된다)

 가슴속 응어리진 한을 몸으로 풀어버리기 위해. <주2>

로 크게 나뉜다.

놀랍게도, 이 두 가지 목적은 역사적으로 증명되는  춤의 대표적인 특징들로써, 모두 역사상의 중요한 춤들과 맥락이 닿아있다. 오늘은 지면 관계상 첫 번째 것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에.. 그렇다.

억울하게도 암껏도 아닌 것인 양, 학계의 관심 밖에서 만인에 의해 폄하되어왔다. 근데, 아니다. 그거 매우 귀한 춤이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뿌리깊은 유래가 있는 춤이다. 그것은 선사시대, 그 역사의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 "짝짓기 춤"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겠다(특히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춤이나, 혼례춤 등에서 두드러진다).

예나 지금이나 허심탄회하게 그런 거 말로하기 쑥스럽기는 매한가지. 수 만년전 청춘들도 이런 구애의 춤을 추었다. 이런 춤의 특징은 오늘날의 1번춤과는 비교 할 수없을 만큼 성적이고 노골적이다. (요새의 1번춤도 골반과 허리의 움직임이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가슴이나 성기를 드러낸 스트립댄스는 기본이고,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춤이 대부분이다. 성행위 묘사 뿐 아니라, 남자는 창 여자는 조개껍질이라는 상징적은 소도구를 들고 추는 의미심장한 춤도 있다.

그러나 원시사회에서의 이런 춤은 감각과 쾌락의 춤이라기 보다는 삶과 자연의 결합으로 해석된다. 다산은 그 부족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원이었으니 말이다. 허니, 문명화된 작금에 이르러서 여러분덜이 이런 직접적인 표현방식의 구애춤을 무도장에서 추었다가는 목 굵은 님들에 의해 실려나가게 될 터, 춤의 인류학적 고찰을 현장학습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그저 가슴속에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구애의 춤은 인간의 신체와 춤을 탄압했던 중세에도 민간에서 맹렬하게 추어지다가 르네상스가 오자 유럽의 궁정이나 귀족들의 무도회에서 세련되게 발전되었다.

그리고 그것의 당연한 결과로, 선남선녀들이 눈이 맞고 사고가 벌어지는 것은 오늘날보다 더했음 더했다. 열 몇살 먹은 어린 녀석들이 집나가고 가출하고 약까지 마시고는 죽네사네 한건 독자덜도 아시지 않는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이탈리아의 대부호인 캐플릿가의 그 유명한 무도회에서 춤추다가 눈이 맞은 사건 말이다. 무도장은 예나 지금이나 음유시인들이 노래하는 낭만적인 사랑의 주요장소였다. (15세기의 16세기, 남녀가 추는 커플춤에서 춤추기 전과후의 입맞춤은 일반적인 풍습이었다. 다만, 도덕가들은 "혀를 햝는 행위"는 비난했다고 한다... )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그러나, 필자,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무도장과 르네상스의 무도회를 결코 동일선 상에는 놓을 수가 없다. 왜냐고? 르네상스의 무도회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움직임을 흡수하면서 형태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점점 발전하였고, 100년쯤 뒤에는 완전히 새로운 양식을 탄생시킨 모체가 되기 때문이다. 바로 "발레"라는. <주3>

반면에,  필자의 수차례의 답방과 치밀한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무도장에서는 아쉽게도 새로운 형태의 춤이 탄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노골적인 구애와 인기춤의 모방이 주류를 이루는 감정의 배출소 일뿐..

허니 밤을 지키는 여러분덜이여. 21세기 새로운 춤 패러다임의 창출을 위하여서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매진하여야 할 터이다....

아...오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여기까지 왔다.

오늘의 요지는 이거다. "춤은 의미심장한 거" 라는거다.

당연한 얘기다. 인간이 인간의 몸으로 하는 것인데, 어찌 의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자, 그럼 다음에 딸려올 공고를 숙지하시길 바라며 오늘 이 시간을 마무리하고자한다.

이만 총총.

무용(舞踊)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지 않기 위해
무용(武勇)하게 나선
선무당(balletto@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