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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비키니 입은 발레리나

 

2001.12.17.월요일
딴지 외교부 이태리 지부

 

 

 

 

10:00 AM.....

 

띠리링 띠리링.....뚝 X발 또 지각이다. 이런 오늘 또 지각하면 10번째다...젠장 아침마다 치르는 일어나기 전쟁...

 

이 상황은 이태리에 도착한지 얼마 안돼 어학교에 다니고 있는 노모군의 하루 시작이다. 과연 노모군은 밤마다 뭘 하길래 지각을 밥먹듯 하는 것일까? 그날 배운것을 열심히 복습하는 것일까? 아니면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느라?

 

노모군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귀가한다. 늘 반복되는 수면부족, 충혈된 눈. 아 피곤해. 졸려.

 

그.러.나  12시가  되어 갈수록 눈이 말똥말똥 해지고 정신이 점점 맑아진다. 때가 왔다.

 

푸쉬 (꼴깍)

 

금발,흑발,밤발 미녀들의 살색 향연. 원하면 다양한 로케이션,의상,안무,음악,성정체성의 취향(레즈,게이,양성),섹스어필도에 따라 채널선택이 자유롭다. 하나같이 클라이막스의 명 장면에서(환희,전희,도취,환상,망상.) 그녀들의 가슴, 힙의 곡선위로 "전화하세요~"하는 에로틱한 목소리와 커다란 전화번호가 뜬다.

 

이쯤하면 정답을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다. 바로 이태리에서 365일 대략 밤 12시부터 6시까지 방영되는 폰섹스, 섹스샵, 섹스비디오 선전 채널이다. 지금 기억나는 채널만 3개이다. 어떤 채널은 포르노 비디오 제작업자가 주인공 배우와 얼굴을 카메라 앞에 내놓고 신작 포르노 비디오 홍보를 하기도 하고 어떤 채널은 포르노배우가 간신히 가리고 나와서 너무도 당당하게 성상담을 받기도 한다. 즉석 연결된 남성 시청자의 성 고민을 듣고 분석, 타이르기, 격려하기, 훈계등등을 한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 새벽 6시에 tv를 켰다 여전히 에로틱한 몸짓으로 날 유혹하는 미녀들 때문에 민망한적이 몇 번 있었다. 아니 꽤 많이. 사실 이런 채널이 다른 나라에도 있다고 들었다. 오스트리아, 독일가서도 본 적이 있다. 일부러.

 

어느 채널은 매일밤 1시간씩 비디오로만 볼수 있는 명장면이 팬트하우스,플레이보이 란 제목하에 밤이 외로운 남자들에게 화끈한 영상으로 그들의 정신과 육신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이태리어로 더빙까지 해준다. 물론 꼭 남자만 보는건 아니다.

 

그럼 이태리 TV를 좀더 이야기 해 볼까나!

 

이태리는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된 많은 나라중에 하나이다. 말을 못알아 듣더라도 하루정도 TV를 보기만 하면 금새 느낄수 있다.

 

또한 많은 광고들이 에로틱하고 성적인 마인드를 내재하고 있는 기호들을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가 혀를 두를만큼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지 낮에도 반 누드의 CF를 심심찮게 내보내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컴퓨터 : 남녀가 붙어 키스를 퍼 붙더니 곧 옷이 벗겨지고 탁자위에 엎어지면서 옆 컴푸터옆 물컵을 친다. 물컵 떨어지고 금새 스쳤던 컴퓨터가 다시 클로접된다. 회사 로고만 뜬다

 

생수 : 누드의 미녀가 생수통을 들고 수중에서 아름답게 헤엄친다. 가슴은 당연히 보인다. 거기 보일만 하면 다리를 꼬거나 몸을 비튼다. 그리곤 깨끗해한다

 

두통약 선전 : 까만 화면에 음음.. 소리가 나더니 여자가 머리가 아파 짜증나 하자 남자가 라이터불을 켜며 이거 먹어봐.한다 .다시 하던일로 돌아가는 커플. 띵똥..알고보니 둘이 엘리베이터안에서 그러고 있었던거. 문이 열리고 밖에서기다리고 있던 둘을 사람들이 쳐다보자 벗겨진 옷을 올리며 쑥스럽게 웃는다. 사람들 흐뭇해 한다. 주제는 약발 잘 들지?다.

 

음료수 : 더운 한 여름밤 침대 위 남녀. 남자가 그녀를 더듬으려 하자 더워하며 짜증을 낸다. 상처받은 그남자 냉장고에 가서 음료수 하나 발견. 그녀에게 건낸다. 갑자기 시원함에 기분이 업 된 여자 남자를 덮친다

 

향수 : 업어줄까 식의 격정적인 자세로 서서 남자 손이 여자 가슴위, 여자 손이 남자 거기 부근에 위치한채 막 힘들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작년부터 지금껏 잡지 광고로 나오고 있는 돌채엔가바나 흑백의 향수선전

 

하다못해 과자 선전도 말하면 야한게 꽤 많다(물론 멀쩡한 선전도 분명 있다).더 많은 예가 많지만 지면상 줄이겠다. 이렇게 야하면서도 유머러스하거나 야하면서 아이러닉하거나 야하면서 지루하거나 야하면서 평범하거나 야하면서 유치하거나. 암튼 기본적으로 야한 요소 즉 성적인 무언가 하나씩 상징적으로 들어가 있다. 굉장히 지능적으로 제품이미지를 묘하게 그 안에 섞어 넣는다. 암튼,이상하게도 보고나면 기억에 남는다. 사서 먹어보고 싶고 써보고 싶고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런 문화를 처음 접하는 나같은 순진한 사람같은 경우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래서 이태리 생활을 방금 시작한 노모군 같이 마구,수시로,매일 나오는 이런 즐거운 영상,화면 때문에 마구 정신을 못차리고 흥분된 밤을 보내게 되는 거다. 외국 언어가 빨리 느는 방법중 TV를 이용하는게 그중 하나이다 보니 그 핑계삼아 보기도 하고 가슴이 우러나와 보기도 하고.  핑계를 대자면.

 

영화의 경우(물론 화면 아래 조그맣게 미성년자 관람가,불가등을 표시한다. 아무도 신경은 안쓴다. 브라운관의 먼지정도쯤), 영화등은 거의 무삭제이다. 크라잉게임,쇼걸,트레인스포팅등에서 숨은 성기, 헤어, 정사장면을 발견할수 있었다. Wow~

 

그후 옛날 영화 재방송할 때 절대 빼먹지 않고 다시 본다. 보고나니 줄거리가 좀더 명확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오락, 쇼 프로는 더 가관이다.

 

우선, 이태리 사람들이 여성을 보는 시각이 조금 틀리다. 외모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거다.

 

예쁜얼굴, 아름다운 몸을 남들에게 보여주는건 그의 재능 중 한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외모를 칭찬할 때 섹시하다고 한다면 찬사이다. 쭉쭉빵빵 외에 뭔가 더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거의 매일 있다고 보면 되는 쇼프로(퀴즈, 노래프로가 주종)의 구성은 주로 대부분 남자인 사회자1명, 약 10명정도 되는 뒤에서 춤추는 여자들(코너와 코너의 막간, 쇼 시작과 끝에 춤을 자주 자주 춘다) 일명 댄서(이태리말로 춤을추는여자란 의미로 발레리나라고 한다. 백조의 호수 말고)로 이루어진다. 프로(1시간이상이 기본.일요일에 4시간씩 하는 프로도 있음)의 시작부터 끝까지 잠시잠시 춤을 추어 분위기를 업 시킨다.






 
 

 

요런 옷 입고 춤춘다..

 

춤추는 거 외에 무대의 중심이나 방청객의 주변에 꼬박 서서 카메라가 그녀들을 훑고 지나갈 때 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무대를 빛내기도 한다. 그들의 미모는 거의 미스 이탈리아 수준 이상이다. 내가 보기엔 더 이쁘다. 이 발레리라가 되는것도 얼굴, 몸매, 끼, 춤이 완벽해야 하며 일단 진입하면 연예인으로서 출세를 하는 관문에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노래까지 잘하면 이거 정말 완벽이다. 왜냐 보통 쇼프로 에서 우리나라 사람처럼 노래부르는거 좋아해서 관중 뽑아 노래시키기, 초대 손님불러 노래하기, 무작위로 뽑아서 가수끼리 단체로 노래시키기, 자막 올라갈 때 쇼 끝내면서 관중,가수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래하기 등등을 자연스럽게 연출 하려면 진행자는 반드시 노래를 선창 하거나 노래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가사도 안까먹고...)

 

이건 내가 이태리 스포츠신문, 연예가쉽에서 읽은게 아니라 공공연히 알려진 자연스런 연예계 이야기다. 발레리나와 유명 정치인, 축구선수, 배우, 사업가와 스캔들이 나는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발레리나가 되는건 벌써 유명세를 타기시작했다는 암시이기도 하니까.

 

발레리나 출신으로 데뷔해서 쇼 진행자가 되기도(한 쇼 프로의 진행을 맡는건 어마어마한 돈과 명성이 따른다) 하고 광고모델이 되기도 한다. 얼마나 미모가 뛰어난 발레리나를 확보하느냐, 그 발레리나에게 얼마나 야하고 섹시한 초미니 비키니를 입혀 사람들의 눈을 자극하느냐(왜? 시청률에 엄청 상관한다), 얼마나 눈을 끄는 안무와 그걸 받쳐주는 음악과 무대디렉팅을 하느냐에 그 프로,그 방송사의 사활이 걸렸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억수로 돈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 커다란 프로젝트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발레리나나 여 배우의 인기가 떠버리면 꼭 하는게 아무에게나 안 시키고 시키면 자랑스럽게 하는 누드달력찍기 이다. 달력찍자 하는 제의는 그녀를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칭찬하는 찬사이기도 하고 아직도 자신의 미모를 인정받고 있다는, 그래서 상품가치로까지 연결되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말이다.






 
 

 

조신하게 해변에서.
1월엔 오른쪽 가슴만 보여줄거야
2월엔 엉덩이만 보여줄거야
12월까지 참아....

 

그들이 하는 달력찍기는 우리나라 치킨집, 소주집, 주유소등에 걸린 조잡한 민망한 달력이 아니라 이태리나 세계유명한 포토그래퍼,스타일리스트와 스텝들이 달려 들어서 진행하는 규모가 큰 작품수준이다.

 

우리에게 유명한 모니카 벨루치도 2001년 여름에 섹쉬한 달력 찍어서 많이 팔았다. 아무도 천박하다고 욕한사람 없다. 결혼해서도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의 몸과 카리스마스에 벨라(이뻐), 벨리씨마(아주이뻐)를 외치며 1년내내 그녀를 맘속에 간직할수 있음에 황홀해하며 침만 흘렸다 한다. 심지어 뉴스에도 누가 달력을 찍었다 하면 중요한 소식인양 방송을 한다.

 

기자   : 빠올라씨 이번 달력누드집은 어땠는지요(응큼응큼)?
빠올라 : 작년보다 확실히 보여줬어요(뿌듯뿌듯)

 

지금 이태리를 까대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좋아서 아쉬워서 온 나라이다.

 

물론,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 내 입장에서만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견딜수 없는 딴 나라 사고방식의 가벼움 반드시 존재한다는거 안다. 우리 개고기 먹는거 가지고 자기네 잣대로 떠드는 남의 나라 애들 때문에 우리 맘 불편한 것처럼 남의 문화 가지고 왈가불가 하는거 무쟈게 조심스럽다.  하지만 정도의 끝을 알수 없는 성적 자극에 무뎌져만 가는 이태리 tv프로그램, 무삭제로 나오는 정사장면, 노출, 섹스장면 그걸 보고 자랄 보석같은 어린이들을 눈 볼때 마다,  연말마다 봇물 터지듯 가슴을 열고 화끈하게 찍은 달력을 들고 홍보를 하는 바비인형같은 여자 연예인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쇼프로에 나와서 출연진의 의상이나 외모로 음담패설을 하는 남자 사회자의 웃음을 볼 때 마다 씁쓸한 생각이 든다.

 

물론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을 하는것이겠지만 가고 싶은대로 가겠다고 고집피는 소의 고삐를 멈추지 않으면 같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법이다. 비단, 이태리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앞에 쓴 몇 예만으로 이태리에 대해 나쁜 인상을 주는건 아닐까 걱정스럽고 내가 왜 이글을 쓰게 되었나 끝까지 읽어 주길,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함께 돌아 보길 바란다.

 

선택도 결정도 모두 우리의 몫이다.

 

 

딴지 외교부 이태리 파견세포
제이(J) (jcomeit@yahoo.co.kr)
슬그머니(ciaao2004@yahoo.co.kr)
사진제공 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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