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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다 디벼보기 우원회] 세상에 공짜는 엄따!!

2002.1.5.토요일
딴지 영진공 별걸다 우원회











말이 필요 없는 두 카리스마, 말론 브란도 Marlon Brando와 로버트 드니로 Robert De Niro.  그리고 언제나 탄탄한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과 안젤라 바셋 Angela Bassett. 이 네 사람이 어우러진 영화, 그 제목은 <스코어 (The Score)>.


이 영화, 분명 전미 절도인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자문에 힘입어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도 절절하게 절도기술자와 장물아비가 느끼는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는가 말이다. 게다가 그들이 작업에 들어갈 때 언제나 부닥치지만 그러나 일반인들이 느끼지도 볼 수도 없는 고뇌와 장애까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대개 도신(盜神)에 관한 영화들을 볼짝시면, 그들의 삶이나 작업과정은 일반인이 범접키 어려울 정도로 무지하게 화려하고 또한 엄청난 공력의 소유자들인지라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차마 허황되어 쉴새 없이 궁시렁 거리지만 솔직히 재미있어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헐리우드와 홍콩의 상업영화 판에서는 분명 범법자인 이들을 그리도 사랑하여 끊임없이 그들의 영웅담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거의 언제나 관객들의 호응 속에 의적 이야기 비스무리하게 정리되는 것이다. 우리도 실제 그런 일을 겪은 바가 있었다. 기억하시는가. 부정한 부자와 권력자의 떳떳치 못한 재산만을 훔쳤다는, 그래서 많은 이에게 회자됐던 대도(大盜)의 전설을.


이제껏 은막에서 보여지는 대도들의 신기묘산은 정말 이 세상에 없는 듯 절묘하여 아무리 철통 같이 첨단 기술을 총동원하여 지킨다 해도 그들은 마치 자기 콧구멍 속의 꼬딱지를 파내는 것 만큼이나 쉽사리 빼내오기 마련이었다. 


헌데, 그런 일이 저기 구름 속에 사시는 분들의 세상에서야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어찌 눈 감으면 코 베이고 눈 뜨면 그 치료비 걱정에 한숨 푹푹 내쉬는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넌지시 한마디 던진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Nothing in life is free"
(영화 속 얼치기 해커의 모니터에 떴던 메시지).


그랬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 잘난 놈은 뭘 해도 멋있고 아무리 힘든 일도 땀 하나 안 흘리고 쉽게 해치우는 줄로만 알았었다. 키보드 몇 번 두들기면 전 세계 어느 보안기구의 암호라도 해독 할 수 있고, 제 아무리 꽁꽁 싸맨 금고라 하드라도 순식간에 열어 제끼는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그게 그런 것이 아니라 걔네들도 먹고 살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무지하게 짱구 굴리면서 뺑이를 쳐야 거저 손에 돈가루 좀 묻혀보겠구나 한단 말이다. 



영화 속 도동넘은 뽀다구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온갖 영화 속에서 소위 도신이란 자들은 콧노래 흥흥거리며 춤추듯 작업을 벌여 너무도 쉽게 몇 십억이 넘는 돈을 만지며 귀족같이 생활하니, 그걸 쳐다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느끼는 허망함이야 그렇다쳐도 실제 그 업종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힘겨워 하는 많은 이들은 그 비현실성에 얼마나 커다란 자괴감을 느껴왔는지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하겠다.


하여 이들이 암암리에 세를 규합하여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대중에게 알리고 그를 바탕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보고자 이 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개입된 이유로 인해 상업적 재미가 훼손되어 이 영화는 배후세력의 의도와 달리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흥행에 실패하는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야 말았으니 당장 그들의 정체를 밝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 폭로가 사실에 입각한 게 맞습니까?"

"그러~엄! 배후세력 개입 의혹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  그러니 어서 실체적 진실을 발켜라. 헌데 그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진 않고 제보자가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제보자가 공안기관의 불법적인 추적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접촉이 곤란하다. 자꾸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국민 앞에 제시하면 될 것 아니냐....


....사실 이번 건은 정황으로 보아 너무도 명백해서 의혹을 제기했던 것 뿐, 너무 과민반응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에이, 정말 이런 식으로 사사건건 탄압하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본인이 어제 너희들이 전부 거대한 비리에 연루되어있고 그 중 일부는 빨갱이라는 믿을만한 제보를 접했다. 이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관련자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하루 빨리 자폭해라. 이상."


어디서 참 많이 듣던 소리다. 그지?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한탕을 시도하는 한물 간 도신과 젊지만 재주가 비상한 도협(盜俠)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손을 잡고 일하지만 끝까지 서로를 믿지 않는다.


이런 설정은 너무 흔한지라 많은 분들은 벌써 그 결말을 알아챘을 것이다.  어찌 어찌 물건은 빼내지만 그걸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다가 결국엔 둘 다 또는 한명은 죽고, 물건은 엉뚱한 놈이 차지하거나 아니면 원래 소유자에게 되돌아가는 그런 결말...이었다면 차라리 예정된 비극을 향해 빠져 들어가는 두 남자를 통해 삶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낸 수작 어쩌구 하는 얼빠진 영화평이라도 하나 건졌으련만. 허나 이 영화에서는 지가 난 놈인 줄 알고 있는 젊은 친구가 한물 간 도신이 생고생을 하면서 빼낸 물건을 공짜로 쓱싹하려다가 헛물 켜고 오히려 도신이 노련하게 다 챙기게 만든다. 역시 공짜는 없다.


제까지의 도신 영화 대부분은 그저 묵묵히 작업하는 우직한 친구가 결국 나중에는 재치 있고 잘 생긴 신인 도협에게 뒷통수를 맞아 모든 걸 고스란히 헌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를 보는 관객들도 그런 귀결을 아주 당연히 받아 들인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이들이 약간의 재주로 시류에 맞춰 행동하면 곰처럼 일만 하는 것보다 훨씬 윤택하게 살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또 현실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요즈음에는 채용을 할 때도 평범을 거부하라느니 변화에 적응하여 언제나 최고가 되지 못하면 낙오자라면서 성실함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평범한 이들에게 스트레스 팍팍 앵겨주는가 하면, 심지어 광고에서도 대한민국 1%가 어쩌구, 무리들이여 안녕 저쩌구 하면서 평범하기만한 나머지 99%의 무리들을  비아냥거려도 그다지 거부감이 생기질 않는다.




99% 무리의 그나마 중간쯤 있다고 굳세게 믿고 싶은 나는 평범을 거부한 최우수 1%의 선민들이 대개 무공해의 신에너지를 발명하거나 불치병 치료약 등을 개발하여 인류에게 공헌하려고 무진장 열심히 노력하기에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헌데 얼렐레, 그 1%의 선민들께서 그런 일은 안 하고 99%의 무리들이 힘들게 번 호주머니 돈을 어떡하면 잘 빨아낼 수 있는가를 연구하여 대접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머리만 굴려 우리 무리들의 노력을 조금씩 뜯어내 정작 더 많은 결실을 챙겨 선민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단다. 


게다가 이런 분들께서는 분명 그렇게 공짜로, 무임승차로 결실을 챙기면서도 고마워 하기는커녕 엘리트인양, 지식인인양 행세하며 오히려 큰 소리 빵빵치며 방귀 꽤나 뀌어대고 있단다. 


물론 그것도 다 능력이고 쉽지않은 일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남의 노력에 무임승차하여 안락한 생활을 누린다면 적어도 그걸 제공하는 99%의 무리들을 깔봐서야 되겠는가. 


그도 모자라 옆에서 누가 조금만 뭐라 그러면 국가의 장래가 암담하다, 시장질서가 파괴된다, 지식모독이다, 민족정기가 훼손된다 소리지르며 길길이 날뛰는데, 그렇게 세상 모든 걸 공짜로 다 가지려 하다간 언젠가 크게 다치지. 


평범한 99%의 우리 무리들은 워낙 무식하여 한번 성질 나면 물불 안 가리거든. 17대1로 다구 붙어서 이겼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99대 1로 붙으면 어떻게 될지 뻔한데 더 이상은 성질 돋우지 말고 서로 존중하면서 이제라도 함께 잘 사는 길 좀 찾아봅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엄따! 씨바!




별걸다 디벼보기 우원



이규훈
(kyuhoon@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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