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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아, 너희가 정녕 춤을 아느냐..

-UNDERSTANDING DANCE-

2001. 11. 20

딴지 문화부


 


 


우리는 춤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인제 가수만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탤런트도 춤을 추고, 개그맨도 춤 개발에 열심이다. 춤(이라기 보담 스텝 밟는) 기계가 나와 떼돈 번지는 이미 오래고, TV에는 맨날 마빡에 피도 안마른 넘뇬들이 안무연습(이거이 당췌 말이 안되는 소리. 왜 그런 지 궁금하면 누질러라)을 한다는 둥, 춤의 컨셉(사실 요런 춤의 컨셉은 오로지 하나다. 적당히 소화 가능하면서, 대중매체 최고의 코드인 성적매력을 과시하는 것)을 바꿨다는 둥, 난리다.


필자 역시, 소시적부터 재주가 빼어나고 미모 또한 뭇사람이 보기에 갸륵한지라 춤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정진과 매진을 일삼기를 반평생, 그것이 어영부영 쌓여 도합 십수년에 이르렀다. 헌데 오늘날에 이르러, 어지간한 일에는 씨바! 한마디 하고서 넘어가고 마는 필자의 침착한 성품에도 불구하고 춤에 관해 만연된오해와 무관심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똥꼬 디비질 울화통에 만성 변비에 걸릴실정인 것이다.









왠만하믄 보러 와라! 응?


요로콤 춤이 중요시 되는 오늘날에도 필자가 비싼 돈들여 어렵게 배운 춤예술에는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거다. 춤 자체로 명성을 얻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무관심에 대한 설움은 고사하고라도, 춤을 전공하여석박사학위를 따고서도 자기 밥벌이조차 힘든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나마 밤마다 학원 다니며 목 얼라들 가르쳐서 몇푼 벌어봤자, 공연 한번하고 나면 빛 더미에 오른다. 1년에 1000번에 육박한다는 무용공연은 어찌 그리 썰렁한지, 이거이 무슨 가족잔치냐고... 쩜 공연 좀 가보시라. 쭉쭉빵빵 이뿐 애덜 뿐이라니깐. 관객들이 죄 출연자덜 친구, 후배 아니면 저거 언니, 동생들이거든...


오오옷.. 어찌 현금의 작태가 이러한가. 무용계로 마이크를 넘겨보자. 사실 이 동네만큼  조용치 아니하고 심심할 여가 없는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사건사고 고소공방 비일비재하여, 노상 무용계의 문제가 어쩌고 하는 칼럼을 싣는 무용월간지만 무려 4종에 육박한다


허나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항상 마녀사냥과 그 포획물의 화형식에서 벌어지는 계모임같은 축제로 흐지부지 되고 만다. 평론가들은 춤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가 무용가들이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탓하고, 무용가들은 각종비리 일삼으며 이권에 개입하고 정화기능을 게을리 하는 평론가 무리를 비난한다.


하다보면 편갈라하는 패쌈 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는지라, 정작 그 예술을 보아줄 일반관객에게 등을 돌린지도 어언 수십년이다. 하여, 우렁찬 구호는 그저 허공에 맴도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 소중한 한 명의 관객의 이해를 구하고 발목을 붙잡는 노력을 하는 이가 없는 것이다.


물론, 터잡고 앉아 사람들에게 춤을 홍보할 지력과 지위 되시는 학자, 평론가, 교수 여러분 계시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두가 귀하고 바쁘신 몸인지라 불가한 듯 하고... 그런 이유로, 배웠으나 써 먹을 데 없고, 알아도 말할 곳 없어, 사소한 학위를 등에 지고 노는 본 백수님이 몸소 나서 여러분덜 앞에 나선 것이다.다. 춤에 관한 수많은 오해들을 폭파하고 그 속에 생매장된 춤예술의 따끈한 속내를  보여드리기 위해...


허니, 기뻐하시라, 감격하시라. 기왕지사 이렇게 나서 마이크를 잡았으니,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마라톤 광장을 달려 온 이름 없는 그리스병사처럼, 반드시 진실을 고하고 쓰러질 터이니.....


자, 그럼 출발은 우리가 서있는 지점. 바로 춤에 대한 우리의 깊은 무지와 오해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하겠다.


그러니, 긴말 할 것 없이 이런 분덜 본 기사 계속해서 숙독하시라.


 













case 1


술만 먹으면 춤추고 노는 거 좋아한다. 바뜨, 춤 공연 같은 거엔 관심도 없고 본적도 없다. 암튼 춤은 나하고 상관없는 예술 나부랭이다.


case 2


가끔 TV에서 공연 같은 거 뵈주면 다리 번쩍번쩍 드는 거는 쪼께 멋져 뵈기도 한다. 빤쑤 보이는 짧은 치마 입은 언니도 쉑쉬하고.... 근데 대체 뭘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빤쑤는 이해가 되나 춤은 당체 넘 어렵다. 씨바...


case 3


놀구있네... 춤이 뭐 예술이냐. 딴따라쥐. 무용과 얘덜이 얼굴은 예뻐도 공부는 못하는 것처럼, 춤도 보기엔 멋지쥐만 내용은 없는 거 같다. 왜냐면 춤추는 애들이 딴따라들이니까. 증거가 있다. 글쎄  내가 아는 어떤 뇬은 공부 딥다 못하고도 무용으로 대학갔다.


허걱, 보기에 없다고?


아자쒸는 춤이 인간의 몸을 매체로 인간의 정신을 담아내는 최고의 예술이자,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인간적인, 원더풀하고 섹쉬한 예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구?  아, 잠깐, 잠깐... 아자쒸 1년에 춤공연은 몇 개나 보시는쥐?


 


 대 무용과의 진실


먼저 독자제위의 흥미유발용 소재로 일단 시작을 해볼란다. 제목 부터가 맘에 들쥐? 글타 귀두가 OK할 때까지의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본기자,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둥... 애초에 말씀이 있었다.


도대체, 최초에 어떤 넘 입에서 이런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가서 물어보고도 싶었다. 독자제위도 많이 들어봤을 거다.


E 여대에서는 여자 들어주는 남자를 1년에 한명씩 뽑는다


오홋, 정말루? 곰곰히 함 생각해보자....









4년동안 이 짓만 하라는 고냣?


아닌게 아니라 TV에서 무용같은 거 보면 쫄바지 입고 가슴팍에 털 부슬부슬한 넘이 나와서 치마단에 철사 넣은 거 처럼 뻣뻣한 치마 입은 여자를 마치 일부로그러는 것처럼 빤쑤보일 때까지 히떡 던지고 돌리고 하던 거이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옳거니, 아무리 여대라도 무용과에는 그런 넘이 하나쯤은 있기도 해야겠구만... 아는게 병인지라 소문은 변형되며 발전되었다.


에이~ 설마, 그래도 여대인데 1년에 한명씩 남자를 뽑는다는 건 말이 안돼지. 아무리 무용과라도... 그럼그럼, 여대인데... 올타꾸나, 1년에 한명씩 뽑는게 아니라 4년, 그러니까 뽑은 넘이 졸업할 때 쯤 되어서나한넘씩 뽑겠구만...


이쯤되면 꽤 설득력 있어진다. 그러나 말이다. 진실은 이렇다.


남자가 안 들어줘도 여자들 춤 잘춘다. 물론 클라시꾸 발레에서는 남자 여자가 손(때로는 허리, 골반)을 붙잡구서는 들고 돌리고 하는게 파드되 (Par de deux: 두 명의 춤)라는 이름으로 꼭 들어가지만, 그걸 제외한 다른 춤에서는 안 그렇다는 얘기다. 또 요즘 댄서들이 체격도 좋고, 체력도 좋아서 여자들끼리 서로 번쩍번쩍 들고, 혹은 여자가 남자도 무지 잘 든다.


그러니까 여대가 금줄을 풀고 남학생을 뽑는 기상천외한 짓을 별여야 할만큼 그건 절실한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무슨 아리조나에서 종마 구하듯, 꼭 구해야 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그니까 정 남자덜 필요하면 객원으로 쓰면 되는 것이다.


글고  상식적으로 머리를 좀 굴려봐라. 역지사지(易地思之). 니 같으면 눈깔 튀어나오게 비싼 레슨비에 등록금 들여서 고작 "여자 들어주려고" 여대에 들어가겠냔 말이다. "네, 제가 여자 들어주려고 여대에 들어온 4년에 한번 있는 남자(이쯤되면 병쉰)임다. 저 이뻐염?" 이러겠냐고...


이 맥락에서 고매하신 독자분덜 고개 끄덕끄덕 하실거다. "아, 그래 어쩐지... 안 뽑는구만. 쩝..." 아니, 아니, 잠깐, 독자분덜이 인식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사실은 그 별 거 아닌 질문의 답이 아니라 바로 이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용하는 남자들을 좀 이상한 애덜로 생각한다는 거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여대를 가고도 남을 만큼, 조께 많이 남다른 애덜. 비범하다고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기집애 같은 호모쉐이 아니면, 더듬는거 좋아하는 변퇘 비스무리하고 취향 요사스러운  애덜...  뭐시기 좀 이상한 넘인께 꼬추 자랑하듯 딱달라붙는 타이즈 입고 다리 들고 여자도 들고 하는거 아닌가베? 참, 빼먹을 뻔 했네... 몸쓰는 아그인께 머리도 나쁘겠고...









아야~ 춤 샌님보다 너거덜의 눈초리가 더 무서버야~~!!


히 - 하 - 후, 히 - 하 - 후 .....(이거이 뭔지 궁금하면 누질러라.)


시방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일각이 여삼추인 이 시점에서, 흥분해서 이 야그를 시작하면 밤을 다 불살라야하기 땜시, 일단 담으로 미룬다. 기다려라, 남성무용수, 눈물을 머금고 일단은 돌아선다. 씨바... 돌아서는 내 여린 가슴 찢어지지만 내가 나중에 니들을 위한 해명을 해주마.


암튼, 일단 여기에서는 무용하는 남자는 여자 나르는 포터가 아니라 예술가 라는 것만 밝히고 넘어간다.


근데, 수준있는 독자들께서는 대체 왜 이런 인식이 있는가 궁금하기도 할게다. 사실 우리끼리 얘긴데... 무용의 역사에서 남자무용수의 지위가 "포터"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있기는 했다.


그것이 언제냐 하면, 에... 19세기 낭만발레(다른 사조보다 발레는 낭만주의가 늦게 시작됨) 시대이다. 이때는 예쁜 여성무용수 - 발레리나들 - 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땅을 가르는 때인지라 사람들이 장딴지 두꺼운 남자 무용수한테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남자무용수들은 여자를 들어주고 돌려주는 것만 줄창 하다가, 주인공 여자무용수가 춤추다가 숨이 차면 그 휴식 동안  남자무용수가 나와 막간 킬링타임용으로 춤을 추었다.


심지어, 파리 오페라좌에서는 남자무용수에게 지불되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힘 좋은 전차 운전수들을 밤에 극장에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대두되었다고 한다. 낮엔 전차 몰고, 밤엔 무대에 기어올라가 여자 좀 돌리고... 어떤 삐꾸가 그런 소릴 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리 되었더라면 "나는야 빠리의 전천후 전차 운전수" 되겠다. 암튼간에 예술의 도시의 극장답게 참신하고 창의력 있는 예술 경영의 한 예라는 데는 경의를 표하고 넘어간다.


 


 춤은 즐기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인간 치고, 춤을 한번도 안 춰 본 인간은 없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언제 우리가 춤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들어 보았던가. 과연 언제?  춤을 제대로 본적이나 있나?


우선 학교만 보아도 그렇다. 당신이 남학생이라면, 정규 커리큐럼에 춤은 전무할거다. 혹시 배운 분 있으시면 연락주시라. 그게 정확히 뭐였는지 연구 좀 해보게.


반대로 여학생이라면 조금은 있을 게다. 사람들은 "춤은 여성스러운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에, 여학생이라면 반드시 여성적이어야 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춤(같은 것)을 가르치려고 든다. 하여, 당신은 체육시간에 춤인지 마스게임인지 모를 참으로 애매모호한 뭔가 - 꼭두각시춤이라든지 부채춤이라든지 소고춤 따위 - 를 배웠다는 사실을 기억해 낼 게다.


하지만 그게 당신에게 남기는 기억은 뭔가. 그건 가락이 참으로 흥겨웠다거나 동작이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아니라, 박자가 틀렸다던지 추임새를 거꾸로 했다던지 하는 졸라 사소한 이유로 선생이 부채를 거꾸로 잡고 마빡을 강타했던 악몽의 파편이 아니던가.







그러하니,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후로 당신은 무용, 하면 오로지 부채춤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말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당신이 우리나라 전통춤 하면 100% 떠올리는 그 부채춤은 우리나라 전통춤이 아니라는 거다. 그거 창작춤이다.


흔히 신무용이라고 부르는...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풍미했던 최승희라는 이름을 들어봤는가? 본시 그녀가 혼자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무대형식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 제자이자 동서가 쌍부채를 들고 떼를 지어 추도록 발전시킨 춤인 것이다.


암튼 간에, 우리가 춤에 잘 모르는 가장 큰 이유, 제대로 배운 적도, 접한적도, 접하도록 장려된 적도 없다는 게다. 음악이나 미술은 강제로라도 배웠다. 대충 울나라에서 중등교육을 이수한 자라면, 그래도 모차르트나 베토벤, 피카소나 간딘스키에 때해 쬐금은 안다. 시험도 봐야했기에, 슈베르트의 숭어 인지, 차이코프스키의 참치 인지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다.


허나 무용은, 당신이 들어본 무용가가 그 뉘며, 아는 작품이 그 무엇인가? 고작 아는 것이라곤 어디 나이트며 캬바레의 물관리 수준이 어떻다는 것 아니던가. 이는 자신의 문화적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을 떄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신은 피카소나 달리의 작품을 보러가기도 하고,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CD를 사며,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한두 마디정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피카소와 달리가 발레의 무대 미술을 맡아 했었고, 그러한 작업들이 유럽을 강타한 20세기의 혁신적인 발레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러다가 피카소가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쇼팽이 낭만발레에 심취하였던 탓에 그의 음악이 발레음악으로 딱이라는 건 잘 모른다. 즉, 미술이나 음악과 달리, 무용에 대해 무지하다는 건 당신의 교양과는 상관없다. 왜? 춤은 존재하되 무시되는 뒷방 신채의 첩()모냥으로, 존재하지만 논의되지 않은 불우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해 첨으로 입을 뗀 플라톤 할배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당신에 이르기까지, 쭈우욱...  


 





 


아아~ 아직 시작도 안했건만 벌써 맺어야 할 시간이 도래하였다. 이 필자,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로 말하자면 천일 밤을 샌 세헤라자데와 견줄 수 있으련만, 그 뇬처럼 들어주는 서방 없고, 구술 정리해 줄 필자도 없어 이만 총총하여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삼가 아뢴다. 앞으로는 미팅, 맞선, 부킹 등, 남녀상열지사를 상의할 자리에서 E대의 여자 들어주는 남자 같은 질문을 해대는 넘들이 뿌리 뽑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오옷.. 또 열기가 올라온다. 대머리 숱치는 소리 같은 질문을 10년씩 받아보시라. 물론 외부의 출입 삼가고 우매한 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우회적인 해결방법 있겠으나 토끼같은 애인하나 건져 보려는 숙원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또 이 나이의 와중에 이것저것 떼고 하면 남아나는 자 없기에, 간절한 맘으로 머리 조아려 부탁드린다.


만에 하나, 그래도 심오한 무지의 경지에 빠져 끈질기게 물어보는 변퇘같은 넘들에게 노출되는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필자의 10년된 노하우를 공개하니 필요한 자는 잘 보고 익혀 사용토록 하라.


"그런데, 저.....듣자하니 E 여대에서는 여자 들어주는 남자를 1년에 한 명씩 뽑는다면서요?"


"네.. 호홋(수줍게 웃는다). 맞아용."


"아, 그러니까 정말 있군요?"


"넵, 그게 바로 접니다."


그래, 짜쉬아, 내가 고작 너 만날라구 이 밤에 머리말고 나온 미친넘이다. 씨바.


-음지를 위해 양지에서 일하는 춤계의 아웃사이더
선무당 (balletto@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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