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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욕에서 온 편지(1)

2001.11.20.화요일

딴지 뉴욕특파원 김호경
 






테러 이후 2개월, 세계의 심장이라 자부하던 뉴욕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스산한 겨울을 맞고있다. 아직도 맨하탄 남부를 지날 때면 붕괴한 빌딩에서 진동하는 시체 썩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지 않고서는 길거리를 거닐기 힘들 정도로 그 때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저병을 비롯한 생물학적 테러의 공포까지 가세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하기만 하다.


본 특파원은 뉴욕 대학(NYU)의 평화 연합(NYU Peace Coalition) 미디어부에 속해있다. 테러 이후, 필자가 속해있었던 유색인종 출신 대학원 학생들의 모임(Grad student of Color Network) 회원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을 교환하며 이번 사건에 관계된 정보를 교환하거나 자신의 생각들을 피력해왔다. 아마도 다른 모임의 회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아프간 공습이 재기되던 시점에서 어떻게든 이번 전쟁을 막아 보겠다는 학생들이 뜻을 모아 발족한 것이 바로 뉴욕대 평화 연합이다. 맨하탄 남부에 위치한 뉴욕대는 이번 테러 사건이 터진 쌍둥이 빌딩에서 불과 몇 십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NYU 기숙사중 하나는 쌍둥이 빌딩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 사건 후, 수많은 학생들이 임시 피난처로 피신해야 했을 정도로 이번 사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학교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도 학교 근처를 걷다 보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같은 시체 썩는 냄새를 그대로 맡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학교에서 평화 연합을 발족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평화 연합에 대한 공고가 나간 후 만사 다 제치고 달려나간 첫 모임에는 얼추 70여명은 되어 보일 정도로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학부생뿐 아니라 대학원생, 박사과정, 심지어 시간 강사와 교수까지 섞여 있어서 어떤모임보다도 다양한 연령층과 두터운 인종층을 과시했으며 장내는 땀방울이 후두둑 떨어질 정도로 뜨거운 토론의 열기로 가득했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던 미국 대학생들의 보수화 물결론과는 달리(뉴스 위크지에서는 9-11 세대라고 명명하며, 보수 강경화된 캠퍼스 분위기를 소개하는 등 ROTC가 영웅취급 받고 있다고 소개한 것과는 판이하게) 한국의 플라자란 에서라면 반미 분자들의 소행으로 낙인찍힐 수위의 발언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연일 계속된 TV 보도를 보며 미국 애들은 죄다 꼴통들 인줄 알았던 본 기자의 선입견이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선정성을 특성으로 하는 TV에서 연일 무너진 빌딩을 보여 주거나 기뻐하는 팔레스타인 인들을 보여주면서(몇년전 자료이다 아니다로 말도 많았던)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복수심을 자극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더라도 심지어 뉴욕 타임스나 타임, 뉴스 위크같은 공신력을 인정받은 매체에서 조차 그 새끼들 다 죽여버려(Kill that bastard)라는 식의 자극적인 수사학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는 기가 막히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당하고만 있으라니!"  


덩달아 이곳 교포 신문에서 조차 연일 미국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막 야만인들의 광신을 미국의 이성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둥의 논조로 가득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글들 역시 많았지만 대다수의 논조가 그러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평소 진보적인 사고 방식을 자랑하던 필자의 미국 친구 중의 하나도 이번 사건 이후, 너무도 강경하게 테러리스트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하며 복수전에 대해 옹호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입장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앉아서 당하고만 있으란 말이냐?고 강하게 반발하는데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본기자 역시도 그 사건으로 아는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모임에 모인 학생들이 지금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되어있는 아랍계 학생등 소수계 학생들 보다는 백인계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누가 NYU 학생들 아니랄까봐 귀뚫고 코뚫고 염색한 엑조틱한 헤어 스타일의 펑크족같은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참고로 뉴욕대는 상대적으로 영화과를 비롯한 예술 계통에 강하고 첨단의 실험적인 과가 많은 학교로 유명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개성도 무척 독특하고 다양하다). 


수순에 따라 모두들 이 모임에 오게 된 취지를 설명했는데 그들 백인 학생들은 단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이 무모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다. 그 중에서도 이곳에 모여 주어서 고맙다라고 말하던 아랍계 학생회 모임의 회장과 다시는 히로시마에서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일본인 학생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이 모임에 참석한 취지를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서 미국이 한국에 파병을 요청하면 지금 군대에 복무하고 있는 내 남동생도 끌려가게 될 것이다. 지난 걸프전때 그러했듯이 나는 더 이상 미국인들이 TV앞에서 팝콘을 먹으며 전쟁을 게임이나 오락거리처럼 즐기는 것을 더 이상 참을수 없다.라고... 허나, 미국인들을싸잡아 전쟁광으로 매도하는 듯한 이런 발언에도 박수를 쳐줄 정도로 그들은 열린 시각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개중에는 미국의 패권주의만 비판하면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렇듯 반대 이론이 나오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투표로 어떤 의견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미디어 분과, 학술 분과, 재정 분과등 분과가 나누어 졌으며 각각의 지원자들끼리간단한 세부 모임을 가지는등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내 생애 이렇듯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회원들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된 모임은 처음 보았다고 하겠다. 그날의 모임 분위기 만으로도 이 일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필자가 바쁜 시간을 할애해 가며 뛰어들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본기자,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 필자에게 현 미국의 정책은 폭력 남편의 행동 양태를 상기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몇가지가 있다.









     "강요할꼬야! 흥!"


아랍권 문화의 가치관을 깍아 내려서 초라하게 만들고 비웃기, 자신의 외교 정책의 실책은 덮어둔 채 사태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기, 그런 악선전을 통해 세계 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자신은 다량의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면서 상대는 무장 해제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등, 불공정한 이중적인 가치 기준 강요하기, 최후로 융단 폭격과 함께 식량을 함께 떨어뜨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의존하게끔 길들여 놓기 등등...  그것이 여권 운동 단체에서 일하는 필자가 탈레반 정권의 부당한 여성 탄압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미국의 패권주의적 정책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학내의 분위기는 외부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라 사뭇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TV에서는 정규 방송도 중단한채 종일 테러사건에 대한 기사만 보도 했으며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행여나 하나라도 정보를 놓칠까 보지 않고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나날들이 계속 되었던 것이다.


더러운 전쟁도 불사하겠다, 핵사용도 고려하고 있다는 둥의 부쉬의 초강경 발언(그 와중에서 그의 단순 무식함이 너무 드러나 점수를 깎아 먹기도 했지만 어쨋듯 여론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80% 이상까지 치솟았다.) 순직한 200명의 소방수 대원과 희생당한 유가족들의 애통함, 마지막 순간 가족들에게 남긴 희생자들의 감동적인 메시지, 테러리스트와 격투를 벌여 백악관을 조준하지 못하게 했다는 영웅담까지... 이 모든 사건의 소용돌이와 드라마틱함은 묘하게도 나에게 아주 낮이 익었다. 그 낮익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광주항쟁 때와 흡사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범인과 타도할 대상은 정해져 있었으며 그곳을 향해 미디어가 국민들을 예정된 목적지로 억지로 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 겉으로 드러난 장막 뒤에 숨겨진 내막과 그 이면에서 이득을 챙기는무리는 따로 있을 것 같은 구린 냄새...
이 소용돌이는 그런 기분 나쁜 칙칙함을담고 있었던 것이다.


본기자가 사는 곳은 쌍둥이 빌딩이 마주 보이는 강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나는매일 그곳으로 산보를 나가며 맨하탄의 찬란한 야경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었다.테러가 난 한 시간후, 다시 가본 그곳의 강 건너편은 하늘도 땅도 온통 잿빛 먼지 구름에 휩싸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아마겟돈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명한 날씨에 또렷히 보이는 이쪽의 풍경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 풍경은 거의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일터에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이 와중에 그런것이 걱정돼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이 사건은 그 만큼이나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질적인 해프닝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후에 들으니 쌍둥이 빌딩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와중에도 대피하려면 먼저 상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남아 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안전 요원이 별일 아니니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확성기로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세계 무역 센터 빌딩이니 증권 시장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상사가 입주해 있었고 다수의 관광객도 포함돼 있었다.


며칠후 다시 가본 그 강가는 꽃과 양초로 뒤덮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앉아 세계 무역센터 건물이 있었던 자리를 멍하니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과 개를 데리고 미국 국기를 손에 들고서...  그들이 바로 지금 보복을 외치며 전쟁도 불사하자는 그 사람들일 것이다.  같은 날 오후, 나는 맨하탄의 14가 유니언 스퀘어 광장의 반전 데모에 참석했다.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던 그곳 역시도 꽃과 양초로 뒤덮여 있었고, 흑인 아이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대가 나와 반전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전하고있었다. 반대 편에는 백인 티벳 불교 신도들이 달라이 라마의 평화의 메시지를 낭송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지금 전쟁에 반대하는 그 세력들일 것이다.  









  "헷갈리~~"


이번 사건에 가장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중산층 백인들인 것 이다. 이번 사건은 누군가 목숨을 걸면서 자살 테러를 자행할 정도로 미국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이 절대 선인줄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이들의 의식에 일대 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시간 강사로 나가는 필자의 친구는 수업 시간에 왜 우리가 이토록 미움을 받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백인계 학생들에 비해 유색인종 학생들, 그중에서도 갓 이민온 학생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 보다 공정한 정보를 가지고서 토론을 주도해 나갔다고 한다.  


필자도 수업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수업 주제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어 어쩔줄 모르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 테러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우리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알수 있었다. 미국의 폭격을 맞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게 된것이다.라고 말하는 미국 학생과 미국은 빌딩이 무너지는 영화같은 장면보다는 시체를 보여주어 인명 살상의 비참함을 경각시켜야 한다.라고 말한 유럽계 학생등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발언들을 그치게 하고수업을 진행하려고 교수가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반면 인도나 아랍계 친구들의 반응은 사뭇 방어적이었다. 우리를 그런 테러리스트와 동격시 하지 말라. 우리는 그들과 무관하다.라는 등 미국 언론보다 더 그들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 의해 테러 국가로 낙인찍힌 북한을 둔 한국 유학생들과 교포 언론들은 주인에게 쫒겨 날까봐 미리 입 조심하며 몸사리는 셋방 신세의 사람들 같아서 북경에서는 그날 학생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중국인과 이슬람 교도들은 천년 동안이나 아무런 문제없이 공존해 온 것을 보면 이슬람 교도들이 호전적인 민족이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하는 중국계 학생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인 것이다.   


인종의 도가니로 똑같이 학비를 내고 교육 받는 학생이건만 힘없는 나라 출신 알게 모르게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되는것이다. 테러 사건 이후로 유학생들의 행동을 감시할수 있게끔 그들의 신분과 행적을 전산화하려는 방침이 발표되었고 영주권 취득이 더더욱 까다로워 진 것은 물론이다.


오클라호마 테러 사건 때도 미디어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대뜸 아랍인들의 소행이라 단정지었었다. 그후 그것이 백인 반정부주의자인 티모시 멕베이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지금의 탄저균 소동도 서서히 국내인의 소행이라는 쪽으로 수사의 방향이 굳혀지고 있다. LA 폭동때 미디어가 흑인들의 증오심을 한국인에게 돌림으로서 자신들의 복지 정책의 실정의 책임을 비껴 갔듯이 지금 역시도 자국의 대외 정책의 과오를 아랍계 인들에게 돌림으로서 미국 각지에그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만드는 정책으로 인해 이번 테러가 미국 인종주의자들의 음모라는 설이 떠돌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아랍계 국가에서는 유태인이 조작한 음모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설사 진실로 아랍인들의 소행이었다 치자. 티모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에 폭탄을 던졌다고 해서 모든 백인 남성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처럼 아랍인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아일랜드 독립군 IRA를 크리스찬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 상황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런 용어 설정에서조차 얼마나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물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유태인 음모설에 대해서도 미국인 기자가 유태인이 했다는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믿는 것은 상투적인 반 유태인 정서(Anti-Semitism)을 뿐이라고 일축하자아랍계 작가가 아랍인이 했다는 증거도 없다. 많은 수가 문맹인 우리나라나 선진화 되었다는 너희 나라나 음모설을 믿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여성억압정책 규탄 시위를 벌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미국내 아프간 여성 해방 모임(RAWA)에서는 여지껏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미국이 아프간에 폭탄을 떨어 뜨려서라도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아프간 여성을 해방시켜 주기를 촉구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동안 전쟁이라는 개념을 너무도 가벼이 생각해 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페미니즘 진영에서조차 대체 이슬람교의 뭐가 잘못이길래 당신네 남정네들을 이런 짓을 서슴치 않느냐?라는 질문에 당신네 기독교의 뭐가 잘못이길래 당신네 남정네들은 이런 짓을 하느냐?라고 맞받아 쳐야하는 실정인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그나마 정치적으로 가장 깨여 있는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제 1세계인과 제 3세계인의 세계관의 간극은 이토록이나 깊은 것이다.


문제는 나와 저들은 다르다는 이분화된 시각이며 나아가 나는 당연히 저들보다 우월하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에 있다. 신이여, 미국을 보호하소서하는 노래가 전국을 메아리 치고 있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저들의 신, 알라와 기독교의 신, 유태교의 신이 같은 신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은 종교학의 상식이다. 아마 그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좋을지 몰라 골머리 꽤나 아플 것이다.  


보수적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동성연애, 낙태, 방종에 찌들은 뉴요커에 대한 소돔과 고모라 식의 신의 응징이라는 발언을 하여 이슬람 근본주의자나 기독교 근본주의자나 막상막하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타임지 같은 메이저 미디어에서 여지껏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태계 학생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의 유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아 거듭난 스토리를 싣는등 그들의 유태인 사주들이 보면 지극히 만족할 만한 내용으로 그들의 보수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본기자가 만난 유태인 학생중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는 진보적인 인사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그나마 가장 공정한 시각을보여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무가지인 Village Voice였다. 섹스 토이를 비롯한 각종 광고로 넘쳐나는 이 무가지는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가장 급진적인, 기묘하고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잡종지이다. 특파원을 파키스탄에 파견하여 현지인의 시각을 싣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결론이 다를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시각은 탈 서구화 되어 있었다.  






"미국은 세계의 봉건 영주같이 행동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남에게 강요한다. 자기들이 하는 말은 곧 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식량 조금 나눠주고 돈을 준다고 해서 사람들의인심을 얻을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을 존중해줘야 하는 법이다."


(“Why they hate us?" by Michael Kamber, Village Voice 10월 16일자)


이렇듯 생생한 현지인의 목소리는 미국은 잘못이 없다. 모두 우리가 못난 정부를 둔 탓이다라는 식의 발언이나 싣는 메이저 미디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미국내에서도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여 코스모폴리탄의 도시임을 자랑하는 뉴욕커를 대상으로 한 무가지이기에 이런 모습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습은 반전 평화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번 테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도 끼어있다는 기사를 통해서도 알수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무고한 양민을 살상함으로서 내 아들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마라. 증오와 폭력을 넘어서는 이해와 용서를 통해 다음 세대는 이런 테러의 두려움 없이도 평화롭게 살수 있는 세상을 물려 주려는 의지, 여기에서 본기자는 진정으로 강한 자의 모습을 본다.


그들의 정부보다도 더 똑똑한 이런 국민들을 볼때면 21세기의 민중은 자기들의힘을 깨닫고 세력을 결집하여 국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역사상 처음으로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획득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슴벅찬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딴지 뉴욕특파원
김호경(prota9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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