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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추억의 부루마블


2001. 11. 16. 금요일

딴지 편집국 너부리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온 초등학교 동창녀석들이 있다.


코흘리개 시절에는 별높, 한 장 빼고 글얕 등 각종의 옵션으로 즐길 수 있는딱지먹기에서부터 공포의 깔빼기를 시전하던 구슬치기, 그밖에 말뚝박기, 짬뽕(말랑한 공을 손으로 때려 날리는 야구 비스무레한 것)등 온갖 골목놀이를 함께 섭렵하였으며, 활자문화에 익숙해지면서는 장태산의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 허영만의 무당거미시리즈 등에 같이 열광하였고, 이성에 눈을 뜨면서는 여성지 속옷모델의 한겹 빤쑤와 전방위 다각도로 집단광기의 눈싸움을 벌이며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했던 그런 녀석들이다.


나이를 먹어서는 입시를 앞두고 백일주로 몰래 쐬주를 까다가 친구녀석 아버지에게 걸려 아버지와 함께 밤새 술을 마시기도 하였고, 대학에서는 미팅으로 만난 한 퍽탄을 두고 서로에게 강제로 떠넘기다시피 하며 진심으로 친구의 행복을 빌어주는, 그야말로 불타는 우정을 과시하기도 하였으며, 제대 후에는 술내기로 누가 더 오래 대구리를 박을 수 있는가를 시합하며, 코흘리개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성숙한 인간관계를 공유했던... 그런 넘들인 것이다.


물론, 이제는 다들 어렵사리 직장을 다니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마이너스 통장도 여럿 손에 쥔 이 시대의 당당한 직딩들로 성장했지만 말이다.


그 녀석들과... 오랜만의 모임을 약속했다.


뭐... 그넘들과의 모임이라는 게 항상 그렇다. 워낙 오래된 넘들이다 보니 무슨 이유로 어떤 약속을 하든간에,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한 치열한 구석자리 쟁탈전으로 술자리를 시작해서 그저 그런 추억들과, 거기서거기인 일상사를 씨부리다가는 내일 출근시간을 걱정하며 씁쓸하게 헤어지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이라 봐야 여자동창생도 엄쓰니 모라 형언하기힘든 에로티시즘의 기대감도 존재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통해 그 권태로운 넘들과의 이번 모임취지를 들었을 때 본기자, 예비군 동원훈련과도 같이 나른하던 평소의 소집통보와는 달리 기대와 흥분의 도가니에서 한 바탕 부르르 조슬 떨 수밖에 엄썼으니, 그 이유는 바로...


"친구야~ 부루마불 하자!"


이 한마디 때문인 것이었다.


 






  아! 부루마불


본기자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부루마불이 울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80년대 초중반쯤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기억들 나시는가. 부르르...마불...


빡통에서 전통으로, 군발정권이 꽃을 피던 80년대... 아직도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60~70년대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세기 얼라들의 암울했던 봉건놀이문화에 88년도 서울 올림픽 개최 확정 소식과 함께 우리들에게 소개되었던 부루마불의 존재는 정녕코 남달랐다 하겠다.


당시 힘 좀 쓰고, 등빨 좋은 일명의 골목대장으로부터 동네 얼라들이 강제 군집되어 자신의 개성과 취향따위는 상관 없이 이리로 우르르, 저리로 부르르 개떼처럼 휘둘리던 그 시절, 뜻이 맞는 소수의 지인들과 실내에서 우아하게 주사위를 굴려가며 성문화된 룰에 맞추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부루마불의 출현은가히 충격과 환희 그 자체에 다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가 망할 때 까지 무조건 실외에서 뜀박질이나 하며 뛰놀 것만 같았던 얼라들에게 놀이공간의 전이를 거둘 정도로 가공할 문화쇼크를 선사했던 부루마불은 그 후 새소년, 어께동무, 소년쭝앙등 각종 월간지의 앞뒤 마빡에 공격적인마켓팅이 더해지면서 대도시 중산층 얼라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저변인구를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아동잡지의 <부루마불> 광고


물론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다. 당시 짜장면이 오백원을 조금 웃도는 가격으로 책정되던 그 시절, 고작 얼라들의 장난감인 요망한 판떼기와 주사위가 8천원에 판매되었으니 올망졸망한 얼라들을 둔 서민층 가정에서 우리네 가장들이 느꼈을분노와 충격도 미루어 짐작할 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부루마불>이 얼라들의 값비싼 단순 장난감으로 매도되지 않고 당시 거의 독보적인 명랑, 건전한 놀이문화로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게임의 요소요소에 성인들도 즐기기에 충분한 다양한 재미와 복잡미묘한 국제관계에 대한 기본 상식들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게끔 한 미덕이 있었으니, 부루마불을 기억하는 20대 중반 이상의 추억공유자들은 계속해서 스크롤 바를 끄댕겨 주시라.


 


 주사위, 그리고... 황금열쇠









같은 눈의 주사위가 나옴한번 더 던지는 떠블~


기억들 하시겠지만 부루마불의 진행 방식은 참으로 단순, 심플했다 하겠다. 그저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서 숫자만큼 말을 이동시키고 해당 지역의 주권을 사고, 건물을 지은 후 상대편이 가산을 탕진할 때가지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보통은 전반전에 각 나라 주요도시의 주권을 구입하고, 후반전에 호텔, 빌딩, 별장 등의 건물을 지어 상대편이 걸리기만을 노심초사 조짭고 기둘리는 방식이라 하겠다.


먼저, 각 도시의 주권들을 살펴보자. 이 주권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나라들의국기와 수도명을 알 게 되었던가.









아시아의 주권들... 5만원 짜리 타이페이에서 12만원 짜리 이스탄불까지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주권은 타지역에 비해 졸라 싸다. 색깔도 구리한 황색이다. 이에 비하면 뉴욕, 런던등이 포함된 선진국 주권의 가격은 그네배에 달한다.









졸라 비싼 도시들... 기억이 스믈스믈 되살아 나지 않으시는가?


그 밖의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의 주권들도 있다.












본기자의 기억으로는 파란색의 몬트리올이 투자이익이 짭짤한 도시였다.


글타면 울나라는? 당근 있다. 미국의 모노폴리를 울나라의 국민정서에 맞게 변형한 것이므로, 당연히 울나라가 부루마불 게임의 판도를 좌우한다. 기억들 나시는가? 건물도 엄씨 파산을 안겨주던 공포의 서울 올림픽...








부루마불 최고의 깡패...


걸리면 이백마논... 색깔부터가 야릇하다.


이밖에 제주도와 부산이 울나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중의 하나로 부루마불에서 활약한다.


자, 지금까지 부루마블의 사각 메인을 차지하는 각 나라의 수도 및 관광명소의 주권을 살펴 보았다. 어떠신가.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시는가들?


글타고 부루마불이 목좋은 주권을 사서, 건물을 짓고 통행료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주사위 눈의 조합을 결정하는 단순 야바위 실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 부루마불 최대의 변수가 있었으니... 글타. 바로 황금열쇠다.







부루마블 게임판의 가운데에 위치해서는 과연 뭐가 나올지 가슴 졸이며, 화투짝의 뒷패를 까듯 온몸으로 카드를 쪼던 그거이가 바로 황금열쇠였던 것이다.


반액대매출 및 각종 세금 청구서로 강자의 횡포를 견제하기도 하였으며, 우대권과 각종 상금 등으로 약자의 설움을 달래주기도 하였드랬다. 뿐이랴. 자칫 지나친 승부욕으로 경직될수 있는 게임 분위기에 개인의 숨겨진 재주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장기자랑의 기회를 줌으로써 다가 올 21세기는 경쟁이 아닌 화합의 시대임을 암시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황금열쇠 최악, 최고의 카드인 반액대매출과 우대권... 카드의 하단에는 부루마불 유저들의 국제화를 지향한 중요 영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각 도시의 주권과 황금열쇠... 이 밖에도 부루마불을 향수할 때 생각나는 크고 작은 것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사각의 구탱이에 자리잡고 있던 사회복지기금과우주여행, 전후반 그 역할이 현저히 달라지는 야누스의 섬 무인도...


독자제위중 혹, 아직까지 다락 구석탱이에 보존하고 있는 행운아가 있다면 함 찾아들 보시라. 마치 수 십년만에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뒤적이는 것 같은 찐한 감동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고스톱, 포카가 있기 전에 우리에게는 부루마불이 있지 않았던가.






모임 그 후...


지방에 출장을 갔던 친구넘이 구석진 문방구에서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사왔다는 그 부루마불을 하기 위해, 나이 서른의 초등학교 동창 네 넘들은 한잔 술을 걸치고서는 인근의 여관방을 찾아야 했다. 어릴 적 이불과 의자로 만든 나만의 요새처럼 누구의 방해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실컷 떠들고 웃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카네기 전략을 구상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실행하며 가 보지도 못한 각국의명소에서 꿈도 못꾸는 내 소유의 호텔과 빌딩들을 지어가며 밤을 세웠던 그 밤... 본기자, 그 담날 지각할 수밖에 없었던 지각 사유서를 이 기사로 대신하고자 한다. 잘 좀 봐주시라~


이상! 졸라~









빌딩... 울 직딩들이 일케라도 함 세워 봐야지 모...


 










딴지점빵으로



딴지 편집국 너부리(newtoilet@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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