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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나 알바 아니다. 잡것들아!
- 어린 것들을 향한 40대의 불만 -

2002.12.13.금요일
딴지 민원접수처

독자들아..

 

본지 민원접수처로 아래와 같은 불만 사항이 접수되었다. 딴지일보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독자들에 대한 불만 사항이다. 한번쯤들 읽어보기 바란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대화가 되는 사람들, 하나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당근, 대화가 가능한 사람과는 이리저리 서로 따져보고 너는 앞에, 나는 뒤에 대오를 만들어 함께 나갈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믿기 땜이다. 말이 안통하면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으면 너죽고 나살자 밖에 방법이 없다.

 

세상에는 적이지만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동료지만 경멸할 사람이 있다. 적이라도 이해하고 믿을 수 있으면 존경할 수 있고, 동료라도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으면 존경 해보려고 애써도 되질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작금 딴지 게시판에 글 올리는 넘들 중에 이해할 수 없는 넘들이 너무 많다. 어떤 넘의 글은 아는 것도 많고, 논리도 정연해 그 넘 말이 정말 옳은 것 같은 때도 있지만, 난 그 글 쓴 넘이 대화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않는다. 말이 암만 번지르르 해도 대화할 수 없는 넘과는 필경 너죽고 나살자 밖에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난 40대 후반으로(47세)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풍이 바람몰이할 때 기대와 희망을 노무현에게 몰아 줬던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노무현이 "경제보다도 통일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노무현 홈피에 가서

 

"나는 우리를 잘 살게 해줄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살아야만 국가의 힘이 생기고, 국가의 힘이 생겨야 통일도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마땅히 경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가 힘이 있었다면 왜 분단이 됐으며, 왜 미군이 진주하여 미선이 효선이를 죽였겠는가? 다 우리나라가 힘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랬더니 곧바로 "한나라 알바" "죽어라, 왜 사니" 등등 예의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막말만 가득한 리플이 주르륵 붙었다. 씨바, 내가 왜 한나라 알바야. 난 노무현이 팬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글 올린 거라고 항변도 하고 싶었지만, 게시판에 횡행하는 무지막지한 넘들, 그들의 대화 할 수 없는 태도에 절망하여 그냥 노무현 홈피로부터 떠나온 적이 있다.

 

그 뒤로 노우하우에는 가지 않지만, 딴지일보에는 자주 들른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대화할 태도를 갖추지 못한 예의와 염치없는 넘들이 게시판에서 활개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끼어들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이삽십대와 오륙십대가 갈라져 있고, 40대는 중간 지대라고 한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 내가 대학생 때 운동하던 친구넘이 "45세 이상은 다 죽어야 민주화가 돼"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45세 이상의 장, 노년 층이 박정희의 지지층을 형성하여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 45세를 넘어 버렸다. 그리고 게시판에서 한마디했다가 "죽어라"는 말을 듣는 존재가 된 것이다.

 

잡것들아(말 안 통하는 넘들이 잡것이다), 너네는 나이 안 먹을 줄 아니. 그렇게 예의없이 막말한 넘들, 니들도 나이 먹고 나면 젊은것들한테 똑같은 말 들을 거라는 생각은 못하니.

 

오륙십대는 6.25를 경험한 세대다. 40대는 6.25 직후에 태어나 간접적이지만 공산당의 폭력을 경험한 세대다.

 

사람은 누구라도 제가 아는 한도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아는 게 없으면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더구나 그걸 해결할 방법까지는 생각도 못한다. 6.25를 경험한 세대가 문제를 인식하는 걸 젊은것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적어도, 적어도 말이다, 젊은것은 자기가 모르는 어떤 것을 늙은 것들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줘야 한다. 아는 게 다르면 생각하는 게 다르고, 판단하는 게 다르다.

 

대화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어차피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잘 알 수 없으니까, 서로 얘기해서 내가 모르는 것, 생각 못한 것 알기 위한 것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일이라도 제가 보고 싶은 각도에서 받아들이는 게 사람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다르다고 남을 헐뜯는 것은 제가 서 있는 위치만 고집하고, 제 욕심만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화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서 타협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 아닌가.

 

이회창이 지지한다고 "알바다" "죽어야 된다"고 하면, 이런 잡것들이야말로 우리 주위에서 첫 번째로 없어져야 할 넘들이다. 대화가 안되면 너죽자 나살자하고 몽둥이 들고나서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폭력의 피해자라고 해도 상대방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폭력의 가해자랑 다른게 없다. 우리 주위에서 없애야 할 넘은 폭력 자체가 아니라 혼자만 잘 났다고 주장하는 대화거부자이다. 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야말로 폭력의 원천인 것이다.

 

딴지 게시판에 많은 글들이 노무현 지지자들이면서, 대화거부자들이다. 이 넘들은 제 생각과 다른 글을 보면 개떼같이 몰려들어서 막말을 마구 쏟아 붓는다. 잡것들아, 그래서 니들이 얻는 게 뭐니?

 

폭력을 다른 폭력으로 제발 바꾸지들 말자...

 

 

딴지 독자
윤용섭(yihuon@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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