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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이너뷰] 신해철을 만나다 -제 1편- (1)

2002.12.16.월요일
딴지일보


어쩌면 껀수가 물리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본지가 신/해/철이라는 이름의 말많은 뮤지션을 만나기 위한 그 껀수 말이다. 그리고 요번에 제대로 물렸다.


그의 음악 활동이나 기타 행태에 대해 본지(주로 딴따라딴지)는 여러 각도로 언급한 바 있었고 거기에 대해 신해철 역시 자신만의 경로(방송)을 통해 피드백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소통의 장은 한번도 마련되지 못했고 본지와 신해철 쌍방은 다소의 오해와 확인되지 않은 편견에 휩싸인채 서로를 바라봐야만 했었다. 이제 드디어 서로가 허심탄회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생업의 일부로 유지하던 방송 DJ직도 내팽개치고 노무현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 유세활동에 돌입했다는 소식 그리고 진작에 접었던 과거 그의 밴드 N.EX.T를 재결성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본지는 만나야 할 때가 온 것임을 직감하고 서둘러 섭외에 들어갔다.


그간 본지와 다른 매체를 통해 논쟁거리가 되었거나 일부만, 혹은 잘못 전해졌던 그의 말과 액션의 실상에 대해 두 시간 반동안 주고받은 썰들의 기록.


궁금하신가? 따라오시라들...
 






 



이너뷰는 12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반포의 모처에서 이루어졌다. 갑자기 성사된 이너뷰라 본지 취재팀(최내현 편집장, 카오루 음악기자)도 헐레벌떡 뛰어갔고, 신해철도 강남역에서 유세를 마치고 서둘러 왔다.


자리에 앉으며 그는 사진촬영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녹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사에 나오는 사진들은 전부 자료 사진들임을 밝혀둔다)


신 : 보통 취재하다보면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고 임의대로 전달되는 일이 많아서..
편 : 저희는 토씨 하나 안빼고 그대로..


신 : 예. 사실은 임의대로 바꿔서 더 세련되게 다듬어지면 좋은데 의도하고 다른 경우가 있으니까 녹음기를 꼭 써줄거를 제가 요구하거든요. 근데 그런 요구를 황당해 하는 기자들도 있더라구요 (웃음).


편 : 일단.. 결혼하신 거 축하드리구요.
신 : 아..(머쓱한듯) 고마워요.







카 : 먼저, 피아식별용 질문인데….딴지일보를 즐겨 보십니까?
신 : 음....


편 :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신해철씨가 딴지일보랑 별로 안 친하다.... 뭐 옛날에 mp3 논쟁도 있었구 해서 별로 안 좋아할 거다... 이런 얘기가 있었거든요.


mp3에 대한 본지의 입장(기사1, 기사2)은 꽤나 확실하다. 또 거기에 반대하는 신해철의 입장도 단호하다. 언젠가는 방송에서 그가 공개적으로 본지 기사를 씹은 적도 있고...


그 이야기는 뒤에 (다음주의 이너뷰 2편에) 나온다. 아무튼간, 잠시 피아식별용으로 던진 질문에 대해서 신해철의 긴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신 : 딴지일보에 대해서 못마땅해하는 부분이 있겠고, 그리고 애정이 있는 부분도 있어요. 음, 글쎄... 전 딴지일보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거지, 딴지일보를 비난하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딴지일보의 존재 의의나 딴지가 해 나가겠다고 하는 일에 대해서 무슨 마음인지도 안다면 좀 알거같고, 오히려 정서상으로 본다면 대단히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서로 말투나 그런것들이 비슷한데, 그걸 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몇가지 저하고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고, 우려 같은 것들이 조금 있어요.


난 아무리 딴지가 양아치 같은 말투를 사용을 하거나 이렇게 짖거나 까불거나해도 그것이 본심이 아닐거라고 생각을 해요.


어떤 면에서의 지적이냐며는 딴지일보가 처음에 시작을 해서.... 그때 딴지일보를 성원하던 사람들은 딴지가 단지 말초적인 쾌락을 주거나, 아니면 그 사람들한테 어떤 흥미거리를 맹목으로 제공했기 땜에 좋아한 건 아니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딴지일보의 존재에 대해서 희망과 통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참 많았을 것이고, 그리고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 역시도 기대를 했었던 사람들 중의 하나고.


말하자면 딴지가 아무리 겉으로 옐로우를 표방해도 자기네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야매고 옐로우라면 그 옐로우조차도 야매 아니냐? 야매 옐로우인데... 그렇다면 속에는 본심이 있다는 이야긴데 그것이 어떤때는 진짜 옐로우에 가까운 모습들로 언뜻언뜻 비칠 때 - 제 눈에만 그렇게 비치는 건지는 몰라도 - 그것 때문에 조금 서운해요.


예를 들자면, 김구라 황봉알. 그 사람들 싫어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때로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눈살찌푸릴 정도의 걸쭉한 이야기를 해 나가기도 하지만 잼있게 생각해요. 근데, 지난번에 뭐였죠? <한국의 역사를 망친 100인들>이었던가?


편 : 노래...
신 : 그걸 보고서는 대단히 분개했어요. 저는 딴지도 진보의 일파라고 생각을 하는데, 거기서 정모 여배우를 건드린 것은... 간통죄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 제 개인적인 신념도 있긴 하겠지만, 그 여배우는 바로 그 사건을 일으켰던 당사자와 결혼을 해서 어쨌든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요.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에요. 그것이 한국을 망쳤다라는 거하고 어떤 연관을 가져야 하는지, 또 몇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것을 끄집어내서 그 여배우를 공격하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김구라 황봉알이 시사이야기나 그런 것들을 건드릴 때 통쾌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연예인 비판할 때 연예인들의 꼴보기 싫은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무조건 잘 나가는 꼬라지가 보기 싫고 쟤네들은 놀고 먹는 집단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김구라 황봉알이 후자의 방향으로, 흥미거리를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대중들한테 먹이를 던져주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런 쪽으로 갈 때는 우려가 들어요.


지난번 김구라 황봉알이 콘서트할 때 고스트스테이션에서 티켓도 나눠주고 제가 설레발이도 좀 치고 했지만, 정말 (한국을 망친 100인들에 나오는 정모양 같은) 그런 방식으로 갈 거라면 요만큼이라도 도와주기가 싫어요. 실망을 많이 했어요.


가령 또 신해철 음악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면 그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구요. 메이저에 있는 아티스트는 -그것이 언더그라운드던 인디펜던트건 무슨 이름을 쓰던 간에 - 항상 꼴같잖게 보이는 거에요. 그리고 빈정댈 수 있죠. 그리고 그런 논조가 없는 나라는 또 없어요. 그게 없다면 너무 웃긴 거겠고. 또 우리나라는 어느 신문의 리뷰를 봐도 적당히 이놈도 좋고 저놈도 좋고 하는 나라잖아요. 그러니까 모질게 씹는 그런게 있으면 좋죠.







그래서 딴지가 나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를 취한다고 해서 기분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그러나 비판적인 그 방향이 어느쪽이었냐에 따라서 기분이 나빠질 수 있는 거예요.


몇 년전에 저에 대한 기사가 났을 때를 한번 생각을 해보자구요. 얘는 오늘도 런던 하늘 아래에서 흰 가루를 엄청 먹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자, 이게 음악하고 무슨 관계냐 말이죠.


카 : 표절과 관련된 기사였죠?
신 : 그 이야기죠. 심지어는 거기서 표절이라고 지목해 놓은 제 노래에 대한 근거가 지극히 희박했구요. 그런 것까지도 다 좋은데, 그 담에는 음악얘기는 밑도 끝도 없고 그냥 니가 밉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더라는 거죠. 마음속에 콤플렉스 덩어리로 가득한 대중들이 이유없이 음악인들한테 던지는 그 짱돌처럼 마녀사냥하고 뭇매질하는 데 딴지가 먹이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서야 되겠느냐...


가령 그 표절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저는 딴지 정도 되었다면, 이 표절이 나오고 있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의미부터 지목하고 정식으로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매스컴에서 지목하는, 말하자면 표절의 최종 집행자들의 명단만 늘어놓고 대중들에게 그 사람들 인격의 저열함을 호소하는, 이거 말고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제가 기대하는 것보다는 수준이 좀 낮다는 얘기예요. 옐로우라고 하는 말장난이 정말로 옐로우가 될 기질이 보이면 가슴이 철렁하거든요.


물론 그거 말고도 제대로 된 기사들을 항상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계속 희망을 유지해요. 그리고 어떤 기사들 보면 이거는 딴지 아니면 못하는 기사다 싶은 좋은 기사들도 항상 있으니까요.


인터넷이야말로 우리 세대들한테 거의 유일한 희망이고 그리고 모든 매스컴을 보수기득권측한테 빼앗긴 입장에서 우리한테 남아있는 것은 인터넷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것들이 이제 (한숨)... 영합해서 그런거라고 보여지지는 않아요. 그렇게까지는 안보이는데 단지 씹고 찢고 하는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너무 박수갈채를 보내다보면 포커스가 그쪽으로 돌아가는때가 있는데 조금 딴지가 자제를 해야되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잠깐, 이 지점에서 한 마디 하고 싶은 게 있다. 그의 이야기에 전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여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흔히들 본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틀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 딴지일보는 패러디 신문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패러디는 그렇게 많지 않다  2) 딴지 기사엔 욕설이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잘 찾아보시라.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3) 딴지 기사가 남을 씹는 기사가 많은 것 같지만 좃선과 꼴통우익 빼고는 그렇게 많이 씹지 않는다. 다른 언론은 문화면에서는 이놈저놈 다 좋다고 하고 정치 사회면에서는 이놈저놈 다 씹는데, 딴지일보는 그게 반대일 뿐...


이미지에 강하게 남는 것과 실제의 모습은 조금 틀릴 수 있다는 말이다..


편 : 김구라 황봉알 같은 경우는, 딴지일보도 중앙에서 모든 거를 콘트롤하는게 아니거든요. 저 자신도 간통죄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만드는 사람이나 글쓰는 사람의 독립성 때문에 모든 걸 죄다 콘트를 안 하는 것도 있고, 때로는 미처 못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약간의 양해를 부탁드리는 게 있고..


카 : 그러니까 김구라 황봉알 같은 문제는 딴지일보가 약간 비대해진 관계로 속속들이 컨트롤하기 힘들어진 데서 발견된 문제들이구요. 뒤에 말씀하신 몇 년 전 그 기사의 경우는 미성숙했었던 시절의 딴지일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라 할 수 있거든요.


신 : 그런 부분들은요. 양해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제 개인적으로 화가 났다 안났다를 떠나서 딴지가 가지고 있는 일정부분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가령, 딴지가 이제 하는 일이 많잖아요. 예전에 비해 사이트도 많이 넓어졌고.... 그러면 딴지가 확장을 해나가다 보면 방향성을 상실할 수도 있고 자신들이 일일이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들의 이야기들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그거를 경계하고 책임을 져야 되는 거는 딴지 본인들의 책임 아니겠어요.









문차일드...


반면에 가령 딴지 본인들의 책임이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그렇게 화를 안낸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문차일드 같은 경우에, 또 버튼 같은 경우에 딴지일보에서 참 꼴같잖다고 씹었지만 솔직히 씹을만 하거든요.


문차일드 같은 경우에는 그 기획사에서 저한테 2주일 정도의 시간을 주고 두 곡을 만들어 달라고 한 팀인데, 그 친구들이 참 측은했어요. 말하자면 고등학교때까지는 합주실에 들어가서 메탈리카 연주하고 앉았다가 난데없이 이제 메이저에 들어가서는 인형이 되는 처절한 신세를 맞이하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그 친구들하고 녹음할 때는 제가 프로듀스한 곡만큼은 백퍼센트로 그 친구들이 연주한 곡이거든요. 세션맨들이 치거나 그딴짓은 안한단 말이에요.


근데 막상 신문에 보도가 될때는 신해철이 키웠다하고 나가요. 그럼 뚜껑 열리지. 돌아버리죠. 불 질러버리고 싶은데...


버튼 같은 경우에는 제가 두 곡을 작업해서 줬더니 앨범에 produced by 신해철 이라고 해서 나갔대요.


편, 카 : 아항~


어쩐지 신해철이 뭘 이렇게 허접한 앨범을.. 이라고 생각했었다.


신 : 그래서 나는 미치는 거예요, 진짜. 그런 일들이 주위에는 너무 많이 비일비재한데...


앨범을 들은 사람이, 내가 책임자라고 기재가 되어 있거나 그런 식으로 기사가 나면 에이 씨발넘아 똑바로 해라고 얘기할 수 있죠. 그렇다면 나는 그 얘기를 한 사람보고 화를 내지는 않죠. 딴지가 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잘못 볼 수 있는 부분에서 저를 때렸다는 그런 부분들에서는 전혀 화가 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딴지가 딴지다울 수 있었으면 참 좋겠어요. 심지어 딴지 초창기에는 저한테 신해철이 이름을 숨기고 뒤에서 몰래 만든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어요. (웃음) 아마 양쪽의 빈정대는 말투나 그런 것들이 비슷해서 그랬을 거에요.


편 : 글쓰는 방식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신 : 그리고 고스트스테이션이라고 제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딴지하고 정서가 참 비슷한게 많죠. 위악의 정서라고 할까? 니들이 그렇게 착한 척하면서 구린짓하면 우린 양아치짓한다 어쩔래 이 씨뱅아 (웃음) 우리 정서가 바로 그런거잖아요. 뭐 그 얘기는 그쯤으로 해두구요.







잠시 피아식별용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번째는, 대단히 핵심적인 문제를 짚고 있다는 것... 사실 하나의 매체가 커 나가면서 어느 정도까지 중앙에서 컨트롤해야 옳은가 하는 점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아무리 성향과 생각이 비슷하다 해도 이견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견들을 어느 선에서 조화시키느냐 하는 점은 항상 어렵다. 뭐 기자의 독립성 어쩌구 하는 얘기들 항상 있쟎은가...


그런데 또 그와 동시에, 어떤 핵심적인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런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본지라고 뭐든지 잘하라는 법이 있으랴. 그런 것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둘째로, 그가 대단히 섬세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감각을 보인다는 것...


셋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것....


그럼 이제 본격적인 정치 이야기로 넘어간다.






 


다음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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