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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광화문의 스타들(1)

2002.12.1.일요일
딴지특별취재반

으쌰 으쌰 모든 집회가 우울하고 무거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집회의 목적이 참가자의 일체감을 확인시키고, 세상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그 목적을 위해 늘 민중가요와 꽹가리가 등장해야만 한다는 법 또한 없다.

 

물론 기존의 집회 문화가 한꺼번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럴 수도 없다. WTO 쌀 수입에 반대하는 농민의 절박한 목소리와 빈민탄압을 중단하라는 철거민들의 시위에서 집회 문화 어쩌구는 오히려 배불러 꺼억 트림하는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밧뜨..

 

당당제너레이션의 당당한 토요집회는 어쩌면 새로운 세기, 새로운 집회 문화의 한 장을 열 것으로 본지는 전망한다.

 

해서 본지는 매주 토욜, 젖같은 미국넘들이 이 땅에서 오지랍 육개장짓을 안하는 그 날까지 광화문에 출동하여 경쾌한 집회의 경쾌한 스타들을 발굴할까 한다.

 

앞으로, 광화문 토요 집회에 참가할 국민제위들은 얼굴에 분 바르고 머리에 무쓰칠하고 출동하시라. 본지의 눈에 찍히는 날, 그 날이 바로 안방 스타에서 전국구스타로 발돋음 하는 d-day다. 쭉빵한 몸매의 미나양이 월드컵 스타라면 머리차고 똑부러진 집회 주인공들이 광화문 스타 후보들이다.

 

 

너희도 이렇게 될 수있어

 

그럼 오늘 첫빠따로 2002년 11월 30일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에서 발굴한 스타 3인방을 이너뷰 형식으로 만나보자. 친절하게 이멜 주소도 적어놀 테니 이들의 사진빨과 이너뷰빨에 관심 가거들랑 작업들 들어가시라.

 

 무서운 앙팡테리블, 엄호동(안벅고등학교(??) 3년)

 

 

"이번에 수능을 치른 고 3 입니다. 시험은.. 잘 못봤습니다" 라는 첫인사로 토론 맨 마지막 연사로 등장하여 거침없는 언변으로 사람들로부터 귀엽다는 찬사를 독차지한 엄호동군.




 
 

딴지: 어떻게 여길 나왔나?

 

호동: 수능이 끝나서 가능했다. 학교에서는 고 3생들에게 자유를 말살한다. 일요일도 아홉시부터 열두시까지는 자율학습을 시킨다.그 상황에서 여중생 압사 사건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딴지: 아까 마이크들고 정치하는 어른들에게 독설을 날리던데..

 

호동: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세금 안내고 군대 안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이 무슨 정치를 제대로 하나. 차라리 우리보고 정치하라고 해도 더 잘 할 것 같다. 대통령도 세금 잘내고 군대 갔다온 사람이 해야 한다.

 

딴지: 오늘 와서 뭘 느꼈나?

 

호동: 월드컵 거리 응원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적게 왔다. 더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딴지: 신문에서 네티즌들에게 비이성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한다.

 

호동: 우리는 걱정마라. 우리는 질서 잘 지키고 그냥 놔둬도 잘 알아서 한다.

 

딴지: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라고 배웠을 텐데, 미국의 지금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호동: 우방은 무슨 우방인가. 6.25 전부터 미국은 한국에 들어왔고 결국은 그것이 분단의 원인이 되었다. 김구 선생이 말렸는데도 히로시마에 핵을 떨어뜨린 게 미국이다. 친구 나라라고 하면서 미국 하는 걸 보면 친구 아니다. 우리가 왜 통일을 못하는가? 지금 우리는 북한과 아주 잘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놈들이 초를 친다.

 

딴지: 네티즌 사이에 미국 상품 불매운동 같은 게 번지는 걸로 아는데..

 

호동: 나도 나이키 신고 햄버거 먹는다. 그러나 하나씩 고쳐갈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될 수있으면 사람들이 피해야 한다고 본다.

 

딴지: 지금 말하는 것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호동: 아빠 영향을 많이 받았고 나는 사제의 길을 가려고 한다. 나중에 나의 양심에 물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런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딴지: 무엇이 되고 싶은가?

 

호동: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좋은 사제가 되고 싶다.

 

딴지: 또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호동: 이번에 수능 본 수험생들아, 수능 끝났으니 어여 모여라. 지금이 더 중요하다. 나라 지키지 않고는 대학은 아무 의미없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미군들아. 너희 죽은 여중생 유가족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보상금 더 많이 줘야 한다. 안 그럴 거면 너희 나라로 다 가 버려라.

 

딴지: 오늘 고생했다.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 그리고 순결한 사제의 길을 가려는 널 존중해 니 이멜은 공개안하겠다.

 

호동: 흑.. 그럼 한 마디만 더 하게 해주라. 울 나라 조폭 아저씨들 무섭다. 깍두기들이 나서야 미군 문제 해결된다. 깍두기 아저씨들, 미국 좀 혼내주세여.

 


 이날의 수퍼모델 오승희양(26세. 영어학원 강사)

 

 

오른쪽이 승희. 왼쪽이 승경이

 

거의 막판에 마이크를 잡고 그녀가 등장하자 "언니 넘 이뻐요"라는 여자들의 환호가 이어졌으나 미국에서 7년을 살다 작년에 귀국해서인지 우리 나라를 저희 나라로 계속 말하는 바람에, 앞에 있는 장난꾸러기 남성에게 딴지가 계속 걸린 장본인. 시원 시원한 성격과 명랑한 발표 덕에 박수를 듬뿍 받았다.




 
 

딴지: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승희: 작년에 한의대 가려고 한국에 왔다.

 

딴지: 미국 내에서는 군인들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건 같은 일이 없나?

 

승희: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단 미군부대가 민간인과 동떨어져 있다. 도시 중간중간 사무소에서 민간인과 접촉한다. 군대 이야기는 친구들 중 자퇴한 애들이 할 일 없어 군대 가니까, 그애들을 통해 듣는 게 전부다.

 

딴지: 미국 거주 경험자로서 이번 일을 보는 시각도 남다를 듯한데..

 

승희: 한국에서는 미군부대가 민간인들에게 노출된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전시도 아닌 작전중에 길가는 여중생에게 사고사를 시켰다는 것도 이해가 안간다. 처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애들은 자기가 기르는 개가 사고로 죽어도 소송을 걸어 수억씩 받아낸다. 내가 미국에서 교통사고 당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해도 아마 발칵 뒤집혔을 거다. 그런 놈들이 왜 우리 나라에서는 사람을 죽여놓고도 저렇게 해피한가? 그리고 우리 나라 국민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울나라 군인이 휴가나와 민간인들과 싸움 붙으면 군바리라고 욕하고 가만 있지 않으면서 왜 미군이 이런 큰일을 벌였는데 더 많이 흥분하지 못하나.

 

딴지: 오늘 집회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승희: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죽은 여중생 사진도 봤다. 처음 이 뉴스를 언뜻 접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사진을 보고 너무 분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놈들이 우릴 지네나라 식민지로 생각하는구나.. 우리 학원에서는 한국말 하면 잘린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사진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수업 들어가 한국 말로 책 덮으라고 말하고 미국에 대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아이들은 울었다.

 

딴지: 미국에서 생활해보고 미국에 대해 뭘 느꼈나?

 

승희: 국민들이 생각이 없다. 모든 것에 무관심한 국민들이다. 민주주의조차 수입한 나라 아닌가. 9.11에 대해서도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보다 관심이 없다. 한국애 나와있는 미국애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카나다, 영국, 미국애들과 같이 일하는데, 한 번은 그애들과 술을 먹다가 미국애에게 9.11도 미국이 자초한 거다.. 부시가 꾸민거다라고 말했다. 그때서야 미국애가 관심을 가졌다. 3시간만에 범인을 색출하는 나라의 정보력이 여태까지 빈라덴을 잡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라고 물으니까 그 애도 아무 말을 못했다. 바보같은 놈들..

 

딴지: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오니 느낌이 어땠나?

 

승희: 미국에 없는 무언가가 한국에 있음을 알았다. 나는 그걸 정(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하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딴지: 영어선생이라고 하니 묻겠는데, 우리 나라의 영어사랑이 너무 과열됐다고 한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표현을 쓴다. "영어 배우려고 가랭이 벌리는 한심한 한국년들"..

 

승희: 글쎄..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영어가 너무 고부가가치로 대우받는다. 나도 돈 잘 번다. 시간당 1만8천원을 받는다.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국 선생들도 모두 수입이 높다. 도 아닌 것들이 우리 나라에서 돈 많이 벌어가는 거 보면 화도 난다. 물론 영어는 중요하다. 영어의 힘도 크다. 그것을 무조건 폐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영어가 과열되게 대우 받고 있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기는 하다.

 

딴지: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의 반미분위기에 대해 값싼 민족주의라는 반론을 피기도 한다. 같은 네티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승희: 지랄하지 말라고 하라. 나는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은 개인주의의 나라다. 개인주의 좋다. 그러나 민족적 아이덴티티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미국애들이 무슨 프라이드가 있나? 영어가 지들 건가? 하지만 우리는 프라이드가 있다. 우리의 역사가 있고 우리의 말이 있다. 꽃이 피려면 씨도 햇빛도 물도 다 필요하겠지만 씨가 제일 중요하다. 하다 못해 똥꽃이라도 씨가 있어야 꽃이 핀다. 씨는 자기의 근원이고 자기 정체성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족주의를 떠나 잘못된 것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이 일 그냥 넘어가면 한국은 자체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마구 섞일 것이다. 청담동이나 강남가면 지금도 외국놈들 많다. 주체성과 자주성이 없으면 피는 섞이고 나라는 붕괴된다.

 

딴지: 당신, 반미주의자인가?

 

승희: 아니다. 나뿐 아니라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반미주의니 그런거는 잘 모를 것이다. 나는 반미를 떠나 다만 그들이 저지른 죄가 싫을 뿐이다.

 

딴지: 그래도 자꾸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이 쳐들어 올거라고 어떤 신문은 말하던데..

 

승희: 그래? 이런 식의 미국이라면 차라리 북한이 낫다. 이딴 식의 미군이라면 그애들은 철수해야 한다.

 

딴지: 지금 이런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어떤 의미가 있나?

 

승희: 내가 미국에 있을 때 한국 아이 3명이 퇴학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국선생과 한국인들은 이들의 퇴학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 운동은 3명의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 내의 소수민족으로서 우리의 권리찾기라는 의미가 더 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죽은 여중생의 한을 풀어주는 의미와 함께 그동안 잃어 버렸던 우리의 권리를 찾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딴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라

 

승희: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다. 우린 지렁이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린 꿈틀조차 안했다. 미국, 니덜 기다려라. 그리고 옛날 은사이신 홍형각 선생님. 딴지를 빌어 감사하다고 전할께요. 선생님 말씀대로 밖에서 배우더라도 우리 나라를 위해 안에서 베풀라는 그 말을 실천하려 합니다.

 

(이때 옆에있던 사촌 동생이 낑겨듬)

 

승경: 월드컵 거리응원 때문에 오늘 이런 자발적인 네티즌 집회가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붉은 악마 니들은 뭐하냐? 얼렁 나와라.

 

딴지: 이멜 주소나 알려줘라. 오매불망 남녀상열지사를 꿈꾸는 딴지 서서쏴 독자들을 위해서.

 

승희: 저는 smioh@hotmail.com 고요. 승경이는chakan1004@hotmail.com 랍니다. 멜 많이 주세요 ^^

 

자, 어떤가? 니도 광화문 스타에 도전하고 싶은가? 그럼 이번 토욜 집회에 나오시라. 나와서 잘못된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 개선에 반석이 되시라. 그러다면 자연스럽게 스타된다. 선인들이 이런 걸 그랬다지?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담주에 보자. 마지막으로 광고 나가신다. 뾰뵹~

 

꽃단장한 당신, 떠나라 광화문으로!!

 

 

딴지 특별취재반 (editors@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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